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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연뮤덕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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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46) ‘혐오’ 상쇄하는 ‘접촉’의 힘
    (46) ‘혐오’ 상쇄하는 ‘접촉’의 힘

    청년들이 거리에서 “빨갱이는 가라”고 외치는 모습은 실로 괴이하다. 그들이 들고 있는 조악한 플래카드들은 60여 년 전 군부독재 시대를 연상케 한다. 거짓 뉴스 등으로 촉발된 혐중 시위 또한 점입가경이다. 새로운 양상의 ‘혐오’들이 정치권과 야합하며 점점 괴기스러운 연대를 이루기 시작한다. 이제 진지하게 그들만의 논리를 들여다보고 불통의 장벽에 균열을 가해야 할 때다. 마침 혐오의 본질인 불안과 경계, 차별을 소재로 한 공연들이 다양하다. 마녀사냥을 다룬 <시련>과 <라파치니의 정원>, 경계에 있는 이들을 다룬 <베를리너>와 <랑데부> 등은 혐오를 상쇄하는 코어 근육인 교류(transaction)와 접촉(contact)의 힘을 돌아보게 한다.<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잘 알려진 아서 밀러가 1953년 발표한 희곡을 윤색한 연극 <시련>(신유청 연출·김진숙 번역·윤성호 윤색·이소영 안무·이태섭 무대·강지...

    1626호2025.04.25 14:35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5) “모든 善은 여유에서 나온다”
    (45) “모든 善은 여유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한가. 나는 이걸로 추락할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죠. 연극 <파우스트> 대사처럼 내가 너무 방황하고 있는 거예요. 노력하는 자는 방황을 한다. 내가 노력하고 있구나. 이 작품이 너무나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난 3월 30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최정원(55)은 21년 만에 하는 1인극 <지킬앤하이드>가 연기 인생 36년을 통틀어 손꼽는 작품이 되기까지의 ‘방황 행군’을 넌지시 풀어 놓았다.큰 글씨로 뽑아 68페이지에 달하는 대본부터 압박이었다. 연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대사다. 주요 캐릭터만 8명, 스치는 캐릭터들까지 합하면 열댓 명은 되는 등장인물을 모두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 관객과 무릎을 맞댈 정도로 가까운 소극장에서 지루하지 않게, 90여 분 러닝타임을 혼자 책임진다는 압박이 가슴을 내리눌렀다. 악몽도 많이 꾸었다. 다음...

    1624호2025.04.11 14:3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4) 정의가 잠들면, 정의는 취소된다
    (44) 정의가 잠들면, 정의는 취소된다

    광장은 수개월째 각자의 주장을 다투는 시위로 가득하다. 산야와 주요 문화재들, 수많은 민가가 기록적인 산불에 휩싸였다. 지난 4개월여 겪어낸 수많은 정치적·사회적 사건 사고가 복기된다. 법과 정의를 노래하는 이들의 거듭되는 번복과 보편적이지 않은 행보가 동기화된다. 불신과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이 혼돈의 시국에 연극 <지킬앤하이드>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장기 상연 중인 것은 어떤 시대적 무의식의 발현일까. 세상의 표리부동을 읽어내려는 시민들의 궁여지책이 통한 것일까.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을 극단적 이중인격으로 표현한 이 작품들은 동시대의 다양한 군상을 떠오르게 한다.원작인 스코틀랜드 출신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의 단편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1886)은 고딕호러물(호러와 로맨스를 결합한 문학장르)의 시조격이다. 발간 직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근현대 이중인격 서사의 기준...

    1622호2025.03.28 14: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3) 고전 원작 무대 ‘박제냐 재해석이냐’
    (43) 고전 원작 무대 ‘박제냐 재해석이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영화 제목이 아니다(홍상수 감독의 2015년 제작 영화 제목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이다). 조석변개하는 요즘 시국을 풍자하는 표현 중 하나다. 동시대성이 생명인 공연계에서 고전을 원작으로 한 무대를 기획할 때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연극 <만선>·<세일즈맨의 죽음>, 뮤지컬 <명성황후> 등 한창 상연 중인 작품들이 비근한 예다.연극 <만선>(심재찬 연출·이태섭 무대·신호 조명·김철환 음악)은 ‘한국적 리얼리즘의 정수’로 꼽힌다. 한국전쟁의 상흔 속 산업화에 소외된 1960년대 어촌 서민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천승세 작가가 1964년 발표하며 초연된 이후 연극과 영화로 꾸준히 대중과 만나왔으나 21세기에 들어 뜸했다. 극단적 가부장과 선주(船主)들의 횡포 등은 현대에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이니 당연하다. 2020년 들어 윤미현 작...

    1620호2025.03.14 15: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42) 부조리 돌파구, 반항과 직시
    (42) 부조리 돌파구, 반항과 직시

    알베르 카뮈(1913~1960)의 대표 작품을 뮤지컬과 연극으로 동시에 접한 것은 처음이다. 소설 <이방인>과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시지프스>, 미완성 유작 <최초의 인간>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퍼스트 맨: 카뮈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이하 퍼스트 맨), 후기 소설 ‘전락’을 각색한 연극 <전락> 등이 그러하다. 작년 말 한 달가량 상연된 연극 <정의의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연말연시 공연계는 온통 알베르 카뮈다.우리는 왜 지금 이 시점에 카뮈 작품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일까. 해답은 ‘부조리(不條理)’에 있다.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부조리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는 ‘그것은 모순이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이 정신과 이 세계는 서로 부둥켜안지 못한 채 서로 힘을 겨루듯 떠밀며...

    1617호2025.02.21 15: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41) 첫사랑이 끝사랑, 기다림의 미학
    (41) 첫사랑이 끝사랑, 기다림의 미학

    불신과 분노, 분열이 이 시대의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범람하는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들은 더 큰 폭풍을 예고하는 전조 같다. 진실과 정의는 이제 도서관 책 속에나 존재하는 것일까? 불안이 높아지던 차에 뮤지컬 <시라노>, <베르테르>, <웃는 남자>를 만났다. 사랑의 숭고함에 대해 돌아보고 평정심을 되찾게 만드는 이 작품들이 연일 객석을 가득 메우며 몇 달간 상연 중인 것은 시국의 작용에 대한 반작용일지도 모른다.뮤지컬 <시라노>(레슬리 브리커스 대본, 김수빈 각색·한국어 가사, 김동연 연출·각색,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 제이슨 하울랜드 편곡)는 호방하고 기개 넘치는 시라노(조형균·최재림·고은성 분)의 삶을 유쾌하고 뭉클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검객이자 문필가이며 구휼에도 앞장서는 시라노는 모든 것을 갖췄으나 외모가 좀 아쉽다. 코가 너무 커서 놀림당할 때도 많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다. 첫사랑이자 짝사랑인 ...

    1615호2025.02.07 14:5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0) 시국 풍자 봇물 “숨 좀 쉬며 살자”
    (40) 시국 풍자 봇물 “숨 좀 쉬며 살자”

    순간의 예술인 연극과 뮤지컬은 시대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대중의 문제의식과 불안감이 실시간으로 작품에 반영된다. 관객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마당극 형식의 시국 풍자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정치적 혼란이 점입가경에 이르러서인지 부조리(不條理·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 이해되지 않는 것) 철학도 고개를 든다. 방백(무대 위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듣는 것으로 약속된 대사)으로 무대를 여는 뮤지컬 <틱틱붐>과 연극 <클뤼타임네스트라>, 촌철살인의 대사로 시국을 은유하는 연극 <보도지침>·<내 무덤에 너를 묻고> 등 요즘 상연되는 대다수 공연이 그러하다.<틱틱붐>(조너슨 라슨 작·작곡, 황석희 번역·한국말 가사, 이지영 연출, 최영은 무대, 임재덕 조명, 이수경 영상)의 프리쇼(작품의 세계관에 몰입하게 이끄는 사전 공연 혹은 장치들)는 색다르다. 공연 시작 전부터 ‘틱틱’ 반복되는...

    1613호2025.01.17 1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9) 사람답게 산다는 것
    (39) 사람답게 산다는 것

    미로 같은 길을 지나 객석과 무대가 연결된 넓은 공간에 이르렀다. 중앙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커다란 스크린이, 한쪽 테이블 위에는 먹거리가, 원형으로 둘려 있는 의자에는 방석과 봉제 인형이 놓여 있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파티룸이다.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천장에 매달린 줄에 외투를 걸고 자리에 앉아 둘러보니 기묘하다. 안쪽에 모여 앉은 관객들과 뒤에 걸려 있는 외투들의 조합이 마치 ‘산 자와 죽은 자의 회합’ 같다.파티극 <2024 망각댄스_4.16편> 10년(김수정·전웅 구성·연출, 극단 신세계 공동창작)은 티켓 판매와 동시에 전 회차가 매진됐다. 소규모 ‘파티극’과 ‘망각댄스_ 4.16 10년’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궁금해서다. 중3 아이 손을 잡고 들어선 공연장에는 관객 수만큼이나 많은 창작 출연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관객 한명 한명 감정 상태를 돌보기 위한 배려다. 사전에 문자로 공지돼 관객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창작진...

    1611호2025.01.03 15: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8) 팬덤으로 거듭난 세계 속 한국 뮤지컬
    (38) 팬덤으로 거듭난 세계 속 한국 뮤지컬

    한국적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천양식으로 부상한 K팝 팬들의 ‘응원봉 시위’가 화제다. 정치학자인 한나 아렌트가 저서 <인간의 조건>에서 명시한, 진정한 자유를 위한 ‘정치적 행위’에서 ‘팬’들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는 나날이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중국 상하이 등에서 한국 뮤지컬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도 ‘덕후’(열성팬)들의 관심과 연대가 피워올린 나비효과다.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오픈런(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아 무기한 상연) 공연 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위대한 개츠비>, 상하이대극원(중국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에서 매년 공연 중인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은 초연부터 팬덤(특정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창작·제작진과 관객들의 열정으로 지금에 이르렀다.한국적 팬덤이 세계화의 뿌리지난 10월 프리뷰 기간을 거쳐 11월부터 브로드웨이 벨라스코 극장에서 오픈런 공연 중인 ...

    1609호2024.12.20 15: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37) 위기에서 빛나는 우정의 연대
    (37) 위기에서 빛나는 우정의 연대

    이미 여러 번 읽은 루리 작가의 <긴긴밤>(2021·문학동네)을 뒤적이며 ‘긴긴밤’을 지새웠다. 과거 악몽이 되살아나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살아생전 다시 겪을 일 없을 거로 생각했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12·3 비상계엄 사태)는 44년 전 트라우마를 들쑤셔 놓았다.비상계엄을 글로 배운 중학생 아이가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묻는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 ‘서울의 봄’(1979년 10월 26일~1980년 5월 18일 전국적 민주화운동)과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 이야기를 복기했다. 아이는 대통령이 발호하는 비상계엄이 준전시 상황임을 인식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뉴스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뮤지컬 <긴긴밤> 흰바위 코뿔소 노든의 가족을 공격한 밀렵꾼을 대하는 새끼 펭귄의 분노와도 같다.<긴긴밤>(양소영 작·작사, 박보윤 작곡, 황희원 연출, 이철 무대)은 루리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동화가 원작인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1607호2024.12.06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