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사업을 기획하고 벌인 교육부 관료도, 몇십 억원의 돈과 ‘정치적 명예’를 포기할 수 없었던 대학 관계자들도, 그 밑에서 사업계획서 쓰느라 밤샘했을 그 누구도, 모두 각자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했을 것이다.원고 마감의 압박으로 잠을 설친 아침, 집을 나서자 오늘도 각오하라는 듯 벌써부터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더위가 나를 맞이한다. 이른 시각인데도 이미 작업복과 헬멧으로 무장한 건설노동자들이 골목 어귀에 모여 빵과 우유를 나누고 있다. 문득 하루 동안 그들이 흘려야 할 땀의 양과 맞서야 할 위험의 크기에 생각이 미치니, 오전 중에 채워야 할 원고분량을 가늠하다가 막막해 하던 조금 전의 내 모습이 비루하게 느껴진다.노동, 즉 일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조잡한 이분법을 써서 말해 보자면, 그것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괴로운 수고(toil and trouble)이기도 하면서 자아실현의 도구이기도 하다. 마치 운전면허 필기시험의 정답을 고를 ...
1189호2016.08.09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