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린 오후. 작은 빗줄기가 떨어져 뭉친 둥근 빗방울이 무언가를 비추고 있다. 하늘을 담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바쁜 모습을 비추기도 한다. 지난 5월 3일 봄비가 내린 도심 한복판의 자동차 유리창에는 조금 특별한 풍경이 맺혀 있었다. 유리창 너머 흐릿하게 흔들리던 것은 초파일을 앞두고 거리에 내걸린 연등이었다.비 오는 날의 연등은 맑은 날과는 다른 얼굴을 가진다. 선명하게 드러나기보다 빗물 속에서 번지고 겹치며 한층 부드러운 빛을 만들어낸다. 유리창 위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은 저마다 작은 렌즈가 되어 분홍빛 연등을 잘게 품었다. 5월 24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그날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봄비에 젖은 연등은 초파일의 풍경을 미리 밝혀 주었다.
1678호2026.05.12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