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끝나지 않을 듯 길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절기인 처서도 어느새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이면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도시를 뒤덮고, 저녁이 돼도 식을 줄 모르는 더위는 사람들의 지친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그러나 자연은 묵묵히 계절을 따라가며 가을의 징표를 내어놓는다. 인천 강화군 석모도의 칠면초 군락이 바로 그 증거다.광활한 갯벌 위로 붉게 번지는 칠면초는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봄에는 초록빛으로 자라나 여름의 더위를 견디고, 초가을이면 붉게 물들며 가을의 도래를 알린다. 지금은 마치 와인을 쏟아놓은 듯 진한 색감으로 여행객을 맞는다. 물때를 맞춰 갯벌을 찾으면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 속에서도 칠면초는 계절의 순환을 증명한다. 더위는 언젠가 물러가고, 가을은 반드시 찾아온다. 붉은 군락 앞에 서면, 그 당연한 사실이 새삼 위로처럼 다가온다.
1643호2025.08.2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