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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즈로 본 세상] 딸, 그동안 고생했어
    딸, 그동안 고생했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1월 1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이번 수능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합쳐 55만4174명이 지원했다. 2019학년도 이후 가장 많이 응시했다. 출생아 수가 많았던 ‘황금돼지띠’의 영향이 컸다.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으로 수험생들이 속속 들어가는 가운데, 한 수험생과 어머니가 학교 앞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실까지 10분 남짓 남았을 무렵, 아버지가 뛰어와 딸에게 텀블러를 건넸다. 어머니는 딸의 손을 꼭 잡고 교문을 향해 달렸다. “포옹!” 그들을 지켜보던 취재진이 외쳤다. 잠시 머뭇대던 어머니를 딸이 먼저 끌어안았다. 그제야 가족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수험생을 응원했다. 그들의 한 해와 이 하루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1654호7시간 전

  • [렌즈로 본 세상] ‘상처’가 모여 만든 가을
    ‘상처’가 모여 만든 가을

    아무래도 올해 단풍은 조금 멀리 떨어져 봐야겠습니다. 10월까지 이어지는 여름 같은 날씨에 나뭇잎이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잎은 과도한 ‘선텐’으로 테두리가 까맣게 타고 말았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상처가 보입니다. 구멍 난 잎맥, 부서진 잎살 가장자리…. 여름과 겨울이 뒤섞인 어색한 흔적입니다.멀리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잎사귀 한 장 한 장은 불완전해도, 전체 풍경은 계절의 무늬를 드러냅니다. 상한 잎도 서로 기대 붉음과 노랑의 하모니를 이룹니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이 ‘멀리서 본 전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단풍이 물들려면 추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단풍이 늦었습니다. 9월이 여름으로 바뀌는 바람에 설악의 단풍도 2주 미뤄졌습니다. 잎은 광합성을 멈춰야 색을 얻는데, 햇빛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 햇빛이 나뭇잎 속 질서를 흐트러뜨렸습니다. 그래도 계절은 변하게 마련입니다. 많은 잎이 물들기도 전에 떨어졌지만, 남은 잎들은 끝...

    1653호2025.11.11 06:00

  • [렌즈로 본 세상] 세심한 응대가 트럼프 마음 열었나
    세심한 응대가 트럼프 마음 열었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최고 훈장을 수여하고 금관 모형도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최고 수준의 격식을 갖춘 세심한 응대를 선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및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장인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했다. 이 훈장을 받은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상훈법상 ‘무궁화 대훈장’은 우리나라 최고 훈장이다.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은 훈장 수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평화 수호의 의지와 강한 리더십, 한·미관계에 대한 헌신에 대해 최고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님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기념하는 의미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이는 ...

    1652호2025.11.04 06:00

  • [렌즈로 본 세상] 시린 바람에 빠르게 물드는 가을
    시린 바람에 빠르게 물드는 가을

    가을이 없어졌다. 어제는 반팔을 입었고, 오늘은 패딩을 꺼낼까 고민하는 날씨다. 장마인 줄 알 만큼 비도 잦았다. 야외에서 즐겨야 할 가을 콘텐츠가 한참은 남았는데 10월도 거의 다 지나가고 갑자기 겨울의 문턱인 기분이다.지난 10월 19일 단풍을 보러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을 찾았다. 몇 년 전 이맘때 오대산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다는 이야기도, 당시 주말이 단풍 절정이라는 뉴스도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였다. 분명히 어제까지 여름이었으니까. 의심이 무색하게도 산 아래 푸르렀던 나무들은 정상으로 갈수록 알록달록한 색이 덧입혀졌다. 새빨간 단풍은 보기 힘들었지만, 노란색·주황색으로 분명히 물들어가고 있었다.단풍은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물든다. 올해는 이상고온이 이어지며 예년보다 단풍 시기도 늦어졌다고 한다. 취재할 때는 ‘아직 여름 아닌가’ 싶었고, 다녀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지금은 ‘이제 겨울이다’ 싶으니 그 잠깐 사이에 가을이 시작됐다 끝났다 보다...

    1651호2025.10.28 06:00

  • [렌즈로 본 세상] 비 오는 고궁, 한복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비 오는 고궁, 한복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비에 젖은 자갈은 밟힐 때마다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추석 연휴 막바지인 지난 10월 10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기와를 타고 흘러내린 빗방울이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우산을 든 방문객들은 지붕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을 넘나들며 궁을 구경했다.그중 절반 정도는 한복을 입고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명정전, 문정전에서부터 창덕궁으로 이어지는 함양문을 지나 궐내각사 홍문관을 거쳐 창덕궁 밖으로 나올 때까지 못 해도 서른 벌이 넘는 색색의 한복을 볼 수 있었다.K콘텐츠 덕분일까? 이제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의 모습도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단체로 한복을 맞춰 입고 온 외국인 관광객들은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 줄지어 돌길을 걸었다. 가이드가 설명하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가 빗소리에 섞여 흘러갔다. 비 오는 고궁의 풍경은 차분하기도, 경쾌하기도 했다. 가지런한 직선과 부드러운 곡선이 함께 있는 궁궐처럼, 밝은색과 짙은 색이 어우러...

    1650호2025.10.21 06:00

  • [렌즈로 본 세상]추석맞이 풍경, 방앗간과 자전거
    추석맞이 풍경, 방앗간과 자전거

    봄에 씨를 뿌리고, 뙤약볕 아래서 김을 매고, 모기 입이 삐뚤어질 무렵 수확하고, 가을볕에 말리느라 허리는 꼬부라졌을 텐데,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아낙네의 품새는 어느 남정네보다 힘이 넘쳤다. 방앗간에 도착하자 젊은이가 나와 자전거 짐칸에 실린 고추 꾸러미를 옮겼다. 자전거에서 내린 아낙의 허리는 예상대로 곧게 펴지지 않았다.추석을 닷새 앞둔 지난 10월 1일 전남 순천시 아랫장을 둘러보던 중 마주친 장면이다. 오일장은 다음날이었지만, 방앗간은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돌아오는 길, 장터에 걸린 시골 아낙들의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복되는 다양한 꽃무늬, 파스텔톤과 화려한 원색의 향연, 그리고 스타일은 요즘 유행하는 루즈 핏. 꼬부라진 허리 맵시를 감싸 줄 아낙네의 패션은 요즘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다. 뽀글뽀글 파마도 마찬가지. 시장 근처 미장원에서 들려오는 찰진 사투리가 지친 발걸음에 추임새를 놓는다.

    1649호2025.10.07 06:00

  • [렌즈로 본 세상] 조상님, 추석 인사 미리 올립니다
    조상님, 추석 인사 미리 올립니다

    추석을 보름 앞둔 지난 9월 21일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은 이른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여름의 열기가 사그라들어 상쾌한 공기가 가을 하늘을 가득 채웠다. 성묘객들의 여유로운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어른들은 묘소 위로 웃자란 잔디를 가지런히 정리했다. 묘지가 펼쳐진 광경이 생경한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성묘가 끝난 후 차린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친척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일상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중한 순간인 듯 보였다.올해 추석 연휴는 10월 3일 개천절부터 10월 9일까지 일주일간이다. 금요일인 10일에도 쉬면 연휴는 열흘로 늘어난다. 지난해 연휴 기간(9월 14~18일)보다 2배 이상 길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행을 떠난다’는 답변이 2명 중 1명꼴인 47.4%로 1위를 차지했다.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답변은 64.8%로 지난해보다 16.4%포인트 높아졌다.유난히 더웠던 여...

    1648호2025.09.30 06:00

  • [렌즈로 본 세상] 대중교통 꿈꾸는 ‘한강버스’
    대중교통 꿈꾸는 ‘한강버스’

    ‘한강버스’가 지난 9월 18일 첫 운행을 시작했다. 2023년 3월 사업 계획을 발표한 지 2년 6개월 만이다.한강버스는 서울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28.9㎞) 구간 7개 선착장을 오간다. 마곡에서 잠실까지 전 구간은 127분, 급행은 82분이 걸린다. 애초 계획보다 각각 52분, 28분 늘어난 셈이다. 운행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7분까지, 운행 간격은 1시간~1시간 30분이다. 10월 10일부터 평일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운항한다. 급행 노선은 오는 10월 중 추가된다.요금은 1회 3000원으로 대중교통 환승 할인이 가능하다. 따릉이와 한강버스 이용이 포함된 ‘기후동행카드’(월 5000원 추가)를 쓰면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지하철과 비교했을 때 소요 시간이 길고, 기상 악화 시 운항 제한이 있어 직장인의 출퇴근 교통수단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1647호2025.09.23 06:00

  • [렌즈로 본 세상]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이여 오라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이여 오라

    지난 9월 11일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고인의 죽음 100일을 맞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서 김충현씨를 추모하는 ‘노동자 기억식’을 진행했다. 이날 제막한 김충현씨의 추모비와 추모 나무는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도중 기계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씨 추모조형물 옆에 세워졌다. 추모비에는 “빛을 만드는 노동자 김충현,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꾸며 잠들다. 김충현을 기억하며 우리는 살아서 투쟁할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박정훈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김용균 옆에 죽음과 불법을 정화하고 생명과 안전을 꽃피울 김충현 나무를 심는다”며 “이 나무가 잘 자라 자신의 동료를 영정과 비석으로 마주하지 않도록 안전한 일터를 꽃피우게 하자”고 말했다. 기억식에 참석한 고인의 동료들은 추모 나무에 “모든 근로자가 안전하기를”과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등의...

    1646호2025.09.17 06:06

  • [렌즈로 본 세상]응답하라, 기후위기에
    응답하라, 기후위기에

    청소년·기후·아기기후소송과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청구인단 및 변호인단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 8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후 헌법소원 결정 1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정부와 국회에 기후위기를 국가적 위험으로 인정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킬 것, 2035년 감축목표를 과학과 국제적 책임에 맞게 정할 것, 불확실한 기술 의존을 중단하고 실효성 있고 일관된 기후 정책을 수립 및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29일 국가의 불충분한 기후대응이 미래세대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기본권 보장을 직접적으로 연결 지은 판결이었다.청구인단과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이 보장한 권리에 정부와 국회가 응답해야 한다”며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단순히 기한 맞추기가 아니라 미래세대 권리...

    1644호2025.09.02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