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고도를 낮추자 붉은 점이 점점이 흩어진 밭 사이로 파라솔 몇개가 떠올랐습니다. 전북 고창군 해리면, 한여름 볕이 정수리를 곧장 내리꽂는 시각이었습니다. 농민들은 그 아래 웅크려 앉아 손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고추는 익을수록 붉어지고, 사람은 그 붉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늘 밑을 떠나지 못합니다.같은 시각, 해변에서도 파라솔이 펼쳐지고 있을 것입니다. 같은 그늘이지만 그 아래 놓인 시간은 서로 다릅니다. 한쪽에서는 더위를 피해 몸을 누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더위를 견디며 몸을 씁니다.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지는 여름, 파라솔은 누군가에게는 휴식의 상징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살아남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하루가 저물면 해변의 파라솔은 접혀 여름의 추억이 되지만, 밭의 파라솔은 접혀 다음 이랑으로 옮겨갑니다. 같은 여름을 나는 방식은, 이렇게도 다릅니다.
1691호2026.08.1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