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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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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성문의 길]느린 삶을 위하여 슬로시티 담양 창평의 설맞이
    느린 삶을 위하여 슬로시티 담양 창평의 설맞이

    고샅길을 걷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망졸망한 낮은 돌담장들은 구구각각 제멋대로 들고나면서도 어김없이 길을 내고, 스스로 그 길을 따라갑니다. 높은 담장이라야 사람의 키를 훌쩍 넘지 않으니 쉬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야 맙니다. 뭐, 굳이 감출 것도 없겠지요. 살림이라야 다 고만고만하니 서로 견줄 필요도 없고, 사는 모습 또한 비슷비슷하니 기어이 엿볼 까닭도 없겠지요. 그래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마음이 편안하니 걸음이 팔자로 늘어져도, 여기저기 기웃대다 오지랖이 질척거려도 누구 하나 탓하는 이도, 탓할 이유도 없습니다. 여기선 햇살조차 느리게, 아다지오로 흘러내립니다. 오랜 세월 어느 하나 모난 놈 없이 둥글둥글 박히어든 돌 등을 타고 놀다, 제 어미 가슴보다 더 보드라운 황토이엉 속으로 스미어버립니다. ‘슬로시티(Slow City)’를 아시나요? 모든 것이 빠르게,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에서 ‘느린 삶’을 꿈꾸는 곳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

    761호2008.02.05 00:00

  • [유성문의 길]겨울 횡성의 온기(溫氣) 2제(題) 참숯과 찐빵
    겨울 횡성의 온기(溫氣) 2제(題) 참숯과 찐빵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찐빵 하나로 허기를 채우기도 했지만, 제과점에서 다양한 빵을 먹을 수 있는 요즘 들어서는 찐빵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그런데 유독 심순녀 안흥찐빵만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농사-양말장사-비누장사-고등어장사-사과장사-장돌뱅이-고정노점상-호떡집-찐빵집… 오랫동안 찐빵 만들면서 남은 건 아픈 몸밖에 없다. 물론 찐빵을 만들면서 1남 4녀를 키워냈지만 그동안 너무너무 가난했던 것이 가슴에 한이 되어 남아 솔직히 아이들만 다 결혼시키면 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날까지는 열심히 만들어야지 하면서… 지금까지 내 자리만 지키고 유행에 민감한 장사, 이득에 어두운 장사치가 아닌 내 손으로 내 자식들을 키우고, 빵을 먹으며 빙그레 웃는 손님들이 좋아 지금껏 외길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할 뿐이다. 정성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맛을 내는 데에는 특유의 비법도 중요하다. 그러나 최고 중요한 것은 맛을...

    760호2008.01.29 00:00

  • [유성문의 길]아프리카! 그 희망의 노래 Tomorrow
    아프리카! 그 희망의 노래 Tomorrow

    케냐 지라니어린이합창단 내한공연아이들아 해님이 있는 것을 믿어라 암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사랑이 있는 것을 믿어라 사랑이 안 보여도 아이들아 하나님을 믿어라 그분이 침묵하실 때도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항상 길 되신 주 큰 고통 절망 낙심 중에도 너희들은 마음 가득히 천국을 찾아라 너의 가슴 깊은 곳에 울려퍼지는 말은 나의 아이야 힘을 내라 이 어려움을 조금만 참아라 나는 해님을 느껴요 암흑 같은 어둠에도 나는 사랑을 믿어요 사랑이 안 보여도 나는 해님을 느껴요 암흑 같은 어둠에도 나는 사랑을 믿어요 사랑이 안 보여도 언젠가 희망이 와요 행복 가득 넘치며 사랑 충만하리라 희망 넘치리 - Z. Randall Stroope ‘희망의 다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행복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아무리 지금 행복하다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그 행복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행복일 뿐이며, 아무리 지금은 불우하다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만 ...

    759호2008.01.22 00:00

  • [유성문의 길]공군 제314방공관제대대 황병산의 눈
    공군 제314방공관제대대 황병산의 눈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 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 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네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 김광석 ‘이등병의 편지’ 겨우내 황병산 관제대대는 눈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많을 때는 30cm가 넘는 폭설도 예사고, 내린 눈 위에 또 눈이 내려 덮이니 무릎까지 차는 눈에 갇히기 일쑤다. 1400m 황병산 고지. 산 아래서 차를 타고 올라도 40분...

    758호2008.01.15 00:00

  • [유성문의 길]떠돌이별, 어깨춤, 선무당 임의진
    떠돌이별, 어깨춤, 선무당 임의진

    삶이 그리운 삶, 사람이 그리운 사람우리 어릴 적 작두질로 물 길어 먹을 때마중물이라고 있었다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부지런히 뿜어대면 그 물이 땅속 깊이 마중나가 큰물을 데불고 왔다마중물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랑이우리들 곁에 있다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 -임의진 ‘마중물이 된 사람’ #1 참꽃 피는 마을 그는 목사의 아들이었다. 그의 아버지 역시 목사의 아들이었다. 그의 형은 다운증후군 환자였다. 그의 형이 하늘로 돌아갈 때까지 그는 ‘침묵하는 자기’ 안에 갇혀 있었다. 그가 17살 때, 그의 형이 마침내 하늘나라로 올라간 ...

    757호2008.01.08 00:00

  • [유성문의 길]‘배꼽과 탯줄’-아기할매 일신조산원 서란희 원장
    ‘배꼽과 탯줄’-아기할매 일신조산원 서란희 원장

    반평생 넘게 아기 맞는 일을 하다 보니 아기할매의 손을 빌려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어느덧 2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 아기들은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는 엄마의 의지로, 먹는 것 하나까지 아기를 위하는 노력과 정성으로, 거기에 힘을 더하는 주변의 격려와 도움으로 어떠한 의료적 처치 없이 자연 그대로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옛말에 “밭에서 일하다가 애를 낳았다”고 하지요. 과장된 면이 있지만, 그만큼 출산은 어렵고 괴로운 ‘숙제’가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밟아가는 삶의 과정입니다. 극복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선사한 축복이며 선물이지요.아기할매를 찾는 임산부들은 하나같이 처음에는 불안해하고 초조해합니다. 아기를 낳을 때 너무 아프면 어떻게 하나, 아기는 건강할까, 태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임신 기간은 잘 보낼 수 있을까…. 아기할매는 그런 임산부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녀들은 아기를 잉태하여 세상에 내보내는 힘이 이미 자신에게 있다는 사...

    756호2008.01.01 00:00

  • [유성문의 길]슬픈 이반-‘Gayful Sunday’
    슬픈 이반-‘Gayful Sunday’

    어릴 적 이웃집에 살던 친구 있었죠 얌전하고 잘 울던 빨간 벽돌집 소년 하하하 하하하 이 울보야 계집애 같은 호모자식아 다른 친구들이 이렇게 놀리곤 했지 계집애 같은 호모자식아 그 애는 나만 졸졸 따라다니며 소꿉놀이하자 졸랐고 놀이터에서 소꿉놀이하던 모습을 학교 친구들이 보고서 놀려대기 시작했죠 모래를 던지면서 호모라 욕을 했지 난 그대로 도망쳐서 집에 와버렸지 그 후로 난 그 애가 놀러오면 모른 척하며 외면했고 다른 친구들과 공차기를 하곤 했죠 그 애는 멀찌감치 서성이며 눈물 글썽였죠 혼자서 다른 친구들 따라서 공차기를 하곤 했죠 그 애는 멀리서 나를 바라보며 눈물 글썽였죠 그 앤 며칠 후에 울며 전학 가버렸지 그 아인 며칠 후에 훌쩍 떠났지 얼마 전 우연히 받은 그 애 소식 여자친구와 결혼한다는 청첩장 난 한참을 망설이다 결심했지 내 남자친구와 함께 갈래 (벽돌집 소년은 날 용서할까) 어릴 적 친구야 (지금의 내 모습 이해해줄까) 난 용기 내어 랄라 한참을 망설이다 결심했지 갈 ...

    755호2007.12.25 00:00

  • [유성문의 길]포장마차에서 하늘을 보다
    포장마차에서 하늘을 보다

    2007년 겨울, 의정부 호호포장마차새벽녘이면 영락없이/하늘을 본다./계절에 상관없이/오도독 돋는 몸소름,/삶에 무섬증을 탄다.//세파를 막는 벽이/하도 얇아서/포장마차 핑크에는/항상 바람이 끊이질 않지만//와룡산 봄꽃 피는 소리는/오히려 듣기 쉬워서/눈치 빠른 주객은/홀로이 흥겹다.//세상은 표없이 자비로워/고급 아파트 폭넓은 창문은/자신의 불빛으로/도로 눈이 어둡고//얇은 천막 사이로/하늘이 축복처럼 맑아서/오늘도 포장마차에서/빛 고운 별 하나 바라본다. - 김용균 ‘포장마차에서 별을 보다’시인은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심장병으로 영남대 의료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한다. 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회생하여 어느정도 건강을 되찾은 다음, 대구 성서공단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며 삶의 별을 바라보았다 한다. 그 기적이, 그 희망이 나는 부럽다. 벼랑 끝에서 하늘을 본다는데….한겨울임에도 목이 마르다. 서울의 오랜 배후 의정부의 한 골목...

    754호2007.12.18 00:00

  • [유성문의 길]故 박병천 씻김굿, 넋이로다 넋이로세
    故 박병천 씻김굿, 넋이로다 넋이로세

    진도 씻김굿으로 씻겨지고, 진도 만가 자락에 실려서 저승으로 가는 죽음은 쓰라린 단절만은 아닌 듯싶다. 그 죽음은 단절이라기보다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온당한 자리매김인 것으로 보인다. 삶과 죽음의 본래 모습은 한없이 깨끗하고 순결한 것이라야 옳다는 믿음이 아마도 씻김굿의 소망일 것이다. 산 자가 죽은 자의 원한과 슬픔과 죄업을 씻어줌으로써 죽은 자를 죽음의 자리로 돌아가게 하고, 죽은 자에게 죽은 자로서의 위엄과 신성과 평정을 회복하게 한다. - 김훈 ‘원형의 섬 진도’ 중에서그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바로 곁에서 지켜본 것은 지난 4월 26일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5·18씻김굿’ 때였다. 몇 차례 씻김굿을 본 적은 있지만 그것은 먼발치에서였다. 굿이라면 지레 오금이 저리며 슬그머니 외면하기 십상인 나로서는 바로 옆에서 굿판을 지켜본다는 것이 여간 신경 저린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것이 죽은 자의 넋을 씻기는 씻김굿이고, 거기 불려나온 넋이 5·18 영령이었음에야. ...

    753호2007.12.11 00:00

  • [유성문의 길]숨은 빛-밀양 ‘벌레 이야기’
    숨은 빛-밀양 ‘벌레 이야기’

    그래요.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그것이 싫어서보다는 이미 내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된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나보다 누가 먼저 용서합니까. 내가 그를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나 먼저 그를 용서하느냔 말이에요. 그의 죄가 나밖에 누구에게서 먼저 용서될 수가 있어요? 그를 용서할 기회마저 빼앗기고 만 거란 말이에요. 내가 어떻게 다시 그를 용서합니까. - 이청준 ‘벌레 이야기’ 중에서Y선배. 나는 당신 앞에 닥친 불행 앞에서 참람하게 말을 잃습니다. 오지랖 넓고 가난한 신문쟁이의 마누라로서, 두 남매의 어머니로서,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그토록 고분하고 착실하게 세상을 살아왔건만,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암 선고를 받고야 말았습니다. 길고 지루한 투병기간이 이어지고, 그래도 희망의 실낱을 놓지 않고 있을 즈음, 이게 웬 청천벽력이란 말입니까.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는 어미 앞에서 새파랗게 젊은 딸내미가 먼저 삶의 끈을 놓아버...

    752호2007.12.0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