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는 소녀들에게 전혜린이라는 이름은 건너뛸 수 없는 통과제의이다.¹ 전혜린의 유고 에세이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는 한 시절 문학소녀들의 책장에 어김없이 꽂혀 있던 필독서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소녀들은 문학을 사랑하게 됐고, 유럽의 한 도시를 동경하게 됐으며, 무엇보다 글을 읽고 쓰는 미래를 꿈꾸었다. 소설가 전경린은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이 당선됐을 때 지인이 붙여준 아호 ‘경인’ 앞에 ‘전’자를 붙인 필명을 쓰기로 결정한다. ‘안애금’에서 ‘전경린’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을 때 그의 마음에 들어와 있던 인물이 전혜린이다. 전경린은 자신이 전혜린의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전혜린이 “소설을 한 편도 쓰지 못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자신이 “대신 써나간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전혜린에 대한 단행본을 쓴 김용언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문학소녀, ...
1674호2026.04.10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