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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즈로 본 세상] 공공 돌봄 외면…사회 균열 가속
    공공 돌봄 외면…사회 균열 가속

    사람은 돌봄을 받는다. 태어나면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돌봄을 받고 자라면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태어날 때만큼이나 연약한 나이가 되면 다시 돌봄을 받는 존재가 된다.미국의 동화 작가 메리 맵스 도지(Mary Mapes Dodge)가 1895년에 쓴 소설 <한스 브링커의 은빛 스케이트>에는 둑의 구멍을 맨손으로 막아 마을을 지켜낸 소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소년은 작은 구멍을 그대로 놓아두면 둑 전체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년은 손가락으로, 그리고 손과 팔을 이용해 둑의 구멍을 막았기 때문에 그가 사는 마을이 무사할 수 있었다.우리 사회의 균열은 몇 군데일까? ‘돌봄의 공공성’에 난 균열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했던 공공돌봄서비스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폐지됐다. 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함께 육아에 참여하는 여성가족부의 ‘돌봄공동체 지원 사업’도 폐지됐다. 정부가 균열에 정을 대고 못질을 하고 있다.지난 10월...

    1602호2024.11.05 06:00

  • [렌즈로 본 세상] “또 무죄냐” 주저앉은 유가족
    “또 무죄냐” 주저앉은 유가족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이 사건으로 기소된 주요 기관 책임자들의 1심 선고가 마무리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만 유죄 판결을 받았고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무죄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아예 불기소 처리됐다. 반복되는 참사에도 합당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은 이전과 같았다. 요직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다.“참사 때나 이러지.” 함께 있던 기자가 구름처럼 몰려드는 경찰들을 보며 말했다. 지난 10월 17일 김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자 어림잡아 100명이 훌쩍 넘는 경찰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입구를 에워쌌다. 법원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지만 과도해 보였다. 법원 판결을 지켜보던 유가족은 분통을 터뜨리며 울었다. 진창희씨가 말했다. “아이들이 쓰러져 죽어가는 화면, 부모들이 법원 앞에서 몸부림치는 장면만 보지 마시고 사법의 무능함과 참담함을 국민께서 함께 바라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재판부는 무죄 판결과 별개로 다...

    1601호2024.10.29 06:00

  • [렌즈로 본 세상]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남북관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남북관계

    남과 북을 연결하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는 폭파돼 뿌연 연기를 뿜으며 허공으로 사라졌다. 지난 10월 15일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분명히 그렇게 찍혀 있었다. 하지만 하늘 높이 적란운처럼 뿜어져 나왔던 잿빛 연기는 사라지지 않고 다음 날 임진강에서 연막처럼 퍼져나가고 있었다.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데, 고성능 관측장비가 무슨 소용일까? 제구실을 못 하지만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망원경은 북서쪽을 향하고 있다. 전망대 남서쪽에서는 한강이 굽이쳐 올라온다. 강원도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과 함경남도 마식령산맥에서 흘러나온 임진강은 바로 오두산 앞에서 만난다. 그리고 한 줄기가 되어 서해로 흘러간다. 만나면 하나가 되어 흘러가는 것이다.망원경 너머에는 굽이쳐 내려오는 임진강과 수확을 기다리는 민통선의 황금 들녘, 그리고 북으로 향하는 자유로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실제로 보이는 건 별로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

    1600호2024.10.22 06:00

  • [렌즈로 본 세상] 남북관계, 어디로 가는가
    남북관계, 어디로 가는가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10월 9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보도문에서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말했다.10월 9일 찾은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접경지역에서도 북한군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북한군 수십명이 임진강 강가에서 돌을 캐고 나르는 듯했다. 휴일을 맞아 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도 북한군들이 신기한 듯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관광객들은 “오전에 저기에서 뭔가 폭발했대”, “지뢰가 있었던 거 아니야? 께름칙하네” 등 접경지역 북한군의 모습을 보며 추측성 이야기를 나눴다.김명수 합동참모의장은 다음날인 10월 10일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발표와 관련해 “동해선과 경의선은...

    1599호2024.10.15 06:00

  • [렌즈로 본 세상] 슬픈 백세시대…아버지, 우리 아버지
    슬픈 백세시대…아버지, 우리 아버지

    ‘노인의 날’인 지난 10월 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무료 급식소 앞에 노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밀물과 썰물처럼 매일 모였다 흩어지는 이 풍경은 노인의 날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대한민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00년에 7%로 고령화사회, 2014년에 14%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내년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 노인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명당 42.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빈곤율 14.2%·자살률 16.5명)과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독거노인 관련 통계는 더 비관적이다. 지난해 가구주 나이가 65세 이상은 565만5000가구인데 이중 213만8000가구(37.8%)가 1인 가구, 즉 독거노인이다. 독거노인은 여자가 남자의 2.2배다. 이중 55.8%는 노후...

    1598호2024.10.08 06:00

  • [렌즈로 본 세상] 초심으로 돌아가는 행동하는 신앙
    초심으로 돌아가는 행동하는 신앙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은 지난 9월 23일 명동대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 지난 반세기를 성찰하고 앞으로의 50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문규현 신부의 주례로 열린 이날 미사에서 사제단과 참석자들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에 맞서 목소리를 낸 당시의 사제들을 비롯해 어려운 시기에 성직자로서의 제 역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정신을 되새겼다. 사제단은 “교회마저 세상의 슬픔과 번뇌를 외면한다면 사람들이 서러운 눈물을 어디서 닦겠냐”며 “우리부터 사제단을 결성하던 때의 순수하고 절실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사제단은 유신 시대인 1974년 9월에 창립됐다. 지학순 주교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에 자금을 댔다는 혐의로 연행되자, 사제 30여명이 강원도 원동성당에 모여 “민중의 삶 속으로 나아가자”고 결의한 것이 계기였다. 1970년대에는 인권 및 반유신 운동, 1980년대에는 민주화와 통일운동, 1990년대 이후에는 남북 교류와 환경...

    1597호2024.10.01 06:00

  • [렌즈로 본 세상] 주황빛으로 오는 가을
    주황빛으로 오는 가을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된다는 백로(白露)가 지났다. 24절기를 보면 계절의 흐름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9월 10일 전국 대부분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고, 서울 전역에는 2008년 폭염특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9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이날 찾은 서울 동대문구 ‘지식의 꽃밭’. 주황빛으로 활짝 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황화 코스모스 곁에 핀 여름꽃 해바라기는 가을에 자리를 넘겨주기 싫은 듯,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기싸움을 하는 꽃밭은 마음을 다독이는 풍경이었지만, 폭염에 찾는 이는 드물었다.올해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 일수는 20.2일로 역대 최장 기록을 썼다. 밤낮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여름은 쉽게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뜨거운 햇볕에도 황화 코스모스는 조용히 주황빛으로 빛나며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1596호2024.09.17 06:00

  • [렌즈로 본 세상] 산 것과 죽은 것 그리고 인간
    산 것과 죽은 것 그리고 인간

    우리나라의 산림이 토석채취장과 광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토목 공사나 아파트 건축에 사용되는 골재인 토석의 40%는 산림에서 채취된다. 토석채취장 일부는 사용 업체의 부도나 복구 예치금 부족 등으로 속이 파내진 채 버려진다. 사진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의 한 토석채취장이다. 2015년 부도를 맞은 업체는 땅을 버렸다. 지금은 이 땅을 매입한 한 사업주가 하루에만 25t 트럭 300대 분량의 흙을 실어와 속을 채우고 있다. 앞으로 이렇게 2년은 더 해야 한다. 여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림청과 긴 시간 법정 싸움을 벌여 승리를 쟁취한 한 사업주는 기어이 백두대간인 경북 문경 대야산 중턱에 구멍을 뚫었다. 이제 속을 긁어낼 일만 남았다. 산 것의 속을 긁어내면 이내 그것은 죽은 것이 돼버린다. 그리고 사람은 죽은 땅에서 살지 못한다.

    1595호2024.09.10 06:00

  • [렌즈로 본 세상]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추석맞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추석맞이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 8월 28일 소비 촉진을 위한 민생안정대책 시행안을 발표했다. 세법 개정을 통해 하반기 전통시장에서 쓴 지출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80%로 2배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농·축·수산물 성수품은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t가량 공급한다는 내용이다.정부는 20대 성수품(배추, 무, 사과, 배, 양파, 마늘, 감자, 소·돼지·닭고기, 달걀, 밤, 대추, 잣, 명태, 오징어, 고등어, 갈치, 참조기, 마른 멸치) 평균 가격을 물가가 오르기 전인 2021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이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은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상인들은 사과와 배를 보기 좋게 진열해놓고 손님들을 기다렸다.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은 사과와 배를 들었다 놨다 하며 구매를 망설였다. 장바구니가 채워지는데 제법 긴 시간이 걸렸다. 한 상인이 키우는 고양이 ‘방울이’는 상인과 손님의 고민은 상관없다는 듯 매대에서 토마토를 베고 단잠을 자고 ...

    1594호2024.09.03 06:00

  • [렌즈로 본 세상]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청춘의 간절함’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청춘의 간절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44만3000명이다.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 기업들이 취업 독려에 나섰다.지난 8월 2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열렸다. 은행 14개사, 보험사 15개사, 증권사 7개사 등 모두 78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이번 박람회에선 현장 면접, 모의 면접, 채용 상담 등이 진행됐다.청년 구직자들은 무더위에 연신 부채질하며 면접을 준비했다. 예상 질문과 답변을 되뇌며 틈틈이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부스 앞에서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청년들은 심호흡하며 앞서 진행 중인 면접을 지켜봤다. 한 청년은 구두가 익숙지 않은 탓인지 발목에 밴드를 붙인 채 면접을 기다렸다. 구두는 얼마 신지 않은 듯 구김 없이 단단해 보였다.쉼을 마치고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오늘도 단단한 구두에 발을 집어넣는 청년들에게 응원을 보내본다.

    1593호2024.08.2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