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어주세요. 어두운 동굴 문을 이제 그만 열어주세요. 에레나는 내 우울한 유년, 어두웠고 어려웠던 시절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온갖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움으로 인도하는 황금의 열쇠이기도 합니다.”1987년 인순이의 솔로 음반 음반 케이스 뒷면에 인순이가 쓴 글이다. 그 음반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는 에레나의 외로움을 절절하게 담아낸 명곡이다.“이봐요, 에레나. 무얼하나. 종일토록 멍하니 앉아 어떤 공상 그리할까. 시집가는 꿈을 꾸나, 돈 버는 꿈을 꾸나. 정말 에레나는 바보 같아. 오늘 하루 이런 난리. 딱정벌레야 너는 아니.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 하나뿐인 에레나의 친구, 외로움도 닮아가네. 외로움이 닮아가면 어느 사이 다가와서 슬픈 에레나를 바라보네. 울지 마요….”‘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를 아는 사람이라면 인순이가 부르는 ‘거위의 꿈’을 듣고 느끼는 감동은 배가된다. 삶의 경험이 깊이 발효된 목소리가 전하는 감동은 묵...
1178호2016.05.23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