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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식의 사회]“지난겨울 그 촛불을 헛되이 말라”
    “지난겨울 그 촛불을 헛되이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전태일의 유언이 떠올랐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건물 외벽 ‘박근혜 퇴진’ 떼어낸 자리에 그 보다 더 크게 써서 걸기로 했다. ‘지난겨울 그 촛불을 헛되이 말라.’지난겨울은 주말마다 촛불로 온 거리와 광장을 밝혔지만, 그래도 몹시 춥고 길었다. 3월이 되고 경칩도 지났지만, 10일 탄핵이 인용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서야, 비로소 봄이 왔다.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이 차분히 읽은 판결문의 마지막 부분,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나는 백기완 선생님과 함께 통일문제연구소 사무실에 있었다. 선생님은 말이 없었다. 표정도 굳어 있었다. 묘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백 선생님은 박정희 유신 독재와 맞서 싸우시다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출옥하실 때, 그 좋으시던 풍채가 피골이 상접해 몸무게가 40㎏도 안 나갔다니, 그 고통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암살했...

    1219호2017.03.21 14:29

  • [비상식의 사회]“법대로 하자” 한국사회의 비극
    “법대로 하자” 한국사회의 비극

    계약과 절차적 합리성을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분명히 “법대로 하자”는 근대성의 성취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1987년에 이루어진 형식적인 민주화의 심화·발전을 위해 필요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자리를 빼앗는 부작용이 있음 또한 분명해졌다.한국 사회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몇 주에 한 번 차례가 돌아오는 이 칼럼을 쓰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명색이 경제학자이니 경제문제와 관련된 비상식적 현상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강박, 그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찮은’ 경제문제 따위는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이슈가 연이어 터지기 때문이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니, 이 글이 지면에 실릴 때면 이미 탄핵심판의 결론은 났을 터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빌려 표현하자면, 80%의 확률로 조기 대선이 확정됐을 것이고, 20% 정도의 확률로는 글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을 것이다.헌재에 의존할...

    1218호2017.03.14 10:34

  • [비상식의 사회]선거제도 개혁이 출발점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출발점이다

    한국 사회를 어떻게 다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합리적인 소통과 상호 신뢰가 가능한 민주적인 사회로 바꾸어놓을 것인가? 첫걸음은 선거제도의 개혁이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기득권을 재생산하는 정치 시스템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심판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심각한 대립과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가 돌아다니면서 대중들을 선동하고 있는 상황은 대단히 심각한 징후로 보인다. 가짜뉴스란 허위 사실에 기초해 날조된 뉴스를 말한다. 마치 정식 신문인 것처럼 시위 현장에서 배포되기도 하고, 정치인 혹은 법률 전문가들조차 가짜뉴스에 속아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의 날조와 진실의 왜곡은 처음에만 낯설 뿐, 익숙해지면 이내 내면화돼 강력한 믿음으로 바뀐다. 더군다나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서로의 믿음을 격려하다보면 어느 새 진영논...

    1217호2017.03.06 16:16

  • [비상식의 사회]결코 평범하지 않은 악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악

    지금껏 국민에게 맞서면서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는 특별한 인물로 보였다. 그는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들을 계속 낳고 있다. 그렇기에 그 무거운 죄에 대한 책임을 꼭 물어야 한다.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매천 황현은 절명시(絶命詩) 4수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때 매천은 유서에서 선비의 길에 대한 얘기를 남겼다.“내가 가히 죽어 의(義)를 지켜야 할 까닭은 없으나 국가에서 선비를 키워온 지 오백년에 나라가 망하는 날을 당해 한 사람도 책임을 지고 죽는 사람이 없다. 어찌 가슴 아프지 아니한가. 나는 위로 황천(皇天)에서 받은 올바른 마음씨를 저버린 적이 없고, 아래로는 평생 읽던 좋은 글을 저버리지 아니하려 길이 잠들려 하니 통쾌하지 아니한가. 너희들은 내가 죽는 것을 지나치게 슬퍼하지 말라.”매천은 나라를 망하게 만들어 놓고도 자신들을 뉘우...

    1216호2017.02.27 16:51

  • [비상식의 사회]황교안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빼라!
    황교안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빼라!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파괴한 세력이 호시탐탐 권력의 복귀를 노리고 다음 정권까지 꿈꾼다는 것은 책임의식의 실종을 넘어선 국가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여론조사 기관들도 언론들도 왜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헌법재판소가 24일을 최종 변론 기일로 확정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의 심판 지연 전술을 일축한 것이다. 헌재는 3월 13일 이정미 소장의 퇴임일 이전에 가부간의 결론을 내리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런 일이다. 국내외 정세가 격변기에 접어들었는데 우리는 국가권력의 공백상태를 여전히 견디고 있다. 국회에서 234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됐음에도 대통령 측은 반성은커녕 혐의를 인정하지도 않고, 특검 수사를 받지도 않으며, 헌재의 재판마저 방해하고 있다. 이것은 뭐랄까, 비정상을 넘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아주 모멸적인 행위다.실제로 국민들의 압도적인 요구와 국회의 탄핵 의결, 검찰과 특검의 방대한 혐의 입증에도 박근혜·최순실...

    1215호2017.02.21 10:42

  • [비상식의 사회]유감스러운 대선판 4차 산업혁명 바람
    유감스러운 대선판 4차 산업혁명 바람

    지금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은 실체가 불분명한 유행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이런 비판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앞 다투어 4차 산업혁명 공약을 말하고 다니는 것은 유행만 쫓는 또 다른 이미지 정치일 뿐이다.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늘 불편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하나 있다. 대선후보들마다 경쟁하듯 전통시장에 달려가 어묵을 사먹는 모습이다. 시장 바닥 노점상에서 어묵 하나 사먹는다고 민생이 파악될 리 만무하다. 그러니 후보 본인에게야 보람찬 서민 친화적 행보일지 몰라도 냉정하게 지켜보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비좁은 시장 골목길을 가로막아 불편을 끼치는 민폐 행보다.‘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은 본질적 차이 없어이번 대선에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하나 더 추가될 조짐이다. 후보들의 대선 공약집 곳곳에 등장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의 포문은 문재인 후보가 열었다. ...

    1214호2017.02.14 10:04

  • [비상식의 사회]역사와 교육은 ‘꼼수’로는 안 된다
    역사와 교육은 ‘꼼수’로는 안 된다

    교육부는 왜 대선후보들이 “우리나라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지를 곱씹어보고, 지금이라도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폐기하여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최순실 등 일당이 저지른 국정농단에 대한 특검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며, 피고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에 국민들이 또 한 번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우리는 사람의 나이나 역할, 지위에 따른,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무너질 때, 그 사회는 질서가 무너지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가 딱 그런 지경이다. 설명하거나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비상식적인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벌어지고 있어, 자라고 있는 어린 세대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내일의 우리 사회가 크게 염려스럽다.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비민주적인 거대한 폭력그 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이다. 21세기 새로운 과학혁명의 눈앞에서, 다양...

    1213호2017.02.06 17:34

  • [비상식의 사회]바꾸려 해봤자 소용없다?
    바꾸려 해봤자 소용없다?

    정치 포르노그라피의 연속 상영이 자칫 ‘무용 명제’를 현실에서 강화함으로써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나락으로 떨어지길 기다리는 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때인 것이다.잠시 미국의 한적한 대학도시에 머문 적이 있었다. 내 또래 세대가 그렇듯, 배낭여행이니 하는 것들은 꿈도 꾸기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고, 교수 사회에서는 아주 흔한 유학생활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한국 사회를 준거로 삼아 어설픈 문화평론가처럼 이런저런 비평을 해대곤 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은행이건 카센터건 간에 나를 고객으로 맞이하는 사람들의 업무 처리가 어설프기 짝이 없다는 점이었다. 직장 때문에 한때 지냈던 지방 소도시에서도 창구에 앉아 있는 은행원들은 아주 능숙하게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곤 했다. 그러나 꽤 좋다는 대학들이 몇 개나 모여 있는 미국 동부의 작은 도시에서 만난 은행원은 과장해서 말하자면 돈도 제대로 세지 못하는 수준이 아닌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유학생 후배...

    1212호2017.01.24 14:55

  • [비상식의 사회]과학기술 윤리, 사회적 논의 시작할 때다
    과학기술 윤리, 사회적 논의 시작할 때다

    노동시장을 붕괴시키고, 사회적 양극화를 첨예화시키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전은 분명히 우리에게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것은 좋은 로봇이냐, 착한 로봇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의 발전에 사회가 어떻게 개입해야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해가 바뀌어도 광화문 촛불은 여전하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로 집약된 시민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의 핵심은 불평등한 사회 시스템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특권과 특혜가 판치며, 기회가 불공평하게 배분되고, 다양한 차별이 폭력적으로 관철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은 매우 심각하다.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45%나 되고, 상위 1%가 소유한 부가 전체 부의 18%를 차지한다. 불평등한 구조는 사회 전체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이 지대추구적인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함으로써 이러한 불평등 구조를 더 심화시켰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

    1211호2017.01.16 17:43

  • [비상식의 사회]촛불 다음에는 어떤 세상이 올까
    촛불 다음에는 어떤 세상이 올까

    6월 항쟁에서는 승리를 거두었으면서도 반년 뒤의 대통령선거에서는 노태우 정부를 만들어주었던 악몽을 기억하기에 미완의 촛불혁명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2016년을 밝혔던 촛불은 새해 들어서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촛불이 추운 겨울마저도 이겨낸 것은 거기에 담긴 마음들이 그만큼 절박하고 간절하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국민에게 모멸감을 안겨준 대통령에 대한 탄핵, 그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염원이 촛불민심에는 담겨 있었다. 촛불의 광장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가 넘치고 있다. 그리고 언론들이 쏟아내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이다. 신년 여론조사들의 대부분은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결과들을 내놓았고, 민주당은 새해의 키워드로 ‘겸손’을 내걸 정도로 표정 관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국회는 이 기회에 제도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책무하지만 이대로 가면 정...

    1210호2017.01.09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