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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연뮤덕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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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6) 고정관념 전복, 재해석의 기쁨? 상처?
    (56) 고정관념 전복, 재해석의 기쁨? 상처?

    본적 없는, 경험하지 못했던 관객 체험형 혹은 몰입형 작품이 연달아 상연되고 있다. 8월 말~9월 초 한국 공연예술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할 만큼 파격적인 작품이 연속 상연됐다. 효심을 상징하는 고소설 <심청>을 기반으로 한 판소리 <심청>을 해체한 잔혹 창극 <심청>,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을 모티브로 섬에 갇힌 소년들의 약육강식을 추출해 8명 남성 무용수의 컨템포러리 댄스(동시대적 무용)와 전라 퍼포먼스로 폭력의 악순환을 감각하게 한 <김성훈 on Sync Next 25 ‘pink’>(이하 ‘핑크’),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와 앨프레드 히치콕 영화 <레베카>를 모티브로 하면서 서사적으로는 분절하고 해체한 관객체험형 몰입극 <슬립노모어> 등이 대표적이다.해체로 시작하는 동시대적 사유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대표적인 작품은 국립창극단의 <심청>이다....

    1646호2025.09.12 14:41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5) ‘불안’으로 빚어지는, 구체화한 ‘나’
    (55) ‘불안’으로 빚어지는, 구체화한 ‘나’

    당혹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흔히 농담 반 진담 반 내뱉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는 철학적 고민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로 풀어보면 정체성(국적·성별·직업 등 주어진 속성과 소속)과 아이덴티티(불안과 혼돈 속 선택하는 과정적 자아)에 대한 불안이 읽힌다. 초지일관이 왕도라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조변석개가 자연스러운 현대인들에게 ‘아이덴티티’는 미완의 무정형 상태로 수용된다. 바로 인간은 세계 안에 던져져(피투성·Geworfenheit) 끊임없이 변화하는 ‘아직-아닌 것(noch-nicht)’, 즉 변동성과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존재라는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의 ‘현존재(Dasein)’다. 올해 들어 하이데거의 현존재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줄을 잇는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연극 <로제타>(김정한 Yossef K. 작·연출, 장도혁 음악, 김상민 무대, 이승호·강상...

    1644호2025.08.29 14:56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4) 장애와 장해, 대륙과 군도 사이
    (54) 장애와 장해, 대륙과 군도 사이

    지난 8월 4일, 서울과 제주에서 ‘상통하면서 대치’하는 국제학술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시각: 탈식민, 군정, 민주주의)와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비판적섬연구 국제학술대회’(군도적 전환과 다른 아시아들: 문학, 정치, 문화 속의 행성적 돌봄)다. 각기 역사와 인문학을 대표하는 별도 행사인데 곱씹을수록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된다.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티븐 코트킨 교수(이하 코트킨)는 기조연설 ‘스탈린과 한국: 계산, 계산 착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한반도 분단은 국제 질서와 소련의 지정학적 이익이라는 ‘구조적 맥락’ 속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냉전과 신식민주의 근현대사를 정세와 ‘대륙적 사고’(Continental Thought·서구 중심적 사고)로 다시 들여다본 것이다. 한편 제주대에서 가야트리 스피박 교수(이하 스피박)는 기조연설 ‘행성성에 대한 재사유’(Selling Pl...

    1642호2025.08.15 14:54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3) ‘나’를 연기하는 배우들, ‘현실’ 비춘 무대극
    (53) ‘나’를 연기하는 배우들, ‘현실’ 비춘 무대극

    잡념을 떨치고 어느 한 대상에 몰입해 도달하는 과정을 ‘삼매경(三昧境)’이라 한다. 여기서 ‘삼매’는 산스크리트어 ‘samādhi’의 음역으로 자아와 대상을 초월한 ‘무아의 경지’다. 정치·사회 문제에 휘둘려 제대로 본질에 다가서지 못했던 공연예술계가 다시 예술의 본질, 예술가들의 현실과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예술활동 확장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여러 층위를 넘나들고 경계를 허물어가면서 자신을 ‘응시’하는 최근 무대극들이 그러하다. 예술 자체를 돌아보고 질문하는 사유의 장은 어느새 예술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사회 전체를 돌아보게 한다. 연극 <삼매경>,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연극 <미러> 등이 그러하다. 이 작품들은 연극의 연극, 뮤지컬의 뮤지컬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동시대 문화예술계의 현재를 되묻는다.관객은 공동 창작자?연극 <삼매경>(이철희 재창작·...

    1640호2025.08.01 14:21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2) 전력 폭풍 흡입하는 ‘AI의 역설’
    (52) 전력 폭풍 흡입하는 ‘AI의 역설’

    에어컨이 고장 났다. AS를 신청했지만 3주 걸린단다. 고온다습한 나날, 집에서 버티지 못하고 일찌감치 공연장 순례를 시작했다. 마침 46회 서울연극제와 1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서울과 대구에서 열렸다. 일정에 맞춰 관람을 시작했는데 전기에너지와 AI 관련 작품들이 눈에 뜨인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사건을 다룬 연극 <관저의 100시간>과 전기에너지를 대중화한 니콜라 테슬라를 다룬 뮤지컬 <테슬라>가 동시 상연 중이었다. AI를 활용한 1인 콘서트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과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대화 내용을 AI 기반으로 텍스트 마이닝(비정형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패턴과 시야를 추출하는 과정)한 이머시브 연극 <힐마운트 더퍼스트 센트럴포레 로얄그랜드 스타파크 위례시티>(이하 ‘힐마운트’)가 재밌다고 소문났다. 필자가 이들 작품을 반복 관람하고 이 글을 쓰려는 와중에 <관저의 100시간...

    1638호2025.07.18 14:34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1) 부성의 재구성, 공감·수용·함께 감당하기
    (51) 부성의 재구성, 공감·수용·함께 감당하기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은 여전히 유효할까? 2010년 전후, 입시 경쟁 필승의 조건으로 회자했던 이 우스갯소리는 들여다볼수록 냉소적이다. 아버지는 단순한 매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야 한다. 말하지 않고, 개입하지 않고, 부자 아버지에 기대 자녀에게 고스란히 그 후광만 전달하는 게 왕도라는 의미다. 최근 연이어서 본 네 작품 속 다양한 부성(父性)은 적어도 ‘무관심’은 지양한다. 오히려 무엇이든 함께하려 애쓴다. 아버지들은 더 이상 단순한 매개가 아니다. 그들은 때때로 무너지기도 하지만, 결국 감정의 무게와 책임을 끝까지 감당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부성’을 구성한다.공감하고 수용하는 아버지들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1910)이 원작인 뮤지컬 <팬텀>(아서 코핏 극작, 모리 예스톤 작곡·작사, 박천휘 한국어 가사, 로버트 요한슨 연출, 기진주 협력연출, 마이클 슈바...

    1636호2025.07.04 14:36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0) “내 목소리를 들어줘”···소외된 이들의 반란
    (50) “내 목소리를 들어줘”···소외된 이들의 반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박천휴·윌 애런슨 작, 박천휴 작사, 윌 애런슨 작곡)은 ‘쓸모를 다한’ 헬퍼봇 이야기다. 서울 외곽 로봇 아파트에 머무는 올리버와 클레어는 고장 난 배터리를 고치며 서로를 알게 된다. 잔잔하지만 소외된 이들의 삶은 올리버가 인간 친구 제임스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며 변한다. 2024년 11월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6개월여 만에 공연예술계의 아카데미상인 토니상 작품상과 음악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한 이 작품의 미덕은 시적인 가사와 라이브 재즈 음악에 눅진한 ‘인간애’다. ‘소외된 이들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는 한국 소극장에서 출발한 이 작품을 세계적인 뮤지컬로 키운 기폭제다. 최근 공연예술의 방향성 역시 그러하다. 중독자들의 목소리를 미니어처와 퍼펫으로 표현한 <컨선드 아더스>, 무연고자들의 존재와 연극인들의 실존을 엮은 <유령>, 중증장애인의 성적 욕구에 대한 세밀한 보고서 <헌치백>, 마지...

    1634호2025.06.20 14:26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9) ‘현재를 살린 과거’ 망각 불가능성의 힘
    (49) ‘현재를 살린 과거’ 망각 불가능성의 힘

    스탈린 사망 직후 발표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10번은 근현대사를 축약한 논쟁적 작품으로 손꼽힌다. 60분도 안 되는 짧은 곡이지만 4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독재하의 암울함과 고통, 억압에서 벗어난 정체성의 회복과 냉철한 현실 인식 등을 담아냈다. 지난 5월 30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전방위(경계 없이 모든 분야에서 활약) 예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연동된 필름콘서트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로더릭 콕스 지휘·서울시립교향악단)은 불과 6개월 전 12·3 내란을 겪었음에도 온갖 역경 끝에 민주주의를 회복해가는 동시대 한국을 응원하는 공연이었다. 세대와 젠더 사이 불화를 인식하고, 서로의 사정을 돌아보며 민주주의 감수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역사를 재인식하고 현재를 냉철하게 돌아보게 이끄는 새로운 개념의 관객참여형 공연이 주목을 끈다.관객참여형, 역사 재현 마당놀이연극 &l...

    1632호2025.06.06 14:21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8) 무대 미학과 음악으로 확장된 ‘경계인의 삶’
    (48) 무대 미학과 음악으로 확장된 ‘경계인의 삶’

    경계와 경계인을 다루는 서사가 진일보하고 있다. 국가와 인종의 탈경계를 지향하는 난민과 이민자 중심에서 인간과 비인간으로 확장해 일상의 경계를 재인식하는 작품까지 다양하다. 아일랜드 더블린 토박이 남성과 체코 이민자 여성이 서로의 결여를 음악적 연대로 채우는 뮤지컬 <원스>, 이민자의 아기로 배에 버려져 평생 배와 함께 성장한 무적자 노베첸토의 삶을 담은 음악극 <노베첸토>, 불법체류 청소년들의 불안과 성 정체성을 논한 연극 <생추어리 시티>, 우주개 라이카와 인간 캐롤라인의 우정을 어린 왕자로 풀어낸 뮤지컬 <라이카> 등이다.액터뮤지션과 재즈피아니스트의 연대적극적인 관객 참여 뮤지컬 <원스>(엔다 월시 극본, 황석희 번역, 글렌 핸사드·마르게타 이글로바 음악, 존 티파니 연출, 이지영 협력연출)는 프리쇼부터 탈경계적이다. 관객들은 30여 분 전부터 공연장에 들어서 무대 위, <원스>의 공간...

    1630호2025.05.23 14:45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7) ‘늙은 젊음’과 ‘젊은 늙음’ 사이에서
    (47) ‘늙은 젊음’과 ‘젊은 늙음’ 사이에서

    광개토대왕, 이순신 장군, 리어왕, 돈키호테, 괴벨스.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과거의 인물(혹은 캐릭터)들이 요즘 대학로를 휩쓸고 있다. 불황이 깊어지는 시국인데도 200석 미만의 소극장이 관객으로 가득하다. 떡볶이 장인 고춘자와 올리브오일 장인 소피아 역시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힐링 캐릭터로 관객몰이 중이다. 이들은 모두 중년부터 노년에 이르는 여러 삶의 파편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이끈다. 시대의 문제적 상황과 ‘노욕’(老慾·나이 들어서도 내려놓지 못한 욕심)을 돌아보고 초심을 일깨우게 한다는 점에서 닿아 있는 작품들이다.현실 해부하는 예술적 시도들<국산군인>(전웅 작·연출, 박성원 드라마터그, 프로젝트W)에는 폭소와 실소가 공존한다. 에너지 넘치는 혼령들의 액션극이라는 점에서 공포물로 볼 수도 있으나 산 자와 죽은 자의 고뇌가 겹쳐지면서 제례와 애도가 동반돼 사유하게 이끈다.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특전사 병욱(장우...

    1628호2025.05.09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