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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 여적]유흥의 민낯
    유흥의 민낯

    20대 여성 두 명이 한밤중에 다른 직장 여성 동료의 집을 찾아가 폭행했다. 옷을 벗기고 알몸에 음료수를 끼얹고 열쇠로 몸 이곳저곳을 찌르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뒤 동영상까지 촬영했다. 성형수술 사실을 주변에 소문냈다는 이유였다. 2014년 2월 25일 오전 3시부터 오전 8시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피해자가 가해자들이 잠든 틈을 타 탈출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일단락됐다. 피해자와 가해자 셋 다 유흥업소 직원들이었다.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라 크게 기사화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자체는 기자실에서 화제였다. 형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가혹행위의 방식은 기상천외했다. ‘룸’ 안에서 남자 손님들에게 평소 당하던 방식이었다.유흥주점을 관리하는 법은 식품위생법이다. ‘유흥접객업’으로 분류돼 술과 조리한 음식을 팔 수 있고 ‘유흥종사자’를 둘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여성접객원과 손님 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흥을 돋우는 행위’일 뿐이다. 요...

    1183호2016.06.28 11:26

  • [주간 여적]부유하는 노동자
    부유하는 노동자

    “먼 곳에의 그리움(Fernweh)!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 텅 빈 위와 향수를 안고 돌로 포장된 음습한 길을 거닐고 싶은 욕망, 아무튼 낯익은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모르는 곳에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나에게는 있다.” 전혜린의 수필 의 일부다. ‘여기보다 어딘가에’를 꿈꿨던 젊은이들이 밑줄 그었던 문장이다. 젊은 날의 넘치는 에너지는 ‘머묾’보다 ‘떠남’, ‘정주’보다는 ‘유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영화 의 스무살 ‘태희’도 ‘여기보다 어딘가에’를 꿈꾼다. 그는 뱃사람이 되고 싶어 원양어선을 타러 갔다가 무시만 당하고 쫓겨난다. 보따리 하나 들고 떠도는 거지가 지나가다 그를 놀래켜도 무섭기보다 궁금함이 앞섰다.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떠도는 거지의 삶이 말이다. 결국 태희는 가족사진에서 자기 사진만 도려낸 뒤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전혜린의 열망도, 태희의 선택도 낯설다. 취...

    1182호2016.06.21 10:56

  • [주간 여적]인부와 대학생
    인부와 대학생

    ‘등록금 벌려던 대학생 포함 4명 사망’. 2011년 7월 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에서 냉동기 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 4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언론들은 대부분 제2보를 이렇게 내보냈다. 제1보는 ‘이마트 탄현점 인부 4명 사망’이었다. ‘인부들의 죽음’은 보통 관심을 못 받지만 사고 장소가 국내 최대 유통업체 이마트여서 취재진이 몰렸다.희생자 중에 서울시립대 휴학생 황승원씨(당시 22세)가 있었다. 군 제대 후 다음 학기 등록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한 달 만에 변을 당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부들의 죽음’은 ‘대학생의 죽음’으로 격상됐다. 언론이 앞장섰다. “이마트 일산 탄현점에서 질식사한 노동자 중 한 명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하던 ‘가난한 휴학생’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무거운 등록금으로 대학생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말할 때 이 사고를 꺼냈다. 서울광장에서는 매일 반값등록금 공...

    1181호2016.06.14 14:52

  • [주간 여적]밑지는 장사, 남는 장사
    밑지는 장사, 남는 장사

    ‘도둑이 소나 양, 당나귀, 돼지, 염소 중 하나라도 훔쳤으면 10배로 배상해주어야 한다. 배상해줄 돈이 없다면 사형당할 것이다.’ 기원전 1750년쯤의 함무라비법전에 나온다는 이 구절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한 원형으로 여겨진다. 옥스포드 사전을 보면 ‘징벌적(punitive)’이라는 낱말에는 ‘처벌’의 뜻과 함께 세금이나 벌금이 극도로 높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아무리 잘못해도 손해만큼만 갚아주면 된다면? 다른 누군가의 모방범죄를 조장하는 역효과를 부르기 십상이다. 안 걸리면 그만이고 재수 없이 걸려도 원주인에게 돌려주면 끝이기 때문이다.현대사회에 대표적 징벌적 손해배상 사례는 1992년 미국 맥도날드의 커피 화상 사건이다. 79세의 스텔라 라이벡 여사는 커피를 산 뒤 차에서 쏟았다가 3도 화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다. 직접피해액은 16만 달러였고, 배심원단은 무려 27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부담을 느낀 판사가 48만 달러로 낮추기는 했다. 이 사례의 진...

    1180호2016.06.08 10:08

  • [주간 여적] 환경부발 ‘PM 게이트‘
    환경부발 ‘PM 게이트‘

    경유차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찍힌 경유차 운행을 줄이거나 비용을 높이는 정책 방향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한심하다. 당장 나온 것이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방안이다. 현재 국내 기름값의 60% 이상이 세금이다. 휘발유의 가격이 100이라면 경유는 85 수준으로 세금을 통해서 맞춰져 있다. 정부가 2007년 경유차에 혜택을 주려고 유류세를 이렇게 조정했다. 이때 환경부를 비롯한 당국은 뭘 했는지 자아비판부터 내놓을 때다.그러나 세금을 맡은 기획재정부 쪽은 경유세부터 올리는 건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산업계, 자영업자에 주는 영향 등을 골고루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을 높이는 방안을 거론했다. 특히 PM2.5 이하 미세먼지는 그 자체가 발암물질로 분류될 만큼 위험요소다. 비산먼지가 미세먼지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다. 비산먼지 중에 자동차, 특히 경유차의 비중이 얼마인지 환경부는 속시원한 ...

    1179호2016.05.31 15:38

  • [주간여적]역알못
    역알못

    “지금 서양 세력이 동양으로 뻗쳐오는 환난은 동양 사람이 일치단결해서 극력 방어함이 최상책이라는 것은 어린아이일지라도 익히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로 일본은 이러한 대세를 돌아보지 못하고 같은 인종인 이웃나라를 치고 우의(友誼)를 끊어 스스로 방휼지세(蚌鷸之勢·조개와 도요새가 서로 물고 물리며 다투는 형세)를 만들어 어부를 기다리는 듯하는가. 이로써 한·청 양국인의 소망은 크게 깨져 버리고 만 것이다.” 1909년 안중근 순국 전 뤼순 감옥에서 남긴 의 한 대목이다. 한·중·일 3국이 힘을 합쳐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을 막아야 하는데 동양국가로서의 연대를 깨버린 일본에 대한 배신감이 나타나 있다. 안중근은 “동양의 수억 황인종 가운데 수많은 뜻있는 인사와 정의로운 사나이가 어찌 앉아서 수수방관하며 동양 전체가 까맣게 타죽는 참상을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라며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이유를 밝힌다. 그는 스스로를 ‘동양 수억 황인종 가운데 하나’로 지칭했다. 민족주의자라기보다 ...

    1178호2016.05.24 10:31

  • [주간여적]이해
    이해

    취업을 해도 아이들은 몇 달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열악한 작업장 환경을 보다 못한 엄마 손에 이끌려 오기도 했고, 아이를 이해하지 못한 관리자들이 아이의 돌출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성년을 앞둔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아이의 취업은 딜레마다. 그것은 아이가 사회 속에서 잘 섞여 살아가길 바라는 절박한 소망이면서도, 아이가 사회 밖으로 내몰리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밖에 없는 쓰디쓴 절망이기도 하다. 많은 아이들이 취업 현장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되돌아와도 그대로 취업률로 집계됐다. 취업률 70~80%라는 공허한 숫자 속에 발달장애인의 실질적인 삶은 없었다. 장애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는 사회에서 그럴 듯하게 포장된 장애인 취업제도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이해’는 다원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의 몫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해’는 사회적 약자의 몫이 되어버린 듯하다. 다음 달이면 서울 동대문구에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센터인 커리어월드가 완공된다. 커...

    1177호2016.05.16 17:46

  • [주간여적]일당과 모욕
    일당과 모욕

    ‘문재인 행쇼’. 2014년 8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연 보수단체 사람들이 든 손팻말을 보고 당혹스러워 발길을 멈췄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곡기를 끊었다가 46일 만에 탈진해 병원에 실려간 다음날이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들과 사회 각계 인사들이 유가족들을 대신해 세종문화회관 바로 옆 광화문광장에서 동조단식에 참여하고 있었다. 의아했던 것은 ‘행쇼’라는 구호였다. ‘행쇼’는 ‘행복하십쇼’의 줄임말로, MBC 예능프로그램 을 통해 인터넷 유행어가 됐다. 공격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 ‘행복하십쇼’라니?집회에 참여한 사람은 10여명가량. 50대 중·후반의 여성들이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했다. “우리 모임에는 가난한 자영업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들 지금 세월호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아 너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 마음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다른 국민들도 이렇게 ...

    1176호2016.05.11 09:57

  • [주간여적]대국굴기의 민낯
    대국굴기의 민낯

    대국굴기(大國嵋起). 2006년 11월 중국중앙방송의 경제채널(CCTV-2)에 방영된 12부작 역사 다큐멘터리 제목인데, 중국의 부상을 상징하는 낱말이 됐다. 전환점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즈음이다. 기자는 2005년 3월과 올림픽 직전인 2008년 4월, 그리고 올해 4월 중국 베이징을 다녀왔다. 길게는 11년 만에 중국 심장부의 변화된 모습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먼저 달라진 점이 있다. 당시만 해도 베이징 한가운데에서는 소달구지와 벤츠가 거리를 나눠 달렸다. 지금은 적어도 베이징 중심가에 우마차는 안 보였다. 더 많은 아우디와 벤츠, BMW, 마세라티가 거리를 메운다. 세계 어느 대도시를 가도 이렇게 많은 고급차를 단시간에 볼 수 있는 곳은 잘 없다. 자본주의의 심장부 미국 뉴욕 맨해튼을 방불케 하는 세련된 거리는 중국 젊은이들의 해방구 같았다. 속옷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과감한 패션의 여성들, 길 가다가 거리낌 없이 애정을 주고받는 남녀….한 달이 다르게...

    1175호2016.05.03 17:02

  • [주간여적]1200조 사내유보금과 감원
    1200조 사내유보금과 감원

    요즘 기업의 ‘구조조정’이 화두다. 구조조정을 곧 사람 자르기로만 인식한다면 짚어볼 점이 있다. 당장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3000명 넘게 직원을 내보낸다고 했다. 삼성그룹 주요 15개 계열사에서 2014년 말과 지난해 말 사이 회사를 떠난 직원이 약 8000명이나 됐다. 임원과 나머지 수십 개 계열사까지 더하면 숫자는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 급한 대로 자르기 편한 비정규직 노동자 위주로 쫓겨났다는 것도 통계로 드러났다. 반대로 늘릴 때도 비정규직 위주였다.어떤 기업에서 일을 시킬 만한 젊은 인재가 명퇴수당 등을 챙겨서 고시를 준비하겠다거나 창업하겠다며 회사를 나가겠다고 해 놀라움과 걱정이 교차했다는 얘기가 재계에 회자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회사에 전망이 잘 안 보인다는 뜻이다. 경기 불황이 가장 큰 이유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나 기업이 방향을 잘못 잡은 것 또한 사실이다. 새 먹거리 사업을 창출하지 못해 투자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1174호2016.04.26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