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먹고사는 문제까지야 몰라도 최소한 삶의 물리적 위협으로부터는 지켜주리라는 생각, 그 자체가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서울행 기차를 타러 허겁지겁 환승 끝에 도착한 대전역 광장은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자면, 마치 할리우드 재난영화에 나오는 대피행렬과도 같았다. 남쪽 지방에 갑작스레 쏟아졌다는 기록적인 폭우 탓이었다. 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검색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헤드라인을 믿은 것이 잘못이었을까? 분명 대구 이북 구간에서는 정상운행 중이라 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열차는 적어도 한두 시간은 연착할 예정이며, 어떤 열차는 아예 운행이 취소되었음을 알리는 전광판의 글자들만 어지러이 흔들리며, 엄청나게 중요한 약속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되 뭔지 모를 절망적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는 충분했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 매표소인 듯 꼬불꼬불 돌아가는 기나긴 행렬에 잠시 서 보았으...
1199호2016.10.24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