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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107
  • [주간 여적]학대의 굴레
    학대의 굴레

    한국의 양육문화에는 체벌이 드물지 않았다. 이러한 문화가 지배하는 가정에서 자란 성인들은 대부분 어릴 때 부모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맞은 기억을 갖고 있다. 흔히 ‘사랑의 매’라고 표현했던, 체벌을 동원한 자녀교육도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긴 하다. 하지만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는 문화현상의 흔적을 그리 쉽게 지울 수는 없다. 당시의 분위기에서는 당연한 듯이 맞고 자란 자녀들도 부모가 감정을 못 이겨 과도한 체벌을 가한 어떤 특정한 날의 억울하고 충격적인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아동학대를 일삼는 부모에게서 친권을 정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학대를 줄이는 첫걸음이라는 지난호 기사가 나간 뒤, 두 명의 독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20대 후반의 아기 엄마인 한 독자는 친정집에 들렀다가 아버지와의 사소한 말다툼이 폭행으로 이어진 사연을 전했다. 이 독자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감정이 섞인 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했다. 이제 성인이 된 그는 무자비한 폭력을 참을 수...

    1193호2016.09.06 13:37

  • [주간 여적]훈장
    훈장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구조현장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을 본 시민들은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최근 드러난 세월호 관련 훈·포장 수여 실태를 보면 박근혜 정부는 시민들의 물음에 명확한 답변을 갖고 있다. “국가는 집권세력의 도구이며, 이것이 국가의 본질이다.” 이런 국가관에 투철한 이들에게 집권세력은 훈장과 포장을 수여했다.8월 19일 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16명의 공무원들이 훈·포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중 5명은 세월호 참사 인명구조를 지원하다가 사망한 강원도 소방본부 소속 소방관들이다. 다른 11명은 어떤 이들일까. 야당의 자료 공개 요구에 비공개로 대응한 전 대통령 비서실 직원, 세월호 유가족들을 미행하다가 들킨 전 안산 단원경찰서장 등이 근정포장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를 수사한 검사와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 현장을 관리한 경찰관 등도 훈·포장을 받았다.상훈법에 따르면, 훈장이나 포장은 ‘대한민국’에 대해 뚜렷한 공적을 세운 이들에게 주도록...

    1192호2016.08.30 15:45

  • [주간 여적]‘전기료 누진제’ 포퓰리즘
    ‘전기료 누진제’ 포퓰리즘

    13만원 대 58만원, 0 대 2640억. 이 무더위에 우리를 더 지치게 하는 두 가지 불편한 숫자들이다. 처음의 것은 미국 교포가 에어컨을 하루 종일 펑펑 썼을 때 청구된 전기요금이라고 전해졌다. 사용량이 무려 1054kwh였지만 고작 124달러(약 13만7400원)의 고지서가 날아왔단다. 다음 숫자 58만원은 한국에서 ‘주택용 저압’ 전력을 이만큼 쓸 때 나오는 전기료다. 기존 방식대로 하면 총 58만3600원이 청구된다. ‘전기료 폭탄’이라는 말이 그럴싸하다.사실 누진제가 논란이 된 지점은 비교적 간단하다. 요금이 뛰기 시작하는 4~5단계를 조정하는 문제다. 임시 인하조치 전 기준으로는 601kwh를 쓰면 약 22만원, 703kwh를 쓰면 30만원을 내는 구조다. 이런 가구에 대해 예컨대 10만~20만원대로 낮춰주는 데 모두가 동의하는 걸까. 그렇다면 그 비용은 누가 댈까. 에어컨 보유 가구 비율이 2013년 기준 67.8%다. 보편화된 가전이 됐다. 허나 아직 없는 집...

    1191호2016.08.23 10:56

  • [주간 여적]기분권
    기분권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지금은 명화로 손꼽히지만 발표했을 때에는 큰 혹평을 들었다. 당시로서는 기괴한 명암 기법을 사용해, 알몸의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 그림이 1863년 ‘낙선작’ 전시회에 걸렸을 때 “기분 나쁘다”며 우산으로 찍어대는 관람객도 있을 정도였다. 18세기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 초기 페미니스트 작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페티코트 입은 하이에나’라는 조롱을 들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의 젊은이 폴 코언은 법원에서 ‘씨XX의 징병제(Fuck the Draft)’란 욕설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었다가 재판에 회부됐다. 1971년 미 연방대법원은 타인을 ‘기분 나쁘게 할 권리’도 있다며 무죄를 선언했다.아무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그저 타인의 기분만 건드리는 행위도 있다. 그러나 기분 나쁘게 쳐다보거나 욕했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사람을 패는 행위는 형법으로 처벌받는다.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문화대혁명, 캄보디아 킬링필드, 삼청교육대 피해자...

    1190호2016.08.17 09:53

  • [주간 여적]진보정당
    진보정당

    지난해 7월 언론은 오랜만에 정의당에 주목했다. 당대표 선거에서 화두가 된 ‘2세대 진보정치’ 때문이었다. 청년유니온 출신의 만 37세 조성주 후보는 “혁명적 구호에 집착하기보다 타협해가며 작은 변화라도 당장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더 급진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업급여 등 당장의 고용·사회안전망이 절실한 ‘노동운동 밖 시민들’을 위해서였다. 선거에서 승리한 심상정 상임대표는 미래정치센터를 만들고 조성주 후보를 소장으로 임명했다.당대표 선거로부터 약 1년. 정의당은 넥슨의 여성 성우 목소리 교체를 비판한 문화예술위원회의 논평을 철회했다. 문예위 논평의 요지는 “정치적 의견이 직업활동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당은 논평의 내용보다는 사후적 결과와 절차적 문제를 강조했다. 논평은 당 안팎에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으며, 문예위는 ‘임의의 조직’으로 당 전체 입장을 대변하는 논평을 낼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예위 위원 2명(부위원장)은 각각 1988년생, 1986년생...

    1189호2016.08.09 17:58

  • [주간 여적]보수매체의 ‘전문시위꾼’ 편집증
    보수매체의 ‘전문시위꾼’ 편집증

    ‘고소(고발)인: 자유청년연합 대표 장기정, 피고소(고발)인: 불상, 접수번호 2016-6463’. 장기정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고발접수증이다. “김정은 장군님이 이뻐할 X이네요” “라도 전라디언 홍어 척결” “이 X을 사드에 묶어 정은이에게 보내야 합니다”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장씨는 그의 고발 및 수사상황을 다룬 각 언론사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했다. , KBS, , YTN, …. 댓글 막말 행진도 점차 수위가 높아져 갔다.이 이른바 ‘북핵 두둔 발언’을 했다며 이들이 고발한 염모씨(44)를 인터뷰한 기사를 인터넷판으로 선출고할 때까지 장씨의 ‘때리기’는 계속됐다.사실 염씨를 설득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잇단 언론 보도로 인권침해 피해를 입으면서도 인터뷰를 한다면 그것이 다시 긁어 부스럼이 되어 논란이 다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염씨를 외부세력으로 매도하는 보도의 최절정은 였다. 보도는 주어 없는 ‘카더라’만 담았다. 지면...

    1188호2016.08.02 16:57

  • [주간 여적]GMO표시제와 안전성 논란
    GMO표시제와 안전성 논란

    7월 20일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의 제목은 ‘GMO 표시제도 이렇게 바꾸자’였다. 안전성 문제에 대한 결론은 차치하더라도 표기를 어떻게 할까를 두고 진행된 토론회였다.3주 전 (1184호)은 이 완전표시제 논란 기사를 다뤘다. 비슷한 시점에 타 시사주간지들도 같은 주제의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미국 버몬트주의 GMO 표기 시행(7월 1일)에 이어 미국 상원(7일)과 하원(14일)이 표기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 문제가 부각된 이유 중 하나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것은 때마침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출한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에 대해 “다수의 반대의견이 접수됨에 따라 의견수렴 기간을 연장한다”고 고시한 의견수렴 기간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경제정의실천연합 소비자정의센터는 의견수렴일을 하루 앞둔 날, 그동안 접수된 2051명의 의견서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토론회는 사실상 식약처에 대한 성토대회에 가까웠다. 더불...

    1187호2016.07.27 09:41

  • [주간 여적]사드배치 결정을 우려한 두 소설
    사드배치 결정을 우려한 두 소설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팩션소설을 쓴 두 사람을 취재한 적이 있다. 1110호에서 인터뷰로 다룬 소설 를 낸 김진명 작가와 얼마 전 ‘두 가지 한국에 관한 정치적 상상력’이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 을 낸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다. 정욱식 대표의 인터뷰는 1182호에서 ‘주목! 이사람’ 코너를 통해 소화했다.과거 인터뷰하면서 타이핑해 놓은 취재파일을 다시 열어봤다. 이 소설들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지금 벌어진 상황을 ‘예언’했다며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예언’은 아니다. 2년 전 김진명을 인터뷰할 때 그는 2017년 대선은 김문수 대 박원순의 대결구도로 봤다. 새누리당에서 ‘젊은 피’로 윤상현이 키맨의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정욱식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의 유력 후보지로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최정산을 꼽았다. 그럼에도 취재파일을 읽다보면 눈에 띄는 대목은 여러 군데다. 사드 배치 결정이 언제 이뤄질 것으로 보...

    1186호2016.07.19 11:53

  • [주간 여적]책임 안 지려는 장수장관
    책임 안 지려는 장수장관

    “죄송한데, 제가 며칠 전에 새로 와서 내용을 잘 모릅니다. 전에 담당하던 사무관은 다른 팀으로 옮겼는데, 그쪽에다 물어보기도 그렇고….” 최근 미세먼지 문제나 경유차 정책 등에 대해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전화를 했다가 수차례 들은 얘기다. 이쯤 되면 기자는 ‘됐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는다. 국회 상임위원회 답변 과정을 봐도 그리 어렵지 않은 질문에 툭하면 막혀서 보좌진에게 고개를 돌려 도움을 청하는 관료들 모습은 당연한 듯 여겨진다.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기술고시(13회) 출신 전문가로 수장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가 최근 민감한 이슈들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나 미세먼지 대책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윤 장관은 5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장삿속이 빚은 참사”라며 기업 탓하기에 바빴다. 또 환자들을 만나봤느냐는 질문을 받자 “왜 만나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면담을 요구한 세월호 유족을 외면한 ‘구중심처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1185호2016.07.12 10:47

  • [주간 여적]코리아둘레길 추진, 순탄할 수 있을까
    코리아둘레길 추진, 순탄할 수 있을까

    “문제는 트레일이 면밀한 검토 없이 지도에 줄긋기 식으로 조성되는 데 있다. 부처마다 트레일을 독자적으로 조성하다 보니 예산낭비에 중복구간도 속출하고 있다. 먼저 깃발을 꽂고 보자는 식으로 경쟁하다 보니 안내판이 없거나 부실한 경우도 허다하다.” 3년 전, 박강섭 국민일보 기자의 칼럼에 나오는 내용이다. 9개의 이름을 가진 트레일. 칼럼의 제목이다.칼럼에서 예를 든 ‘9개의 이름을 가진 트레일’은 강원도 고성의 송지호에서 화진포에 이르는 구간이다. 고성군의 ‘관동팔경 800리 길’, 국토해양부의 ‘관동팔경 녹색경관길’, ‘해안누리길’, 행정안전부 ‘평화누리길’, 문화체육관광부의 ‘해파랑길’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여기에 다시 강원도는 ‘낭만가도’와 ‘산소길’의 이름을 붙였고, 고성군은 ‘고성갈래구경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호에 ‘코리아 둘레길, 박근혜 정부판 4대강 사업?’ 기사를 쓰면서 확인해보니 그 후에 여기에 ‘영웅길’, ‘송지호둘레길’, ‘화진포둘레길’이라는 이...

    1184호2016.07.05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