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에는 촛불만 껌벅거리고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나이 지긋한 여성이 조용히 신발을 벗고 들어와 무릎을 꿇고 십자가 성호를 그었다. 일어서는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맺히다 못해 주르륵 흘렀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벌써 없었던 일처럼 된 것이 가슴 아프다, 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빨리 잊는 것 같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나이가 예순 여덟이고 손주가 고등학생이라는 그는 전남 나주에서 등산 왔다가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는 방명록에 ‘벌써 잊혀지고 있다니 서럽습니다’라고 적고 조용히 분향소를 나갔다.이곳은 진도 팽목항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다. 팽목항 한쪽 주차장에 컨테이너로 만든 분향소에는 희생된 학생들의 영정과 꽃, 그들에게 보내는 각종 편지가 쌓여 있다. 분향소 주변에 세워진 시민·사회단체 컨테이너는 대부분 문이 잠겨 있고, 노란 추모리본은 비바람에 낡았다. 12월 중순임에도 비교적 따뜻한 날씨 덕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이어졌다. 관광버스도 2대나 있다. 인근 등산을 ...
1157호2015.12.21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