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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즈로 본 세상]재구성되는 그날 밤 ‘국무회의’
    재구성되는 그날 밤 ‘국무회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지난 7월 2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소환 조사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해제 이후 작성된 계엄 선포문에 서명하는 등 12·3 불법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란 특검은 이날 한 전 총리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잇달아 소환해 계엄 전후 국무회의 참석 및 불참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같은 날 김건희 특검과 채 상병 특검도 각각 서울 광화문과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었다. 3대 특검 모두 본격 가동에 들어가게 됐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16개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는 “지나치거나 기울어지지 않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면서 “모든 수사는 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관련 사건을 사수하는 이명현 특별검사는 ...

    1636호2025.07.08 06:00

  • [렌즈로 본 세상] 영롱한 고요
    영롱한 고요

    비가 내린 지난 6월 25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는 연꽃 잔치가 열렸다. 일주문에서 법왕루까지 약 50m 구간에 놓인 수백개의 화분 속 연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었다. 이 연꽃 화분들은 봉은사 신도들이 연꽃 공양으로 정성껏 마련한 것이다. 봉은사에서는 해마다 이맘때 연꽃 축제가 열린다.연꽃은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에 더 고운 자태를 뽐낸다. 밤새 내린 비로 연잎마다 빗방울이 맺혔고, 넓은 잎 위에는 연잎의 무게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빗물이 고요히 담겨 있었다. 줄기 아래쪽 연잎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은 서로를 비추며, 마치 거울처럼 영롱한 빛을 더했다.연꽃의 생명이 지속되는 시간은 사흘이다. 첫날에는 꽃잎이 반쯤 피었다가 오전 중에 다시 오므라들고, 이튿날 가장 화려하게 만개해 향기를 내뿜는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연밥과 꽃술만 남긴 채 꽃잎은 하나둘씩 떨어진다. 그래서 연꽃은 가장 아름다울 때 조용히 물러나는, 군자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1635호2025.07.01 06:00

  • [렌즈로 본 세상]시작보다 끝날 때 지지율이 더 높길
    시작보다 끝날 때 지지율이 더 높길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이른바 G7(Group of Seven)이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렸다. ‘주요 7개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이다. 비록 한국은 7개국에 포함되지 않지만, 초청국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기회였다.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이재명 대통령은 12·3 불법 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을 언급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말했다. “9월에 열릴 유엔 총회에서 이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첫 외교무대에 등장했다. 기대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남은 불발됐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출발이 아니었을까? 공군 1호기에서 깜짝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이 대통령에게 한 기자가 질문했다. “임기를 끝낼 때쯤 이 정도의 지지율이라면 대략 성공한, 제법 잘한 대통령이다라고 만...

    1634호2025.06.24 06:00

  • [렌즈로 본 세상] 박종철들의 아픔이 있기에 오늘이 있다
    박종철들의 아픔이 있기에 오늘이 있다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하고 인권을 짓밟았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지난 6월 10일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제38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도 이날 개관한 기념관에서 열렸다.탱크가 밀려오는 듯한 육중한 철문 소리, 좁고 가파른 나선형 철계단을 내디딜 때마다 울리는 쿵쿵 소리, 눈을 가린 채 도착한 고문 피해자들에게 이곳은 소리부터 공포였을 것이다. 빛이 들지 않는 지하실인 줄로만 알았던 조사실은 5층에 있었고, 취조와 고문을 위해 세심하게 설계됐다. 물고문을 당했을 욕조는 공포스러웠다. 16개의 조사실은 양옆으로 엇갈려 배치돼 조사실 문을 열어도 마주하는 건 벽뿐이었다. 자해를 막기 위해 책상과 의자는 바닥에 고정돼 있고, 창문은 빛 한 줌 들어올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1987년 1월 고 박종철 열사가 이곳에서 물고문을 당하다 숨졌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민주항쟁의 신호탄이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박종철’의 비명이 이 ...

    1633호2025.06.17 06:00

  • [렌즈로 본 세상]결과 존중하며, 다시 일상으로
    결과 존중하며, 다시 일상으로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9.42%(1728만7513표)의 득표율로 당선했다.누군가의 당선이 선거의 끝은 아니다. 선거 기간에 설치한 각종 선거홍보물을 정리하고, 관련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비로소 선거가 마무리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다음 날인 6월 4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선거 벽보와 현수막 등 선거홍보물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현수막과 벽보는 설치한 자가 선거 종료 후 자진 철거해야 한다. 철거 현장에 있던 한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유독 벽보와 현수막 훼손 행위가 많았다”며 “선거 문화를 해치는 행위가 반복돼 안타깝다”고 말했다.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선거일 기준 선거범죄 2295건, 총 2565명을 단속했으며, 이중 8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현수막·벽보 훼손이 1907명(전체의 74.3%)으로 가장 많았다. 선거 벽보가 철거된 자리는 원래 그곳에 있던 평범한 벽으로 돌아...

    1632호2025.06.10 06:00

  • [렌즈로 본 세상] 천천히 먹어, 내일 보자
    천천히 먹어, 내일 보자

    만 19세, 김군의 20세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강변역 방향 9-4번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안전장치 수리 작업은 2인 1조로 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인력 부족과 빠듯한 작업 시간 때문에 지켜지지 않았다. 외주 업체 직원이었던 김군은 혼자 작업하다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다.사고 9주기였던 지난 5월 2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 앞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스크린도어 앞에 국화가 놓였다. “천천히 먹어, 내일 보자”라고 쓰인 포스트잇과 함께 컵라면과 도시락이 놓였다. 한 무리의 사람이 국화를 놓고 묵념하는 동안에도 열차는 시간에 맞춰 들어왔다 떠났다. 먹고살려고 일하는 걸 텐데 사람들이 자꾸 일하다 죽는다. 우리는 사람이 일하다 죽은 곳에서 다시 일한다. 이다음엔 또 누가 죽을지 두려워하면서, 추모해야 할 노동자들의 이름이 점점 셀 수 없이 늘어나...

    1631호2025.06.03 06:00

  • [렌즈로 본 세상]20대 표심은 누구에게 향할까
    20대 표심은 누구에게 향할까

    지난 5월 20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2025 봄 대동제가 열렸다. 캠퍼스 곳곳에 설치된 천막에서 학생들은 자기네 학과 특색을 살린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중국어과 학생들은 양꼬치를 구웠고, 아랍어과는 두바이 초콜릿이 들어간 와플을, 프랑스어과는 파르페를, 독일어과는 소시지를 만들었다.먹음직스러운 음식들 사이로 투표용지가 보였다. 대동제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단 두 명.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단일화에 성공한 것일까? ‘더불어바나나’ 소속 딸기 바나나 셰이크 후보, ‘국민의핫’ 소속 핫도그 후보가 경쟁했다. 사진 속 학생은 국민의핫 후보 핫도그를 뽑았다. 불닭과 케첩 중에서는 불닭에 투표했다.대선을 2주가량 남긴 날이었다. 학교 밖에는 진짜 후보들의 현수막이 붙었고, 정문에는 커다란 손팻말을 든 선거운동원이 지지를 호소했다. 계엄 이후 국회로, 광장으로, 헌재로 달려갔던 20대는 2주 뒤 투표소에서 누구를 뽑을까?

    1630호2025.05.27 06:00

  • [렌즈로 본 세상]“일 사죄는 언제” 애타는 마지막 배웅
    “일 사죄는 언제” 애타는 마지막 배웅

    뜨거웠던 정오의 볕은 고 이옥선 할머니 얼굴로 쏟아지고 있었다. 부축을 받으며 느릿하게 걸어 나온 이용수 할머니(97)가 오랜 친구의 영정 앞에 다가가 손을 흔들었다. 액자 속의 할머니와 액자 밖의 할머니는 모두 웃고 있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친구의 영정 앞에 카네이션 한 송이를 내려놓으며 이야기했다. 남은 자가 떠난 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였다.“잘 가게 고생했네.”매주 수요일 정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으로 모여든다. 지난 5월 14일에 열렸던 제1700회 수요시위에서는 사흘 전에 세상을 떠난 이옥선 할머니를 기렸다.이용수 할머니가 물었다. “정부는 우리의 죽음을 기다리는가?” 33년간의 시위에 정부는 침묵했다. 침묵은 국가의 방식이었고, 기다림은 피해자의 몫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이제 6명이다.

    1629호2025.05.20 06:00

  • [렌즈로 본 세상] “바쁘다 바빠” 분주한 선관위
    “바쁘다 바빠” 분주한 선관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 이후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나기까지 사회는 극단적으로 양분돼 혐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헌법의 가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으로 차가운 겨울의 거리를 밤낮없이 지킨 시민들의 노력으로 헌정사상 두 번째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됐다.제21대 대통령선거일은 6월 3일이다. 6월 대선은 사상 처음으로 이를 위한 공식 일정도 숨 가쁘다. 5월 10~11일 양일 간 후보 등록에 이어 12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재외 투표는 20일부터 25일까지, 본투표는 다음 달 3일이다. 차기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위원회 없이 선거 다음 날인 6월 4일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다.지난 5월 8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종로구 사무실에서 홍보 포스터 등 대통령선거 관련 인쇄물을 점검하고 있다.

    1628호2025.05.13 06:00

  • [렌즈로 본 세상] 내 마음과 세상 밝히는 연등
    내 마음과 세상 밝히는 연등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을 일주일 앞둔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이 형형색색의 연등으로 물들었다. 불자뿐만 아니라 가족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은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연등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연등은 우리의 마음을 밝고 맑고 바르게 하여 불덕(弗德)을 기리고, 등불로 어두운 세상을 밝힌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과 소중한 사람을 위한 소망을 담은 소원지를 함께 매달기도 한다.‘연등 달아드립니다’ 현수막이 달린 지게차가 쉴 새 없이 이곳저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지게차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건강, 안녕, 행복 등을 담은 소원도 하나씩 저 높이 하늘로 떠올랐다. 연등을 단 사람들은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해가 지면, 수많은 소망이 담긴 연등이 아름답게 빛나며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있을 것이다.

    1627호2025.05.0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