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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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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식의 사회]역사와 스토리 파괴하는 껍데기 토건문화
    역사와 스토리 파괴하는 껍데기 토건문화

    전국 곳곳에는 프랑스 마을, 스위스 마을, 지중해 마을 등 외국의 모습을 재현한 세트장 같은 마을들이 계속 건설되고 있다. 콘텐츠는 없이 그저 외국풍의 건축물들만 지어놓은 껍데기뿐인 토건형 문화사업의 전형이다.전북 군산에 며칠 동안 머물다 왔다. 일제강점시대 수탈의 아픈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바로 그 도시다. 일본인들이 거주하던 적산가옥, 일본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사찰, 호남의 곡창지대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된 터널과 철길, 권력 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던 여러 근대식 건물 등 식민지 시대의 흔적을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이곳 군산이다. 그리고 그 아픈 역사의 흔적들이 이제는 군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자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 어떤 이는 이런 역사의 흔적을 되짚어 보기 위해서, 또 다른 어떤 이는 근대 초기의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껴 보고 싶어서, 이렇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과 기대를 품고 군산이란 도시를 찾는다.군산 경...

    1179호2016.05.31 11:06

  • [비상식의 사회]‘그날의 광주’처럼 벌어지는 처절한 싸움들
    ‘그날의 광주’처럼 벌어지는 처절한 싸움들

    그날의 광주는 서울 시청광장만이 아니었다. 서울대병원 정문 앞에는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때 경찰의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과 함께하는 국민들이 아직도 모진 목숨을 이어가며 국가폭력에 맞서 처절한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었다.지난 5월 18일은 광주 민주항쟁 36주년 되는 날이었다. 4·13 총선 결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으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네 못 부르네, 합창이냐 제창이냐 하면서 잔뜩 주물러 놓는 바람에 행사가 오히려 더 긴장감이 높아지고 커졌다. 정말 한심한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보훈처장을 나무라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최소한의 상식 수준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면 될 걸, 그걸 어기려니 모든 게 힘들어지고 국민들은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광주까진 못 가고 서울 5·18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시청광장으로 갔다. 36년 전 그날 광주 도청광장도 그날처럼 그랬을까? 무르익은 5월의 맑은 햇살이 광장에 가득했다. 주변 도로가에 심어놓은...

    1178호2016.05.23 17:14

  • [비상식의 사회]GDP 2만 달러면 가구당 연 9000만원 소득?
    GDP 2만 달러면 가구당 연 9000만원 소득?

    연봉 9000만원은 어림잡아도 전체 근로소득자 중에서 상위 5%는 될 것이다. 얘기가 나온 김에 솔직히 자백(?)하자면 ‘철밥통’으로 악명 높은 국립대학 교수 20년차를 바라보는 내 연봉을 웃도는 금액이다.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경제학자이면서도 한국 경제의 실상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통계수치에 관해 잘 모른다. 전공이 고도의 추상적인 세계를 다루는 이론경제학이라 그렇다고 변명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임도 잘 안다. 그런데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대체로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예컨대 일본의 경제학자들에 비해 구체적인 숫자에 약한 편이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 몇 가지 짚이는 데가 있기는 하다. 경제학이 경제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만 연구하는 ‘경제학학’이 돼버린 슬픈 현실 탓도 있다. 현실에 관한 연구보다는 외국 학술지에 실을 논문 하나라도 쓰는 것이 훨씬 더 절박하고도 유용한 일이 되도록 만든 성과주의적 환경도 무시하기 힘들다.부부 맞벌이해도 월 400만원 안 되는데어...

    1177호2016.05.16 16:37

  • [비상식의 사회]소농을 홀대하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
    소농을 홀대하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서 우리 모두가 건강하게 먹고 살려면 소농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짓고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인류의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성이 더불어 보장되는 방식이 나와야 할 것이다.2016년 4월 1일, 필리핀 남쪽 민다나오섬 코타바토(Cotabato)주의 주도(州都) 키다파완(Kidapawan)시. 다바오(Davao)와 코타바토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가로막고 시위를 하던 약 5000명의 비무장 농민과 소수민족(루마드족)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발포해 3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88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의 손에는 무기가 아니라 쌀을 담을 부대자루가 들려 있었다. 2015년 11월부터 시작된 최악의 엘니뇨(El Nino) 현상으로 인한 가뭄 때문에 먹을 것이 다 떨어진 굶주린 농민들은 당장 먹을 쌀을 지급하고 기근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면서 3월 30일부터 고속도로를 점령했다. 이들은 막무가내로...

    1176호2016.05.10 17:20

  • [비상식의 사회]‘어버이’란 단어마저도 악용하는 시대
    ‘어버이’란 단어마저도 악용하는 시대

    내용은 없고 포장만 화려한 껍데기 정치, 가치와 철학보다 공허한 슬로건만 앞세우는 말장난 정치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단어와 개념은 속절없이 길을 잃고 헤맨다.따지고 보면 이명박 정부의 대표 슬로건이었던 ‘녹색성장’은 꽤나 괜찮은 개념이었다.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가지 가치의 대립구조를 혁파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보다 진화된 패러다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아주 매력적인 용어였다. 문제는 녹색성장을 단지 정치적 슬로건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심지어 철학마저도 이명박 정부에는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대통령 임기 내내 건설업체 CEO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한답시고 고작 벌인 일이라는 것이 4대강 사업이었고, 그 결과는 잘 알다시피 녹조가 둥둥 떠다니는 죽어버린 강이었다. 녹색의 녹조만 남겨둔 채 성장은 멈췄다. 그리고 녹색성장이란 멋진 슬로건도 4대강처럼 죽어버렸다.더이상 두근...

    1175호2016.05.03 14:56

  • [비상식의 사회]4·13 총선은 건강한 상식의 승리였다
    4·13 총선은 건강한 상식의 승리였다

    이번 선거는 저급한 정치집단과 선거제도의 결함과 한계를 뛰어넘는 유권자의 승리다. 그런 유권자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다. 박근혜 정권을 비롯한 여당과 야당은 이러한 현명한 국민에 의해 함께 심판받았다.이번 4·13 총선 결과가 예측에서 크게 벗어난 것을 평가하면서 가장 와 닿는 표현은 ‘상황은 산수인데 고차원 수학으로 풀려 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의 생각이나 판단을 상식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면 될 것을, 온갖 변수를 잔머리를 굴려가며 찾아서 그것을 정치공학으로 적용하다 보니 엉터리 예측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그러면 그 산수에 해당하는 상식적 상황과 판단은 어떤 것이었을까?첫째는 투표라는 정치행위를 통해 정권이나 정당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과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를 유권자가 정확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 정당 정치인들의 분열과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막장드라마 같은 행태는 국민들이 정치혐오감을 가질 정도로 선거의 질을 ...

    1174호2016.04.26 11:49

  • [비상식의 사회]유권자 여러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유권자 여러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후보자들에게 갑질은 충분히 하셨습니까? 물론 갑질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4년에 한 번 겨우 10여일 남짓 국민이 마음껏 갑질해 볼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인데, 그냥 맥없이 보내 버렸다면 서운하지 않으셨습니까?이렇게 총선이 끝났네요. 곧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겠군요. 투표는 하셨습니까? 선거 결과는 마음에 드시는지요? 지지하던 후보가 당선됐던가요? 그 후보가 당선되니 기쁘십니까? 혹은 낙선돼서 화나고 안타까우십니까? 죄송합니다. 느닷없이 여러 질문들을 쏟아내서요. 선거 결과를 보고 나니 혼자서 이런저런 궁금한 것들이 갑자기 떠올라서 그랬습니다. 바로 유권자 여러분에 대해서요. 투표를 통해 놀라울 정도로 무서우면서도 절묘한 민심을 보여준 유권자 여러분 말입니다. 아!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그냥 평범한 유권자 중 한 명에 불과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질문들은 어쩌면 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혼자만의...

    1173호2016.04.18 17:01

  • [비상식의 사회]양당제 구도, 다양한 목소리 반영 어렵다
    양당제 구도, 다양한 목소리 반영 어렵다

    이제는 사회의 다양한 집단들, 소수정당과 시민사회운동 단체들, 지식인, 노동자, 청년, 농민 등 다양한 집단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치시스템을 민주화시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난생 처음으로 당적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도 국회의원 한 명도 없는 소수정당의 당적. 기성 정당이 당내 파벌 싸움과 밀실 공천 등으로 온갖 파열음과 추태를 보였던 지난겨울부터, 녹색당은 선거법상 허용되는 정당연설회를 하면서 열심히 당을 홍보하였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 피켓을 들고 길거리에 서 있자니 손과 발은 꽁꽁 얼고 통증까지 느껴졌다.그러나 추위 정도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막상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닥치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제약들이 소수 정당을 옭죄었다. 한마디로 기득권이 없는 정당은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지난 3월 말에 녹색당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현행 선거법에는 소수정당에 불리한 독소조항이 가득하다. ...

    1172호2016.04.12 10:30

  • [비상식의 사회]그래도 민주노총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민주노총은 없어지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이 그날의 민중총궐기대회를 가지고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무슨 국가변란의 거대한 조직사건을 만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서울구치소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 옆에 피어 있는 홍매화는 붉게 흐드러져 있었다. 봄기운이 천지에 가득한 것 같았다. 좁은 접견실에서 철창을 사이에 하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기 전까지는 나도 봄기운에 취해 있었나 보다. 그러나 아직 민주주의의 봄은 멀리 있었다. 120번 수번을 단 죄수복의 한상균 위원장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고, 쥐고 있는 손에 부르르 힘이 갔다. 한상균이 같혀 있는 것은 개인 한상균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갇혀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 노동자가 갇혀 있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씩씩한 모습 보이려 애써 웃는 얼굴이었지만, 억울함과 분노의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그의 죄목은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과 그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과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일반...

    1171호2016.04.05 16:24

  • [비상식의 사회]임금 양극화 해법은 초과이익공유제다
    임금 양극화 해법은 초과이익공유제다

    한국적 이익공유제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신설함으로써 대·중소기업의 공동 발전을 도모함은 물론 근로자 간 임금격차 해소를 통한 적정한 소득분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내수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소득(GNI)이 있다. 그러나 이 지표는 평균일 뿐 성장의 결과가 어떻게 나누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성장의 결과가 내가 노력한 만큼 호주머니에 들어오지 않고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성장의 결과가 특정집단 혹은 가계보다는 기업으로만 집중된다면 정권이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갈수록 벌어지는 근로자 간 임금격차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상이 암울하다는 주장이 도처에서 강조되고, 이제는 거의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실업률이 최고치로 솟아오르고 ‘헬 조선’이 어느새 일반화된 용어로 나돌며, 특히 향후 10~20년 잠재성장률이 3%에서 2%대로 낮...

    1170호2016.03.29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