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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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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등단 60년 신경림 “남은 삶도 시만 쓰고 싶어”
    등단 60년 신경림 “남은 삶도 시만 쓰고 싶어”

    시인과 만남은 세 번째였다. 열일곱 살 때 동국대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시인을 처음 만났다. 무궁화호 밤 열차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나는 백일장이 열리는 오전 내내 잠이 쏟아져서 원고지 위에 엎드려 잠을 잤던 것 같다. 키 작은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서 ‘일어나서 글을 써야지’ 하고 깨워 주었는데, 나중에 시상식장에서 보니 그분이 신경림 시인이었다. 다행히 상도 하나 받아서 상금 30만원을 덤으로 얹혀 왔는데, ‘먼 데서 온 사람이 상금을 받아서 참 좋다. 여비는 충분하겠구나’ 하시며 반달 같은 작은 눈으로 웃으시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난다. ‘열심히 글을 써서 5년 안에 시인이 될게요’ 했던 약속은 그 후로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두 번째 만남은 봉화 귀내마을 전우익 할아버지댁 사랑방에서였다. 외가 어른인 전우익 할아버지 집에 머물던 1999년 겨울, ‘내가 가장 아끼는 벗 신경림’이 오는 날이라고 들떠 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16년 만에...

    1131호2015.06.15 17:25

  •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을 다시 읽는 불행한 시대
    <인간시장>을 다시 읽는 불행한 시대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까? 자식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면서 못된 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식 앞에서 가장 선량한 체하겠지. 남을 중상하고 못살게 굴면서도 그런 해코지가 자신에게 돌아오리라곤 생각지도 않겠지. 강도의 자식이나 도둑의 자식이 부모의 죄를 모르리라 생각하겠지. 또는 힘 있음과 재물 많음을 빙자하여 제 욕심 차리는 자들도 제 자식이 모르리라고 여기겠지. 세상은 그리 단순하고 간단한 게 아니어서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지게 마련이었다.” -인간시장 10권 중에서.김홍신 작가의 을 읽었다. 1권만 우선 읽어봐야지 했던 게 10권을 후루룩 다 읽고 말았다. 스물두 살 장총찬은 세상에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는다. 전편에서 드러나는 주인공 장총찬의 하느님에 대한 도전은 신랄하다. ‘하느님, 내려와서 보시라. 이제 당신이 난지도 쓰레기 더미에 누워 반성할 차례다.’ 이런 식이다.“하느님, 하느님도 좀 이런 건 제발 알아두쇼. 백문이 불여일견이랬으니 ...

    1130호2015.06.08 16:03

  •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권력자의 뿌리 콤플렉스, 역사교육 망친다”
    “권력자의 뿌리 콤플렉스, 역사교육 망친다”

    ‘역사교과서’ 문제를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주진오 교수. 친일·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앞장서 비판했다는 이유로 작년에는 KBS 촬영 후에 출연자가 교체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당시 KBS PD들이 벌인 시위에서는 보수진영에 불편한 인물에 대한 ‘블랙리스트’라는 주장도 나왔고,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의 이력과 현재 활동영역을 보면, 역사교과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그에게 하등 이익될 것이 없다. 그는 왜 이 일에 앞장서게 되었을까.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에서 그를 만났다.한국근대사를 전공하셨고, 여러 역사교과서를 대표 집필해 오셨습니다. 사범대 출신도 아니고 교수가 아닌 학자에게 도움 되는 실적도 아닌데요. 왜 앞장서게 되셨습니까.“2000년에 한국근현대사 검정교과서를 대표 집필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완강히 거절했습니다. 아직 교과서를 쓸 만한 연륜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국정교과서...

    1129호2015.06.02 11:36

  •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황현산 “다르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황현산 “다르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현명한 어른’으로 나이 먹으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가. 첫 만남에서 가장 여쭈어보고 싶었던 질문에 대해 황현산 선생은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을 간단히 정리해 주셨다. “늘 책을 읽고 다른 사람 말을 듣는 연습을 하라. 결국은 삶의 태도가 민주적이어야 한다. 나이라는 권력으로 쇠한 것을 메우려고 하면 안 된다. 나이가 들수록 듣는 연습을 해야 하고, 토론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게 바로 노망든 것이다. 좀 다르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배우기를 그치지 말고 참신하게 생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다르게 사는 법을 배우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가장 중요한 게 책을 읽는 것입니다. 내가 금년에 칠십인데, 요즘은 책을 잡으면 그 책의 저자는 거의 나보다 젊은이들입니다. 고전작가라 하더라도 그가 나보다 젊었을 때 쓴 글이지요. 제가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번역했을 때, 육순 노인이 왜 20대 젊은 애의 글을 번역했느냐는 질문을 받...

    1128호2015.05.26 18:43

  •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우리에게 희망이란 무엇입니까
    우리에게 희망이란 무엇입니까

    임동확 시집 ‘매장시편’은 시인이 겪은 80년 5월에 대한 진혼곡이자 살아남은 자들을 위로하는 노래다. 몸으로 쓴 시. 몸의 기억을 토해 낸 시들은 중음신이 되어 광주를 떠돌고 있는 원혼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것이다. 내림굿을 받은 무당처럼 써야만 했다.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누구도 그 말만은 삼가 왔지만우리들 모두 숨겨진 가해자라는 것을살아 있음이 결코 축복이 아니라는 것을-임동확 중36년이 지났다. 일제 강점 기간과 겹치는 시간이다. 올해만 넘기면 적어도 변절이나 타협을 하지 않은 채 그럭저럭 살아온 셈이 된다. 한순간의 이익이나 명예 때문에 제 자리가 아닌 데를 기웃거리지 말자, 일생의 치욕을 만들지 말자는 마음으로 임동확은 36년을 살아왔다.1980년 5월, 전남대학교 국문과 2학년 임동확은 ‘사월의 동산을 적시던 은밀한 등꽃 향기’에 취해 있었다. 때로는 혁명가가, 때로는 시인이 되고 싶은 꿈 많은 청년이었다. 그 해 광주에도 봄은 왔고...

    1127호2015.05.19 13:34

  •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황현산·정산, 한국에서 유일한 ‘평론가 형제’
    황현산·정산, 한국에서 유일한 ‘평론가 형제’

    형 황현산은 후배 문인들의 존경과 일반인 독자들의 사랑을 그야말로 ‘듬뿍’ 받고 있는 지금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평론가다. 아우 황정산의 글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을 나열해서 지적 우월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의 말과 글은 주인을 닮아 친절하고 따뜻하다.평론가 황현산. 그의 산문집 는 현재 4만부가 나갔다. 요즘 평론가의 산문집 4만부는 아이돌 그룹의 앨범 400만장과 맞먹는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그는 2013년, 한 남성잡지에서 뽑은 ‘MEN OF THE YEAR’에 여진구, 엑소, 추신수, 조용필 등과 함께 선정되어 화보 촬영을 하기도 했다.2014년 가을, 한 신문에 이라는 동화가 연재되기 시작했다. 작가는 황현산이었다. 낯설기보다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연재는 중단되었고 그의 트위터에 일상의 변화가 느껴지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3월 9일-개인사정으로 잠시 트윗을 중단합니다. 두세...

    1126호2015.05.12 13:43

  •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아버지의 시가 삶의 깃발이 되었다
    아버지의 시가 삶의 깃발이 되었다

    동규, 동명, 남규, 문규, 신규 다섯 남매는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지혜로운 어머니 밑에서 문학가, 화가, 디자이너, 과학자로 성장했다. 시인 남편을 존경했던 아내는 목월 시인이 떠난 후 차근차근 시작 노트를 묶어서 300여권으로 정리해두었다.“아버지의 시가 내 삶의 깃발이 되었어요. 나에게 인간다운 삶의 이상을 그리게 하고, 가진 것은 없어도 향기를 뿌리는 힘을 주셨어요.”박목월 시인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목월 시인의 발자국을 따라 이틀간 그와 함께 걸었다. 76세. 백발 노교수의 얼굴에는 맑은 소년의 웃음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버지의 시를 삶의 깃발로 삼고 살아온 얼굴은 세월의 흔적마저 평안하고 소박했다.‘산이 날 에워싸고/씨나 뿌리며 살아라한다/밭이나 갈며 살아라한다//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아들 낳고 딸 낳고/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들찔레처럼 살아라한다/쑥대밭처럼 살아라한다//산이 날 에워싸고/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모습/그믐달처럼...

    1125호2015.05.05 14:04

  •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재즈 신동 진보라, 그녀의 어머니 이수경
    재즈 신동 진보라, 그녀의 어머니 이수경

    딸 진보라는 국악과 재즈, 제3세계 민속음악을 접목한 에스닉 재즈(Ethnic Jazz)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언어와 인종을 초월하여 소통할 수 있는 ‘보라표 음악’을 만들고 싶다. 엄마 이수경은 1984년 연극 의 주연으로 전국 연극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결혼 후 아이와 함께 노는 건 무대에서 맛보지 못한 재미와 보람이 있었다. 연기를 그만두었지만, 후회해 본 적은 없다.진보라. 16세의 소녀가 재즈 피아노 대회를 통해 세상에 나타났을 때, 나는 신선한 쾌감을 느꼈다. 온종일 피아노만 치고 싶어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두었다는 소녀는 피아노 위에서 마음껏 놀며 음악을 통해서 자신을 얼마나 표현해낼 수 있는지 실험하는 듯 보였다. 왕성한 활동을 하던 소녀는 미국 버클리 음대에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했고, 출국을 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하지만 얼마 뒤, 입학식에 가지 않고 한국으로 되돌아왔다는 소문이 들렸다. 아무튼 그녀의 행보는 일반적인 ‘상식’을 경쾌하게 배반했다....

    1123호2015.04.28 16:24

  •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불멸의 전우익, 끝나지 않은 대화
    불멸의 전우익, 끝나지 않은 대화

    사상을 벌하고 예비범죄자로 낙인하여 구금하는 굴곡진 시대를, 자연과 대화하며 노닐다 간 사람. 이처럼 역설적인 인생이 또 있을까요. ‘우익’ 선생은 평생 ‘좌익’ 사상으로 인해 몸은 자유롭지 못했으나 영혼만은 온전히 자유로웠던 사람입니다.경상북도 봉화군 상운면(상서로운 구름이 흐르는 마을)에는 490여년간 마을을 지켜온 옥천 전씨 집성촌 귀내(龜川)마을이 있습니다. 야옹(野翁) 전응방부터 후손 전우익에 이르는 곧은 반가의 법도가 남아 있는 마을입니다. 흘러간 시간만큼 쇠락한 기와집들이 마을의 역사를 지키고 있는 곳. 이 봄, 산수유 꽃향기에 이끌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외가 식구들과 함께 갑작스런 여행을 떠났습니다.전응방 그리고 전우익곧고 바른 반가의 법도를 배운 이들이 일제 앞에 순응할 리 없었겠지요. 마을 앞 냇가에 이르자, 외숙부가 마을의 역사와 돌거북 얘기를 꺼냅니다. 마을의 정신을 지키는 상징물 돌거북은 조선 정신의 맥을 끊어버려야 한다며 일본 순사들이 ...

    1121호2015.04.07 17:01

  •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조선 영화의 샛별’ 문예봉을 아십니까?
    ‘조선 영화의 샛별’ 문예봉을 아십니까?

    영화는 그릇된 욕망을 쫓는 자들의 파멸을 예고한다. 에서는 주인공인 애순 외에도 자신의 욕망만 추구하는 비도덕적인 인물, 재벌 행세를 하는 사기꾼과 웃돈을 준다는 요구에 속도위반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 택시기사가 등장한다. 근대화된 식민지 조선의 도덕적 타락과 물질 만능주의에 물든 이들의 파멸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는 선명하게 드러난다.무성영화 시대의 꽃이었던 ‘변사’. 배우보다 인기 있는 ‘톱스타’ 변사가 많았고, 변사가 소속 극장을 옮기면 팬들도 따라다녔으니, 극장주들이 인기 변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소리의 여백을 변사의 익살과 해학으로 옷 입혀서 변사의 입담에 따라 영화의 재미가 달라지는 무성영화.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무성영화는 1934년에 안종화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사랑에 울고 웃던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는 2008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해낸 뒤 2012년부터 현대적 감각으로 재상영되...

    1120호2015.03.30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