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렌즈로 본 세상
  • 전체 기사 787
  • [렌즈로 본 세상]더디 온 사과…노모는 103일을 기다렸다
    더디 온 사과…노모는 103일을 기다렸다

    “회사에서 누구라도 와서 영정에 꽃이라도 놓아 주면 내 마음이 좀 풀릴 긴데… 아무도 그래 안 하네예.”고 강보경씨(29)가 세상을 떠난 지 97일째 되던 지난 11월 16일, 서울 종로구 디엘이앤씨 본사 앞 분향소에서 먼저 간 아들의 사진에 볼을 맞댄 이숙련씨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아들 강씨는 지난 8월 부산 연제구 신축아파트에서 디엘이앤씨 하도급업체인 KCC 소속 일용직으로 일하다 창호 교체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추락 방지 고리, 안전망 등 안전장치는 없었다. “유리창 잡고 떨어질 때 얼마나 놀랐을까. 그걸 생각하면 잠을 못 잡니더. 너무 억울해서….” 이씨가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디엘이앤씨 산하 공사 현장에선 7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8명이 숨졌다. 지난 8월 말 고용노동부가 디엘이앤씨를 압수수색 했지만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어머니 이씨가 일흔의 노구를 이끌고 1인 시위와 각종 집회에 나선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11월 2...

    1555호2023.11.27 07:00

  • [렌즈로 본 세상]사장님만 외치는 ‘불공정과의 전쟁’
    사장님만 외치는 ‘불공정과의 전쟁’

    “대국민 사과 말고 사퇴를 선언하십시오!”지난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KBS. 박민 KBS 신임 사장이 기자회견장 앞에 나타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 30여명이 박 사장을 향해 일갈했다. 노조의 항의를 의식해서였을까. 15여명의 관계자에게 둘러싸여 이동하는 박 사장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취임 첫날인 전날에 KBS 주요 뉴스 진행자와 간부급 70여명을 교체한 박 사장은 이날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지난 정권하에 KBS가 내보낸 보도는 “불공정했다”며 허리 굽혀 사과했다. 이어 “불공정 편파 보도로 물의를 일으킨 기자나 PD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성·편파 보도’를 판단하는 기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사장은 “공정의 핵심은 정확성, 균형성, 객관성”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KBS 38기 기자 14명은 다음날 성명을 통해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가 자사 보도를 불공정했다고 스스로 ...

    1554호2023.11.20 07:12

  • [렌즈로 본 세상]‘바스락’ 가을이 간다
    ‘바스락’ 가을이 간다

    경향신문사가 있는 서울 중구 정동길은 사계절이 아름답지만, 가장 멋진 계절은 역시 가을입니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어우러진 이 길은 초가을부터 ‘만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정취를 느끼기에 그만이지요. 유독 따뜻했던 날씨 탓에 올해는 단풍이 좀 천천히 왔습니다. 예년보다 늦게 물들었지만, 거리에는 노랗고 붉은 가을이 가득했습니다. 오가는 시민들과 점심시간 산책하는 직장인들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꺼내듭니다.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11월 3일, 정동길을 걸었습니다. 거센 비와 바람 탓에 고운 빛깔을 뽐내던 녀석들이 서둘러 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유독 짧은 가을이 아쉽다고 생각하던 찰나, 한 시민이 낙엽을 밟으며 걷는 모습이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발끝에 느껴지는 푹신하고 포근한 감각까지도 이 근사한 계절의 정취가 아닐까요.

    1553호2023.11.14 07:00

  • [렌즈로 본 세상]‘버려야만’ 떠날 수 있는 장애인들
    ‘버려야만’ 떠날 수 있는 장애인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가수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을 들으면 가사처럼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훌쩍 제주로 향하고 싶어진다. 지난 11월 1일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회원 2명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어떤 것을 버려야만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국내 항공사의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평소 타던 전동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내용 수동 휠체어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예약 홈페이지에 안내된 ‘휠체어 서비스’ 내용을 살펴봤다. 거동이 불편한 승객이 소유한 휠체어의 운반에는 제약이 있었다. 폭 122㎝, 높이 84㎝를 초과하면 탑재하기 어려울 수 있고, 전동 휠체어는 배터리 분리 등 항공사의 조치가 필요하므로 예약 시 미리 알려 달라는 내용이다. 전장연은 이 같은 안내가 “마치 범죄자...

    1552호2023.11.03 11:13

  • [렌즈로 본 세상]어머니는 왜 구청 문 위에 올라갔을까
    어머니는 왜 구청 문 위에 올라갔을까

    서울 용산구청 관계자들이 구청 정문을 닫았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0월 24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참사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닫힌 문을 열지 못해 자신의 키보다 높은 철제문 위에 올라 절규했다.“제가 대비를 하는 것이 오히려 직권남용입니다.” 박 구청장은 검찰조사에서 “인파 관리나 군중 통제는 경찰의 업무”라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했다. “그 장소를 모르면 구청장에 어떻게 출마하나요.” 이태원에 거주하는 박 구청장에 사고 장소를 평소에도 잘 알고 있었느냐고 검사가 묻자 그는 이같이 말했다. 참사 장소에 대해 자신 있게 알고 있다던 그였지만 “그 골목을 이용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거라고 유추해본 적도 없어요”라고 진술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

    1551호2023.10.27 11:21

  • [렌즈로 본 세상]‘진상’과 ‘허상’ 사이, 욕망이 자라는 강남
    ‘진상’과 ‘허상’ 사이, 욕망이 자라는 강남

    올해는 서울 강남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 지 60년이 되는 해다. 1963년 1월 1일 박정희 정권은 서울 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이때 서울 성동구로 편입된 경기 광주군 일대가 오늘날의 강남이다. 60년 동안 ‘강남’이 가진 의미는 ‘진상’과 ‘허상’을 넘나들며 점점 강력해졌다.실제로는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실제와 다른 것으로 보이는 모습을 ‘허상’이라고 한다. ‘강남’이라는 공간의 이면에는 ‘돈’에 관한 것이 흐른다. 좋은 교육은 좋은 벌이를 위해서, 좋은 아파트는 더 큰 부를 위해서 존재하는 식이다. 자본과 인구, 부동산, 사교육의 중심지 강남은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과도한 쏠림과 양극화의 결과이자 원인으로 지목된다.‘강남’이 표상하는 허상을 좇아 모두가 질주하는 동안 한국사회의 쏠림은 더욱 심화하...

    1550호2023.10.20 10:45

  • [렌즈로 본 세상]3년 뒤에 만나요
    3년 뒤에 만나요

    1년을 미뤄 중국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지난 10월 8일 폐막식을 끝으로 16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이번 대회는 역대 최다인 45개국 1만2500여명의 선수들이 40개 종목에 참가해 멋진 경쟁을 펼쳤다. 대한민국은 39개 종목에 선수 1140여명을 파견해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종합 3위의 성적을 거뒀다.특히 여자 배드민턴 선수들은 29년 만에 중국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고, 탁구 여자 복식 부문에서는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황금세대를 앞세운 수영은 금메달 6개를 포함해 22개의 메달을 차지했다. 태권도는 종목별 13개 금메달 중 5개를 획득하며 종주국의 위상을 지켰다. 인기 종목인 남자 축구와 야구도 금메달을 따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다음 대회는 3년 뒤인 2026년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에서 열린다.

    1549호2023.10.13 11:07

  • [렌즈로 본 세상]명절에 자라난 ‘하얀 스티로폼산’
    명절에 자라난 ‘하얀 스티로폼산’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10월 4일, 경기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는 스티로폼 등 재활용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열흘 기준으로 28.2t을 웃돌던 스티로폼 누적량이 명절 기간이 포함된 지난 열흘 동안 44t으로 크게 증가했다.전국 지자체의 자원순환센터는 명절 때마다 늘어나는 스티로폼으로 몸살을 앓는다. 과일이나 육류 등 명절 선물 포장을 분리 배출한 탓이다. 센터에 모인 스티로폼은 분쇄 후 압축기를 통해 잉고트(INGOT)로 제작해 건축 몰딩, 경량 콘크리트, 부직포 등으로 재활용된다.스티로폼을 재활용하려면 색이 섞이지 않은 흰색 스티로폼을 테이프와 스티커 등을 제거한 뒤 배출해야 한다. 재활용할 수 없는 스티로폼은 땅속에 묻힌다. 소각하면 미세플라스틱이나 유독가스와 같은 발암물질이 발생해 태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스티로폼이 자연 분해되려면 500년 이상 걸린다.

    1548호2023.10.06 11:06

  • [렌즈로 본 세상]“사지 말자” 노란 항의
    “사지 말자” 노란 항의

    일본이 바다에 핵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26일째 되던 지난 9월 18일, 서울 세종대로 인근에 방사능 마크가 가득 찍힌 노란 비닐이 깔렸다. 그 위에 선 환경활동가들의 손엔 ‘일본 맥주 먹지 말자’, ‘추석 때 일본 상품 불매하자’라는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불매운동 퍼포먼스에는 오염수 해양투기를 감행한 일본에 항의하는 의미가 담겼다.일본은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부터 9월 11일까지 19일간 1차로 776.3t의 핵 오염수를 방류했다. 이런 방식으로 일본은 내년 3월까지 3차례 더 방류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러한 방류는 향후 30년 혹은 그 이상 계속될 예정이다. 도쿄전력은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핵연료봉이 녹는 ‘멜트다운’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5년간 거짓말을 해왔다. 2019년에는 오염수에 삼중수소만 남는다고 밝혔지만, 세슘과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된 걸 알면서도 숨긴...

    1547호2023.09.22 11:24

  • [렌즈로 본 세상]흔들리는 KBS
    흔들리는 KBS

    KBS 임시 이사회에서 지난 9월 12일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사회가 제청한 해임안을 당일에 재가했다. 이사회에 따르면 표결에 참여한 서기석 이사장과 이사 등 6명의 찬성으로 의결이 이뤄졌다. 앞서 야권 이사 5명은 김 사장 해임안이 부당하다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기존 KBS 이사회의 여야구도는 4 대 7이었다. 하지만 야권 추천 이사인 남영진 이사장과 윤석년 이사가 해임되고, 여권이 추천한 서기석 이사장과 황근 이사로 교체되면서 6 대 5로 바뀌었다. 여야구도가 뒤집히자 이사회에서 김 사장 해임 논의가 시작됐다.KBS 이사회는 방만 경영으로 인한 경영 악화, 직원들의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불공정 방송으로 인한 국민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 고용안정 관련 노사합의 시 사전에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김 사장의 해임 사유로 들었다.해임안 표결 직전에 퇴장한 KBS 야권이사들은 기자회견을 ...

    1546호2023.09.15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