신하의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여산행을 강행한 경종은 유왕·진시황·현종·목종의 전철을 밟았다. 이 어찌 여산의 불행이 그를 덮친 것이랴. 나라를 돌보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을 좇은 대가일 터.“거긴 절대 가시면 아니 되옵니다!”기어코 가겠다는 황제를 신하들이 극구 말린다. 좌복야 이강(李絳)과 간의대부 장중방(張仲方)이 여러 번 간언했지만 씨도 먹히지 않는다. 이번에는 습유 장권여(張權輿)가 나섰다. 그는 바짝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간청했다.“옛날에 주나라 유왕(幽王)은 여산(驪山)에 행차했다가 견융(犬戎)에게 피살당했습니다. 진시황이 여산에 묻힌 뒤 그 나라가 망했사옵니다. 현종께서 여산에 궁을 짓고 지내시다가 안녹산의 난이 일어났습니다. 선제께서는 여산에 행차하셨다가 오래 사시지 못했사옵니다.”이야기의 장소는 장안성 대명궁의 자신전(紫宸殿), 때는 바야흐로 보력(寶曆) 원년(825), 신하들의 읍소를 듣고 있는 황제는 열일곱의 경종(敬宗)이다. 엎드려 조...
1143호2015.09.07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