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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즈로 본 세상] 산 것과 죽은 것 그리고 인간
    산 것과 죽은 것 그리고 인간

    우리나라의 산림이 토석채취장과 광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토목 공사나 아파트 건축에 사용되는 골재인 토석의 40%는 산림에서 채취된다. 토석채취장 일부는 사용 업체의 부도나 복구 예치금 부족 등으로 속이 파내진 채 버려진다. 사진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의 한 토석채취장이다. 2015년 부도를 맞은 업체는 땅을 버렸다. 지금은 이 땅을 매입한 한 사업주가 하루에만 25t 트럭 300대 분량의 흙을 실어와 속을 채우고 있다. 앞으로 이렇게 2년은 더 해야 한다. 여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림청과 긴 시간 법정 싸움을 벌여 승리를 쟁취한 한 사업주는 기어이 백두대간인 경북 문경 대야산 중턱에 구멍을 뚫었다. 이제 속을 긁어낼 일만 남았다. 산 것의 속을 긁어내면 이내 그것은 죽은 것이 돼버린다. 그리고 사람은 죽은 땅에서 살지 못한다.

    1595호2024.09.10 06:00

  • [렌즈로 본 세상]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추석맞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추석맞이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 8월 28일 소비 촉진을 위한 민생안정대책 시행안을 발표했다. 세법 개정을 통해 하반기 전통시장에서 쓴 지출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80%로 2배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농·축·수산물 성수품은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t가량 공급한다는 내용이다.정부는 20대 성수품(배추, 무, 사과, 배, 양파, 마늘, 감자, 소·돼지·닭고기, 달걀, 밤, 대추, 잣, 명태, 오징어, 고등어, 갈치, 참조기, 마른 멸치) 평균 가격을 물가가 오르기 전인 2021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이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은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상인들은 사과와 배를 보기 좋게 진열해놓고 손님들을 기다렸다.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은 사과와 배를 들었다 놨다 하며 구매를 망설였다. 장바구니가 채워지는데 제법 긴 시간이 걸렸다. 한 상인이 키우는 고양이 ‘방울이’는 상인과 손님의 고민은 상관없다는 듯 매대에서 토마토를 베고 단잠을 자고 ...

    1594호2024.09.03 06:00

  • [렌즈로 본 세상]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청춘의 간절함’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청춘의 간절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44만3000명이다.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 기업들이 취업 독려에 나섰다.지난 8월 2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열렸다. 은행 14개사, 보험사 15개사, 증권사 7개사 등 모두 78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이번 박람회에선 현장 면접, 모의 면접, 채용 상담 등이 진행됐다.청년 구직자들은 무더위에 연신 부채질하며 면접을 준비했다. 예상 질문과 답변을 되뇌며 틈틈이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부스 앞에서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청년들은 심호흡하며 앞서 진행 중인 면접을 지켜봤다. 한 청년은 구두가 익숙지 않은 탓인지 발목에 밴드를 붙인 채 면접을 기다렸다. 구두는 얼마 신지 않은 듯 구김 없이 단단해 보였다.쉼을 마치고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오늘도 단단한 구두에 발을 집어넣는 청년들에게 응원을 보내본다.

    1593호2024.08.27 06:00

  • [렌즈로 본 세상] ‘쪼개진’ 광복절, 미안합니다
    ‘쪼개진’ 광복절, 미안합니다

    제79회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특이한 1인 시위가 펼쳐졌다. 흰 저고리를 차려입은 백발의 여성이 검은색 천에 흰색 글씨가 써진 만장의 깃대를 하염없이 흔들었다. 만장에는 “장군님 미안!”이라고 쓰여 있었다. 만장 깃대를 흔든 주인공은 양혜경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었다.양 이사장이 이날 1인 행위극을 펼친 이유는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이날 광복절 기념식은 사상 초유로 쪼개져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정부 주최 경축식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됐고, 같은 시간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단체연합은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따로 기념식을 열었다.양 이사장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1시간가량 만장을 흔드는 행위극을 펼쳤다. 경찰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과의 충돌을 염려해 퍼포먼스를 몇 번이나 만류했다. 실제로 양 이사장 주변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 퍼포먼...

    1592호2024.08.20 06:00

  • [렌즈로 본 세상] 검찰 늑장 수사에 하늘도 울었다
    검찰 늑장 수사에 하늘도 울었다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서도 엄마의 눈물은 섞이지 않고 선명했다. 이내 엄마의 볼에 닿은 빗물과 눈물은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아들의 사진 위로 쉴 새 없이 내려앉았다.고 강보경씨 산재 사망 1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8월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1주기 추모 및 검찰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씨는 지난해 8월 DL이앤씨의 하도급업체 소속 일용직으로 부산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다 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먹구름 가득하던 흐린 하늘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천둥 번개와 비를 뿜어냈다. 참석자들은 천둥소리는 하늘에서 외치는 소리이고 쏟아진 소나기는 원통한 눈물 같다고 했다.이날 강씨의 어머니 이숙련씨와 누나 강지선씨는 강씨의 영정을 들었다. 어머니는 “제사를 앞두고 아들이 좋아하던 파인애플도 사고 체리도 샀다”며 “(과일을) 깎아서 먹여주고 싶은데 냉장고에 넣어두려니 마음이 찌르는 듯 아팠다”고 했다.부산 연제경찰서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4월 기소의...

    1591호2024.08.13 06:00

  • [렌즈로 본 세상] 티몬 환불, 기약 없는 기다림
    티몬 환불, 기약 없는 기다림

    지난 7월 26일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 소비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을 가득 메웠다. 티몬은 이날 새벽부터 소비자들에게 환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사람들은 건물 안부터 계단, 주차장을 지나 건물 바깥까지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대기번호는 오전에 2000번을 넘겼다. 불볕더위 속에 소비자들은 돗자리를 깔거나 연신 부채질을 하며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갔다. 티몬 관계자가 환불 신청서를 들고나왔다. 일순간 사람들의 손이 허공에 모였다 흩어졌다. 환불이 가능한 것은 맞는지, 접수가 됐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 알고 싶은 소비자들은 작은 변화에도 눈과 귀를 곤두세웠다.이들 대부분은 전날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휴가를 기다리며 여행 상품을 구매하고,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전날 오전 11시쯤 도착해 이곳에서 밤을 새웠다는 한 소비자는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왔는데 그거 한 줄 안 먹고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1590호2024.08.06 06:00

  • [렌즈로 본 세상] 학폭·왕따…아이 낳기 두려운 세상
    학폭·왕따…아이 낳기 두려운 세상

    학교폭력 피해 학생 10명 중 6명이 고통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푸른나무재단은 지난 7월 24일 서울 서초구 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한 ‘2024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 대상 고통의 정도를 조사한 결과 64.1%가 고통스러웠다고 응답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17년 동일 문항 조사 이래 역대 최고의 수치로, 피해자의 고통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보호자 인식 조사에서는 피해 학생 보호자의 40.6%가 가해자 측으로부터 쌍방 신고를 당했다고 응답했으며, 푸른나무재단의 상담 전화 중 법률상담 신청 비율 또한 10년 중 최고치다. 현재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학교 폭력과 미흡한 대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부모가 아이를 낳고 싶어할까?

    1589호2024.07.30 06:00

  • [렌즈로 본 세상] 혼탁한 강물처럼 흐려지는 진실
    혼탁한 강물처럼 흐려지는 진실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지난 7월 15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를 찾았다.길이 200m 교량 중심부에서 바라본 내성천은 깊었다. 곳곳에 물살이 도는 회오리 현상도 보였다. 강물은 탁했다.지난해 7월 19일 오전 9시 10분경, 이곳에서 당시 해병대 제1사단 소속 채모 상병(당시 일병·사후에 상병 추서)이 실종된 민간인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그는 14시간 뒤에 사고현장으로부터 5.8㎞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예천군의 폭우 피해 복구 대민 지원으로 가용한 인근 군부대를 총동원하라는 특별지시를 국방부에 내렸다. 수해 복구 작전으로 알고 삽과 곡괭이, 모래주머니 등만 챙겨 간 해병대원들은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구명조끼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없이 해병대원들은 강물로 밀어 넣어졌다.1년이 지났다. 억울한 죽음과 남겨진 가족은 있는데 희생을 강요한 사람은 그런 ...

    1588호2024.07.23 06:00

  • [렌즈로 본 세상] 진흙투성이가 된 일상
    진흙투성이가 된 일상

    “집안에 냉장고도 다 넘어지고 쓸 수 있는 물건이 없어.” 대피소에서 돌아온 한 주민이 말했다.지난 7월 10일 새벽 충청권과 전라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방(정뱅이)마을 인근 제방이 무너졌다. 불어난 빗물은 무너진 제방을 넘어 삶의 공간으로 밀고 들어왔다. 논밭을 집어삼켰고, 도로와 주택에 토사를 밀어넣었다.시간이 지나며 빗줄기가 약해지자 대피했던 30여명의 주민 중 일부는 토사로 뒤덮인 집안의 가재도구를 정리했다. 방바닥은 뻘밭으로 변했고, 냉장고와 침대 등이 모두 넘어졌다. 손댈 수 없이 망가진 집안을 살펴보던 주민들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만 한참 바라보다 다시 집을 떠났다. 발에 진흙이 묻은 개 한 마리가 마당 한쪽에서 무너진 제방으로 잠긴 논을 향해 짖고 있었다.일부 지역에 시간당 146㎜의 폭우가 쏟아진 이번 집중호우로 충청권과 전라권에는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에서...

    1587호2024.07.16 06:20

  • [렌즈로 본 세상] “정부가 한번 키워보소”
    “정부가 한번 키워보소”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우 농가들이 지난 7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우 반납’ 집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에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전국한우협회 회원 1만2000여명은 지속 가능한 한우 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 제정과 한우 암소 2만 두 긴급 격리, 사료 가격 즉시 인하, 사료구매자금 상환기한 2년 연장 및 분할상환,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을 요구했다.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모형 소를 정부에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는데, 경찰이 설치한 벽에 가로막혔다. 한우 농가 지원을 위한 한우법은 21대 국회 폐회를 앞둔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하루 만에 폐기됐다.

    1586호2024.07.09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