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만남은 세 번째였다. 열일곱 살 때 동국대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시인을 처음 만났다. 무궁화호 밤 열차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나는 백일장이 열리는 오전 내내 잠이 쏟아져서 원고지 위에 엎드려 잠을 잤던 것 같다. 키 작은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서 ‘일어나서 글을 써야지’ 하고 깨워 주었는데, 나중에 시상식장에서 보니 그분이 신경림 시인이었다. 다행히 상도 하나 받아서 상금 30만원을 덤으로 얹혀 왔는데, ‘먼 데서 온 사람이 상금을 받아서 참 좋다. 여비는 충분하겠구나’ 하시며 반달 같은 작은 눈으로 웃으시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난다. ‘열심히 글을 써서 5년 안에 시인이 될게요’ 했던 약속은 그 후로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두 번째 만남은 봉화 귀내마을 전우익 할아버지댁 사랑방에서였다. 외가 어른인 전우익 할아버지 집에 머물던 1999년 겨울, ‘내가 가장 아끼는 벗 신경림’이 오는 날이라고 들떠 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16년 만에...
1131호2015.06.15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