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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즈로 본 세상] 한발 더 가까워진 한·중
    한발 더 가까워진 한·중

    중국 자금성의 남쪽 톈안먼에 걸린 대형 초상화의 마오쩌둥은 펜스로 둘러싼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초상화의 오른편, 광장의 서쪽에는 매년 전국의 인민대표가 모여 회의를 하는 인민대회당이 있다. 정상회담을 비롯한 국가의 중요한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데, 지난 1월 5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환대를 받은 곳도 이곳 인민대회당의 북대청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이라 할까.인민대회당에는 톈안먼 광장과 달리 사람의 그림이 없다. 말 그대로 중국의 인민을 위한 건물이기 때문에 마오쩌둥 초상화조차 걸 수 없는 곳이 바로 인민대회당이다. 북대청에는 만리장성 그림이 걸려 있다. 붉은 태양 아래 중국 강산을 담은 ‘강산여차다교’처럼 하나의 중국이란 해석이 가능한 그림일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을 마친 이 대통령이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중국 전설 속의 동물인 기린 그림이다.

    1662호2026.01.13 06:00

  • [렌즈로 본 세상] 모두의 소망이 하늘에 닿기를
    모두의 소망이 하늘에 닿기를

    백두대간의 호남 산줄기 대둔산의 산세는 거칠었다. 어둠을 헤치고 3시간가량 오르니 정상에 도착했다. 시야가 탁 트이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눈 가는 곳 어디든 깊고 웅장했다. 백두대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덕유산 정상 향적봉이 보였다. 그사이 첩첩 산들의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 같았다. 운무는 잔잔한 강물처럼 바람을 타고 천천히 흘렀다. 산 능선과 봉우리가 보일 듯 말 듯 일렁였다. 단단하지만 부드러웠다.전북 완주군과 충남 논산시, 금산군에 걸쳐 산세를 펼치는 대둔산은 화강암 기암괴석이 일품이다. 봉우리마다 절경을 뽐내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렸다. 정상 봉우리 마천대(摩天臺)는 문지를 마(摩), 하늘 천(天)을 써서 ‘하늘에 닿는다’라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붙인 이름이다. 하늘과 닿아서 그런가? 마천대의 공기는 상쾌했다. 새해의 모든 소망도 하늘에 닿기를!

    1661호2026.01.06 06:00

  • [렌즈로 본 세상] 중요한 건 공간이 아니라 소통 의지다
    중요한 건 공간이 아니라 소통 의지다

    지난 12월 29일 0시 청와대에 봉황기가 게양됐다. 3년 7개월여 만이다. 청와대는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대통령 집무 공간이었지만,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가 머물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은 뜨거웠다.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실 복귀 준비를 위해 관람을 중단할 때까지 852만명이 청와대를 구경했다.청와대 부속건물인 춘추관의 복귀는 일주일 빨랐다. 지난 21일 막바지 점검 중인 춘추관 브리핑룸에는 청와대 업무표장도 다시 나타났다. 브리핑룸 천장의 방패연을 보니 지난해 겨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떠올랐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브리핑룸을 걸어 잠갔던 것. 언론을 적대시했던 그는 불법 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기자들과의 소통공간인 브리핑룸을 먼저 장악했던 것이다.지난 22일부터 브리핑은 이곳에서 열렸다. 대변인실은 “1990년 완공...

    1660호2025.12.30 06:00

  • [렌즈로 본 세상] 대학으로 가는 관문
    대학으로 가는 관문

    2026학년도 대학 입시가 진행 중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12월 18일부터 사흘간 진행됐다. 정시 원서접수는 29일부터 시작이다.이른 시간부터 박람회장 입구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기 줄 맨 앞에는 낚시 의자에 앉아 휴대용 손난로와 커피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 노부부도 있었다. 목발을 짚고 온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입장 시간인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관람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간격을 좁혔다.어렵게 박람회장에 들어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각 대학의 입학 관련 교수, 입학사정관, 교직원 등 입시 담당자에게 상담을 받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상담 시간은 10분 안팎. 인기 많은 대학은 상담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모집 요강과 안내 자료를 손에 가득 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박람회장을 분주히 오갔다. 새해에는 모든 수험생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1659호2025.12.23 06:00

  • [렌즈로 본 세상] 바뀐 게 없는 ‘김용균의 7년’
    바뀐 게 없는 ‘김용균의 7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끼임 사고로 숨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7주기인 지난 12월 10일, 태안과 서울에서 추모제와 결의대회가 열렸다.김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공장동 앞에서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용균이 동상이라도 세워 발전소의 정문을 지키고 있으면 한국서부발전 경영진들이 각성해 좀더 안전한 현장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속절없었다. 바로 전날인 지난 9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 설비 폭발로 노동자 2명이 2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6월 2일에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충현씨가 작업 중 기계에 끼어 숨지기도 했다.추모제를 마친 이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 “죽음의 발전소를 멈춰라!” 인도 위에는 “죽음의 발전소를 끝장내자”라고 크게 적힌 검은 벽처럼 생긴 조형물이 세워졌다. 작은 글씨들도 검은 벽을 빼곡히...

    1658호2025.12.16 06:00

  • [렌즈로 본 세상] 계엄 1년…국회 앞 다시 물들인 ‘응원봉’
    계엄 1년…국회 앞 다시 물들인 ‘응원봉’

    2024년 12월 3일로부터 꼬박 1년이 흘렀다. 지난해 이날 계엄령이 선포되자 이를 막기 위해 여의도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은 2025년 12월 3일에도 국회 앞에 모였다. 12·3 불법 계엄 1년을 맞아 국회 앞에서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에도 국회 앞을 찾은 시민들은 지난겨울 외쳤던 구호를 다시 외치며 1년 전을 떠올렸다.무대에 설치된 화면에서 계엄 당일, 탄핵소추안 표결, 파면 촉구 집회, 파면 선고까지의 영상이 나오자 익숙한 듯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치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까지 행진했다.

    1657호2025.12.09 06:00

  • [렌즈로 본 세상]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는 낙엽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는 낙엽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안도현의 시 ‘가을 엽서’처럼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단풍이 땅에서도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한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지난 11월 2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은 시민들은 겨울 채비에 나선 나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을 만끽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산책로를 걷는 시민들은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가을이여, 안녕!

    1656호2025.12.02 06:00

  • [렌즈로 본 세상]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지 못한 ‘그날 이후’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지 못한 ‘그날 이후’

    느닷없이 전해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듣는 사람의 오늘을 멈추게 한다. 그 순간부터 남겨진 이의 하루는 ‘오늘’이 아니라 ‘그날 이후’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그날 이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날짜는 다르지만, 각자의 ‘그날’은 계속해서 생겨난다.죽음은 보통 가족 곁에서, 눈을 감을 준비가 됐을 때 찾아와야 한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그러나 산업재해로 인한 죽음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의 도중에 찾아온다. 삶의 끝이 아니라 일상의 중간에서,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고인이 남긴 칫솔과 작은 수첩, 컵라면, 연고 같은 물건들은 유족의 손에 쥐어진 채 조용히 집으로 퇴근한다.지난 11월 18일 서울 조계사에서는 산재 사망 희생자 추모 위령제가 열렸다. 고인이 떠난 지 여러 해가 흘렀음에도,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어느 유가족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1655호2025.11.25 06:00

  • [렌즈로 본 세상] 딸, 그동안 고생했어
    딸, 그동안 고생했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1월 1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이번 수능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합쳐 55만4174명이 지원했다. 2019학년도 이후 가장 많이 응시했다. 출생아 수가 많았던 ‘황금돼지띠’의 영향이 컸다.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으로 수험생들이 속속 들어가는 가운데, 한 수험생과 어머니가 학교 앞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실까지 10분 남짓 남았을 무렵, 아버지가 뛰어와 딸에게 텀블러를 건넸다. 어머니는 딸의 손을 꼭 잡고 교문을 향해 달렸다. “포옹!” 그들을 지켜보던 취재진이 외쳤다. 잠시 머뭇대던 어머니를 딸이 먼저 끌어안았다. 그제야 가족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수험생을 응원했다. 그들의 한 해와 이 하루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1654호2025.11.18 06:00

  • [렌즈로 본 세상] ‘상처’가 모여 만든 가을
    ‘상처’가 모여 만든 가을

    아무래도 올해 단풍은 조금 멀리 떨어져 봐야겠습니다. 10월까지 이어지는 여름 같은 날씨에 나뭇잎이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잎은 과도한 ‘선텐’으로 테두리가 까맣게 타고 말았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상처가 보입니다. 구멍 난 잎맥, 부서진 잎살 가장자리…. 여름과 겨울이 뒤섞인 어색한 흔적입니다.멀리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잎사귀 한 장 한 장은 불완전해도, 전체 풍경은 계절의 무늬를 드러냅니다. 상한 잎도 서로 기대 붉음과 노랑의 하모니를 이룹니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이 ‘멀리서 본 전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단풍이 물들려면 추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단풍이 늦었습니다. 9월이 여름으로 바뀌는 바람에 설악의 단풍도 2주 미뤄졌습니다. 잎은 광합성을 멈춰야 색을 얻는데, 햇빛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 햇빛이 나뭇잎 속 질서를 흐트러뜨렸습니다. 그래도 계절은 변하게 마련입니다. 많은 잎이 물들기도 전에 떨어졌지만, 남은 잎들은 끝...

    1653호2025.11.1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