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샅길을 걷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망졸망한 낮은 돌담장들은 구구각각 제멋대로 들고나면서도 어김없이 길을 내고, 스스로 그 길을 따라갑니다. 높은 담장이라야 사람의 키를 훌쩍 넘지 않으니 쉬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야 맙니다. 뭐, 굳이 감출 것도 없겠지요. 살림이라야 다 고만고만하니 서로 견줄 필요도 없고, 사는 모습 또한 비슷비슷하니 기어이 엿볼 까닭도 없겠지요. 그래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마음이 편안하니 걸음이 팔자로 늘어져도, 여기저기 기웃대다 오지랖이 질척거려도 누구 하나 탓하는 이도, 탓할 이유도 없습니다. 여기선 햇살조차 느리게, 아다지오로 흘러내립니다. 오랜 세월 어느 하나 모난 놈 없이 둥글둥글 박히어든 돌 등을 타고 놀다, 제 어미 가슴보다 더 보드라운 황토이엉 속으로 스미어버립니다. ‘슬로시티(Slow City)’를 아시나요? 모든 것이 빠르게,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에서 ‘느린 삶’을 꿈꾸는 곳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
761호2008.02.0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