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올해 단풍은 조금 멀리 떨어져 봐야겠습니다. 10월까지 이어지는 여름 같은 날씨에 나뭇잎이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잎은 과도한 ‘선텐’으로 테두리가 까맣게 타고 말았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상처가 보입니다. 구멍 난 잎맥, 부서진 잎살 가장자리…. 여름과 겨울이 뒤섞인 어색한 흔적입니다.멀리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잎사귀 한 장 한 장은 불완전해도, 전체 풍경은 계절의 무늬를 드러냅니다. 상한 잎도 서로 기대 붉음과 노랑의 하모니를 이룹니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이 ‘멀리서 본 전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단풍이 물들려면 추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단풍이 늦었습니다. 9월이 여름으로 바뀌는 바람에 설악의 단풍도 2주 미뤄졌습니다. 잎은 광합성을 멈춰야 색을 얻는데, 햇빛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 햇빛이 나뭇잎 속 질서를 흐트러뜨렸습니다. 그래도 계절은 변하게 마련입니다. 많은 잎이 물들기도 전에 떨어졌지만, 남은 잎들은 끝...
1653호2025.11.1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