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광복 70년 역사르포
  • 전체 기사 39
  • [광복 70년 역사르포](39) 세월호 침몰 진도 팽목항… 졸속·망각에 불신 더한 ‘대한민국의 민낯’
    (39) 세월호 침몰 진도 팽목항… 졸속·망각에 불신 더한 ‘대한민국의 민낯’

    분향소에는 촛불만 껌벅거리고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나이 지긋한 여성이 조용히 신발을 벗고 들어와 무릎을 꿇고 십자가 성호를 그었다. 일어서는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맺히다 못해 주르륵 흘렀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벌써 없었던 일처럼 된 것이 가슴 아프다, 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빨리 잊는 것 같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나이가 예순 여덟이고 손주가 고등학생이라는 그는 전남 나주에서 등산 왔다가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는 방명록에 ‘벌써 잊혀지고 있다니 서럽습니다’라고 적고 조용히 분향소를 나갔다.이곳은 진도 팽목항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다. 팽목항 한쪽 주차장에 컨테이너로 만든 분향소에는 희생된 학생들의 영정과 꽃, 그들에게 보내는 각종 편지가 쌓여 있다. 분향소 주변에 세워진 시민·사회단체 컨테이너는 대부분 문이 잠겨 있고, 노란 추모리본은 비바람에 낡았다. 12월 중순임에도 비교적 따뜻한 날씨 덕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이어졌다. 관광버스도 2대나 있다. 인근 등산을 ...

    1157호2015.12.21 18:26

  • [광복 70년 역사르포](38)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 케케묵은 칼로 ‘민주주의 목’을 베다
    (38)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 케케묵은 칼로 ‘민주주의 목’을 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매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디딤돌 판결’(최고의 판결)과 ‘걸림돌 판결’(최악의 판결)을 선정한다. 민변이 2015년 올해의 걸림돌 판결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선정했다. 민변은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정치적 자유와 다원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공개한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헌재가 최악의 판결로 혹평 받은 것은 1988년 9월 1일 헌재 창립 이래 처음일 것이다. 1987년 6·10 시민항쟁의 결과물인 제6공화국 헌법으로 탄생한 헌재는 ‘유신헌법 긴급조치 위헌’ ‘법률안 날치기 통과 위헌’ ‘동성동본 혼인금지 위헌’ 등 기본권 보장과 민주주의 신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헌재는 최근 소장의 특정업무경비 횡령 등으로 물의를 빚더니 급기야 최악의 판결 당사자로 지목됐다.위기의 국정원 살린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헌재가 언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사건이다. ...

    1156호2015.12.15 10:48

  • [광복 70년 역사르포](37)역삼동 오피스텔 607호…국정원 대선 개입 ‘역사 퇴행의 현장’
    (37)역삼동 오피스텔 607호…국정원 대선 개입 ‘역사 퇴행의 현장’

    12월의 서울 강남대로는 번득이는 전광판 조명과 가로등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으로 흥청거린다. 하지만 이면도로를 끼고 바로 한 블록만 들어간 곳에 위치한 성우 스타우드 오피스텔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아마 오피스텔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어 호텔이나 유흥주점 같은 것이 허가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조용하게 일을 하기에는 적격이었다. 더구나 이곳은 강남대로 양재역을 지나 국가정보원이 있는 내곡동까지 얼마 되지 않는다.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 급습한 야당18대 대통령선거 투표일 8일 전인 2012년 12월 11일 저녁 7시5분, 야당인 민주통합당(민주당) 김현 의원과 당 관계자,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서초경찰서 경찰관들이 이 오피스텔 607호를 급습했다. 그러나 집안에 있던 20대 여성은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저항했다. 경찰과 선관위 직원, 민주당 소속 변호사가 ‘국정원 직원이냐’는 질문에 이 20대 여성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20대 여성과 그의 가족은 오히려...

    1155호2015.12.07 17:51

  • [광복 70년 역사르포](36) 천안함 침몰… 무능 정권이 만든 안보교재·안보프레임
    (36) 천안함 침몰… 무능 정권이 만든 안보교재·안보프레임

    초계함이란 배수량 1000톤 내외의 군함으로 정(500톤급)보다 크고, 구축함(3500톤 이상)보다 작다. 초계함은 연안에서 경비 임무를 맡지만 기관포와 함포, 대함 미사일까지 탑재해 공격 능력도 뛰어난 전함이다. 음파탐지기가 있어 대잠수함 능력도 갖추고 있다. 1998년부터 3000톤이 넘는 한국형 구축함이 배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초계함은 우리나라 해군의 주력 전함이다.그런데 해군 초계함 PCC-772함은 서해 작전해역을 떠나 육지에 올라와 있다. 바로 천안함이다. 천안함은 평택 2함대 사령부 ‘서해수호관’에 참혹한 모습으로 전시돼 있다. 배 가운데가 절단돼 두 동강이 났고, 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마스터와 가스터빈실은 따로 널브러져 있다. 배의 척추에 해당하는 굵은 강철 용골은 끊어졌거나 엿가락처럼 휘어 있고, 철판은 종잇장처럼 찢어져 있다. 절단된 배의 단면에는 전선 케이블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마 찾지 못한 해군 장병의 피와 살은 비틀어져 있는 이 철골과 튕겨...

    1154호2015.12.01 15:07

  • [광복 70년 역사르포](35)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부정과 불의의 구체제에 스스로 몸을 내던지다
    (35)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부정과 불의의 구체제에 스스로 몸을 내던지다

    11월 17일 오후, 늦가을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은 많았다. 관광버스도 몇 대 들어왔다. 사람들은 뒷짐을 지고 말 없이 묘역을 이리저리 걸었다. 196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라는 책이 생각났다. 사건으로 구속된 양수정 편집국장은 서대문형무소 사형집행장으로 가는 조용수 사장을 비롯한 사형수의 마지막 모습을 관찰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인간의 참담한 심경, 뭐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순간에 인간은 하늘과 땅을 번갈아 쳐다보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그런 모습이었다. 간혹 ‘쯧~쯧~쯧’ 하고 혀를 차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멍하니 하늘 혹은 뒷산 바위를 쳐다보다 천천히 땅에 박힌 박돌에 쓰인 글을 읽었다. 땅에 박힌 박돌에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을 알게 돼 행복했습니다’ 혹은 그냥 ‘고맙습니다’ 등 이런저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대통령 퇴임 후 불과 1년 3개월 만에야트막한 뒷산 봉화산 언저리 바위까지 오르는 데 채...

    1153호2015.11.24 10:51

  • [광복 70년 역사르포](34) 4대강 강천보… 과학을 정치로 오염시킨 애물덩어리 건조물
    (34) 4대강 강천보… 과학을 정치로 오염시킨 애물덩어리 건조물

    강원 태백시 대덕산 검룡소에서 시작한 남한강은 강원 정선에서 송천과 합류하고, 영월에서 평창강, 충북 단양에서 도담삼봉을 이루다 충주에서 달천을 만나 강폭을 키운다. 남한강물은 횡성·충주·괴산댐을 지나지만 북한강에 비해 평지가 많아 비교적 ‘편안한’ 여행을 했다.남한강은 경기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을 이루며 드디어 수도 서울 한복판을 유유히 관통한다. 한강은 막바지에 동북쪽에서 내려오는 임진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가면서 소멸된다. 그동안 강 주변 마을과 서울시민에게 먹을 물을 주고, 농작물을 자라게 하고, 또 물자를 수송하던 강의 역할이 비로소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편안’했던 남한강물 여정의 막바지에 의외의 장벽이 생겨났다. 여주에만 강천보·여주보·이포보 등 ‘정체 모를’ 보가 3개나 연달아 생긴 것이다.11월 중순. 조용하던 여주 신륵사 옆 남한강가에 세워진 강천보에서는 발전기 소리가 요란하다. 수력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워낙 가물었지...

    1152호2015.11.16 15:09

  • [광복 70년 역사르포](33)청계·광화문 광장… 촛불이 모여 거센 횃불이 되다
    (33)청계·광화문 광장… 촛불이 모여 거센 횃불이 되다

    복잡한 도심 속에 넓게 개방된 장소가 광장이다. 고대부터 광장은 종교·정치·사법의 중심지이자 시민의식의 발원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광장은 개방·소통의 장소이며, 집단 의사표시의 장소로 활용됐다. 5·16 쿠데타 군인들이 시청 앞에서 ‘시위’한 것이나, 6·10 항쟁 때 시청 앞에서 노제를 벌인 것, 2002 한·일 월드컵 시청 앞 응원 등이 그 사례들이다.권위주의 시절 위정자들은 광장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시청 앞에 일부러 차도와 분수대를 만들어 광장의 기능을 축소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탈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서울 도심에 크고 작은 광장이 들어섰다. 서울광장은 2004년 5월 기존 시청 앞 분수를 없애고 차선을 폐지해 만들었다. 면적은 1만3200㎡나 된다. 청계광장은 2005년 3월 청계천을 인공으로 복원하면서 만든 폭 22m, 길이 77m 정도의 조그만 광장이다. 광화문 광장은 2009년 8월 광화문에서 세종대로 4거리까지 왕복 16차선을 10차선으로 줄이고...

    1149호2015.10.28 10:16

  • (32)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노동투쟁의 모든 것 ‘쌍차사태’ 해고자 28명이나 세상 떠나다

    지난 10월 12일,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와 거세게 부는 바람 속에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의 허름한 천막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찬바람을 막기 위해 천막 주변을 비닐로 둘러치고, 비닐에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군데군데 모래주머니를 놓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이곳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42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 이틀 후인 14일 단식을 중단했다) 의료진으로부터 간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그는 이날 탈진해 노조 사무실에 누워 있었다. 그는 기자의 사진촬영 요구에 힘든 몸을 이끌고 공장 정문 앞으로 나왔다. 그는 “단식 40일이 넘으면서 너무 지쳤다”며 “최근 정부가 노동개혁이라고 내놓은 것을 보면 기대할 것이 없다”고 허탈해 했다.장장 44일간 지속된 지부장의 단식투쟁단식농성장 주변에는 ‘7년의 해고, 7개월의 교섭, 인내할 만큼 인내했습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무기한 단식...

    1148호2015.10.20 10:44

  • [광복 70년 역사르포](31)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상 초유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 성난 민심의 역풍을 부르다
    (31)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상 초유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 성난 민심의 역풍을 부르다

    여의도가 ‘대한민국 정치 1번지’가 된 것은 1975년 9월 22일 제94회 정기국회가 열리면서부터다. 그전까지 국회의사당은 광화문 뒤에 있던 중앙청(현재는 헐렸음)과 태평로 구 부민관(현 서울시의회)을 전전했다. 전쟁통에는 대구·부산의 극장과 심지어 체육관을 국회로 쓰기도 했지만, 대체로 태평로 국회의사당 시절이 가장 길었다.정부 수립과 한국전쟁, 그리고 장기집권, 군사 쿠데타, 3선 개헌 등 파란의 현대사와 함께한 25년의 태평로 의사당 시절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벌어졌다. 국회 의정기념관 1층에는 의정 진기록관이 있다. 여기에 보면 본회의 최다 발언 의원(3대 국회 박영종 의원), 발언 속도가 가장 빨랐던 의원(3·4·5대 김선태 의원), 최장 의사진행 발언(1964년 김대중 의원의 5시간19분) 등이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수치스런 의정기록인 최단시간 법안 통과(1958년 12월 신국가보안법 날치기), 최장 본회의장 농성(1967년 3선 개...

    1147호2015.10.12 17:53

  • [광복 70년 역사르포](30)고양 금정굴… 민간인 집단학살의 쓰라린 역사 진실을 밝히고 화해를 시도하다
    (30)고양 금정굴… 민간인 집단학살의 쓰라린 역사 진실을 밝히고 화해를 시도하다

    10월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황룡산 기슭에 있는 금정굴에서 조촐한 합동 위령제가 열렸다. 한국전쟁 통에 억울하게 죽은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였다. 이곳 금정굴은 한국전쟁 중 반공단체와 경찰에 의해 153명이 집단으로 학살된 곳이다. 그러나 정작 희생자의 유골은 고양시 벽제에 있는 한 추모공원에 임시로 안치돼 있다. 유골은 1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추모공원 이곳저곳 떠도는 유골들금정굴인권평화재단 이현옥 사무국장은 “고양시가 안치비용 1000만원을 1년 단위로 지원하다 보니 지난해에는 다른 추모공원, 올해는 이곳 추모공원 등 유골이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재단은 이곳 학살 현장을 추모공원으로 만들어 유골을 영구 안장하고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정부와 자치단체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이 고양 금정굴 학살 현장은 한국전쟁 전후 전국적으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의 한 가지 사례에 ...

    1146호2015.10.06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