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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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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5) 서울 만리동 콜링 유, ‘만유인력’
    (5) 서울 만리동 콜링 유, ‘만유인력’

    “한쪽은 너무 늦었고, 한쪽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서광식·서기웅 부자 시집 <만리동 고개를 넘어가는 낙타>(2011)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집에서 서울 만리동 고개는 이따금 미싱 소리만 들려오는 사막의 모래언덕으로 그려지고, 그곳에 사는 가족은 꿈속에서 에프킬라를 두려워하며 쫓기는 바퀴벌레가 되기도 한다. 만리동 마을 곳곳에 재개발 플래카드가 걸리고 ‘철거’ 알림장이 돌던 시절의 기억이다. 서울의 여느 재개발 구역처럼 만리동과 아현동은 도심 내부의 주변 지역으로서 급격한 변화만큼이나 상처의 서사도 있는 동네다.서울지하철 충정로역 6번 출구에서 300여m를 걸어가면 손기정체육공원으로 연결되는 언덕길이 나온다. 지금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만리동2가와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아현뉴타운을 배경으로 한 손기정로에는 재개발 준비위원회 걸개를 건 사랑방을 비롯해 공인중개사무소, 작은 슈퍼, 가내수공업 형태의 봉제공장들이 눈에 띈다. 전장석 시인은 “막대그래프 ...

    1674호2026.04.10 14:44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4) 어쩌면 버티는 것도 ‘급진성’이다
    (4) 어쩌면 버티는 것도 ‘급진성’이다

    ‘지역 급진주의 서점’은 책의 거래를 넘어 문화·정치적 운동과 소통이 이뤄지는 장소다(킴벌리 킨더, <급진주의 서점: 사회운동을 위한 대항공간>). 단어의 조합만으로는 오랜 골목의 작은 서점에서 청년들이 은밀하게 작당하는 광경이 연상된다. 실제로 한국 민주화 운동기 인문사회과학서점은 운동권의 거점이자 지식·정보의 가교였으나, 1987년 이후 그 서점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급진적 에너지도 상실됐을까? 아니다. 동네에 정박한 서점들에서 그 모종의 힘은 자생하고 있다.인천, 배다리와 화수동인천에서 책과 관계된 곳이라면 배다리가 가장 먼저다. 배다리와 책의 인연은 해방 이후로 거슬러 간다. 해방으로 인해 인천을 떠난 일본인들이 남긴 서적과 6·25전쟁을 겪으며 생계를 위해 내놓은 책들이 리어카로, 노점으로, 헌책방 거리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들어 헌책방은 30~40여개로 늘어나 전국에 명성을 날렸다. 당시 동인천이 인천의 학군지였기에 충분한 공급과 ...

    1673호2026.04.03 14:39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3) 서점이 있는 마을
    (3) 서점이 있는 마을

    나의 어린 시절에 서점이란 이마트였다. 경상북도 최북단 봉화군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우리 마을에는 서점이 없었다. 일상에서 접하는 책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는 학교도서관이 전부였다. 화요일이면 재밌고 다양한 책이 많이 실린 봉화군 도립도서관 버스가 왔지만, 초등학생이 하교하는 시간보다 훨씬 전에 떠났기에 방학에만 도서관 버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중학생이 된 즈음에는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우리 마을을 영영 떠났다. 도서관 담당자가 버스 애용자였던 아버지의 딸인 나를 알아보고, 아버지가 읽을 만한 새로운 무협소설을 추천해줄 때의 기쁨과 뿌듯함을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돼버렸다.이런 형편이니 나와 우리 마을 아이들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 제 손으로 사본 경험이 극히 드물었다. 어머니가 근처 도시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동안 베스트셀러와 아동학습만화 위주로 전시된 도서 코너를 재빨리 훑어보는 게 서점에 가는 것이었다. 장난감 코너도 들러야 했기 때문에 책을 찬찬...

    1669호2026.03.06 14:57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2) 책 읽기의 안팎과 지역의 미래
    (2) 책 읽기의 안팎과 지역의 미래

    임동과 광천동은 원래 광주의 바깥으로, 공업지대로 개발된 곳이다. 임동에는 방직공장이, 광천동엔 자동차 공장이 있었다. 당연히 그곳에는 노동자들이 살았다. 도시의 하수가 합수되는 광주천 옆 공장에 목구멍을 대고 살던 노동자들에게 책이 있을 리 만무했다.대신 책은 광주의 안쪽에 있었다. 광주 사람들이 “그럼 충장서림에서 만나자”며 모두가 약속을 하던 곳, 매일 5시 18분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광장의 기억을 일깨우는 곳에 책이 있었다. 1990년대 ‘충장서림’이 있던 시내에는 ‘나라서적’, ‘삼복서점’이 자웅을 겨루며 광주 향토서점 ‘빅 3’로 자존심을 지키며 군림하던 시절이었다. 충장로 우체국사거리 앞의 ‘나라서적’은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광주에서 공시지가 기준 평당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었다.그러한 대형서점들 사이로 길 잃은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처럼 대학생들을 꼬드기던 인문사회과학 서점들이 있었다. 역시, 광주의 안쪽 전남대와 조선대 주변에 몰려 있었고,...

    1666호2026.02.06 14:30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1) 민주주의는 책을 읽는다
    (1) 민주주의는 책을 읽는다

    독립서점(급진서점)의 역사는 깊고 넓다. 인간해방을 꿈꾼 사람들은 운동의 이상과 앎 그리고 방법론을 궁구하고 전파하기 위한 독서공간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20세기 이후 한반도에도 변혁 운동과 그것을 위한 사상문화 운동이 늘 있었다. 독서공간의 핵심은 공간 자체의 의미 외에도 인간들이 책 읽기로 서로 연결된다는 데 있겠다. 이 연결이야말로 ‘운동’의 어떤 핵심이다.지역을 초월하는 지역 공간연결의 공간은 서점, 독서회, 도서관 등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서점은 주로 도시에서 다양한 계층의 시민을 상대로 했다. 서점은 구체적인 지역과 어느 건물에 자리를 잡고 그 지역에 거주와 생계를 가진 사람들을 교통하고 거래하게 만든다. 즉 서점은 ‘지역’을 그 자체에 가지고 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지역의 것을 초월하는 보편의 매체인 책과 인쇄물을 취급한다. 서점은 따라서 런던, 베를린, 상하이, 도쿄 같은 근대의 글로벌 ‘대처(大處)’가 경성, 부산, 신의주 같은 ...

    1664호2026.01.23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