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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식의 사회]이제는 ‘성장의 서사’를 바꿀 때이다
    이제는 ‘성장의 서사’를 바꿀 때이다

    “이렇게 하면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라는 선언보다는 “희망처럼 성장하지는 못할 수도 있으나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다짐을 하는 정부를 기대한다.인간은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내러티브(서사, 즉 이야기)를 만드는 동물이다. 개인적 삶은 물론 사회현상의 인과관계, 그리고 그것이 시계열적으로 모여 만드는 역사에 대해서도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그 해석을 내러티브로 만들어 기억한다.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내러티브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성장의 서사와 ‘광장의 정치’라는 민주화투쟁의 서사이다. 학창시절에 펼친 쓰미야 미키오(隅谷三喜男)의 는 바로 첫 단락에서 한강의 기적은 한국 정부의 ‘자화자찬’이라 묘사했다. 당시 내가 생각하는 ‘악의 무리’는 군사정권이었으므로, 나는 그 네 글자만으로도 성장의 서사를 간단하게 기각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렇다면 그 ‘악의 무리’에 맞서는 ‘우리 편’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것인데, 한 세대가 훌쩍 지난 지금 편리하게 재구성된 기...

    1229호2017.05.29 18:40

  • [비상식의 사회]문재인 대통령 ‘9일간의 감동 스토리’
    문재인 대통령 ‘9일간의 감동 스토리’

    지난 9일간 펼쳐진 문 대통령의 이야기가 국민들을 감동시킨 것은 그 이야기가 거창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소박하고 당연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했고, 국민이 해왔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2017년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도, 라디오로 듣던 사람들도, TV로 보던 사람들도, 모바일을 통해 생중계를 보던 사람들도, 광주에 있던 사람들도, 서울에 있던 사람들도, 대구에 있던 사람들도, 국내에 있던 사람들도, 해외에 있던 사람들도 함께 부르며 함께 울었다. 나는 일본 삿포로의 한 카페에서 거리를 오가는 일본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다.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던 맹세다. 1980년 오늘,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군대가 국민의 가슴에 총칼을 휘두르고 헬기에서...

    1228호2017.05.22 16:32

  • [비상식의 사회]우리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
    우리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

    풀뿌리에서부터 의견을 모아서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해가게 되면 화석연료 카르텔을 해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이번 19대 대선에서는 유력 후보들 대부분이 미세먼지 대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대단히 구조적이고 복잡하며 어려운 문제이다. 그 이유는 첫째,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추구했던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발전 방식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둘째, 강고한 이해관계 카르텔이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발전 체제를 재생산하고 있는데,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셋째, 미세먼지에 대해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첫째,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2013년 기준으로 제조업 연소(미세먼지 66.6%, 초미세먼지 54.2%), 비도로 이동 오염원(미세먼지 12.5%, 초미세먼지 18.2%), 도로 이동 오염원(미세먼지 10.0%, 초미세먼지 14.5%), 에너지산업 연소(미세먼지 3.7%, 초...

    1227호2017.05.15 18:18

  • [비상식의 사회]선거 캠페인은 안 바뀌는데 정치는 바뀔까?
    선거 캠페인은 안 바뀌는데 정치는 바뀔까?

    유권자를 위한 정치 축제는 이번 대선에도 없었다. 축제처럼 펼쳐진 로고송과 춤은 그저 포장일 뿐이었다. 대선 과정은 여전히 살벌했고, 여전히 흉측했고, 여전히 전쟁터였다.모처럼 날이 좋아 꽃구경하러 나들이를 떠났다. 오래 전 이맘때쯤 가봤던 지방의 작은 마을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봄꽃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동차로 몇 시간을 달려 다시 그곳을 찾았다. 여전히 꽃은 더할 나위 없이 만개했지만 꽃밭에서의 감흥은 예전 같지 않았다. 조용했던 마을은 지자체가 주관하는 소란스러운 축제 행사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곳곳마다 노점상들이 틀어놓은 트로트 메들리 음악 소리에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전국 장터를 떠돌아다니는 각설이 공연단들이 여기저기서 두드려대는 꽹과리 소음으로 귀만 따가웠을 뿐 정작 꽃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날 나는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꽃보다 뽕짝, 쇼미더 트로트.”모처럼 날이 좋아 대선후보의 연설을 구경하러 유세장에 나갔다. 마침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1226호2017.05.08 16:24

  • [비상식의 사회]이 땅 곳곳에서 ‘쩨아카’가 울리고 있다
    이 땅 곳곳에서 ‘쩨아카’가 울리고 있다

    지금 이 땅 이 나라의 과부와 고아는 누구인가? 어느 날 갑자기 정리해고당한 노동자요, 아무리 일해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과 온갖 차별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보면, 제왕적 지위를 넘어 살아있는 신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출마자들은 저마다 자기가 생각하는 최고의 공약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직도 구시대의 작태인 남북관계를 악용한 과도한 안보논리나 색깔론이 횡행하고, 상대를 헐뜯고 모함하는 흑색선전 전술도 여전히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현직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특별한 선거인데, 그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 새 질서가 오기를 기대했던 국민들만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사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이다. 또 직접 거리로 나선 수많은 촛불시민들의 요구에 의한, ‘혁명적’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

    1225호2017.05.02 14:11

  • [비상식의 사회]영혼을 지킬 수 있는 사회
    영혼을 지킬 수 있는 사회

    나는 끊임없이 만들고 노력해야만 하는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누구나 스스로가 있는 자리에서 지나친 굴욕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기를 확보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믿는다.일본에 다녀왔다. 원래의 목적은 경제학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이었는데, 지인의 요구로 어느 시민단체가 주최한 공부모임에서 얼떨결에 한국의 ‘데모형 민주주의’에 관해 어설픈 분석을 곁들인 발표까지 해야 했다. 그런데 동석한 일본인 정치학자가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한국의 대통령은 진정 그토록 권한이 막강한가?”라는 질문을 던져 온다. 어차피 모인 사람들 중에 한국인은 나 하나뿐이고 명색이 연사였으므로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무릇 한국에선 크고 작은 모든 조직의 보스들은 적어도 임기 중에는 아랫사람들 눈치 안 보고 일단 마음에 먹은 일은 다 하는 경향이 있다.” 머릿속에 전혀 없던 생각이 갑자기 입 밖으로 나왔을 리야 없건만, 한 번 입으로 내뱉은 말은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벌써 몇 ...

    1224호2017.04.25 11:30

  • [비상식의 사회]유신체제 종언의 길
    유신체제 종언의 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유신체제의 종언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도 있다. 동의하면서도 충분치는 않다고 생각한다. 유신체제의 생태 농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우병우씨를 제외하고 관련 인물들이 거의 대부분 구속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에 대한 해결은 실마리를 잡기 시작한 듯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되었던, 혹은 그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방치되었던 ‘생태 농단’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별로 없다. 심지어 대선후보들조차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4대강은 대형 보로 막혀 강바닥이 썩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펄스 방류와 같은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국책 연구기관이 숫자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세먼지 대책은 비과학적이고 무책임했다. 우선 배출량 통계 집계에서부터 사각지대가 많고 근거자료들이 부실하다. 백령도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2년간 인터넷에 엉터리로 기재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바람...

    1223호2017.04.17 17:51

  • [비상식의 사회]급변한 대선 판세 ‘문재인 대 안철수’
    급변한 대선 판세 ‘문재인 대 안철수’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는 이제부터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 하고 강점을 극대화 시키면서 뜨거운 대결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이 이렇게 문재인과 안철수, 야당끼리의 대결로 가게 된 것은 보수정당들의 궤멸적 상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대선 판이 출렁이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세론을 등에 업고 부동의 선두를 달려온 판세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각 정당의 경선이 끝나자마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양자 대결에서는 역전된 여론조사 결과들이 속속 나오는가 하면, 다자구도에서도 접전을 벌이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대세론은 무너졌고 예측불허의 판세가 전개되기 시작했다.위기경보 발령하고 나선 문 후보측이미 대통령 다 된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던 문 후보가 다시 원점으로 가서 안 후보와 쉽지 않은 대결을 벌이게 된 데는 대세론에 안주하며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크다. 오랜 시간 동안 선두 자...

    1222호2017.04.10 17:24

  • [비상식의 사회]머나먼 민주공화국
    머나먼 민주공화국

    2017년의 봄을 만든 것은 국민들이다. 광장에 나온 국민들이다. 수천만 개의 촛불이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다. 그런데 전리품이나 챙기려는 정치인들의 얕은 술수가 이 나라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왕정의 잔해는 여전히 미세먼지처럼 나부낀다. 오늘 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구치감 1002호실에 있다. 거기엔 침대와 소파가 있다고 한다. 판사의 결정을 기다린다. 밤새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쉼보르스카 시인이 말한 ‘귀머거리의 텅 빈 시간, 다른 모든 시간의 바닥’인 새벽 4시를 넘긴다. 국민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수없이 반복된 일이다. 작은 물고기는 사정없이 잡아채지만 큰 물고기들은 유유히 빠져나가는 역사 때문이다. 이재용 영장심사 때도 너무나 당연한 구속영장 발부를 밤새 초조하게 기다린 국민들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오전 3시3분에 발부됐다).물론 불구속 수사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검찰이 자신의 수사 편의를 위해 ...

    1221호2017.04.03 17:12

  • [비상식의 사회]가짜 뉴스 전성시대, 대선은 안녕한가
    가짜 뉴스 전성시대, 대선은 안녕한가

    가짜 뉴스는 그저 떠도는 소문이나 유언비어와 달리 정식 기사와 같은 모습을 띠고 제도화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공연하게 유통된다. 내용만 가짜일 뿐아니라 외형마저 진짜처럼 위장한 가짜인 것이다.얼마 전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하게 되면 구성될 내각 명단이라는 정보가 페이스북에 돌았다. 물론 내용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다. 엄연한 선출직인 서울시장 자리에 경쟁 후보 안희정 지사를 임명한다는 초헌법적 발상도 모자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관련자인 고영태씨를 문화체육부 장관에 임명한다는 황당한 내용까지 덧칠한,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 정보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명단에 올라온 인물들 개개인에 대한 기대 혹은 우려의 평가를 담은 제법 진지한 댓글들이 순식간에 쌓여갔다.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가짜 뉴스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텐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그 한 번을 더 생각해보기에 앞서 가짜 뉴스를 수용하고 즉각적으로 댓글을 달고 있었다....

    1220호2017.03.28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