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로 유명한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신과 인간 그리고 우주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신학으로부터 철학을 구한 ‘철학자들의 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실제로 ‘사과나무’ 발언을 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렌즈 가공에 열정을 기울인 것만은 확실하다. 렌즈 깎는 기술을 배운 뒤부터는 하숙집 다락방에서 은거하면서 렌즈 갈이를 직업 삼아 소박한 생활을 했다.렌즈 장인으로서의 명성도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품질이 뛰어난 망원경과 현미경을 제작해 한 의사가 “유명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스피노자가 만든 1등급 현미경으로 림프의 혈관 다발을 관찰했다고 한다”는 기록을 남겼을 정도다. 스피노자에게 렌즈 가공은 생계유지 수단인 동시에, 광학(光學)에 대한 그의 과학적 관심이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삶 전체를 통해 예속에 맞서 자유...
1475호2022.04.22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