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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즈로 본 세상] 태극기와 인공기도 기싸움?
    태극기와 인공기도 기싸움?

    바람 잘 날 없는 남북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지난 6월 23일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 파평산에 올랐다. 해발 500m가 넘지 않건만, 고갯마루의 바람은 지쳐 있었다. 북쪽의 공기도 힘은 없어 보였다. ‘오물 풍선’을 날리기엔 적당한 날이 아니다. 북한의 선전마을인 기정동에는 사람 한 명 얼씬거리지 않았다. 낮잠에서 뒤척이던 휴전선의 바람이 간혹 기지개를 켤 참이면 남북의 대형 깃발이 품고 있던 중심의 문양이 잠시 드러날 뿐이었다.땅은 쪼갤 수 있겠지만, 하늘은 그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무장지대의 바람 장단은 철조망을 넘지 못한 채 따로따로 불었다. 북쪽 기정동의 인공기가 펼쳐지면, 남쪽 자유의 마을 대성동의 태극기는 깃을 여미었다. 주거니 받거니 기싸움을 하는 것일까? 북한과 러시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자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재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던 터였다.20㎞는 족히 넘는 거리에서 바라본 남과 ...

    1585호2024.07.02 06:27

  • [렌즈로 본 세상] 이른 폭염에 숨 막히는 쪽방촌
    이른 폭염에 숨 막히는 쪽방촌

    전국이 폭염에 시달리던 지난 6월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촌. 사람 한 명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골목에는 출입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골목에 들어서자 처마에 달린 관에서 쿨링포그(주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안개 형태로 분사되는 물)가 뿜어져 나왔다. 에어컨은 언감생심인 주민들이 그 아래 앉아 더위를 식혔다.잠시 뒤 쿨링포그가 멈추자 골목엔 다시 후끈한 바람이 불었다. 폭염의 열기가 쪽방촌 골목을 맴돌다 쪽방으로 스며들었다.밥상이랄 것도 없는 조촐한 탁자를 문지방 안에 두고 끼니를 때우던 김씨 할아버지는 “우리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이런 날, 자다 죽을까 겁난다”며 “방 안에 있으면, 덥다기보다 사우나처럼 숨이 막혀온다”고 했다. 밥숟가락을 든 할아버지의 얼굴엔 유례없는 6월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1584호2024.06.25 06:42

  • [렌즈로 본 세상] ‘의대 찬스?’···막 오른 입시 경쟁
    ‘의대 찬스?’···막 오른 입시 경쟁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6월 모의평가가 끝나고, 사교육업체들의 입시설명회가 본격 시작됐다. 지난 6월 6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한 대형 입시학원이 주최한 입시설명회가 열려 학부모와 수험생으로 북적였다. 모의평가가 끝난 뒤 이틀 만에 열린 첫 입시설명회였다. “의대 모집 정원이 1500명가량 확대돼 재수생들의 대거 유입이 예상되는 첫해다. ‘킬러문항’ 배제 후 치러지는 두 번째 해로 수험생이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 전문 강사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학부모와 수험생의 눈은 번쩍였다. 지난해와 달라진 내용을 설명하는 입시자료가 대형 화면에 나타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연신 사진을 찍었다. 벌을 서듯 양팔을 높이 치켜든 참석자들의 몸짓에서 합격을 열망하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올해는 의대 정원 증원과 무전공 선발 확대 등으로 입시 변수가 많다. 치열한 입시 경쟁의 ...

    1583호2024.06.18 06:00

  • [렌즈로 본 세상] 어미 따라 졸졸졸…즐거운 나들이
    어미 따라 졸졸졸…즐거운 나들이

    지난 6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샛강. 새끼를 둔 청둥오리 어미는 예민했다. 사람들의 낮은 발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날씨가 더운 탓에 시원한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호기심 많은 새끼 한 마리가 무리를 벗어나 물가로 나오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것이다. 부화한 지 꽤 된 듯 여섯 마리의 새끼는 제법 컸다. 수풀에서 물가로 나온 새끼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미가 경계의 의미로 날갯짓을 하자 새끼들도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응답했다. 30여 분 모습을 드러낸 청둥오리 가족은 유유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청둥오리는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오리류 중 가장 흔한 겨울 철새다. 4월 하순에서 7월 상순까지 한배에 6∼12개의 알을 낳는다. 샛강에서 만난 청둥오리 새끼는 여덟 마리였는데, 보름 사이에 두 마리를 잃었다. 매일 샛강 모니터링을 하는 여의샛강센터 직원이 전해준 말이다. 또 한 번 생사를 가를 여름 장마철을 잘 버티고 가을이 되면 새끼 오리들은 꽤...

    1582호2024.06.11 06:00

  • [렌즈로 본 세상] 밀양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연대의 힘
    밀양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연대의 힘

    오는 6월 11일은 경남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이 있은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밀양 송전탑은 울산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로 수송하기 위해 세워졌다. 한국전력공사는 2001년 송전탑 건설 부지로 밀양을 선정했다. 하지만 고압선로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와 보상 문제로 밀양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송전탑 예정지에 움막을 설치하고 오랫동안 농성을 벌였다.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이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6월 11일 경찰 20개 중대 2000여 명이 동원돼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2014년 9월, 밀양을 지나는 765kV 송전선로 69기가 세워졌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밀양에는 송전탑을 반대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6·11 행정대집행 10년을 맞아 다시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밀양 희망버스’를 타고 온 시...

    1581호2024.06.04 06:35

  • [렌즈로 본 세상] 물떼새 놀게, 강물아 흘러라
    물떼새 놀게, 강물아 흘러라

    전라북도 장수군 신무산의 뜬봉샘에서 흐르는 작은 물줄기는 충청남북도를 거치며 몸집을 키워 군산만을 통해 서해로 흘러간다. 한강, 낙동강, 영산강과 더불어 대한민국 4대강에 속하는 금강(錦江)이다.비단처럼 곱게 흐르던 강물은 세종시에서 고인 물이 될 운명을 맞게 될 처지다. 세종보를 재가동해 담수하려는 정부의 계획 때문이다. 2018년,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때부터 세종보의 수문은 열린 채로 닫히지 않았다. 수위가 낮아지고 생태계가 살아났다는 평가가 있다. 2021년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세종보 철거 계획은 이를 뒷받침했을 터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환경부가 재심의를 요청했다. 국토교통부가 아니라 환경부가 말이다. 세종보의 재가동이 절차를 밟고 있다. 강물과 달리 사람의 정책은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역전될 수 있나 보다.세종보 재가동을 반대하는 활동가들의 천막농성장 바로 옆 한두리대교 교각에 그려진 벽화를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인 지난 5월 ...

    1580호2024.05.28 06:00

  • [렌즈로 본 세상] 여름밤 하늘 가로지르는 은빛의 큰 강
    여름밤 하늘 가로지르는 은빛의 큰 강

    여름밤에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큰 강 하나가 생깁니다. 우리에겐 서로 사랑하는 견우와 직녀를 갈라놓은 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별들의 강 이름은 ‘은하수’입니다. 수많은 별의 무리를 ‘은하’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가 속한 은하의 이름은 무엇인지 아세요? 재밌게도 그 이름은 ‘우리은하’입니다. 은하수는 천구를 가로지르는 띠 모양의 우리은하 모습입니다. 은하수는 우리말로, 용(龍)의 옛말인 미르가 변한 미리와 천(川)의 내를 합쳐 ‘미리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정확한 공식은 없지만, 은하수를 찍기 위한 조건은 있습니다. 우선 주변에 도심의 인공 빛이 없어야 합니다. 관측 예상 시점 이전 최소 3~4시간은 맑아야 하고요, 당연하게도 종일 미세먼지가 관측되지 않아야 합니다. 습도는 50% 미만이 최상이지만 제가 이 사진들을 찍었을 땐 90%까지 올라갔어요. 습도가 낮아야 하는 이유는 공기 중에 있는 물 분자가 별을 뿌옇게 보이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초...

    1579호2024.05.21 06:00

  • [렌즈로 본 세상] 반복되는 소방관 죽음, 서글프다
    반복되는 소방관 죽음, 서글프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등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가 40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화재 진압 도중 13명이, 구조 현장에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도 10명이 숨졌다.목숨을 구하는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영웅’이나 ‘희생’이라는 말로 받아들이기엔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더 구조할 사람이 없는 화재 현장에서 수색하다가, ‘구급대원’이 화재 진압 현장에 투입돼서, 인원 부족으로 ‘2인 1조’ 원칙을 지킬 수 없어 홀로 인명구조를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국가는 이들에게 ‘1계급 특진’과 ‘훈장’을 추서했다.이들이 순직한 현장을 조사한 보고서는 철저한 대외비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비슷한 죽음이 반복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라면서도 소방관들은 다시 현장으로 향한다.지난 5월 2일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묘역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서글픈 빗줄기가 ‘...

    1578호2024.05.14 06:00

  • [렌즈로 본 세상] 들리나요, 손짓의 말
    들리나요, 손짓의 말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는 손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수어통역사다. 각 당 대변인들의 정례 브리핑이나 의원들이 주관한 공식 기자회견에는 어김없이 함께한다. 2020년 8월 10일 소통관의 첫 수어통역이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빠짐이 없다. 당시 수어통역 전면 시행을 끌어낸 이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다. 장 의원이 진행한 ‘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및 국회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이 처음 등장한 것이다. 수어는 손과 손가락의 모양, 손바닥의 방향, 손의 위치와 움직임 등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된다. 국회 소통관에는 4명의 수어통역사가 상주해 수시로 열리는 기자회견의 수어통역을 담당하고 있다.사진은 박지연 수어통역사가 지난 5월1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에 대한 징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통역하는 모습이다....

    1577호2024.05.07 06:00

  • [렌즈로 본 세상] 돌아온 건구스, 반갑고도 짠하다
    돌아온 건구스, 반갑고도 짠하다

    건국대학교 마스코트인 거위 ‘건구스’가 다시 학생들 곁으로 돌아왔다. 건구스는 지난 4월 11일 한 6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이후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 돌아온 건구스 한 쌍은 호수 안 인공섬 와우도에서 주로 지낸다. 폭행 사건 이전에는 학생이 많이 모이는 청심대가 건구스의 주 무대였다. 호수 관리를 담당하는 한 교직원은 “전에는 가까이 가도 경계심이 없었는데 사건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사람들을 피해 다닌다”며 한숨을 쉬었다.건구스가 학교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동문의 도움이 컸다. 교내 인공호수인 일감호가 생긴 1982년 이후 야생 거위가 많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조류 인플루엔자를 겪으며 그 수가 줄어들었다. 한 마리만 겨우 살아남아 호수를 지키고 있었다. 2022년 가을 한 동문이 “한 마리만 있는 게 너무 외로워 보인다”며 거위 한 쌍을 기증했다. 이번에 폭행을 당한 거위는 그중 수컷이다.건구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학생들도 ...

    1576호2024.04.29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