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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연뮤덕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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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16)사춘기보다 무서운 오춘기의 묘약 ‘우정’
    (16)사춘기보다 무서운 오춘기의 묘약 ‘우정’

    유난히 기온차가 급격한 올겨울, 어느 때보다 긴 환절기를 지나 연말연시가 되니 주위에 변화가 잇따른다. 부고도 많고 인사이동도 많다. 인생의 희비가 교차하는 시기다. 예상치 않은 굴곡은 오춘기(20대 이후 오는 심리적 위기)를 견인한다. 짜증이 많아지고 작은 일에도 움츠러들며 혼자만의 시간을 고집하게 된다.뮤지컬 <렌트>의 등장인물 대부분이 그러하다. 크리스마스이브여도 그들에게 닥친 현실적 고난은 우울함을 증폭시킨다. 로저와 마크는 각기 뮤지션과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당장 세 들어 사는 건물의 재개발로 쫓겨날 위기다. 스트립댄서 미미는 베니와 사귀었지만, 친구 로저에게 더 호감을 보인다. 대학강사이자 동성애자인 콜린은 드래그퀸(여장 남성) 엔젤의 솔직함에 반한다.여러 캐릭터가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뮤지컬 <렌트>는 시작부터 북새통이다. 줄거리 없이 캐릭터들 상황만 존재하므로 처음 보는 관객들은 어리둥절하다. 이야기보다는 캐릭터 중심...

    1558호2023.12.21 07: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15)우주보다 오묘한 ‘나’를 탐사하다
    (15)우주보다 오묘한 ‘나’를 탐사하다

    민간인 우주여행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화성여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우주발사체 ‘스타십’의 2차 시험발사는 “실패했지만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빅뱅의 탑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예술인들과 달여행을 예약한 일본인 부호 마에자와 유사쿠의 ‘디어문’ 프로젝트도 연기는 됐지만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우주여행에 성큼 더 다가선 상태다.이런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 우주 탐사와 우주비행사를 소재로 한 다양한 한국 창작 무대극이 상연 중이다. 이 작품들이 궁극적으로 탐사하는 대상은 실제 우주보다 더 거대하고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나’라는 우주다.연극 <Tank 0-24>의 무대는 실제 우주처럼 어슴푸레하다. 안개 너머로 유영하듯 천천히 커다란 구멍을 들여다보는 이들은 우주복에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우주인들은 구멍 안에 돌과 인형을 던져보더니 갸우뚱하며 자기 스스로를 던져보기도 한다. 긴 정...

    1556호2023.12.07 07: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14)권위주의는 가라, ‘핵개인’ 캐릭터의 반란
    (14)권위주의는 가라, ‘핵개인’ 캐릭터의 반란

    요즘 ‘핵개인 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개인주의가 극대화된 시대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반대다. ‘중심’ 혹은 ‘씨앗’이라는 의미의 ‘핵’이 접두어이니, ‘나 자신의 본질과 자율에 충실한 시대’로 포괄할 수 있다.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저서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2023)에서 “자기 인생의 능동적 결정권을 서로 존중해 주었을 때 이 시대의 개인들은 자기 삶과 사회 모두에게 책임을 다하는 핵개인으로 거듭난다”고 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시대”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각자의 길을 허락한다면 기존의 불합리했던 권위주의는 깨질 수 있는 시대”다. 따라서 필자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통해 불합리에 균열을 일으키는 선순환의 존재’가 ‘핵개인’이라고 해석해 보았다.뮤지컬 <비더슈탄트>의 주인공 매그너스와 아벨이 그러하다. 1938년 독일 나치 시대 엘리트 스포츠학교 펜싱부의 17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펜싱...

    1553호2023.11.16 07: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13)흥행영화의 무대극화, 얻는 것과 잃는 것
    (13)흥행영화의 무대극화, 얻는 것과 잃는 것

    강의를 할 때면 항상 좋아하는 감독이 누군지 묻는다. 연령대와 전공 여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빠지지 않는다. 현대 일본영화와 고전 스릴러 영화라는 간극은 있으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분명해 마니아층이 두텁다. 이들의 대표작들이 요즘 무대극으로 상연 중이다.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복 네 자매의 잔잔한 일상과 바닷마을 풍광이 전부인데 연극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영화의 생명인 ‘자연’을 무대에서 과연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영화와 다르다. 바닷마을이 보이지도 않고 아름다운 고택도 없다. 영화 속 실제 이미지들은 연극적인 언어로 치환됐다. 바닷마을은 서라운드 음향효과와 배우들의 동선으로, 아름다운 고택은 무대 바닥에서 승강기처럼 오르내리는 미닫이문 가득...

    1551호2023.10.27 11:2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12)낙관주의와 급진주의 그 사이 어딘가에서
    (12)낙관주의와 급진주의 그 사이 어딘가에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타임’은 ‘낙관주의의 예술(The Art of Optimism)’을 표지로 뽑았다. 영화 <셰이프 오프 워터: 사랑의 모양>(2017)으로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기예르모 델 토르 감독은 이 특집을 통해 “낙관주의는 급진적이다(Optimism is radical). 어렵고 용감한 선택이며 절망에 직면한 지금 가장 필요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연이은 팬데믹과 지구 각지의 전쟁을 예견한 듯 지속되는 절망 속에서도 담대하게 희망을 찾는 것이 진정한 낙관주의라고 해석했다.시각장애학교 학생들의 갈등을 다룬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에서 두드러지는 ‘낙관주의’는 조금 결이 다르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앞이 보이는 것처럼 자유롭다. 지팡이 없이도 거침없이 계단과 문턱을 넘나들고 각종 스포츠도 자유롭게 즐긴다. 학교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무...

    1549호2023.10.13 11:06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11)박제된 독립운동가들 21세기 청년으로 환생
    (11)박제된 독립운동가들 21세기 청년으로 환생

    독립운동가들 이야기는 대부분 신화적이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한 처절한 삶이 대두된다. 위인전기가 그러하듯 공(功)만 가득하다. 국가가 정해놓은 방향성에 맞춰 윤색된 경우도 많다.그들도 인간이다. 나라가 주권을 잃고 헤매던 수십 년간 독립운동가들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하고 좌절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잣대를 달리하고 새삼스레 과(過)를 논하기 전에 그들이 겪었을 인간적인 고뇌와 삶의 자락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마침 독립운동가들의 인간적 면모에 돋보기를 들이댄 작품들이 상연 중이다. 창작 뮤지컬 <곤 투모로우>(Gone Tomorrow)는 김옥균과 고종을 중심으로 갑신정변(1884)부터 경술국치(1910)까지를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상상을 더해 다루고 있다. 주권 학살을 함의하는 고종과 궁인들의 상복 같은 의상과 무대예술은 제목 <곤 투모로우>에 담긴 허무주의와도 상통한다.삼일천하로 혁명에 실패...

    1547호2023.09.22 11:24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10)다시 소환되는 제2차 세계대전…악이란 무엇인가
    (10)다시 소환되는 제2차 세계대전…악이란 무엇인가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난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 폭염 구간인 7월과 8월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작품이 유독 많이 상연돼 열띤 논쟁을 야기한 탓일지도 모른다.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런던 햄스테드 서재를 통째로 옮겨놓은 연극 <라스트 세션>은 요란한 대국민 담화 라디오 뉴스로 시작된다. 공습경보가 울리고 수송기가 런던 시내를 관통하는 1939년 9월 3일, 프로이트 저택을 방문한 영문학자이며 소설가 C. S. 루이스가 전시 상황이니 토론은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제안했다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가?”라며 불호령을 듣는다. 83세 구강암 말기의 프로이트는 무신론을 대변한다. 유신론으로 선회한 루이스의 속내가 궁금해 입천장에 철판을 달고 겨우 대화를 하면서도 토론을 자처했다.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지루한 논쟁이 이어질 거라 예상했으나 실제 연극은 인간의 ...

    1544호2023.09.01 10:56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9)시공간을 초월하는 이해와 공포
    (9)시공간을 초월하는 이해와 공포

    막이 열리기 전, 현악기 연주자들이 튜닝하는 기대의 시간. 슬며시 연주자들 사이로 누군가 움직인다. 모던하고 세련됐으나 자세히 보면 실밥이 너덜너덜한 의상이다. 한 손에 감은 붕대는 늘어지다 못해 질질 끌린다.맨발로 무대 위와 아래, 무대 뒤와 앞을 어슬렁거리는 이 등장인물은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 이른바 ‘잔혹연극(theater of cruelty)’ 개념을 널리 알린 20세기 초 극작가다. 그는 강렬한 리듬과 음향을 동반한 신체 움직임으로 관객들이 공포와 광란을 경험케 해 인간 본연의 특별함을 끄집어내는 방식을 제안했다. 각자의 경험치가 더해져 새로운 진실, 혹은 깨달음에 다가서도록 함축되고 상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앙토냉 아르토와 빈센트 반 고흐의 시공 초월 만남을 담은 한국 창작 뮤지컬 <아르토, 고흐>는 ‘잔혹연극’ 개념을 작품화했다. 아르토의 고흐에 대한 에세이가 기반이...

    1542호2023.08.18 10:47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8)관객참여형 록뮤지컬의 진화
    (8)관객참여형 록뮤지컬의 진화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이 참여하는 ‘더 센’ 공연이 시작된다. 잠깐의 암전 후 조명이 객석으로 향하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기립해 함성을 지른다. 이제 배우들은 잠시 숨을 돌리고 관객들의 ‘싱어롱’을 관람할 차례. 천천히 추임새를 놓거나 객석으로 뛰어들어 마이크를 관객에게 건네며 ‘싱어롱’에 동참한다. 여름휴가 시즌 대학로를 들뜨게 하는 관객 참여형 록뮤지컬 현장이다.모든 공연이 사실상 싱어롱 데이분명 뮤지컬 공연장인데 로비에는 야광봉과 야광팔찌를 들고, 티셔츠를 맞춰 입은 관객들이 가득하다. 간혹 록스타 코스프레를 한 관객도 보인다. 대다수 뮤지컬은 싱어롱 데이 등 특정 날을 정해 관객참여를 이끌지만 록뮤지컬은 예외다. 모든 공연이 사실상 싱어롱 데이. 관객 반응에 따라 같은 작품도 매회 다른 공연이 된다. 마니아들에게는 관객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앙코르 공연이 본공연이므로 제대로 즐기려면 복색(...

    1540호2023.08.04 11:21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7)플라멩코와 재즈로 그린 억압과 폭력
    (7)플라멩코와 재즈로 그린 억압과 폭력

    무너져가는 벽체에 연결된 커다란 문이 전부다. 객석 앞 무대에 나란히 놓인 8개의 검은 의자와 중간 굽의 검은 구두들이 어떤 용도인지 궁금하던 차, 검은 드레스의 맨발 여성들이 줄줄이 등장해 의자에 앉아 긴 치맛자락을 들춰 구두를 신는다. 마치 무거운 족쇄를 자발적으로 채우는 듯 비장하다. 기괴한 소리를 내며 육중한 문이 열린다. ‘철혈 군주’ 같은 베르나르다 알바가 등장하자, 한국의 ‘창가’ 같은 스페인 노래와 함께 플라멩코 군무가 시작된다.폭력의 세기인 20세기 초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프롤로그는 이처럼 강렬하다. 가정폭력범인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와 사별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8년상을 고집하며 딸들을 억압한다. 베르나르다는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큰딸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폭력범인 안토니오를 방조해온 공동정범이기도 하다. 가부장(家父長)이 아닌 가모장(家母長) 서사다....

    1538호2023.07.21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