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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 여적]불안한 독립
    불안한 독립

    서울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밀집해 있는 곳은 관악구 신림동과 봉천동 일대다. 서울대학생과 신림동 고시촌에서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이곳 1인 가구 중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과거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촌으로 유명했던 신림동에는 사법시험이 폐지 수순을 밟아오면서 공무원과 경찰,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라진 ‘사시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해 연말부터 촛불이 타오른 광화문광장 한편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든 그들을 찾을 수 있다.사법시험이든 공무원시험이든 시험을 준비하는 1인 가구 청년들에게는 아직 완전한 독립이 오지 않았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는 있지만 독립생활이라 할 만큼 안정적이지 못하다. 공부할 시간을 쪼개고 쪼개 생활비를 벌러 알바를 하러 가도 수입은 최저임금에 고정돼 있다. 혼자만의 공간으로 주어진 영역은 다리를 뻗고 누울 자리뿐, 화장실도 부엌도 모두 공동으로 써야 하는 고시원이 독립의 첫발...

    1213호2017.02.07 14:54

  • [주간 여적]반기문, 오뎅인가 국밥인가
    반기문, 오뎅인가 국밥인가

    최근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 화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다. 30대 초반 남성들의 채팅방에서 반 전 총장은 희화화의 대상이다. 누군가 반 전 총장이 공항철도 발권기에 지폐 2장을 낑낑대며 넣는 사진을 올리자 다른 친구는 반 전 총장이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사진을 올렸다. “근사한 국제신사일 줄 알았는데, 전형적인 한국 할아버지네.”, “재산이 못해도 20억원은 넘는다는데, 돈이 없어서 입당한다니.” 채팅방의 메시지는 계속 올라갔다.주변만의 의견일까 싶어 네티즌 반응을 살펴봤다. 국정농단 청문회 국면에서 집단지성의 상징처럼 떠오른 디씨인사이드 주식 갤러리(주갤)에 들어가봤다. 주갤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개념글 목록을 살펴봤다. 개념글의 대부분은 반 전 총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제목과 댓글에 ‘ㅋㅋ’라고 적는 등 반 전 총장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나마 반 전 총장에게 우호적으로 보이는 ‘반기문 입국 후 업적 29가지’라는 글을 읽어 봤다...

    1212호2017.01.24 19:22

  • [주간 여적]보수의 정치적 올바름
    보수의 정치적 올바름

    지난해 12월 27일 새누리당 탈당파 30명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하면서 보수정당 단일대오가 무너졌다. 새누리당 탈당파는 당명을 ‘바른정당’으로 정했다. 바른정당은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며 국회의원 소환제, 알바 보호법 등 개혁적인 법안을 선보였다. 하지만 바른정당이라는 이름은 낡았다. 오랫동안 보수세력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바른’이라는 표현으로 포장해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보수세력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심기 위해 ‘올바른 교육’에 집착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고 불렀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역사를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교육감 중에도 올바른 사람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세력은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해 ‘올바른 교육감 추대 전국회의’를 열었다. 보수 교육감 단일화나 국정 교과서 찬성운동에 나선 단체들 중에는 올바른교육시민연대, 바른교육교...

    1211호2017.01.17 15:44

  • [주간 여적]정유라의 두 얼굴
    정유라의 두 얼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 개인 페이스북에도 간략히 소회를 남기기는 했지만 정유라씨에 대해 취재를 한 건 한참 전이다. 개인 취재기록을 뒤져보니 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 정유연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2011년 10월 13일이다.처음 취재할 당시 정유라씨는 선화예중 3학년이었다. 지난해 말, 게이트가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정씨의 ‘학창시절’에 대한 온갖 자료가 발굴되었다. 초등학교 때 EBS ‘보니하니’에 출연한 영상이나 교지에 적은 글 등도 뒤늦게 발견되었다. “돌아누우라고 했더니 뺨을 때리더라”는 단골목욕탕 세신사의 ‘8살 정유라’에 대한 증언도 나왔지만 그건 이미 ‘국민악녀’로 모녀가 등극한 뒤의 규탄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청담고에 진학한 뒤, 당시 한 승마클럽 소속으로 승마를 하던 정유라씨 행적을 추적하는 프로젝트가 공통 관심을 갖던 기자들 사이에서 진지하게 논의한 적 있다. 비선실세 의혹은 끊이지 않는데, 정윤회·최순실씨는 여전히 소문만 무성...

    1210호2017.01.10 15:39

  • [주간 여적]경제위기
    경제위기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돌아온다. 경제학자들이 분석하는 경기순환의 주기는 짧게는 3~4년, 길게는 40~60년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이론을 귀담아 듣지 않더라도 경제생활을 꾸려나가는 일반 시민들 역시 체감적으로 경기가 돌고 돈다는 사실은 몸소 느끼고 있다. 문제는 침체기는 길어지고, 회복기는 영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듯한 체감이 계속 이어지는 데 있다. 한국 경제는 1997년의 외환위기에 이어 그 10년 뒤인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이제 다시 그 10년 뒤인 2017년 새해를 맞으며 또 다른 위기가 닥쳐오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것도 회복이 더디게 느껴지는 이 체감경기 때문이다.엄밀하게 표현하면, ‘경기침체’와 ‘경제위기’는 다르다. 다만 만성적인 침체로 경제위기와 구분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문제다. 경제는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기 때문에, 경기침체의 도래는 충분히 예상하고 일상적으로 감내할 수 ...

    1209호2017.01.03 16:48

  • [주간 여적]박근혜 편지와 통일부 해명
    박근혜 편지와 통일부 해명

    “저희가 어떻게….” 12월 21일 기자와 통화한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말이다. 편지의 당사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날 아침, 통일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그런 편지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편지’란 이 1207호에 보도했던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를 말한다. 정 대변인이 차마 하지 못한 것은 아마 “감히 대통령께 물어볼 수 있겠느냐”는 말일 것이다.이 인터넷판에 공개한 편지 전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언론이 발로 처음 공개된 박근혜 편지를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박사모에는 누군가 편지의 저자를 문재인으로 바꿔 올렸다. 편지를 본 박사모 회원들은 “단두대로 처형시켜야 한다”는 등의 극렬한 반응을 보였다가 편지를 보낸 이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12월 19일까지에만 해도 통일부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1208호2016.12.27 15:17

  • [주간 여적]차가운 분노
    차가운 분노

    언론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대규모 집회가 있을 때마다 발랄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모아 ‘달라진 집회 문화’라는 이름으로 보도한다. 이 중에는 미디어를 위한 그림으로 끝나는 시도도 있고, 수면 아래 있던 문제를 드러내고 싸움의 지형을 바꾸는 시도도 있다.민주노총은 지난해 말 ‘병신년’을 풍자의 언어로 사용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탄핵 정국에서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에 법원 가처분 신청을 통해 청와대 근처로 한 발짝씩 다가가면서 시민의 권리를 확고하게 굳혀갔다. 전농의 트랙터 상경은 해남·진주부터 서울까지 여러 시·군을 거치며 릴레이로 트랙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경한 트랙터는 1000대이지만 전국의 농민들이 함께 참여했다. 여성들은 광장에서 오래전부터 여성운동이 해 왔던 요구를 관철시켰다. 폭력시위, 법률가 만능주의,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지나친 집착, ‘낡은 방식’으로 비판받아 왔던 것들이 ‘2016년 광장’의 맥락에서 새로움을 만들어냈다. 비판에...

    1207호2016.12.19 18:05

  • [주간 여적]철면피
    철면피

    중국 송나라 때 인물인 왕광원은 하급 관리직 시험격인 진사에 합격할 정도로 학식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늘 권력욕이 많은 게 탈이었다. 왕광원이 권력을 얻기 위해 택한 방법은 ‘실세’들에게 잘 보이는 일이었다.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실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아첨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하루는 술에 취한 한 고위직 관리가 “내가 때리면 어쩌겠는가”라고 묻자 왕광원은 “그대로 맞겠다”고 답한다. 매질을 당한 뒤 오히려 “실세에게 잘 보여 나쁠 게 없다”고 말하는 그에게 친구들은 ‘쇠로 된 얼굴 가죽을 가졌다’는 의미로 ‘철면피(鐵面皮)’라는 별명을 붙여줬다.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장에 등장한 재벌 총수들의 입에 온 국민들의 이목이 쏠렸다.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귀하신 분’들인 데다, 민간경제를 이끄는 주역들이라는 점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기대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하지만 총수들의 처지가 왕광원과 다를 바 없다는 건 금...

    1206호2016.12.13 16:48

  • [주간 여적]민낯
    민낯

    유럽의 저택에는 일하는 하인들만 드나드는 통로가 있다.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되는 연극을 진행하기 위해 뒤편에서 소품을 준비하고 분장을 다듬는 공간과도 같은 곳이다. 겉으로 보이는 절차와 행동 이면에서 그것을 준비하며 대사를 맞추고 서로를 평가하는 이러한 양면의 구조에 주목한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일상생활의 사회적 관계를 연극에 빗대 분석했다. 누구나 특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간에서 그에 걸맞은 가면을 쓰고 극중 인물처럼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됐으나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주요 증인이 출석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출석한 기관장들도 국민이 알고자 하는 의혹의 진실을 증언하는 대신 피상적인 답변을 늘어놓는 데 그쳤다. 기관보고 자리인 만큼 기관의 수장이나 중책을 맡고 있다는 가면을 쓰고 연기에 충실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공연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예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은 김수남 검찰총장을...

    1205호2016.12.06 18:52

  • [주간 여적]박근혜는 선덕여왕이다
    박근혜는 선덕여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라 선덕여왕과 자주 비교된다. 2009년 MBC 드라마 은 ‘박근혜=선덕여왕’ 공식을 굳혔다. 드라마 시청률이 40%를 돌파하자 MBC가 여당(한나라당) 대권주자를 띄워주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올 정도였다. ‘박근혜=선덕여왕’ 공식을 지지했던 인사들은 선덕여왕의 장점을 부각한다. 선덕여왕은 한국사 최초의 여성 지도자였으며, 정사(正史)인 삼국사기에 따르면 박 대통령처럼 남편도 없었다. 선덕여왕이 한때 덕만공주였던 것처럼 박 대통령도 ‘공주’였다. 선덕여왕이 백제군의 침입을 미리 알고 물리친 일이나, 치세 초기 고아와 독거노인을 돌봤다는 기록도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인용하는 단골 소재다.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 4년 가까이 흘렀다. 되돌아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치세는 선덕여왕의 치세와 정말 닮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선덕여왕은 내치와 외치에 모두 무능했다. 그의 재위기간은 전쟁과 혼란으로 점철됐다. 삼국사기를 보면 선덕여왕 재위 초반부터 지진이 일어나...

    1204호2016.11.29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