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 전체 기사 66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6) 조각난 꿈에 대한 애도와 위로
    (36) 조각난 꿈에 대한 애도와 위로

    ‘청운(靑雲)’은 ‘이상(理想)’을 의미한다. ‘청운의 꿈’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기의 보석 같은 가능성이다. 누구나 한번은 큰 포부를 품고 나아간다. 그러나 한국 청년들의 현실은 암울하다. 청년 세대(19∼34세)의 5%인 54만여명이 고립·은둔자(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연구, 2021)에 속한다. 1인 가구 급증과 만연한 전세사기, 주식과 비트코인 급등락 등 불안정한 경제·사회 속 장기화한 고용불안의 산물이기도 하다.이들 중 ‘청년 고독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매년 늘어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청운의 꿈’을 꾸어야 할 청년세대가 도대체 왜 고독사로 몰리고 있는 것일까? 창작 초연 연극 <붉은 웃음>(김정 연출·하수민 재창작·남경식 무대)은 2024년 11월 은둔·고립 청년의 심연을 들여다보면서 시작한다.<붉은 웃음>은 전쟁의 참상을 세밀하게 느낀...

    1605호2024.11.22 15:3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5) 평화를 향한 초국가적 연대
    (35) 평화를 향한 초국가적 연대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전쟁이나 재난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를 떠도는 이들을 흔히 난민(難民·refugee), 이로 인해 타지에 정착하는 경우 ‘이주 난민’ 혹은 ‘디아스포라(Diaspora)’, 이중 정치적인 견해나 태도를 고수하며 중립에 있는 이들은 ‘경계인(境界人·liminality)’이라고 칭한다. 따라서 인간의 역사는 디아스포라의 역사이기도 하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전에 접어들고 북한 파병 문제가 국제적으로 대두되면서 일상을 돌아보고 반전운동을 각성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상연되고 있다.창작 초연 연극 <퉁소소리>(고선웅 각색·연출, 김대한 무대, 장태평 음악, 김시화 안무)는 임진왜란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30여 년간 동북아시아를 떠돌다 해후하는 대서사시다. 개막을 앞두고 있어 연습실에 찾아가 보니 동아시아 각국의 언어가 종횡무진이다. 한·중·...

    1603호2024.11.08 1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4) 미래는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34) 미래는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기승전 인공지능(AI)’ 세상이 도래했다. 2020년 이후 문화예술계 지원금이 AI와 논휴먼(non-human·비인간) 분야에 몰려서인지 관련 공연들이 다채롭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그려낸 세상이 대부분 디스토피아(dystopia·부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한 암울한 세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을 다룬 SF 장르와 디스토피아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생산성 향상과 삶의 편의를 도모하는 기술 지향적 현대인에게 자칫 균형을 잃으면 암울한 미래뿐이라는 경고와 자각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챗GPT나 소형 AI 로봇이 일상에 스며드는 요즘 상연되는 관련 작품은 더이상 SF가 아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끔은 머리끝이 쭈뼛 서기도 한다.인간다움 말소하는 AI 통제 사회올해 상연된 관련 작품들의 면면을 돌아보니 이런 세계관을 다루는 작품은 대략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AI 지배 세상을 풍자하고 직시하는 작품들이다. 연극 <거의 인간>, <전...

    1601호2024.10.25 15:3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3) 혼돈 치유하는 경청의 힘
    (33) 혼돈 치유하는 경청의 힘

    보고 싶은 공연과 봐야 할 공연을 수없이 접하다 보면 가끔 폐부 깊이 박히는 작품을 만나 잠 못 이룰 때가 있다. 작품의 고통과 나의 고통이 겹쳐 심중을 살피는 순간이다. 뮤지컬 <홍련>과 <베르사유의 장미>,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와 <트랩>의 주인공은 관객을 향해 치부까지 다 드러내며 캐릭터를 깊게 들여다보게 이끈다. 상대가 전하는 말과 행동에 집중해 저변에 있는 감정과 고통에 동기화되는 순간 개인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로, 캐릭터의 고충은 나의 고충으로 화장된다. ‘경청(傾聽)’이 선사하는 치유의 과정이다.경청을 통한 집단 치유창작 초연 뮤지컬 <홍련>(배시현 작·작사, 이준우 연출, 박신애 작곡, 남경식 무대, 김진 안무)은 망자를 심판하는 바리(이아름솔·김경민·이지연 분)와 원귀로 떠돌기 직전, 소멸과 환생의 기로에 선 홍련(한재아·김이후·홍나현 분)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 전통 신...

    1598호2024.10.04 1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2) 사랑에 대한 실재와 허상
    (32) 사랑에 대한 실재와 허상

    명절 연휴는 축복이자 재앙이다. 친지들과 모임 속 뼈있는 대화와 명절 음식 장만 여파는 회포를 푸는 것과 동시에 탈출을 꿈꾸게 한다. 명절 노동으로 불거지는 고부갈등과 부부갈등은 사랑하는 이들을 폭력의 주체로 만든다. 오죽하면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까. 본질을 허상으로 대체하며 참고 참다 극단으로 치닫는 것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선언하고 실재를 직시한다면 연휴의 축복을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른다.가상 부부와 현실 연인의 동상이몽연극 <시뮬라시옹>(최양현 작·이태린 연출)은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가까운 미래, 확장된 허상이 본질을 대체하면서 생기는 혼돈을 다룬다. 선욱(송철호 분)은 갑작스러운 비행기 사고로 아내 상아(신사랑 분)를 잃고 슬픔에 잠식되던 중 동료가 죽은 반려견을 AI로 복원해 상실의 아픔을 치료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내를 복원하기로 결심한 선욱은 아내에 대한 데이터를 스캔해 AI 시스템에 연결한다. 이제 특수 안경만 착용...

    1596호2024.09.13 1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1) 내 안의 ‘헤르메스’ 다스리기
    (31) 내 안의 ‘헤르메스’ 다스리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는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전령의 신이다. 해석과 의미 전달, 교역과 교환, 발명 등 상업과 과학, 체육을 관장하는 중요한 신이지만 장난꾸러기 신으로도 불린다. 그가 관장하는 영역을 쥐락펴락하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쟁이와 도둑, 교활함까지 내포하는 헤르메스는 불신과 분노를 양산하기도 한다.뮤지컬 <하데스타운>(아나이스 미첼 극작·작사·작곡, 레이첼 차브킨 연출, 박소영 협력 연출)의 헤르메스(최정원·최재림·강홍석 분)도 주인공들을 돕는 것 같지만, 결국 파국에 이르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양가적이다. 오르페우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송스루(song-through·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재즈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안내자이며 진행자인 헤르메스는 첫눈에 반한 연인 오르페우스(조형균·박강현·김민석 분)와 에우리디케(김환희·김수하 분)가 평탄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음악밖에 모르는 무능한 남편...

    1593호2024.08.23 1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0) ‘서로 인정하며 평화롭게 살기’ 가능할까
    (30) ‘서로 인정하며 평화롭게 살기’ 가능할까

    매일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아시아 속의 한국을 실감한다. 일본과 중국, 홍콩, 대만계 관객들을 매일 접하기 때문이다. 휴가철에는 단체 관람객이 급증해 색다른 경험도 한다.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빨래>(추민주 작·작사·연출, 민찬홍 작곡, 서정선 안무, 여신동 무대)가 그러했다. 중국, 대만,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자를 비롯한 한국인 관객은 소수였다. 한국인지, 홍콩인지, 대만인지 혼돈이었으나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2005년 초연된 뮤지컬 <빨래>는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이다. 타지에서 모여든 서민들이 ‘만만치 않은 서울살이’의 애환을 안고 서울 외곽 낡은 다세대 주택에 모여 살며 겪는 군상극(하나의 주제를 여러 등장인물이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형태)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나영과 몽골 출신 솔롱고가 부르는 ‘참 예뻐요’는 아시아 가요로 통할 정도로 유명하다.“한국인의 ‘정’, 아시아 정서로 확대...

    1591호2024.08.09 1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29) 풍자인가 씻김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29) 풍자인가 씻김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열풍이 거세다.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 유럽 연극의 르네상스 시기 명작을 쏟아낸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은 세계 각지에서 매일 상연 중이라 할 만큼 공연계 단골 메뉴다. 하지만 올해처럼 중·대극장 작품이 연달아, 심지어 같은 시기에 같은 작품을 여러 프로덕션이 상연하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다. 대부분 전석 매진이거나 그에 준하는 인기몰이를 이어가 공연계 종사자들도 놀라고 있다.시작은 신시컴퍼니의 세 번째 시즌 <햄릿>(손진책 연출·배삼식 극본·이태섭 무대)이다. 2016년 내로라하는 중견 연극배우들을 필두로 연극 <햄릿> 초연을 전석 매진으로 한 달여 상연한 신시컴퍼니는 2022년 같은 창작진들과 새로운 시도를 했다. 주요 배역은 청년 배우들로, 조·단역은 중장년 유명 배우들로 캐스팅한 역발상으로 매진을 기록했다. 현재 상연 중인 같은 맥락의 세 번째 시즌 <햄릿>은 이런 여정에 힘입어 3개월 장기공연 중이다.셰익스...

    1588호2024.07.19 1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28) 국가폭력 기억 계승에 고뇌하는 청춘
    (28) 국가폭력 기억 계승에 고뇌하는 청춘

    고통스러운 기억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포스트 메모리 세대(전쟁이나 국가폭력을 직접 겪지 않고 구전이나 글로 접한 세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근현대사 배경 무대극은 기억과 애도에 머물지 않는다. 연극 <연안지대>·<적벽대전>·<빵야>, 뮤지컬 <사월> 등은 청산하지 못한 국가폭력의 결과물과 이를 짊어지고 사는 동시대 현대인들의 ‘기억 계승’을 다룬다. 후세가 떠안는 무거운 짐들의 ‘뒤처리’에 대한 미학적 변주다. 연극 <미궁의 설계자>·<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기억을 각인하게 돕는 체험에 방점을 둔다. 군부독재 당시 폭력적 현장을 관객들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관객 몰입형 미장센과 동선을 안배했다.연극 <연안지대>(와즈디 무아와드 원작·김정 연출)는 아버지 이스마일(윤상화)을 안장하기 위해 그 시신을 껴안고 세상을 떠도는 아들 윌프리드(이승우) 이야기다. 전...

    1585호2024.06.28 1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27) 음악으로 동시대 비틀기, 싱어롱의 미학
    (27) 음악으로 동시대 비틀기, 싱어롱의 미학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 리/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연극 <활화산>(차범석 작·윤한솔 연출)은 등장인물이 모두 극에서 빠져나와 ‘꿈에 본 내 고향’을 합창하며 1막을 닫는다.극 중 망자인 이 노인(정진각)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와 선창하고 아내 심씨역 백수련은 “오랜만에 명동예술극장서 관객과 만난다”라며 무대인사까지 한다. 극의 끝이 아닌 인터미션(공연 막간의 휴식 시간) 직전에 벌어지는 상황이라 관객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익숙한 멜로디에 끌려 따라 부른다. 브레히트적 ‘낯설게 하기(서사에 매몰되지 않도록 연극임을 환기하는 장치들)’이다.군부독재 시절인 1960년대 말, 몰락한 양반가의 아들 상석(구도균)이 가산을 털어 출마한 축산조합장 선거에 낙선하자 극은 급전환된다. 공간적 배경인 웅장한 한옥이 뿌리 뽑히듯 무대 위로 올려지고 충격으로 사망한 이 노인의 ...

    1583호2024.06.14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