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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한국여성 문학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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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2) 사랑의 불안을 탐색하는 여성 서사
    (22) 사랑의 불안을 탐색하는 여성 서사

    김지원(1942~2013)은 1997년에 ‘사랑의 예감’으로 제2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지만, 미국 이민자로 한국 문단에서 사실상 이방인적 위치에 있었다. 1970~1980년대 뉴욕의 한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김지원의 소설은 한국 여성이 1960~1980년대에 여성의 사회·정치·경제적 권리 확장을 요구하고 가부장제·성적 규범 같은 성차별 구조를 비판하며 확산한 ‘제2물결’과 조우하며 여성 문제를 파고든 결과였다. 한국 문단은 당시 산업화로 인한 사회적 병폐 해결과 민주화라는 역사적 과제 수행을 요구받고 있었고, 페미니즘을 부르주아 여성 운동으로 낙인찍어 경멸했기에 김지원의 문학은 너무 일찍 도착한 편지처럼 오랫동안 수신자를 기다려야만 했다.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작가인 김지원은 최정희와 김동환의 장녀로 문인 가족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과 재학 중인 1964년 1월 ‘여원’에 ‘늪 주변’이 당선돼 데뷔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1973년에 도미한 후인 1975년 ‘현대문학’...

    1666호2026.02.06 14:32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1) 일하는 신체, 쓰는 주체…여성 노동자 수기의 출발
    (21) 일하는 신체, 쓰는 주체…여성 노동자 수기의 출발

    석정남의 ‘불타는 눈물’이나 유동우의 <어느 돌멩이의 외침> 같은 노동자 소설을 읽으면서, 또 주말이면 경인공단이나 구로동을 취재하면서 이런 것들을 놔두고 어떻게 그냥 지나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아직도 이루지 못한 ‘난장이의 꿈’: 조세희 ‘난쏘공’ 출간 30주년, 경향신문 2008년 11월 11일 기사 일부)<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을 회고하는 자리에서 작가 조세희는 1970년대 석정남과 유동우의 노동자 소설(엄밀하게는 수기)이 자신의 창작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이 인터뷰 기사에서 언급한 ‘불타는 눈물’은 ‘월간 대화’에 실린 석정남의 ‘어느 여공의 일기’의 일부이다. 제목처럼 온전히 스무 살 여성 노동자의 일기로만 이뤄진 이 수기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1976년 11월)와 ‘불타는 눈물’(1976년 12월)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됐다. ‘어느 여공의 일기’에서 발화한 여성 노동자 수기는 송효순의 <서울로 가는 길>(...

    1664호2026.01.23 14:59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0) 성적 수치에 맞서는 저항적 여성 주체의 출현
    (20) 성적 수치에 맞서는 저항적 여성 주체의 출현

    희곡작가 정복근은 <위기의 여자>(시몬 드 보부아르 원작, 오증자 번역, 정복근 각색, 임영웅 연출로 1986년 공연)의 각색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위기의 여자>는 극단 산울림의 개관 1주년 기념작으로 기획·공연됐는데, 애초 한 달 예정이던 공연은 130석 규모의 소극장에 2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이런 대중적 성공에 힘입어 극단은 두 달 후 공연을 재개해 7개월에 걸친 장기 공연을 성사시키는 신기록을 세운다.‘정복근-박정자-임영웅’ 트리오가 만들어낸 이 획기적 공연은 그간 한국사회에서 진지한 문화적 주체로 고려된 적이 없던 중년여성을 극장으로 끌어들여 이들의 목소리가 공론장에 울려 퍼지게 만든 문화적 사건이다. 삶의 의미를 가족 내 역할에 찾던 중년여성이 남편의 외도를 기화로 실존적 자아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텔레비전 불륜 드라마 양식의 보수성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대 위 주인공이 자신에 대해...

    1662호2026.01.09 14:56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9) 냉전 권력의 심부 겨냥하는 여성 작가 출현
    (19) 냉전 권력의 심부 겨냥하는 여성 작가 출현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선언은 조선 사람이 자유민임을 실감하며 식민지에서 억눌렸던 꿈을 실현하기 시작한 기점이었다. 해외에 있던 독립운동가들이 귀환하고, 곳곳에서 선언문이 낭독되며 정치 조직이 꾸려졌다. 이렇듯 해방 공간의 역동성은 정치적 주체가 된 남성·청년의 도전과 모험의 서사로 읽히기 쉽지만, 해방은 식민지와 가부장제라는 이중 구속에 놓인 여성들에게 주어진 감격의 모멘텀이었다. “낡아 빠진 인고 속에서 뛰쳐나올 용기가 없다는 것인가. 선구자인 여학생들이 인형의 집을 못 뛰쳐나오면 누가 나올 것인가”(박대룡 ‘여학생과 노라’, 경향신문 1947년 1월 19일)라는 사설은 8·15의 시간성 속에서 여성들이 남자의 팔짱을 끼지 않고도 자립 보행할 수 있는 자율적 개인이 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월남 작가인 박순녀(朴順女·1928~)는 여학생의 가출 서사를 통해 일제강점기 신여성의 후예를 자처하는 해방 세대 여성들의 존재를 ...

    1660호2025.12.26 15:30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8) 가부장적 봉건 질서 파괴하는 여성 괴물과 여성 입법자의 탄생
    (18) 가부장적 봉건 질서 파괴하는 여성 괴물과 여성 입법자의 탄생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6년간의 창작 기간을 걸쳐 완성된 박경리의 <토지>는 전체 5부 25편 362장(序 포함)으로 돼 있다. <토지>가 그리는 세계는 거대하다. 공간 스케일의 측면에서 1부 ‘평사리’에서 시작된 서사는 용정, 하얼빈, 러시아, 일본으로 국경을 넘어 확장된다. 1부 1장 ‘서희’로 시작한 이 대하소설의 인물들은 최치수와 윤씨 부인이 이끄는 최참판댁 일가와 주변의 양반, 평사리의 민중, 밀정과 독립운동가, 신여성과 기생, 지식인과 사상가, 자본가와 장사꾼까지 다양한 계층과 직업군을 아우르며 그 수는 600~700명에 이른다. 시기적으로는 구한말부터 해방 직전에 이르기까지 식민지 근대를 포괄한다. 말 그대로 <토지>는 공간과 시간을 날줄과 씨줄 삼아 다양한 인물의 네트워크를 지리적·계층적·시간적으로 촘촘하게 직조해낸 거대서사(grand narrative)다.이 글에서는 평사리를 배경으로 하는 1부와 용정을 ...

    1658호2025.12.12 14:43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7) 사막을 건너는 1인칭 레지스탕스 윤리
    (17) 사막을 건너는 1인칭 레지스탕스 윤리

    서영은의 <먼 그대>는 여성이 가부장적 남성 질서와 맺는 관계가 ‘굴종과 저항’, ‘종속과 해방’의 이분법적 틀로 단순화될 수 없는 기이한 도착성을 띨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흔치 않은 소설이다. 1970~1980년대 초남성적 권위주의 국가에 의해 억압적 근대화가 진행돼 온 한국사회에서 국민은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사회적으로 거세된 존재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들은 억압적 정치체제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거세를 부인하기 위해 더욱 강한 남성성으로 재무장하고자 했으며, 여성들은 그 남성성을 보조하는 수동적 위치에 머무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여성이 남성 질서에 맞서 싸우는 투쟁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한국사회에서 소수의 해방투사를 제외한 다수의 여성에게 직접 투쟁의 길은 크게 열려 있지 않았다. 이런 사회적 조건에서 서영은 소설의 여성 인물은 마조히즘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한다....

    1656호2025.11.28 14:41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6) 가족과 모성에 관한 안티멜로드라마
    (16) 가족과 모성에 관한 안티멜로드라마

    박완서는 1986년 4월에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사망하자 <제2의 성>이 있어 “여성들이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조서를 발표할 만큼 1980년대에 페미니스트로서 각성한 의식을 보여주었다. 그는 중산층 가족의 속물성을 까발리는가 하면, 중산층 여성을 가부장제로부터 수혜를 받지만, 그 대가로 인간성이 짓눌리는 양가적 존재로 주목했다. 다른 한편으로 박완서는 일제강점기부터(‘엄마의 말뚝 1’) 한국전쟁기를 거쳐(‘엄마의 말뚝 2’) 1990년대 초에서 종결되는(‘엄마의 말뚝 3’) 가족사 연작 <엄마의 말뚝>을 통해 자전소설 창작을 본격화했다. 이 글에서 다루지 못하지만 ‘엄마의 말뚝 2’는 한국전쟁기 오빠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내전의 정치가 친족의 도덕 공동체와 마을 공동체에 위기를 초래함으로써 인간의 영혼과 가족의 삶에 깊은 상처를 드리운 사건으로 그려낸 수작이다.이 글에서 다룰 ‘엄마의 말뚝 1’은 성인이 된 여성 화자가 오...

    1654호2025.11.14 14:49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5) 80년대 페미니즘 소설의 출발, 고발과 고통의 젠더 리얼리즘
    (15) 80년대 페미니즘 소설의 출발, 고발과 고통의 젠더 리얼리즘

    이경자의 연작소설집 <절반의 실패>(1988)는 1980년대 후반, 한국 문학계에서 여성주의 의식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시기에 가장 강력하고 급진적인 목소리를 낸 작품 중 하나다. <절반의 실패>가 출간된 1980년대 후반은 한국사회가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정치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시기였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는 자신의 권리를 말하고 주장하는 ‘시민’의 출현을 가져왔지만, 이 보편적인 시민의식은 여성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다. 가정과 일터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가부장적 규범과 보수적인 사회 구조는 여전히 견고했다. 작가는 다양한 계층과 학력, 다양한 사연을 지닌 여성들이 하나같이 고통받고 울부짖으며 집안의 천사가 아닌 노예 상태로, 최후의 식민지로 존재하고 있음을 생생한 날것의 리얼리즘으로 폭로하고 있다.여성의 고통, 성차별적 사회 시스템의 산물<절반의 실패> 초판본에는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으며, 작품마다 다루는 소재가 무엇인지 명...

    1652호2025.10.31 14:49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14) 소녀는 어떻게 여자가 되는가
    (14) 소녀는 어떻게 여자가 되는가

    오정희의 <유년의 뜰>은 1950년대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유년부터 중년을 보낸 한국 여성의 일대기를 연작 형식으로 그린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여덟 개 단편의 주인공이 동일 인물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별사’를 제외하고 각 단편의 주인공은 모두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지 않고, 그들이 살고 있는 연대나 거주하는 장소도 특정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소설집이 하나의 연작소설처럼 읽히는 것은 작중 여주인공들의 경험이 6·25전쟁기부터 개발독재기에 이르는 시기 동안 한국 여성들이 어린아이에서 성인 여성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복잡다단한 경험을 응축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사회서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 탐문<유년의 뜰>은 생애의 다른 시간대를 통과하는 여성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대결, 고통과 체념을 적확한 문체로 표현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문하고 있는 작품이다. 오정희...

    1650호2025.10.17 14:50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3) ‘아버지의 법’에 저항하는 여성의 꿈과 윤리
    (13) ‘아버지의 법’에 저항하는 여성의 꿈과 윤리

    박완서는 여성신문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를 연재할 당시 인터뷰에서 가정법원의 조정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여성들의 부당한 사정을 접한 것이 작품 구상의 계기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가족법 개정의 핵심인 호주제는 2005년 폐지됐으나 소설은 그 전에 광범위한 가족법 개정이 이루어진 1989년 전후의 사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는 1989년 개정된 가족법 중 친권과 관련된 조항을 주인공 차문경과 김혁주의 법적 소송의 틀을 빌려 담고 있는 법(law) 서사다. 가족법 개정 운동이 한창이었던 당시 소설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상당했다. 1990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몇 년 뒤 아침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는 이혼 후 대학 동창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임신을 하지만, 남자는 그 사실을 알고도 초혼에 경제력이 좋은 다른 여자와 재혼한다. 홀로 아이를 낳고, 남자가 자신의 아이로 인정...

    1648호2025.09.26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