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라는 선언보다는 “희망처럼 성장하지는 못할 수도 있으나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다짐을 하는 정부를 기대한다.인간은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내러티브(서사, 즉 이야기)를 만드는 동물이다. 개인적 삶은 물론 사회현상의 인과관계, 그리고 그것이 시계열적으로 모여 만드는 역사에 대해서도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그 해석을 내러티브로 만들어 기억한다.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내러티브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성장의 서사와 ‘광장의 정치’라는 민주화투쟁의 서사이다. 학창시절에 펼친 쓰미야 미키오(隅谷三喜男)의 는 바로 첫 단락에서 한강의 기적은 한국 정부의 ‘자화자찬’이라 묘사했다. 당시 내가 생각하는 ‘악의 무리’는 군사정권이었으므로, 나는 그 네 글자만으로도 성장의 서사를 간단하게 기각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렇다면 그 ‘악의 무리’에 맞서는 ‘우리 편’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것인데, 한 세대가 훌쩍 지난 지금 편리하게 재구성된 기...
1229호2017.05.29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