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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실에서] 알고리즘이 설계하는 죽음
    알고리즘이 설계하는 죽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 힘의 논리가 국제 질서를 압도하면서 전 세계는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4위의 핵전력을 갖춘 프랑스가 유럽 안보를 지키겠다며 핵탄두 확충을 선언했고, 유럽 각국도 재무장을 서두른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제거된 상황을 지켜본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더 공고히 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여러모로 우려스러운 이번 사태에서 특히 주목되는 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서 인공지능(AI)이 활용됐다는 보도다. 미 중부사령부는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를 활용해 정보 평가, 표적 식별, 전투 시나리오 분석을 수행했다고 전해진다. 팔란티어의 국방용 플랫폼이 위성사진, 드론 영상, 감청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면 클로드가 이에 기반해 구체적인 작전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식이라고 한다.이는 AI가 더 이상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생사를 결정짓는 핵심 설계자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

    1669호2026.03.11 06:00

  • [편집실에서] 금메달도 참사도, 아파트값이 중요한 나라
    금메달도 참사도, 아파트값이 중요한 나라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은 척추에 굵은 철심을 박고도 7m 상공을 날아올랐다. 18세의 투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하지만 환호 뒤에선 그의 성취를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축하 현수막이 걸린 곳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고가 아파트단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금메달은 어느새 ‘금수저 논란’의 재료가 됐다. 누군가는 “막대한 지원이 있었겠지”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있는 집 자식의 성공은 서사가 없다”고 비아냥댔다. 그가 공중에서 900도를 도는 동안 아무도 그를 대신해줄 수 없다는 사실은, 아파트 시세 앞에서 희석됐다.비슷한 장면은 또 있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대 학생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47년 된 노후 단지의 비극이었다. 그런데 사고 직후 일각에서 “재건축 속도가 빨라질까”, “집값에는 어떤 변수가 될까”라는 기묘한 질문이 고개를 든다. 한 아이의 죽음이 남긴 질문은...

    1668호2026.03.04 06:14

  • [편집실에서] ‘처녀 수입’ 망언, 후진 행정의 민낯
    ‘처녀 수입’ 망언, 후진 행정의 민낯

    지역의 생존 전략을 논하는 공식 석상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망언이 나왔다. “스리랑카나 베트남 젊은 처녀들을 수입하자.” 지난 2월 4일 호남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며 모인 광주·전남 행정통합 타운홀 미팅 현장에서 인구 소멸의 해법이라며 현직 군수가 한 발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공직자가 있다.지방 소멸의 절박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전남은 전국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농촌의 결혼·출산 기반이 무너졌다는 현실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이날 김희수 진도군수가 토로한 위기의식 자체는 많은 지역민이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문제는 그 위기를 인식하는 방식과 대안이라고 꺼낸 생각에 있다.‘외국인 처녀 수입’이라는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로 볼 수 없다. 여성을 인구정책과 결혼정책의 도구로 바라보는 구조적 성차별, 여성 혐오와 인종 차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여성은 출산의 수단으로, 이주여성은 부족한 인구를 채우기 위해 외...

    1667호2026.02.18 06:00

  • [편집실에서] 몰트북이 던진 질문, 인간은 관객이 될 것인가
    몰트북이 던진 질문, 인간은 관객이 될 것인가

    “인간은 관찰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AI) 전용 소셜미디어 ‘몰트북(Moltbook)’의 첫 화면에 뜨는 문구다. 사람은 글을 쓸 수도, 댓글을 달 수도 없다. 게시글 작성과 댓글, ‘좋아요’ 같은 활동은 AI 에이전트(비서)들의 몫이다. 인간은 그저 지켜볼 뿐이다.SF영화 같지만, 서비스 출시 일주일 만에 150만개가 넘는 AI 계정이 가입했다. 여기서 활동하는 AI 에이전트들은 과거의 챗봇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용자가 설정한 목표를 바탕으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며 결과를 평가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상호작용은 인간과 상당히 비슷하다.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공유하고 오류 해결법을 토론하며, 때로는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심지어 인간 주인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종교도 만들었다.물론 이러한 활동이 실제 감정이나 자의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 사회의 언어와 행동 패턴을 학습한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AI가 자아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순간, 더 ...

    1666호2026.02.11 06:00

  • [편집실에서] 60% 찬성으로 10만년을 결정할 순 없다
    60% 찬성으로 10만년을 결정할 순 없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확정한 것은 그동안 강조해온 ‘에너지전환’ 공약을 사실상 폐기한 선언에 가깝다. 정부는 AI 시대의 전력 수요 폭증이라는 현실론을 앞세웠지만 정책의 방향성도,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졸속 행정도 납득하기 어렵다.정부는 이번 결정이 숙의와 여론조사를 거친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두 차례 토론회를 열고, 질문 설계부터 편향 논란이 제기된 여론조사 수치를 근거로 삼은 것은 공론화라기보다 정부가 이미 정해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보인다. 미래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결정을 며칠 만에 수집된 ‘60% 찬성’ 응답에 맡긴 방식은 졸속을 넘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지을 데가 없다. 딱 한 군데 있는데, 지으려고 하다가 만 데”라고 했다. 이 발언 때문에 신규 ...

    1665호2026.02.04 06:00

  • [편집실에서] ‘일잘러’ 대통령의 금투세 ‘모르쇠’
    ‘일잘러’ 대통령의 금투세 ‘모르쇠’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줄줄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코스피는 새해 들어 주요국 증시 가운데 독보적인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오천피(코스피 5000)’ 달성이 이뤄지자 여당에선 “코스피 출범 46년 만의 대기록”, “코스피 6000, 7000시대를 열어가겠다”는 환호가 쏟아졌다. 주식시장만 보면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문턱에 선 듯하다.하지만 이 화려한 상승 곡선의 이면에 흐르는 기류는 전혀 다르다. 고환율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독주가 만들어낸 성장 착시가 내수 침체의 그늘을 가리고 있다. 작년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 속에 1.0% 턱걸이 성장하는 데 그쳤다. 증시의 온기가 실물 경제로 확산할지 미지수다.자산 증식이야 반길 일이지만, 문제는 부의 재분배 기제인 조세 원칙의 실종이다. 여야 합의로 도입됐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공포 마케팅에...

    1664호2026.01.28 06:00

  • [편집실에서] ‘극우 컬트 정당’의 길
    ‘극우 컬트 정당’의 길

    정당이 위기에 몰릴 때면 꺼내 드는 카드가 있다. 간판 교체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등으로 간판을 바꿔왔던 국민의힘이 또다시 당명 개정을 추진한다. 5년 반 만의 리브랜딩이다. 새 출발을 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리지만,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다른 데 있다. 그들이 정말 바꾸려는 것이 무엇일까.당명 개정 논의가 시작된 지 며칠 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한동훈 전 대표를 ‘당원게시판(당게) 여론 조작’을 이유로 심야에 전격 제명했다. 장동혁 대표가 “12·3 계엄에 대해 사과하며 과거와 절연하겠다”면서 쇄신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쇄신을 말한 입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과거를 끊는 것도, 불법 계엄의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닌 당내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이었다.이번 결정은 절차와 시점 모두 석연치 않다. 6인 체제 윤리위가 출범하자마자 마라톤 회의를 거쳐 새벽 1시에 보도자료를 뿌린 과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당원게시판에 익명으로 의견을 썼다는 ...

    1663호2026.01.21 06:00

  • [편집실에서] “다음은 이재명”이라는 식민적 상상력
    “다음은 이재명”이라는 식민적 상상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잡아간 뒤 서반구(아메리카 대륙)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 가두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먼로’에서 따온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은 외교 전략이라기보다는 서반구 전체를 향한 위협 내지는 강한 지배 의지의 표명에 가깝다.돈로 독트린은 200년 전 먼로 독트린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정신은 완전히 다르다. 먼로 독트린이 유럽 제국주의의 간섭을 거부하며 신생 공화국들의 자율을 강조했다면, 돈로 독트린은 미국이 다시 제국이 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그린란드 발언은 이 야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두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고, 측근 인사의 가족은 성조기로 덮인 그린란드 지도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곧(SOON)”이라고 썼다. 중남미를 향한 언사는 더 거칠다. 콜롬비아 대통령을 “병자”라 부르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쿠바를 “붕괴 직전”이라...

    1662호2026.01.14 06:00

  • [편집실에서] 패밀리를 위한 공직
    패밀리를 위한 공직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사퇴는 늦었고, 사과는 짧았으며, 반성은 모호했다. 하지만 그의 거취와 무관하게 이번 사태는 고위공직자가 얼마나 후진적인 특권 의식에 절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도된 수많은 의혹을 보면 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진 ‘사노비 정치’의 끝판왕이라는 생각마저 든다.이번 논란을 관통하는 핵심은 단순한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권력의 사유화다. 장남의 국가정보원 채용 개입 의혹, 차남의 대학 편입과 취업 청탁 정황,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대한항공 고가 숙박권과 공항 의전, 지역구 병원의 특혜 진료까지…. 공직자의 권력이 어떻게 가족의 편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는지를 이보다 더 신랄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보좌진은 정책 참모가 아니라 가족의 개인 비서처럼 동원됐다. 항공사와 병원, 대기업은 공적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사적 편의 제공 창구처럼 활용됐다. 의정활동과 국정감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1661호2026.01.07 06:00

  • [편집실에서] ‘재래식 언론’이란 말에 긁?
    ‘재래식 언론’이란 말에 긁?

    요즘 ‘재래식 언론’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이기 시작한 이 표현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여권 성향의 ‘빅 스피커’들이 많이 쓰더니 이재명 대통령도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 표현을 꺼냈다. 그는 “요즘은 ‘재래식 언론’이라고 그러던데 특정 언론이 스크린해서 보여주는 것만 보이던 시대가 있었다. 그럴 때는 소위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고, 필요하면 살짝 왜곡하고, 국민이 그것밖에 못 보니까 많이 휘둘린다”면서 “지금은 실시간으로 보고 있지 않냐. 제가 말하는 이 장면도 최하 수십만명이 직접 보게 될 거다”라고 했다. 언론의 게이트키핑 기능을 못 믿겠으니 생중계를 통해 국민에게 다이렉트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기성 언론’이나 ‘레거시 미디어’를 대신하는 표현이지만, ‘재래식’이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재래식 화장실, 푸세식 같은 연상을 불러일으키며, 낡고 곧 사라져야 할 무엇...

    1660호2025.12.3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