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동여지도는 하청여지도였다. 발길 닿는 도시마다 하청의 설움과 비정규직의 한숨소리가 가득했다. 한국의 노동여지도는 죽음여지도였다. 손길 닿는 일터마다 죽은 원혼의 탄식이 메아리쳤다.2014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출근길 풍경을 시작으로 연재한 ‘노동여지도’가 1년 2개월 만에 끝났다. 삼성의 도시 수원에서 출발해 책의 도시 파주까지 28번의 여행을 마치자 이고 다니던 등짐을 내려놓는 느낌이었다.노동여지도는 힘든 여행이었다. 도시를 검색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찾아갈 현장을 정하고, 만날 약속을 잡는 일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여정 당일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도시의 골목과 노동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돌아오면 이틀은 꼬박 글을 쓰는 데 매달렸다. 격주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노동여지도 감옥에 갇혀 지낸 듯한 시간이었다.삼성·현대 등 재벌이 삼켜버린 대한민국현장에서 찾아낸 이야기,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사연이 많았는데 주어진 2쪽...
1125호2015.05.05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