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발표한다고 했다. 혹시나 기대했다. 필자는 고등학생이었다. 마침 쉬는 시간에 특별생방송을 봤다. 기대는 큰 실망으로 돌아왔다. 순진했다. 그는 그것이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임기와 현재의 국가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중대한 결단’이라고 했다. ‘평화적인 정부 이양’과 ‘서울올림픽’이라는 양대 국가 대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낭비하는 소모적인 개헌 논의를 지양할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4·13 호헌조치. 말이 좋아 호헌(護憲), 헌법수호이지 당시 야당과 재야단체들이 요구하던 직선제 개헌은 받아들일 수 없고, 자신이 대통령에 등극한 체육관 선거 방식으로 자기 후계자를 뽑겠다는 것이다. ‘선언한다’는 것은 또 뭔가. 자신의 말이 곧 법이니 이걸 어긴 자는 각오하라는 엄포 아닌가. 1987년이었다. 서슬 퍼런 선언에 며칠은 조용한 듯했다. 하지만 다시 불길은 살아났다. 더 크게. 두 달 뒤인 ...
1173호2016.04.18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