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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 여적]유리바닥
    유리바닥

    8마일(mile) 로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통과하는 약 12.8㎞ 구간 도로의 별명이다. 디트로이트의 부촌과 빈촌을 나누는 이 도로의 이름은 백인 빈곤층 가정에서 자란 힙합스타 에미넴의 자전적 일대기를 그린 영화의 제목으로도 차용됐다. 1995년 디트로이트, 영화 속 에미넴은 자동차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트레일러에서 산다. 래퍼가 되고 싶지만 녹음실을 빌리는 것조차 어렵고, 랩배틀에서는 흑인들에게 배척당한다. 급작스러운 임신, 이혼, 약물중독, 자살로 점철된 지역사회의 보편적 생애주기를 벗어나려 몸부림친다.2008년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패배 연설에서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지만 1800만개(총 득표)의 금을 냈다”고 말했다. 클린턴을 꺾은 버락 오바마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미국의 경제력은 에 실린 500대 대기업의 총 이익이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누군가가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웨이트리스가 아픈 자신의 아이를 돌보...

    1203호2016.11.22 18:19

  • [주간 여적]최순실 게이트, 괴담과 진실 사이
    최순실 게이트, 괴담과 진실 사이

    왜 ‘무당’일까. 최순실씨에 대해 세간에서 언급할 때 무당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주변에 물었다. 푸닥거리를 했다거나 그녀가 무속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최씨와 지금 논란이 되는 딸 정유라씨, 최씨 언니 순득씨, 순득씨의 딸 장시호씨 등은 강남의 한 유력 개신교 교회에 오랫동안 등록해 다닌 신자로 알려져 있다. 왜 ‘무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설득력 있는 답은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나 ‘영혼’을 사실상 지배한 사람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아마 박 대통령은 고 최태민 목사에 대해 한국의 라스푸틴이니 요승 신돈이니 하는 세간에 도는 이야기가 억울할 것이다. 최씨 일가의 전횡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 ‘근거 없는 괴담’, ‘선동’과 같은 꼬리표를 붙여 단속했을지도 모르겠다. ‘진짜일지도 모르겠다’며 유포되는 ‘세월호 인신공양설’도 마찬가지다. 사교에 빠진 최씨 일당이 박 대통령과 공모해 교주 최태민의 부활을 위해 ...

    1202호2016.11.15 17:21

  • [주간 여적]‘현대차 불신’ 누가 키웠나
    ‘현대차 불신’ 누가 키웠나

    현대·기아자동차를 향한 애국심의 끝은 어디까지 받아줘야 할까. 엔진에 말썽이 생겨도, 엔진룸에 비가 새도, 선루프가 날아가도, 에어백이 제때 터지지 않아도 소비자는 물론 자동차 전문가들조차 팔은 안으로 굽어 왔다. “다소 문제가 있는 건 알지만 해외에서 경쟁해 달러를 벌어와야 하지 않느냐. 조금만 더 참으면 정말 세계적 브랜드가 된다. 아직은 비판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때다….” 국민들이 보듬어준 덕에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권 판매업체로 발돋움해 왔다.이러던 중에 커다란 돌뿌리가 솟아올랐다. 김광호 협력업체품질강화1팀 부장이 ‘세타2 엔진이나 조향장치, 에어백 결함과 국내외 리콜 차별’을 주장하며 내부고발을 했다. 현대차는 2일 김 부장을 해고했다. 내부문서 절취, 유출과 회사 명예훼손 등으로 사규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최근 현대차는 6년 만에 완전변경한 그랜저를 내놓고, 제네시스 스포츠형 G80도 선보였다. 재도약을 노리는 현대차에 결함 논란은 ‘잔칫상에 재 뿌리는 ...

    1201호2016.11.08 19:19

  • 정치인의 공과 사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머리를 숙였다. 10월 25~27일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17%로 추락했다. 최순실씨 관련 각종 의혹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비선실세’로 지목돼 논란을 일으킨 인물들은 있었지만 대개 대통령의 가족이거나 오랜 동지면서 국회의원 등 공적 직위에도 있는 인물들이었다. 공적 직함이나 경험이 없는 비선들의 전횡이라 더 충격적이다.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지도자들은 곧 우리다. 국민들의 집합적 소망을 잘 이끌어낸 사람이 선거에서 승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민성공시대’가 단적인 사례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100% 대한민국’이었다. ‘성공’...

    1200호2016.11.01 18:27

  • [주간 여적]이재용의 답안지는
    이재용의 답안지는

    ‘밤에 잘 때 엄마가 갤럭시 노트7을 방에 들여놓지도 못하게 한다. 아예 베란다에 내놓으란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에 대한 글은 이렇다. 미국 등지를 비롯한 세계 공항은 또 어떤가. 탑승 시 휴대 금지 품목으로 압수까지 당한다.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굴욕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예전 도요타 자동차 급발진 사태나 최근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처럼 부풀리기로 삼성 때리기에 나섰다고 의심한다. 갤럭시 노트7 건도 그럴 수 있다. 다만 삼성이 이런 의혹을 위안으로 삼는다면 도움될 게 없다.이번 갤럭시 노트7 화재·폭발사건의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제1198호에서 지적했듯 더 본질적 근원을 찾는 게 삼성의 숙제다. 앞서 지난해 11월 제1152호는 ‘어게인 2009?’라는 제호로 다시 시험대에 선 한국 스마트폰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미국 애플과 중국 화웨이 사이 샌드위치 상황이다. 다행히 이후 삼성은 갤럭시S7으로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리며 분위...

    1199호2016.10.26 10:07

  • [주간 여적]은행 문턱
    은행 문턱

    높은 금리를 내고 돈을 빌려야 하는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가운데는 여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을 함께 운영하는 것은 물론, 대부업체 중에서도 여러 다른 이름의 법인을 세워 각각 별도의 업체처럼 경영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출을 이용한 채무자가 빚을 돌려막기할 때 같은 계열 업체로 유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이렇게 다양한 이름을 내걸고 있는 대부업체 가운데는 특히 여성을 겨냥한 업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케이블TV에서 여성을 위한 대출을 표방하는 여러 업체들의 광고가 넘쳐난 지도 오래됐다. 광고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여성고객의 고금리 대출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프로파이낸셜대부, 산와대부, 리드코프 등 상위 10개 일본계 대부업체의 올해 상반기 여성 대출잔액은 3조642억원(82만9034건)으로, 지난해 총액인 ...

    1198호2016.10.18 15:27

  • [주간 여적]경찰의 전쟁
    경찰의 전쟁

    제복을 입는다. 합법적인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다. 흔히 경찰과 군인의 공통점으로 거론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차이는 무엇일까. 일본 SF 애니메이션 암즈(arms)는 “군인은 항복해도 되지만 경찰은 항복해선 안 된다”고 설명한다. 군인은 외부의 적과 싸운다. 정규군 간 교전은 전략의 산물이자 정치적 판단의 결과다. 투항할 수 있고 투항할 경우 1954년 제네바 협정으로 마련된 국제사회의 규범에 따라 대우받는다. 반면 경찰은 공동체 내부의 범죄자들과 싸운다. 투항은 곧 범죄에 대한 굴복이다. 애니매이션은 경찰관 업무의 위대함과 고독함을 표현하기 위해 이 표현을 사용했다.하지만 이 구절은 경찰이 시민사회와 직접 대치했을 때 위험한 이유 역시 알려준다. 경찰의 전쟁은 항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대치로 이어진다. 경찰과 싸우는 사람은 경찰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범죄’로 규정받는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 도중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31...

    1197호2016.10.11 17:05

  • [주간 여적]법원은 ‘최후의 보루’인가
    법원은 ‘최후의 보루’인가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13일 기자 휴대폰에 문자가 하나 날아들었다. 차준호 TSST코리아 노조위원장이 보낸 것이었다. 금요일인 9일 대법원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차 위원장을 비롯한 50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등’을 요구한 상고심이었다. ‘주장 자체에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TSST코리아 직원들 주장은 얼토당토않다는 뜻이다. 직원들이 생떼를 부리고 거짓말을 늘어놓은 셈이다. 과연 그럴까. 2심까지 제대로 증거를 확인하고, 증언까지 들었는지 십분 이해되지 않는다. 1195호는 삼성전자 OMS사업부 설명회 때 쓰였다는 2003년, 2004년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도시바와의 합작관계가 끝나면 친정인 삼성전자로의 복귀가 원칙’이라는 질의응답 내용이다.“여기에 정의가 어디 있습니까. 오늘날 대한민국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전화기, 다른 한 손에는 돈다발을 들고 있을 뿐입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9월 4일 국회...

    1196호2016.10.04 18:17

  • [주간 여적]GMO 안전성 논란
    GMO 안전성 논란

    추석연휴 후 MBC가 제작 방영한 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았다. 지방의 섭취가 혈중 콜레스테롤치 상승으로 직결된다는 종전의 ‘상식’은 잘못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생각해보면 과학적으로도 자명한 사실이다. 지방을 섭취하면 곧바로 체내에 흡수되어 지방으로 쌓이는 것일까.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들은 위에서 각각의 성분으로 분해되어 신체의 주요한 기관으로 흡수된다. 남은 ‘여분’의 에너지가 피하지방 등으로 저장되는 것이다.이른바 ‘GMO 식용유 논란’을 보자.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용유는 원료가 대두(콩)든, 카놀라(유채씨)든, 옥수수든 압착과정에서 걸러진 유지(지방성분)다. 단백질은 제거되어 있다. 원재료가 유전자 조작이든 재래든 결과물은 같다. GMO는 기본적으로 단백질이고 DNA의 문제다. 업계에서는 이런 점을 들어서 GMO물질이 완전히 제거된 경우에는 의무표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업계나 학계의 논리는 잘못된...

    1195호2016.09.27 16:58

  • [주간 여적]‘분양권 로또’ 광풍
    ‘분양권 로또’ 광풍

    수도권 한 신도시의 전용면적 84㎡(분양면적 34평형) 아파트 거래가가 최근 6억3000만원에 신고됐다. 호가는 6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거품 논란도 일었다. 최근 부동산시장을 보고 있자면 앞날이 걱정스럽다. 위 아파트도 주변 개발호재 등에 힘입은 측면이 분명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유동성 장세’ 영향도 상당하다. 저금리, 불경기에 갈 곳 잃은 돈들이 몰려들어 값을 밀어올린다. 이때다 싶어 분양권을 노리며 들어간 투기꾼이 한몫 챙기려 들면서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그 부담은 뒤따라 매수에 나섰다가 ‘상투’ 잡는 수요자나 집 없는 서민이 지게 된다. 매매는 물론 전·월셋값이 따라 오를 것이다. 제1189호에 소개한 김모씨는 분양권을 사며 웃돈(프리미엄)으로 4400만원을 얹어줘야 했다. 웃돈이 1개월여 만에 6000만원까지 올랐다. 김씨는 앉아서 1600만원을 벌었을까. 내다팔지 않으면 어차피 눌러앉아 살 집일 뿐이다. 실제 단물은 앉아서 분양권을 넘긴 원주...

    1194호2016.09.13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