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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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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식의 사회]우리 주위의 크고 작은 ‘이화여대 사건’
    우리 주위의 크고 작은 ‘이화여대 사건’

    말도 안 되는 사업을 기획하고 벌인 교육부 관료도, 몇십 억원의 돈과 ‘정치적 명예’를 포기할 수 없었던 대학 관계자들도, 그 밑에서 사업계획서 쓰느라 밤샘했을 그 누구도, 모두 각자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했을 것이다.원고 마감의 압박으로 잠을 설친 아침, 집을 나서자 오늘도 각오하라는 듯 벌써부터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더위가 나를 맞이한다. 이른 시각인데도 이미 작업복과 헬멧으로 무장한 건설노동자들이 골목 어귀에 모여 빵과 우유를 나누고 있다. 문득 하루 동안 그들이 흘려야 할 땀의 양과 맞서야 할 위험의 크기에 생각이 미치니, 오전 중에 채워야 할 원고분량을 가늠하다가 막막해 하던 조금 전의 내 모습이 비루하게 느껴진다.노동, 즉 일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조잡한 이분법을 써서 말해 보자면, 그것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괴로운 수고(toil and trouble)이기도 하면서 자아실현의 도구이기도 하다. 마치 운전면허 필기시험의 정답을 고를 ...

    1189호2016.08.09 16:27

  • [비상식의 사회]토건적·냉전적 상상력 대신 민주적인 상상력을
    토건적·냉전적 상상력 대신 민주적인 상상력을

    토건적 상상력과 냉전적 상상력의 전횡으로 한국 사회는 반생태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비민주적인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벽은 가깝다. 미약한 목소리지만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낡아빠진 두 개의 상상력이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옥죄고 있다. 토건적 상상력과 냉전적 상상력이다. 토건적 상상력은 토건사업을 통해 지역 발전과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이다. 전쟁 직후의 가난하고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우리나라에서 토건사업을 통한 지역 발전이라는 처방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중앙으로부터 대규모 토건사업을 잘 따오는 정치인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었다. 이런 추세가 오래되자 지역에서는 토건사업을 중심으로 이른바 성장연합을 형성하였다. 토건사업자들, 정치인들, 관료들, 그리고 (주로 토건사업자들이 세운) 지역 언론들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패거리를 형성한 것이다. 이들은 토건사업을 통한 경제성장의 과실을 서로 ...

    1188호2016.08.02 15:18

  • [비상식의 사회]IT분야 어김없이 반복되는 ‘한국형’ 타령
    IT분야 어김없이 반복되는 ‘한국형’ 타령

    부질없이 혈세만 낭비한 채 매번 실패로 끝나면서도 IT 분야에서 각종 ‘한국형’ 사업들이 계속 되풀이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국가중심적·정부주도적 발상 때문이다.이번에도 어김없이 ‘한국형’ 타령이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열풍이 일고 있는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를 두고서 말이다. 이미 5년 전에 한국에서 이와 유사한 게임이 나왔으나 흥행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발굴되더니 곧이어 국내 증강현실 업체가 한국형 포켓몬 고인 ‘뽀로로 고’라는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게임문화진흥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 심야 시간대에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제한하여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왔던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도입되는 디지털 교과서에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동안 게임을 청소년들의 영혼을 ...

    1187호2016.07.26 17:55

  • [비상식의 사회]군사독재 이전으로 돌아간 사법부
    군사독재 이전으로 돌아간 사법부

    집회와 시위 자체가 광의의 합목적적 폭력행위이고, 집회·시위를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권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적용은 재판 내내 쟁점이 되었다.요즘 상식 밖의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돼 6개월이나 감방살이를 한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씨가 1심 재판 선고에서 무려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사건의 성격이나 그동안의 판례를 보더라도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예측했는데, 빗나가도 너무나 빗나갔다. 검사 구형은 8년인데 3년이나 깎아주었으니 많이 봐준 거 아니냐는 듯한 판사의 표정이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경찰이 검찰로 송치할 땐 소요죄까지 적용했는데, 그건 뺐다니 정말 봐 주긴 많이 봐 준 모양이다.그런데 그렇게 존속살해 범죄에나 적용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형에 해당한다는 한상균 위원장의 범법행위를 살펴보면 정말 별 것 아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위원장 책무를 ...

    1186호2016.07.18 18:45

  • [비상식의 사회]주어 없는 구조의 지배, 거부하고 저항하자
    주어 없는 구조의 지배, 거부하고 저항하자

    “내가 했다(혹은 안 했다)”에서 “하기는 했으나(혹은 해졌으나) 누가 했는지는 모른다”로 바뀌는 것은 어느덧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어찌 할 수 없이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구조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청와대 수석비서관이 공영방송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건 것이 ‘통제’인지 ‘읍소’인지를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인 데다가 예컨대 통화녹취처럼 최신 정보통신기술 덕분에 발생하는 갖가지 우연적 요소들도 있으므로 해당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집중해서 분석(?)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행위의 주체 얼버무려 책임을 회피그런데 녹취록이라는 걸 읽어도 보고 들어도 보다가 문득 두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먼저 ‘읍소’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의향은 별로 없지만, 원래 센 권력일수록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일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

    1185호2016.07.11 17:37

  • [비상식의 사회]방사능폐기물 관리의 핵심은 신뢰다
    방사능폐기물 관리의 핵심은 신뢰다

    불확실한 위험 사회에서 우리가 가꿔야 할 핵심적 자산은 사회적 신뢰이다. 이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있는 주체들, 그 중에서도 정부가 신뢰 프로세스를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핵발전소를 운전하게 되면 크게 세 가지 종류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첫째는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이다. 작업자들이 사용한 방호복, 장갑, 공구, 폐필터 등 방사능 세기가 약한 폐기물을 말한다. 별도의 보호장비 없이도 다룰 수 있지만 일부 방사능 세기가 강한 것은 보호장비가 필요하고 대체로 얕은 땅에 저장한다. 둘째는 중준위방사성폐기물이다. 저준위보다 방사능 세기가 강하며, 방사능에 오염된 부품이나 교체품·폐로·화학적 오니 등을 일컫는다. 방사능 수명에 따라서 얕은 곳에 묻거나 깊은 곳에 저장하게 된다. 이 두 가지는 일반적으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로 한데 묶어서 관리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약 20년간의 표류와 갈등 끝에 엄청난 경제적 보상금을 매개로 하여 결국 경북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

    1184호2016.07.04 18:37

  • [비상식의 사회]종편 시사프로 장악한 유사 전문가들
    종편 시사프로 장악한 유사 전문가들

    논리도 없고 근거도 부실한 술자리 뒷담화 수준의 자의적인 인상 비평이 전문가 진단이라는 탈을 쓰고 거의 온종일 방송으로 전파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칠 전 만났던 어느 신문사 기자는 인공지능이 기사를 쓰는 시대가 왔으니 이제 먹고살 일이 걱정이라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만난 어느 방송사 PD는 페이스북 라이브 서비스처럼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생방송을 하는 시대가 됐으니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나 PD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선망 받는 직업이었고 전문가 대접을 받던 직업이었다. 그랬던 그들이 졸지에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한쪽에서는 호모사피엔스보다 더 뛰어난 지능과 생산력을 갖춘 기계가 밀려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첨단 디지털 기기를 갖춘 영리한 대중들의 능력이 커지고 있으니 전문가들이 설 땅은 이렇게 자꾸 줄어들고 있다.대중과 단절되는 진짜 전문가들따지고 보면 전문가 집단의 위...

    1183호2016.06.28 09:41

  • [비상식의 사회]20대 국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아야
    20대 국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아야

    이제 와서 다시 교과서를 국정으로 돌린단다. 민주주의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겠단다. 헌법이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교육을 정권의 손아귀에 움켜쥐겠단다.역사적인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출범했다. 국민들의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 심판의 결과이다.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에 따라 정부(대통령)에 대한 감시·감독과 견제를 국회가 확실히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그러므로 20대 국회는 그러한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문제이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과 의지라는 하나의 이유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비민주적이며 폭력적으로 추진해 왔고, 총선 결과의 민심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추진해 나가고 있다. 제동장치도 없이 폭주하고 있는 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열차를 막지 않으면, 바로 내년 2017년 3월 1일부터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로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데...

    1182호2016.06.20 18:33

  • [비상식의 사회]한국사회에 몰아치는 성과주의의 함정
    한국사회에 몰아치는 성과주의의 함정

    예나 지금이나 말과 힘을 가진 권력자의 성과 측정에 대한 견제가 막힌 상태에서 일방적인 성과주의의 강조는 사고를 촉발할 따름이고, 진짜 문제는 그 사고가 결국 아래에 놓인 말 없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는 사실이다.이른 아침부터 눈썹을 찌르는 앞머리가 거슬렸던 탓일까? 반드시 머리를 자르고만 말겠다는 생각에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았을 우주선 모양의 외관을 갖춘 독립 건물로 된 고급 미용실에 성큼 발을 들여놓았다. 특급호텔처럼 화려한 입구, 잠시 기다리는 동안 권하는 음료의 스타벅스를 뺨칠 정도로 다양한 메뉴 등속에 잔뜩 들어버린 주눅은 젊지만 카리스마 있는 ‘헤어 디자이너’와 그 옆에 서서 온갖 허드렛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더 젊은 조수를 보면서 어느새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이 좋은 설비의 감가상각비와 이 두 청춘의 인건비, 또 이 건물의 임대료를 감안하면, 30분 뒤 내가 카운터에서 지불해야 할 돈은 얼마일까? 명색이 경제학자로서의 직업의식에 입각한 가격 예측과 고작 ...

    1181호2016.06.14 11:51

  • [비상식의 사회]미세먼지 줄이려면 녹색정치가 살아야
    미세먼지 줄이려면 녹색정치가 살아야

    부처 간의 이견을 조율하여 시급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도, 더 나아가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도 결국은 정치가 필수적이다. 소수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녹색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세계경제포럼이 예일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환경성과지수 2016’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에서 종합 80위를 했다. 그런데 대기질은 173위를 기록하여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물론 환경성과지수의 대기질에 대한 자료가 모두 실측치는 아니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모델링 자료도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매우 높아지는 경우가 점점 더 잦아지다 보니 이런 결과를 쉽게 무시할 수도 없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 앱의 오늘의 대기상태를 살펴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고, 마스크는 손수건처럼 매일 챙겨서 나가게 되었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

    1180호2016.06.07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