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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즈로 본 세상] 바뀐 게 없는 ‘김용균의 7년’
    바뀐 게 없는 ‘김용균의 7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끼임 사고로 숨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7주기인 지난 12월 10일, 태안과 서울에서 추모제와 결의대회가 열렸다.김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공장동 앞에서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용균이 동상이라도 세워 발전소의 정문을 지키고 있으면 한국서부발전 경영진들이 각성해 좀더 안전한 현장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속절없었다. 바로 전날인 지난 9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 설비 폭발로 노동자 2명이 2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6월 2일에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충현씨가 작업 중 기계에 끼어 숨지기도 했다.추모제를 마친 이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 “죽음의 발전소를 멈춰라!” 인도 위에는 “죽음의 발전소를 끝장내자”라고 크게 적힌 검은 벽처럼 생긴 조형물이 세워졌다. 작은 글씨들도 검은 벽을 빼곡히...

    1658호2025.12.16 06:00

  • [렌즈로 본 세상] 계엄 1년…국회 앞 다시 물들인 ‘응원봉’
    계엄 1년…국회 앞 다시 물들인 ‘응원봉’

    2024년 12월 3일로부터 꼬박 1년이 흘렀다. 지난해 이날 계엄령이 선포되자 이를 막기 위해 여의도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은 2025년 12월 3일에도 국회 앞에 모였다. 12·3 불법 계엄 1년을 맞아 국회 앞에서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에도 국회 앞을 찾은 시민들은 지난겨울 외쳤던 구호를 다시 외치며 1년 전을 떠올렸다.무대에 설치된 화면에서 계엄 당일, 탄핵소추안 표결, 파면 촉구 집회, 파면 선고까지의 영상이 나오자 익숙한 듯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치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까지 행진했다.

    1657호2025.12.09 06:00

  • [렌즈로 본 세상]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는 낙엽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는 낙엽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안도현의 시 ‘가을 엽서’처럼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단풍이 땅에서도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한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지난 11월 2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은 시민들은 겨울 채비에 나선 나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을 만끽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산책로를 걷는 시민들은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가을이여, 안녕!

    1656호2025.12.02 06:00

  • [렌즈로 본 세상]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지 못한 ‘그날 이후’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지 못한 ‘그날 이후’

    느닷없이 전해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듣는 사람의 오늘을 멈추게 한다. 그 순간부터 남겨진 이의 하루는 ‘오늘’이 아니라 ‘그날 이후’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그날 이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날짜는 다르지만, 각자의 ‘그날’은 계속해서 생겨난다.죽음은 보통 가족 곁에서, 눈을 감을 준비가 됐을 때 찾아와야 한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그러나 산업재해로 인한 죽음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의 도중에 찾아온다. 삶의 끝이 아니라 일상의 중간에서,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고인이 남긴 칫솔과 작은 수첩, 컵라면, 연고 같은 물건들은 유족의 손에 쥐어진 채 조용히 집으로 퇴근한다.지난 11월 18일 서울 조계사에서는 산재 사망 희생자 추모 위령제가 열렸다. 고인이 떠난 지 여러 해가 흘렀음에도,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어느 유가족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1655호2025.11.25 06:00

  • [렌즈로 본 세상] 딸, 그동안 고생했어
    딸, 그동안 고생했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1월 1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이번 수능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합쳐 55만4174명이 지원했다. 2019학년도 이후 가장 많이 응시했다. 출생아 수가 많았던 ‘황금돼지띠’의 영향이 컸다.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으로 수험생들이 속속 들어가는 가운데, 한 수험생과 어머니가 학교 앞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실까지 10분 남짓 남았을 무렵, 아버지가 뛰어와 딸에게 텀블러를 건넸다. 어머니는 딸의 손을 꼭 잡고 교문을 향해 달렸다. “포옹!” 그들을 지켜보던 취재진이 외쳤다. 잠시 머뭇대던 어머니를 딸이 먼저 끌어안았다. 그제야 가족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수험생을 응원했다. 그들의 한 해와 이 하루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1654호2025.11.18 06:00

  • [렌즈로 본 세상] ‘상처’가 모여 만든 가을
    ‘상처’가 모여 만든 가을

    아무래도 올해 단풍은 조금 멀리 떨어져 봐야겠습니다. 10월까지 이어지는 여름 같은 날씨에 나뭇잎이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잎은 과도한 ‘선텐’으로 테두리가 까맣게 타고 말았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상처가 보입니다. 구멍 난 잎맥, 부서진 잎살 가장자리…. 여름과 겨울이 뒤섞인 어색한 흔적입니다.멀리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잎사귀 한 장 한 장은 불완전해도, 전체 풍경은 계절의 무늬를 드러냅니다. 상한 잎도 서로 기대 붉음과 노랑의 하모니를 이룹니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이 ‘멀리서 본 전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단풍이 물들려면 추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단풍이 늦었습니다. 9월이 여름으로 바뀌는 바람에 설악의 단풍도 2주 미뤄졌습니다. 잎은 광합성을 멈춰야 색을 얻는데, 햇빛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 햇빛이 나뭇잎 속 질서를 흐트러뜨렸습니다. 그래도 계절은 변하게 마련입니다. 많은 잎이 물들기도 전에 떨어졌지만, 남은 잎들은 끝...

    1653호2025.11.11 06:00

  • [렌즈로 본 세상] 세심한 응대가 트럼프 마음 열었나
    세심한 응대가 트럼프 마음 열었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최고 훈장을 수여하고 금관 모형도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최고 수준의 격식을 갖춘 세심한 응대를 선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및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장인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했다. 이 훈장을 받은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상훈법상 ‘무궁화 대훈장’은 우리나라 최고 훈장이다.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은 훈장 수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평화 수호의 의지와 강한 리더십, 한·미관계에 대한 헌신에 대해 최고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님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기념하는 의미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이는 ...

    1652호2025.11.04 06:00

  • [렌즈로 본 세상] 시린 바람에 빠르게 물드는 가을
    시린 바람에 빠르게 물드는 가을

    가을이 없어졌다. 어제는 반팔을 입었고, 오늘은 패딩을 꺼낼까 고민하는 날씨다. 장마인 줄 알 만큼 비도 잦았다. 야외에서 즐겨야 할 가을 콘텐츠가 한참은 남았는데 10월도 거의 다 지나가고 갑자기 겨울의 문턱인 기분이다.지난 10월 19일 단풍을 보러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을 찾았다. 몇 년 전 이맘때 오대산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다는 이야기도, 당시 주말이 단풍 절정이라는 뉴스도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였다. 분명히 어제까지 여름이었으니까. 의심이 무색하게도 산 아래 푸르렀던 나무들은 정상으로 갈수록 알록달록한 색이 덧입혀졌다. 새빨간 단풍은 보기 힘들었지만, 노란색·주황색으로 분명히 물들어가고 있었다.단풍은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물든다. 올해는 이상고온이 이어지며 예년보다 단풍 시기도 늦어졌다고 한다. 취재할 때는 ‘아직 여름 아닌가’ 싶었고, 다녀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지금은 ‘이제 겨울이다’ 싶으니 그 잠깐 사이에 가을이 시작됐다 끝났다 보다...

    1651호2025.10.28 06:00

  • [렌즈로 본 세상] 비 오는 고궁, 한복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비 오는 고궁, 한복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비에 젖은 자갈은 밟힐 때마다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추석 연휴 막바지인 지난 10월 10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기와를 타고 흘러내린 빗방울이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우산을 든 방문객들은 지붕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을 넘나들며 궁을 구경했다.그중 절반 정도는 한복을 입고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명정전, 문정전에서부터 창덕궁으로 이어지는 함양문을 지나 궐내각사 홍문관을 거쳐 창덕궁 밖으로 나올 때까지 못 해도 서른 벌이 넘는 색색의 한복을 볼 수 있었다.K콘텐츠 덕분일까? 이제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의 모습도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단체로 한복을 맞춰 입고 온 외국인 관광객들은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 줄지어 돌길을 걸었다. 가이드가 설명하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가 빗소리에 섞여 흘러갔다. 비 오는 고궁의 풍경은 차분하기도, 경쾌하기도 했다. 가지런한 직선과 부드러운 곡선이 함께 있는 궁궐처럼, 밝은색과 짙은 색이 어우러...

    1650호2025.10.21 06:00

  • [렌즈로 본 세상]추석맞이 풍경, 방앗간과 자전거
    추석맞이 풍경, 방앗간과 자전거

    봄에 씨를 뿌리고, 뙤약볕 아래서 김을 매고, 모기 입이 삐뚤어질 무렵 수확하고, 가을볕에 말리느라 허리는 꼬부라졌을 텐데,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아낙네의 품새는 어느 남정네보다 힘이 넘쳤다. 방앗간에 도착하자 젊은이가 나와 자전거 짐칸에 실린 고추 꾸러미를 옮겼다. 자전거에서 내린 아낙의 허리는 예상대로 곧게 펴지지 않았다.추석을 닷새 앞둔 지난 10월 1일 전남 순천시 아랫장을 둘러보던 중 마주친 장면이다. 오일장은 다음날이었지만, 방앗간은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돌아오는 길, 장터에 걸린 시골 아낙들의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복되는 다양한 꽃무늬, 파스텔톤과 화려한 원색의 향연, 그리고 스타일은 요즘 유행하는 루즈 핏. 꼬부라진 허리 맵시를 감싸 줄 아낙네의 패션은 요즘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다. 뽀글뽀글 파마도 마찬가지. 시장 근처 미장원에서 들려오는 찰진 사투리가 지친 발걸음에 추임새를 놓는다.

    1649호2025.10.0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