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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규의 노동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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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점규의 노동여지도]10년 뒤 행복한 노동여지도를 꿈꾸며
    10년 뒤 행복한 노동여지도를 꿈꾸며

    대한민국 노동여지도는 하청여지도였다. 발길 닿는 도시마다 하청의 설움과 비정규직의 한숨소리가 가득했다. 한국의 노동여지도는 죽음여지도였다. 손길 닿는 일터마다 죽은 원혼의 탄식이 메아리쳤다.2014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출근길 풍경을 시작으로 연재한 ‘노동여지도’가 1년 2개월 만에 끝났다. 삼성의 도시 수원에서 출발해 책의 도시 파주까지 28번의 여행을 마치자 이고 다니던 등짐을 내려놓는 느낌이었다.노동여지도는 힘든 여행이었다. 도시를 검색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찾아갈 현장을 정하고, 만날 약속을 잡는 일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여정 당일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도시의 골목과 노동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돌아오면 이틀은 꼬박 글을 쓰는 데 매달렸다. 격주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노동여지도 감옥에 갇혀 지낸 듯한 시간이었다.삼성·현대 등 재벌이 삼켜버린 대한민국현장에서 찾아낸 이야기,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사연이 많았는데 주어진 2쪽...

    1125호2015.05.05 14:39

  • [박점규의 노동여지도]보리출판사 ‘6시간 노동’ 3년의 실험
    보리출판사 ‘6시간 노동’ 3년의 실험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던 김성재씨(48)는 6시간 노동으로 자녀 학교 부모모임에도 나가고 자전거도 배우고 이웃과도 친해졌다. 6시간 노동제 3년, 다른 회사 비교했을 때 경영상태도 나쁘지 않고 직원들 만족도가 높다.한강을 따라 자유로를 달린다. 개성과 평양을 향해 난 도로, 접경지역 파주로 향한다. 디스플레이단지, 출판단지 표지판이 잇따라 보인다. 2006년 만들어진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8년 만에 직원이 1만7397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파주의 인구, 신생아, 보육시설, 지방세가 모두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 비정규직 비율은 7.66%로 삼성전자(23.07%), 삼성디스플레이(18.28%)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군사도시 파주는 이제 살 만한 도시가 되는 걸까?지난 1월 12일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질소누출 사고로 3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사고 열흘 전 불시 비상훈련을 실시해 15분 만에 사고수습을 완료했고, 매년 1000억...

    1123호2015.04.20 18:23

  • [박점규의 노동여지도]관광 제주 노동자들 미소 속의 뒤안길
    관광 제주 노동자들 미소 속의 뒤안길

    2009년부터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지금은 호텔업계 최대 호황기다. 호텔마다 빈 객실이 없다. 신축 공사로 객실이 해마다 1만개씩 늘어날 정도다. 떠나간 관광객이 돌아와도 도급으로 떠난 직원을 돌아오게 하지 않는 호텔, 관광 한국이다.제주공항에 착륙한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자그마한 창밖으로 공항의 풍경을 본다. 비행기 한 대가 이륙하고, 수신호에 따라 대기하던 비행기가 공항 건물 가까이 주차한다. 카고 차량 주위로 형광 띠를 두른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보인다. 활주로 가운데 멈춰선 비행기에서 사람들이 내린다. 기다리던 버스가 태워 공항 건물로 향한다. 공항 활주로가 혼잡스럽다.중국 관광객 급증으로 제주공항 하루 평균 이용객이 7만명 안팎이다. 시설규모가 5배가 넘는 인천공항 이용객의 75%에 이른다. 국내 공항 중에서 제일 붐빈다. 한참 만에 비행기 문이 열린다. 승객들을 무사히 수송한 조종사와 승무원의 임무는 끝났지만 보이지 않는 노동은 계속된다. ...

    1121호2015.04.07 17:28

  • [박점규의 노동여지도]협동조합 1번지 원주, 노동자도 행복할까?
    협동조합 1번지 원주, 노동자도 행복할까?

    원주의 협동조합이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확산시키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비롯한 사회운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믿는다. 지방정부도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 사업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협동조합과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가 충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여름휴가를 하루 앞둔 2012년 7월 27일. 부산의 한 대학생은 일당 10만원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다. 경비업체 컨텍터스는 “노조를 막으러 간다”고 설명했다. 순간 고민스러웠다. 일단 차비가 아까웠다. 열흘만 일하면 100만원을 벌어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서울 사는 몇 명을 빼고 1500명이 버스에 올랐다. 관광버스는 인천 문학경기장을 거쳐 원주 문막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사 만도에 내렸다. 검은 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공장 문에 배치됐다.이날 새벽까지 공장에 남아 있던 안원수씨(36)는 용역을 실은 버스의 방향이 만도가 아니라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1119호2015.03.24 11:49

  • [박점규의 노동여지도]‘아픈 청춘’의 희망 만드는 청년유니온
    ‘아픈 청춘’의 희망 만드는 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은 비합리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기업’ 운동을 시작했다. 고용불안정, 장시간 노동, 직장 내 괴롭힘, 정규직 희망고문 등의 항목을 정했다. 오는 7월에는 청년착취대상 시상식도 연다.새학년이 시작된 3월의 교정, 꽃샘추위에도 학생들의 옷차림이 화사하다. 백양로 공사장 펜스에 동아리를 알리는 대자보와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신입회원을 모집하는 동아리 천막촌, 손님맞이가 한창이다. “직(職)과 업(業), 조언을 줄 수 있는 선배는 어디에 있습니까?” 긴 현수막이 눈길을 잡는다. ‘최초 전략 마케팅학회’ 설명회 광고다.대우관 1층에서 ‘한국 대학생 경제학회’가 신입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기업과 연계된 ‘잘나가는 학회’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손짓한다. 아무나 못 들어간다. 성적과 스펙이 별로면 받아주지도 않는다.“작년에 1학년들에게 토론 모임을 제안했는데 10명도 안 왔어요. 그런데 ‘스펙 취업 걱정되니? 너네 한 번 스터디해보자’고 제안했...

    1117호2015.03.10 10:08

  • [박점규의 노동여지도]비정규직에 물량팀까지 ‘목포 하청의 눈물’
    비정규직에 물량팀까지 ‘목포 하청의 눈물’

    이동식 석유시추선에서 오전 일과를 마친 노동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쏟아져 나온다. 똑같은 현대삼호중공업 작업복을 입었지만 직영과 하청, 물량팀이라는 세 개의 신분이다. 사무직을 제외하면 생산현장의 80%가 비정규직이다.‘열차가 나주의 너른 평야를 달린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은 나주를 출발해 목포를 향해 걷고 있다.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으로 향하는 19박20일 행진이다. 세월호 참사 300일, 4·16 가족협의회는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하고 세월호 인양,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페이스북에 쌍용자동차 해고자 김수경, 박호민 조합원의 덥수룩한 얼굴이 보인다. 평택을 출발해 하루 10시간씩 400㎞를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걸었다. 70m 굴뚝에 올라간 후배 김정욱과 이창근을 두고, 천리길 행진에 나선 이유는 쌍용자동차 동료와 가족 26명의 죽음이 세월호 304명의 ‘죽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남녘 끝자락, 봄기운 품은 바람을 안고 목포대교를 건넌다...

    1115호2015.02.16 18:58

  • [박점규의 노동여지도]노동인권과 ‘행복버스’가 달리는 청주
    노동인권과 ‘행복버스’가 달리는 청주

    우진교통은 청주 시내버스의 소금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의 월급이 노동자와 똑같고, 조합원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15명의 자주관리위원회가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자치와 노동자치가 이루어지는 소중한 실험이 성공하고 있었다.북적대는 시내를 내달린 택시가 금세 공단 입구에 다다른다. 작은 도시 한가운데에 청주산업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직장을 못 구해서 많이 놀아요.” 택시생활 20년을 훌쩍 넘긴 늙은 노동자의 걱정이 한가득이다.정식품 청주공장. 빛바랜 굴뚝에 ‘베지밀’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42년의 역사, 16년 연속 두유 부문 브랜드파워 1위인 회사다. 정규직 570명, 비정규직 40명이 일한다. 1996년 12월 26일 새벽 김영삼 정권의 정리해고제 날치기 통과에 맞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이며 거리로 나왔다. 고요하던 청주도 정식품을 시작으로 LG화학·네슬레가 투쟁을 함께했고, 1997년 잇따라 민주노총에 가입해 청주공단 민주노조 3인방이 됐다....

    1113호2015.02.02 18:15

  • [박점규의 노동여지도]쌍용차 굴뚝농성, 마침내 ‘대화의 문’ 열다
    쌍용차 굴뚝농성, 마침내 ‘대화의 문’ 열다

    70m 하늘에 오른 지 한 달, 굴뚝의 힘은 놀랍다. 굴뚝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보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편지는 안타까움이 아니라 위로를 건네고 있다.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굴뚝을 지켜보는 이에게 치유를 주고 있다.어둠이 걷히지 않은 공장이 여느 때와 달리 분주하다. 회사 고위 관리자들이 떼를 지어 정문 앞을 서성인다. 한 무리의 경찰이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쌍용자동차 대주주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공장을 방문하는 날이다.전국에 흩어져 있는 해고자들도 긴급 연락을 받고 모였다. 새로 만든 피켓과 현수막을 나눠들고 공장 앞에 선다. 아난드 회장의 얼굴과 70m 굴뚝에 오른 해고자들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아난드 회장에게 대화에 나서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글귀가 영어로 쓰여 있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지만 해고자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전날 티볼리 신차발표회장에서 아난드 회장이 해고자 문제에 대해 실망스런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금속노조 쌍용자동...

    1111호2015.01.20 16:26

  • [박점규의 노동여지도]동해삼척 향토기업의 비정규직 부려먹기
    동해삼척 향토기업의 비정규직 부려먹기

    동양시멘트는 불법 파견은 노동부나 법원에서 판결할 문제이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하청업체 교섭에서 임금 인상을 해줄 테니 불법파견 진정을 취하해달라고 하고 있다.2014년 마지막 날 눈발을 헤치며 태백산맥을 넘는다. 제설차량 두 대가 밤새 쌓인 눈을 밀어내며 비탈길을 힘겹게 오른다. 이른 새벽의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이들은 공무원일까, 하청노동자일까? 누군가는 길을 닦고, 누군가는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이 길을 달린다.국내 최초 시멘트회사 동양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야간근무를 마친 노동자들이 우체국 사거리에 모여 있다. “동양시멘트가 향토기업이라고? 힘들어서 못살겠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모두 하청노동자들이다. 삼척과 동해공장에 정규직 781명, 사내하청 721명이 일한다. 정규직은 한국노총이고 비정규직은 지난 5월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버스 운전기사가 차창으로 손을 내밀어 홍보물을 받아들며 인사한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친척들인 작은 어촌마을이다...

    1109호2015.01.06 11:40

  • [박점규의 노동여지도]노사정 ‘평화선언’이 무색한 대구
    노사정 ‘평화선언’이 무색한 대구

    노동실태조사 자료집에 따르면 3공단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9시간으로 전국에서 가장 길었고, 시급은 6938원으로 서울디지털공단(8258원), 부산녹산공단(8240원)보다 훨씬 적었다. 대구시가 해야 할 일은 노사 평화선언이 아니라 임금인상-노동시간단축 선언이 아닐까?한파가 집어삼킨 적막한 거리, 드물게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대구시내 거리에 걸린 홍보 현수막이 찢겨질 듯 펄럭인다. 대구시청을 지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다녀간 직후인 9월 26일 대구시와 사용자단체, 한국노총이 ‘노사분규 없는 평화적 노사관계 선언’을 했다. 노동계는 파업을 하지 않고 사용자들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것이었다. 대구 사용자들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다는 약속을 하지 않은 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보수언론들은 며칠간 대서특필하며 다른 지역도 본받으라고 호들갑을 떨었다.대구시청 건너편 경북대학교병원, 간호사들이 가운을 벗고 로비에 모여 있다. ...

    1107호2014.12.23 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