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 전체 기사 14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14) It’s me, 루카
    (14) It’s me, 루카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의 처음은 어떤 모습일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조상은 같을까? 깊은 바다의 검은 굴뚝 같은 열수구에서 뜨거운 물이 솟구친다. 햇빛은 닿지 않고, 산소도 거의 없으며, 주변은 금속과 황 성분이 뒤섞인 낯선 세계다. 그런데 바로 이런 장소가 지구 생명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 인간, 고래, 소나무, 버섯, 대장균까지 오늘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거꾸로 추적하면 어느 순간 조상이 되는 한 생명체에 닿게 된다. 과학자들은 그 존재를 루카(LUCA·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루카는 정말 지구 최초의 생명체였을까, 아니면 수많은 실패와 소멸 뒤에 살아남은 단 하나의 계통이었을까?우리의 조상은 누구인가?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하나의 가계도로 그리면, 우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친척들 사이에 살고 있다. 인간은 침팬지와 약 600만~700만년 전 공통 조상을 공유한다. 더 거슬러 ...

    1683호2026.06.12 15:09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13) 흰색 달걀과 갈색 달걀, 뭐가 다를까?
    (13) 흰색 달걀과 갈색 달걀, 뭐가 다를까?

    달걀은 식탁의 단골손님이다. 달걀프라이, 스크램블, 삶은 달걀까지 조리법도 다양하다. 심지어 라면에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고민하게 된다. 흰색 달걀을 고를지, 아니면 갈색 달걀을 선택할지.마켓에서 달걀 한 판을 집어 들 때도 누구나 한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 봤을 것이다. “흰색 달걀과 갈색 달걀, 뭐가 다를까?”특히 가격표를 보면 그 의문은 더 커진다. 갈색 달걀은 보통 흰색 달걀보다 비싸다. 주변의 얘기도 “갈색 달걀이 더 낫다”, “더 자연적이다”라는 이미지를 덧씌운다. 실제로 흰색 달걀은 어딘지 더 균질해 보이기 때문에 인공적인 느낌도 있다. 그래서 흔히 갈색 달걀이 더 건강에 좋을 것으로 추정한다.여기에 더해 많은 소비자는 이 차이를 직관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좋으니까 더 비싼 거 아닐까?”껍데기 색은 무엇이 결정하나달걀 껍데기 색은 어떻게 정해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영양 상태에 따라 색이 다르게...

    1680호2026.05.22 14:45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12) 공복혈당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12) 공복혈당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건강검진을 위해 공복 상태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대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제 혈당이 정상인가요?”검사 결과는 숫자로 비교적 간단하게 제시된다. 공복혈당을 측정했을 때 검사 결과가 70~99mg/dL이면 정상으로 판단하고, 100~125mg/dL로 나오면 공복혈당장애에 해당하는 당뇨 전 단계(고위험군), 그리고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 의심 단계로 분류한다.그러나 이 숫자 뒤에는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생리적 과정이 숨어 있다. 공복혈당은 단순히 ‘어제저녁에 얼마나 먹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 오히려 ‘밤새 몸이 항상성을 어떻게 유지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이것은 우리 몸의 간(liver)과 췌장(pancreas) 그리고 호르몬과 신경계가 밤사이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압축해 보여주는 일종의 ‘요약문’이다.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혈당이 당연히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공복 상태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체의 생리 반응은 우리가 예...

    1677호2026.05.01 14:17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11) 생리혈로 HPV를 검출한다
    (11) 생리혈로 HPV를 검출한다

    질병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보통 값비싼 의료장비와 정교한 검사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환자의 몸에서 직접 조직이나 혈액을 채취해 사용하기도 한다.그러나 과학의 역사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유용한 발견이 시작된 사례도 적지 않다. 너무 익숙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물질이 질병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도 한다. 최근 연구자들이 눈을 돌린 대상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연구자들은 질병 진단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생리혈에 주목했다.흥미롭게도 여성의 생리혈을 이용하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를 검출할 수 있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기술이 실제 의료 시스템에 도입될 경우, 자궁경부암 검진을 위한 HPV 검사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이 발견은 단순한 기술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여성들은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검진 절차로 인해 자궁경부암 검사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생...

    1674호2026.04.10 14:43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10) 아크릴아마이드, ‘맛과 암’ 사이 미묘한 줄타기
    (10) 아크릴아마이드, ‘맛과 암’ 사이 미묘한 줄타기

    갓 구워낸 빵의 노릇한 색, 기름에 방금 튀겨낸 감자튀김의 바삭한 질감, 깊은 풍미를 머금은 진한 커피 향. 이 모든 순간은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요리의 기술과 감각을 갈고닦으며 얻어낸 노력의 결실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이 매혹적인 순간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함께 찾아온다. 바로 암 발생 위험이 있는 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의 생성이다.풍미를 만드는 갈변의 과학프라이팬 위에 올려진 고기 한 조각이 서서히 색을 바꾼다. 처음에는 핏빛이던 고기가 회색빛이 되고, 곧 표면이 점점 짙어지면서 고소하고 깊은 향이 주변을 가득 채운다. 빵집의 오븐 속에서 갈색으로 변해 가는 따뜻한 빵, 갓 볶은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향, 양파가 투명함을 지나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 우리가 ‘맛있겠다’라고 느끼는 수많은 장면 뒤에는 잘 알려진 과정이 있다. 바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 부르는 화학 반응이다.마이야르 반응은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

    1671호2026.03.20 14:39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9) ‘사랑과 위로’의 초콜릿, 왜 개에겐 ‘조용한 독’일까
    (9) ‘사랑과 위로’의 초콜릿, 왜 개에겐 ‘조용한 독’일까

    입학 철이 됐지만 아직은 찬 공기에 스산함마저 감도는 날씨다. 이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설렘과 낯섦의 감정이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긴장감이 있다. 이럴 때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다독여줄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초콜릿’이다.초콜릿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사랑’이다. 우리 곁에서 초콜릿은 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달콤한 유혹으로 존재해왔다. 수줍은 설렘이 가득 담긴 첫사랑의 고백에서부터, 우울한 날 스스로 건네는 작은 위로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초콜릿이 함께했다. 이 진한 갈색의 조각은 즐거움과 위안의 상징이었기에,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추억의 형태로 초콜릿에 담아왔다.초콜릿은 문학 작품 속에서도 다양한 의미로 나온다. 로알드 달(Roald Dahl)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은 ‘유혹과 선택의 상징’으로 그려졌고, 조앤 해리스(Joanne Harris)의 작품...

    1668호2026.02.27 13:10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8) 우리 동네 공기가 치매 위험을 높인다고?
    (8) 우리 동네 공기가 치매 위험을 높인다고?

    최근 영국의 한 대학교 연구팀은 매일 숨 쉬는 공기가 호흡기나 심장 건강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치매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대기오염은 주로 폐 질환이나 천식 그리고 심혈관 질환의 원인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대기 중 유해물질 증가가 뇌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치매는 기억하고 판단하며 말하는 능력이 서서히 약화하면서 일상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증후군이다. 이는 고등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신경세포 손상이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되면서 발생한다.치매는 한 종류의 질병이 아니다. 다양한 기저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가장 흔한 유형으로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과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가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이 두 질환이 동시에 혼재하는 혼합형 치매(Mixed dementia)도 많이 나타난다. 여기에 루이소체 치매(...

    1665호2026.01.30 15:04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7) 20년 전 시간을 거슬러온 세포
    (7) 20년 전 시간을 거슬러온 세포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하는 병오년(丙午年) 새해의 태양이 떠올랐다. 우리는 올해 역사적인 순간을 맞는다. 2026년은 ‘역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iPSC)’가 세상에 처음 나온 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과학계는 오랫동안 세포가 한번 분화하면 다시는 분화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일본 교토대학교의 한 연구실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가 종교의 교리처럼 여겨지던 이 규칙을 정면으로 흔들었다. 분화가 끝난 피부세포에 몇개의 유전자를 넣었을 뿐인데, 세포의 운명은 마치 시간을 거꾸로 되감은 듯 초기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세포를 ‘역분화 줄기세포’라 불렀다. 역분화 줄기세포의 발견과 함께 생명 과정의 비가역성이라는 오랜 전제는 처음으로 수정되기 시작했다. 인간 배아(embryo)에 의존하지 않고도 거의 모든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

    1661호2026.01.02 15:11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6) 누룩, 역사 속 살아 있는 미생물 공화국
    (6) 누룩, 역사 속 살아 있는 미생물 공화국

    조선시대 양조 문헌에 의하면 우리 선조들은 겨울철에 술을 담갔다. 술을 만드는 데 필요한 누룩은 초복에서 말복 사이에 주로 빚었다. 높은 기온과 습도가 곰팡이와 효모의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이때 만든 누룩을 ‘하곡’이라 불렀다. 하지만 하곡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만드는 시기도 다양해 봄에 만든 누룩인 ‘춘곡’, 가을에 만든 누룩인 ‘추곡’, 그리고 겨울에 만든 누룩인 ‘동곡’도 있었다.누룩은 술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발효제다. 전통적으로 누룩은 짚으로 덮인 흙방 안에서 빚었다. 곡물을 반죽한 후 나무틀을 이용해 원형이나 사각의 형태를 만든다. 곡물의 단내와 볏짚의 훈기 그리고 미묘한 흙의 숨결이 섞여 누룩 고유한 냄새를 만든다. 이때 은은한 열기와 함께 묵직한 냄새가 방안 가득 퍼진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면 표면에 하얗고 노르스름한 곰팡이가 피어난다.이 덩어리가 바로 누룩이다. 우리 고유의 천연발효 중심이며, 선조로부터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삶의 경험체다....

    1658호2025.12.12 14:42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5) 해가 짧아질 때 찾아오는 우울감 ‘계절성 정동장애’를 아시나요?
    (5) 해가 짧아질 때 찾아오는 우울감 ‘계절성 정동장애’를 아시나요?

    낙엽이 거의 다 진 늦가을 무렵, 변한 것은 단지 계절의 온기만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마음의 온기마저 식어간다. 이유 없이 찾아오는 쓸쓸함이나 무기력감,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도 한다. 평소에는 잘하던 일들이 이유 없이 귀찮아지고, 특별히 힘든 일도 없는데 쉽게 지친다. 이맘때쯤 느끼는 이런 공허하고 우울한 마음을 사람들은 “가을을 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물질의 분비가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SAD) 현상이다.계절성 정동장애는 우울증의 한 형태다. 일반적인 우울증처럼 마음이 가라앉고, 의욕이 떨어지며, 흥미를 잃고, 집중도 잘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질환의 중요한 특징은 계절의 변화와 맞물려 반복된다는 점이다. 대체로 추운 계절에는 우울증이 심화하고, 날이 풀리면 점차 증상이 완화된다.겨울이 길고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이나 캐나다 지역에서...

    1655호2025.11.21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