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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실에서]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

    “내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발언을 꼽는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했다는 이 한마디다. 정상회담 당시 공개되지 않았지만, 뒷이야기처럼 흘러나왔던 이 말은 문 전 대통령이 2024년 5월 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무력 도발을 재개하고 온갖 모욕적 언사를 던졌음에도 문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의 선의를 믿으려 한 것은 이 말 때문이었는지 모른다.이 일화가 일깨워주는 엄중한 현실이 있다. 남에 살든 북에 살든 우리 모두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1, 2차 북핵 위기를 거치면서 핵 능력을 고도화한 북한은 이제 국제사회에 ‘핵보유국’ 대접을 요구한다. 베이징 6자회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수많은 다자 협상과 외교적 이벤트가 열렸...

    1686호2026.07.08 06:00

  • [편집실에서] 문조털래유의 덫
    문조털래유의 덫

    ‘문조털래유’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당혹스러웠다. 전직 대통령, 집권당 대표, 진보진영 빅스피커, 대표 지식인을 경박스럽게 들리는 신조어로 묶어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곳곳에서 이 말이 들린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대중적 유행어가 됐다.당사자들은 이 단어를 ‘멸칭’으로 여기는 것 같다. 유시민 전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저에 대한 공격은 아주 무자비한 형태로 계속될 거라고 봐요. … 여러 정황을 보면 조직적으로 하고 있어요”라며 문조털래유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구독자 5만명, 6만명 정도 되는 정치비평 프로그램들”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매우 불쾌해했다는 말도 들린다.하지만 어떤 표현이 유행어가 된다는 건 다수의 공감대 없이 불가능하다. 문조털래유 오명은 자처한 것 아닐까. 김어준 뉴스공장 대표, 유시민 전 의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최근 몇몇 국면에서 한 세트로 움직이면서 반...

    1685호2026.07.01 06:00

  • [편집실에서] 2030 보수화와 진보 기득권
    2030 보수화와 진보 기득권

    6·3 지방선거 이후 ‘2030세대 보수화’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했다. 국민의힘이 승리한 서울시장 선거 결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하는 2030세대 목소리를 접하면 이런 흐름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2030세대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던 진보진영은 이 변화를 생경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몽둥이로 다스려야 한다”는 정준희 교수의 말이나,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는 최욱씨의 발언에선 이들의 발언에 대한 사회적 지탄과 별개로, 어떤 난감함이 느껴졌다.그러나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강수영 변호사가 지난 6월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한 말이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 같아 인용한다. “20대 청년들의 눈에는 민주당이 기득권자였다. 우리에게 뭔가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분노하는데 민주당은 품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혼을 냈다. ‘너네들 민주화를 아느냐, 독재를 아느냐, 현대사를 모르니까 이런 생각을 하지. 우...

    1684호2026.06.24 06:00

  • [편집실에서] AI 시대 인문학의 가치
    AI 시대 인문학의 가치

    요즘 세대는 믿기 어렵겠지만 기자의 고등학교 시절엔 문과가 이과보다 문턱이 높았다. 기자는 이른바 ‘응팔’세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성적이 부족하면 이과에 가라. 문과에 가면 잘하는 애들이 많아서 대학 가기 힘들다.” 정년퇴직을 앞둔 그 선생님은 자기 반 학생들의 이름도 모를 정도로 학습지도에 무관심했지만, 이 원칙만은 확고했다. 그는 성적이 애매한 학생들은 성향과 무관하게 이과로 내몰았다. 그가 드물게 보였던 열의였다.대학 역시 문과 전성시대였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등장으로 없어졌지만, 서울대 법대는 지금의 서울대 의대 못지않았다. 경영·경제학은 그때나 지금이나 인기학과였지만 사회학과, 철학과, 사학과, 국문학, 영문학 등 순수 인문계열 학과의 위상도 나쁘지 않았다. 이런 학과들이 소속된 문과대는 어느 대학이든 역사와 전통을 자랑했다. 문과대 전공자가 아닌 기자는 모교에서 가장 고풍스럽고 멋진 건물로 문과대학을 꼽았다. 학교 앞에는 ...

    1683호2026.06.16 06:00

  • [편집실에서] 등돌린 2030…누구 탓인가
    등돌린 2030…누구 탓인가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를 또 거론하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과거 언행이나 이벤트의 고의성 등을 새삼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는 보겠다. 그런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더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쟁점화된 ‘젊은 극우’들의 행태다.그들만의 리그라 생각한 탓에 ‘일베놀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몰랐다. 이를테면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전두환씨가 스타벅스 컵을 탁 내려놓는 AI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했고, 이런 게시물에는 ‘멸공’, ‘좌파 없는 클린 매장’ 등의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일부는 스타벅스 매장 방문 인증 사진을 올리며 “애국 소비”라고 치켜세웠다.문제는 일베놀이의 주체인 10~20대 젊은 극우가 상당수이며, 이들은 혐오를 퍼뜨리면서도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극우들은 홍보 문구나 자막에 자신들만의 ‘코드’ 발견하고, 이 때문에 벌어진 논란...

    1682호2026.06.10 06:00

  • [편집실에서]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의 착각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의 착각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다시 봐도 참 잘 만든 작품이다. 야구계 이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촘촘한 취재, 언더독 서사, 주인공들의 매력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특히 자신을 압박하는 야구단 사장 권경민의 말을 받아치는 주인공 백승수 단장의 대사는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명언이 많았다.“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의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이면, 말을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놔둡니다.”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들이 3루타를 친 줄 압니다. 뭐,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지만 자랑스러워하는 꼴은…. 보기 민망하죠.”기자생활을 30년 가까이 하면서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을 몇몇 만나봤다. 재계에서는 총수 일가일 것이고, 정계로 치면 부친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아 대대손손 권력을 누리는 2세 정치인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말을 아끼고 의식적으로 겸손함을 유지하려는 사람들도...

    1681호2026.06.03 06:00

  • [편집실에서] 재래식 언론의 쓸모
    재래식 언론의 쓸모

    박근혜 정부 때로 기억한다. 몇몇 지인에게 “기자들은 기자실에서 무얼 하느냐”는 말을 들었다. ‘기자들은 기자실에서 노닥거리며 보도자료나 받아쓰는 게으른 사람들’이라는 의도가 엿보였기에 화가 났던 기억이 난다. 당시 유튜브 이전 팟캐스트 등이 부각되고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커지던 시기였다.당연히 기자들은 놀고먹는 존재가 아니다. 보도자료만 해도 그대로 베낄 수 없다. 기자들은 보도자료를 받게 되면 각사의 관점을 담아 기사로 만든다. 기사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자료는 버려진다. 현장에서 부실한 기사를 보낼 수도 있으나, 이 경우 데스크에 의해 걸러지거나 다듬어진다. 기자들은 담당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기사를 쓸 수 있다. 한가하지도 않다. 기자가 오래 근무했던 정치부의 경우 각종 회의와 만찬 등을 취재하느라 늦은 밤 자주 대기했다.물론 기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할 것이다. 영화 <내부자들>,...

    1680호2026.05.27 06:00

  • [편집실에서] 장동혁과 ‘정치의 가오’
    장동혁과 ‘정치의 가오’

    정치부 출입을 제법 오래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흥망성쇠를 지켜봤고,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도 경험했다. ‘정치인 하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양당 계열 의원들은 많이 달랐다. 국가관, 이념은 물론 말투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심지어 술자리까지 차이가 났다. 출입처가 바뀔 때마다 약간의 문화적 차이에 당황한 기억도 있다.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운동권 출신 사회운동가의 풍모가 남아 있었다. 586 의원들은 술자리에서도 양극화 문제 등을 놓고 기자들과 토론하기도 했다. 나름의 ‘순심’이 있었다고나 할까. 열린우리당이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져갈 때 아쉬웠다. 물론 그랬던 사람들도 다선이 되면서 많이 탁해지긴 했다. ‘운동권의 위선과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에 일부 동의한다.국민의힘 계열 정당 의원들은 결이 달랐다. 법조인, 고위 관료 등 엘리트 기득권 출신이 넘쳐나는 탓인지, 말진으로 경험했던 한나라당이나 반장이 되...

    1679호2026.05.20 06:00

  • [편집실에서]비핵화라는 ‘먼 정답’과 핵 동결이라는 ‘가까운 해답’
    비핵화라는 ‘먼 정답’과 핵 동결이라는 ‘가까운 해답’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를 1년 동안 출입했다. 장관급 회담, 남북 경제추진위원회 등 각종 회담을 치르느라 정신없었다. 많은 배움을 얻었던 때로 기억한다. 어린 연차였던 기자는 남북관계가 잘 풀릴 것으로 막연히 기대했다.그러다 그해 10월 2차 북핵 위기가 터졌다. 제임스 켈리를 대표로 한 미국 협상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이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으로 핵탄두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남북관계는 멈췄지만 기자들은 더 바빴다. 북한의 저의가 무엇이냐, 한반도 정세,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사를 썼다.돌아보면 그 시절 기자의 판단은 맞지 않았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압박 정책으로 일관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에 맞서 북한이 핵을 협상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핵실험이나 핵 개발 등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수많은 레드라인을 넘었다.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1년여 통일부를...

    1678호2026.05.13 06:00

  • [편집실에서] 가르치지 말고 연결하라
    가르치지 말고 연결하라

    퍽퍽한 시대, 감동이 부족한 세상이라고들 한다. 증오와 혐오의 언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려온다. 언론계 사정이라고 다를까. 외려 더 심하다. 대부분 기사에 편을 갈라 싸우는 댓글이 달린다. 기자들을 향한 ‘기레기’ 비판은 이제 익숙하다. 우리 편 아니면 적이고, 네가 살면 내가 죽는다. 이런 세상에서 공감의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끌기는 쉽지 않다. 기자 역시 기사를 쓴 뒤 예상과 다른 반응을 접하고 당황했던 경우가 있다.1676호에는 ‘십시일반의 기적 이뤄질까…납품업체들의 초록마을 구출 작전’ 기사가 실렸다. 법정관리 상태인 친환경·유기농 식품점 초록마을을 구하기 위해 납품업체와 일부 점주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이다. 유기농 딸기 농가에서는 “도담과 초록마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딸기 할인행사를 제안했다고 했다. 딸기를 재배하는 한 농부는 “주변에서 ‘난파선에서 빠져나오라’고들 하지만, 그 배가 지금 우리를 있게 한 존재이기도 하다”고 했다. 초록마을과 관련...

    1677호2026.05.0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