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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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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10) 강릉, 고래들의 말글터
    (10) 강릉, 고래들의 말글터

    강릉에 사는 고래문향(文鄕)의 도시로 불리는 강원 강릉에는 다양한 동네서점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 율곡로 중심에 자리한 ‘고래책방’이 눈에 띈다. 이름에 걸맞게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뽐낸다. 어딜 가도 주차하기 어려운 도심 현실은 인구 20만 정도인 강릉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책방은 건물 정면과 뒷면 부지를 전용 주차장으로 제공한다. 가보자(go), 다시(re)라는 의미의 ‘고래’는 넉넉한 환경을 갖추고 방문객을 재차 부른다.고래책방은 4층 건물을 단독으로 쓰며 층마다 큐레이션을 달리해 서가가 배치돼 있다. 지하 공간은 강릉 관련 작품으로 꾸몄고, 1층 한 구역에서는 베이커리가 출출한 독자를 유혹한다. 서점에 관한 기본 정보가 자체 제작된 팸플릿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제공된다. 세미나실과 갤러리까지 겸비한 고래책방은 독립서점의 위상을 넘어 복합적 문화시설로 기능하고 있다. 문을 연 건 2018년이다. 인터넷서점이나 전자상거래 활성화라는 난관...

    1688호2026.07.18 06:00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9) 안심에서 자란다, 대구 책방아이
    (9) 안심에서 자란다, 대구 책방아이

    나는 대구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이 도시를 삶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문학 연구자다. ‘대구에 산다’는 말은 종종 개인의 삶이나 연구를 하나의 정치적 이미지로 환원시키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 도시는 오랫동안 보수의 상징으로 호출돼왔지만, 이러한 단일한 이미지는 대구라는 공간에서 실제로 이루어져 온 삶의 다양성과 시간의 결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정치적 수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호명되는 대구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해왔다.외부에서 덧씌워진 이미지와 달리, 대구 안에서 살아가는 감각은 훨씬 복합적이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 10월 항쟁, 2·28 학생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전환점마다 변혁의 불씨가 됐던 도시이기도 하다. 최근의 시간 또한 이를 다시 확인시킨다. 12·3 내란의 국면에서 ‘보수의 심장’이라 불려온 도시의 거리로 나온 TK의 딸들은 대구의 로컬리티가 단일한 정치적 색깔로 환원될 수 없음을 분명히 드러냈다.그럼에도 이러한 ...

    1686호2026.07.03 14:43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8) 땅의 역사 위에 마을 만들기, 제주 서점
    (8) 땅의 역사 위에 마을 만들기, 제주 서점

    아름다운 섬 제주. 많은 사람에게 제주도는 하나의 단일한 섬이다. 그러나 섬 내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여러 섬의 군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다양하고도 개성 있는 360여개의 오름이 존재하는 것처럼. 오늘날 우리가 감탄하는 제주의 절경은 수천년간 이루어진 화산 활동과 그에 따른 퇴적, 그리고 그 환경에 기어코 뿌리를 내린 생물이 만들어낸 결정체다. 이 뒤엉킴에 인간이 마지막에 합류했다. 생태가 비·생물 간의 변화와 적응의 역사로 설명되듯이 제주의 땅, 그리고 땅에 자리 잡은 마을도 고유한 역사 없이는 충분하게 읽어낼 수 없다.그러나 제주 땅은 ‘제주4·3’ 사건으로 거대한 지형 변화를 맞이했다. 제주의 ‘폭도’를 소탕한다는 1948년 ‘초토화 작전’에서 무장대는 물론 군·경·서북청년단의 횡포를 피해 산에 오른 민간인들, 소개령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떠나지 못한 중산간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다. 또한 산과 ‘내통’했다고 의...

    1682호2026.06.05 14:48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7) 볕과 틈…군산 ‘마리서사’의 가정식 서가와 팽나무
    (7) 볕과 틈…군산 ‘마리서사’의 가정식 서가와 팽나무

    어떤 장소에 대한 경험은 삶의 방향을 미묘한 방식으로 바꾼다. 우리가 일상의 공간을 떠나 여행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환된 장소가 주는 힘을 얻기 위함이다. 독립서점은 답사, 순례, 여행, 출장까지 어떤 것과 맞붙여 놓아도 기대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각각의 책이 열어주는 세계, 책방지기가 일궈온 사유의 고유성, 지역 안에서 맺어진 생활에 근간한 관계성의 흔적을 만날 수 있기에 답사의 본래 목적을 잊게 할 만큼 풍성한 경험의 본산지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지역 답사를 위해 기차에 몸을 실을 때면 지역의 독립서점으로 발길을 하게 된다. 낯선 곳과 책, 모두가 삶에 ‘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공통되기 때문이다.“시간 여행자의 서점, 마리서사”전북 군산의 독립서점 ‘마리서사’에 다녀왔다. ‘마리서사’는 박인환 시인이 광복 이후 서울 종로 낙원동 입구에 열었던 서점의 이름에서 왔다. 해방의 열기 속에 문학, 영화, 미술 관련 잡지와 도서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박인...

    1678호2026.05.08 14:37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6) 에일리언의 시선에서 본 전주 독립서점
    (6) 에일리언의 시선에서 본 전주 독립서점

    “하… 어쩌지? 사실 나 전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데.”(외계인 투어 중에서)<지역의 사생활 99>는 전북 군산에 기반을 둔 독립 만화 출판사 삐약삐약북스가 펴내는 지역 이슈 만화책 시리즈로, 그 지역 출신이거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저마다의 독특한 그림체로 지역 이야기를 그려낸다. 첫 장에는 지역명의 유래, 유명한 음식과 장소 등을 간단히 소개하며, 더하여 지역의 주요 응급의료 서비스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번호를 적어두는 것이 특징이다. 내가 읽은 전주편 외계인 투어는 말 그대로 ‘전주 사람’ 한 명이 우주선으로 섭외(납치)된 후 전주로 여행을 간 외계인들의 안내자가 되어 막걸리 한상차림, 순대국밥, 콩나물국밥, 전일슈퍼 가맥을 먹기도 하고 덕진공원, 객사, 전주영화제, 한옥마을, 전동성당 등에 방문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재밌는 점은 만화를 그린 ○○○ 작가 자신이 투영된 ‘전주 사람’도 ‘에일리언(alien·이방...

    1676호2026.04.24 15:06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5) 서울 만리동 콜링 유, ‘만유인력’
    (5) 서울 만리동 콜링 유, ‘만유인력’

    “한쪽은 너무 늦었고, 한쪽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서광식·서기웅 부자 시집 <만리동 고개를 넘어가는 낙타>(2011)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집에서 서울 만리동 고개는 이따금 미싱 소리만 들려오는 사막의 모래언덕으로 그려지고, 그곳에 사는 가족은 꿈속에서 에프킬라를 두려워하며 쫓기는 바퀴벌레가 되기도 한다. 만리동 마을 곳곳에 재개발 플래카드가 걸리고 ‘철거’ 알림장이 돌던 시절의 기억이다. 서울의 여느 재개발 구역처럼 만리동과 아현동은 도심 내부의 주변 지역으로서 급격한 변화만큼이나 상처의 서사도 있는 동네다.서울지하철 충정로역 6번 출구에서 300여m를 걸어가면 손기정체육공원으로 연결되는 언덕길이 나온다. 지금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만리동2가와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아현뉴타운을 배경으로 한 손기정로에는 재개발 준비위원회 걸개를 건 사랑방을 비롯해 공인중개사무소, 작은 슈퍼, 가내수공업 형태의 봉제공장들이 눈에 띈다. 전장석 시인은 “막대그래프 ...

    1674호2026.04.10 14:44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4) 어쩌면 버티는 것도 ‘급진성’이다
    (4) 어쩌면 버티는 것도 ‘급진성’이다

    ‘지역 급진주의 서점’은 책의 거래를 넘어 문화·정치적 운동과 소통이 이뤄지는 장소다(킴벌리 킨더, <급진주의 서점: 사회운동을 위한 대항공간>). 단어의 조합만으로는 오랜 골목의 작은 서점에서 청년들이 은밀하게 작당하는 광경이 연상된다. 실제로 한국 민주화 운동기 인문사회과학서점은 운동권의 거점이자 지식·정보의 가교였으나, 1987년 이후 그 서점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급진적 에너지도 상실됐을까? 아니다. 동네에 정박한 서점들에서 그 모종의 힘은 자생하고 있다.인천, 배다리와 화수동인천에서 책과 관계된 곳이라면 배다리가 가장 먼저다. 배다리와 책의 인연은 해방 이후로 거슬러 간다. 해방으로 인해 인천을 떠난 일본인들이 남긴 서적과 6·25전쟁을 겪으며 생계를 위해 내놓은 책들이 리어카로, 노점으로, 헌책방 거리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들어 헌책방은 30~40여개로 늘어나 전국에 명성을 날렸다. 당시 동인천이 인천의 학군지였기에 충분한 공급과 ...

    1673호2026.04.03 14:39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3) 서점이 있는 마을
    (3) 서점이 있는 마을

    나의 어린 시절에 서점이란 이마트였다. 경상북도 최북단 봉화군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우리 마을에는 서점이 없었다. 일상에서 접하는 책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는 학교도서관이 전부였다. 화요일이면 재밌고 다양한 책이 많이 실린 봉화군 도립도서관 버스가 왔지만, 초등학생이 하교하는 시간보다 훨씬 전에 떠났기에 방학에만 도서관 버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중학생이 된 즈음에는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우리 마을을 영영 떠났다. 도서관 담당자가 버스 애용자였던 아버지의 딸인 나를 알아보고, 아버지가 읽을 만한 새로운 무협소설을 추천해줄 때의 기쁨과 뿌듯함을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돼버렸다.이런 형편이니 나와 우리 마을 아이들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 제 손으로 사본 경험이 극히 드물었다. 어머니가 근처 도시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동안 베스트셀러와 아동학습만화 위주로 전시된 도서 코너를 재빨리 훑어보는 게 서점에 가는 것이었다. 장난감 코너도 들러야 했기 때문에 책을 찬찬...

    1669호2026.03.06 14:57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2) 책 읽기의 안팎과 지역의 미래
    (2) 책 읽기의 안팎과 지역의 미래

    임동과 광천동은 원래 광주의 바깥으로, 공업지대로 개발된 곳이다. 임동에는 방직공장이, 광천동엔 자동차 공장이 있었다. 당연히 그곳에는 노동자들이 살았다. 도시의 하수가 합수되는 광주천 옆 공장에 목구멍을 대고 살던 노동자들에게 책이 있을 리 만무했다.대신 책은 광주의 안쪽에 있었다. 광주 사람들이 “그럼 충장서림에서 만나자”며 모두가 약속을 하던 곳, 매일 5시 18분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광장의 기억을 일깨우는 곳에 책이 있었다. 1990년대 ‘충장서림’이 있던 시내에는 ‘나라서적’, ‘삼복서점’이 자웅을 겨루며 광주 향토서점 ‘빅 3’로 자존심을 지키며 군림하던 시절이었다. 충장로 우체국사거리 앞의 ‘나라서적’은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광주에서 공시지가 기준 평당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었다.그러한 대형서점들 사이로 길 잃은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처럼 대학생들을 꼬드기던 인문사회과학 서점들이 있었다. 역시, 광주의 안쪽 전남대와 조선대 주변에 몰려 있었고,...

    1666호2026.02.06 14:30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1) 민주주의는 책을 읽는다
    (1) 민주주의는 책을 읽는다

    독립서점(급진서점)의 역사는 깊고 넓다. 인간해방을 꿈꾼 사람들은 운동의 이상과 앎 그리고 방법론을 궁구하고 전파하기 위한 독서공간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20세기 이후 한반도에도 변혁 운동과 그것을 위한 사상문화 운동이 늘 있었다. 독서공간의 핵심은 공간 자체의 의미 외에도 인간들이 책 읽기로 서로 연결된다는 데 있겠다. 이 연결이야말로 ‘운동’의 어떤 핵심이다.지역을 초월하는 지역 공간연결의 공간은 서점, 독서회, 도서관 등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서점은 주로 도시에서 다양한 계층의 시민을 상대로 했다. 서점은 구체적인 지역과 어느 건물에 자리를 잡고 그 지역에 거주와 생계를 가진 사람들을 교통하고 거래하게 만든다. 즉 서점은 ‘지역’을 그 자체에 가지고 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지역의 것을 초월하는 보편의 매체인 책과 인쇄물을 취급한다. 서점은 따라서 런던, 베를린, 상하이, 도쿄 같은 근대의 글로벌 ‘대처(大處)’가 경성, 부산, 신의주 같은 ...

    1664호2026.01.23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