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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즈로 본 세상] ‘얼음이 녹는다’…지구의 경고
    ‘얼음이 녹는다’…지구의 경고

    매서운 한파에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춘’마저 사라졌다. 입춘인 지난 2월 3일 서울에 올해 첫 한파경보가 발효된 이후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돌았다. 한강의 상·하류에는 유빙이 관측됐고 강변에는 고드름이 맺혔다. 옷을 겹겹이 껴입고 핫팩을 손에 쥔 시민들도 몰아치는 칼바람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한파경보는 영하 15도, 주의보는 영하 12도 이하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절기에 맞지 않는 한파의 주된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북극 온난화다. 북극의 한기는 평소 ‘폴라 보텍스’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갇혀 있다. 차가운 폴라 보텍스를 제트기류가 잡아두고 있었는데, 북극 기온이 오르면서 제트기류가 힘을 잃고 한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온 것이다.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연구소(C3S)는 지난 2월 2일(현지시간) 북극 기온을 영하 1도로 관측했다. 과거 1991∼2020년 평균보다 20...

    1615호2025.02.11 06:00

  • [렌즈로 본 세상] 엄혹한 시절에도…설레는 ‘설’
    엄혹한 시절에도…설레는 ‘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1월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과 청량리시장을 찾았다. 장터는 북적였다. 상인들은 물건을 정성스럽게 진열한 뒤 손님들을 기다렸고,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카트를 끌거나 장바구니를 메고 가게 앞에 서서 신중하게 물건을 골랐다.“생선 한 마리 사가서 누구 코에 붙여요.” 생선가게 상인이 두툼한 굴비 한 마리를 사는 한 노인에게 짓궂은 농을 건넸다. 노인은 웃으며 노련하게 답했다. “아휴 생선만 먹나? 떡국도 먹고, 고기도 먹고 과일도 먹지!” 노인의 카트에는 과일과 떡국용 떡, 나물 등이 담겨 있었다. 시장 입구에서 홀쭉했던 시민들의 카트와 장바구니는 시장 이곳저곳을 돌며 그득하게 채워졌다.시장을 나온 노인들이 버스정류장에 앉아 집에 갈 버스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툼해진 카트와 장바구니를 옆에 두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이 꽤 정겹게 보였다.

    1614호2025.01.28 06:00

  • [렌즈로 본 세상] K대통령, 또 하나의 잔혹사
    K대통령, 또 하나의 잔혹사

    근 한 달여 만의 화려한 외출이었다. 지난해 12월 14일 직무가 정지되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머물던 윤석열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낼 참이었다. 두 번째 체포영장이 집행됐던 지난 1월 15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담화를 담은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중략)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불이익을 당한 사람치고는 체포당하는 모습이 호사스러웠다.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국민은 통상 형사 사건에 휘말려 체포될 때 수갑이나 포승줄에 묶일 터인데, 윤 대통령은 경호처의 호위를 받으며 체포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뒷문에 도착했다. 정문에 설치한 포토라인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셀프카메라 앞에서 당당했던 대통령의 모습은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는 온데간데없었다.

    1613호2025.01.21 06:00

  • [렌즈로 본 세상] 겨울 진객의 힘찬 날갯짓
    겨울 진객의 힘찬 날갯짓

    한강에는 겨울에만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있다. 우리가 흔히 ‘백조’로 알고 있는 고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한반도로 내려온다. 우리나라를 찾는 고니류는 큰고니, 고니, 혹고니 등 3종으로 알려져 있다.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아래 산곡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인 당정섬 주변은 큰고니의 대표적인 놀이터다. 이맘때면 제법 많은 수의 고니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조류 사진 마니아들에게는 유명한 출사지이기도 하다.한파가 찾아온 지난 1월 7일 고니 사진을 찍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수십 마리의 큰고니가 강변에 모여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매서운 날씨 탓인지 고니 떼는 부리를 날개에 파묻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서로의 체온을 통해 혹독한 추위를 이기는 남극의 황제펭귄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차게 비행하는 모습을 찍으려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매서운 강바람에 코끝이 시려 올 때쯤 기회가 찾아왔다. 고니...

    1612호2025.01.14 06:00

  • [렌즈로 본 세상] 제대로 슬퍼해야 다음을 기약한다
    제대로 슬퍼해야 다음을 기약한다

    이름이 적힌 위패도, 고인의 얼굴이 담긴 영정도 없었다. 하얀 국화꽃이 제단 위에 수북이 쌓여 있을 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나고 사흘째인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애도의 행렬에 외국인도 있었다. 그는 희생자와 한국을 위로하고 싶다며 방명록의 흰 종이 위에 그의 마음을 적었다. 추후에 누군가가 자기가 적은 글을 읽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마음을 적었을 것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느껴지는 슬픔, 이런 감정을 우리는 ‘사회적 애도’라고 표현해야 할까.정부는 7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슬픔과 아픔이 일주일 만에 누그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제대로 슬퍼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1611호2025.01.07 06:30

  • [렌즈로 본 세상]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입니다. 대통령이 한밤에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열이틀째가 되던 지난 12월 14일,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청년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손에 쥔 응원봉을 높이 들고 국회를 향한 외침은 단 하나 ‘탄핵’입니다. 국회의원들의 무기명 투표가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난 오후 5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은 가결.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립니다. 여의도 하늘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해도 자리를 지키며 목청껏 노래를 부릅니다.“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계엄’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삶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유와 행복, 꿈과 희망 등 일상의 소중한 가치들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여의도를 거쳐 이제 광화문을 밝히고 있는 시민들이 ‘다시 ...

    1610호2024.12.31 06:00

  • [렌즈로 본 세상] 윤석열표 대왕고래도 탄핵해야
    윤석열표 대왕고래도 탄핵해야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이후 윤석열 정권에서 실행된 반환경적 정책들을 중단하라는 환경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직접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하며 대표적인 ‘윤석열표’ 에너지 정책으로 부상했다. 그후 탈탄소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환경기후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져 왔다.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12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후위기 유발, 윤석열의 석유·가스 시추계획을 탄핵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의 발표처럼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를 개발하게 되면 무려 58억t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된다”며 “이는 한국의 연간 배출량인 6억5000만t의 9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정부...

    1609호2024.12.24 06:00

  • [렌즈로 본 세상] ‘막다른 길’의 대통령
    ‘막다른 길’의 대통령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민원실 입구로 이어지는 차도 바닥에는 다음과 같은 단어가 적혀 있다. ‘막다른 길.’지난 12월 11일, 그 도로(이태원로4길)와 닿은 외벽을 따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붉고 노란 화환을 줄지어 놓았다. 화환에 달린 분홍색 굵은 띠에 적힌 문구는 이랬다.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 “내란죄는 정작 민주당 패거리들”, ”민주당이 내란범이다!”, “탄핵 반대” “계엄은 합법이다”윤 대통령의 출근길은 화환들이 놓인 이태원로4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그 문구를 봤을 리 없다. 하지만 보지도 않고 윤 대통령은 그들의 마음을 헤아렸나 보다. 지난 12월 12일 오전 대통령실은 녹화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을 송출했다. 막다른 길에 선 대통령은 외쳤다.“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습니다.”

    1608호2024.12.17 06:00

  • [렌즈로 본 세상] 계엄은 짧았지만 트라우마는 길었다
    계엄은 짧았지만 트라우마는 길었다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12월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로 향하는 취재 차량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계엄사 포고령 제1호의 마지막 문장은 단호했다. 그리고 귓가에 박힌 두 단어는 곧 마주할 공포를 예고하는 듯했다. ‘계엄’과 ‘처단’!헬기가 국회 경내에 착륙했다. 그리고 완전무장한 계엄군이 나타났다. 국회 장악이란 목표가 확실해 보이는 그들을 상대로 야당 당직자들의 격렬한 저항이 시작됐다. 경찰에 의해 의원들의 출입도 막힌 상황. 우원식 국회의장은 경찰의 눈을 피해 국회 담을 넘었다. 일촉즉발의 혼란 속에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안건이 가결됐다. 이 모든 일은 본회의 저지를 위해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동안 이루어졌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모두가 가슴 졸인 순간이었다. 단 5분만 늦었어도 대한민국의 운명이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었다.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1980년 5월 ...

    1607호2024.12.10 06:00

  • [렌즈로 본 세상] 낭만 대신 재난만 남긴, 첫눈
    낭만 대신 재난만 남긴, 첫눈

    지난 11월 27~28일 이틀간 계속된 폭설로 서울은 117년 만에 ‘11월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번 폭설로 서울과 수도권의 출퇴근길은 교통대란을 겪었다. 서울의 적설량은 1907년 시작된 기상관측 이래 역대 3위를 기록했다.점점이 흩날리던 싸라기눈은 이내 굵은 함박눈으로 변해 겨울 하늘을 빈틈없이 채웠다. 서해의 수증기를 머금은 축축한 눈이 쌓이면서 ‘첫눈’이라는 낭만보다 대란을 불러왔다. ‘비행기 150여 편 결항’, ‘주요 지역 대규모 정전’, ‘차량 53대 추돌’, ‘제설작업자 포함 서울·경기권 사망자 최소 8명’, ‘전통시장 및 아파트 시설물 붕괴’ 등. 평년 대비 6일 늦게 온 ‘첫눈’은 문명사회의 재난 대비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기후위기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여느 때 같았으면 쓰였을 법한 사진이 심각해지는 날씨 상황으로 쓰이지 못했다. 한국을 찾은 여행객들이 하얀 세상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동안 기자의 휴대전화에는 폭설 관련 피해 속보 알림이 ...

    1606호2024.12.03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