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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연뮤덕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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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9) 참여로 위장된 알고리즘 독재
    (69) 참여로 위장된 알고리즘 독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민주주의의 총아일까?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공유하고, 추천하고…. 투표하고 청원하는 것은 목소리를 내는 현대인의 일상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표현하는 행위의 기본 양식이자 플랫폼으로 이해돼왔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에게 ‘행위(action)’는 타인과 함께 공적 세계에 등장하는 정치적 활동이다. 자유는 내면의 상태가 아니라 함께 시작하는 능력이고, 참여는 그 자유가 현실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우리가 참여라고 부르는 수많은 SNS, 혹은 플랫폼을 통한 활동은 여전히 그런 의미의 행위일까? 혹시 이미 설계된 환경 안에서 반응하고 있을 뿐인 ‘행동(behavior)’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닌가? 오늘날 권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권력처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극 <불란서 금고>, <맵핑 히틀러>, <빅 마더>와 뮤지컬 <적토: 고삐와 안장의 역사>(이하 &l...

    1673호2026.04.03 14:4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8) 호명과 명명, 아직 불리지 않은 존재들
    (68) 호명과 명명, 아직 불리지 않은 존재들

    어떤 아이는 이름을 빼앗긴 채 신들의 목욕탕에서 일한다. 어떤 아이는 꽃의 이름으로 불리며 자신의 혈통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끝내 이름 없이 바다로 향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세 장면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언제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가.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튤립>, 뮤지컬 <긴긴밤>은 전혀 다른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름에 대해 호명과 명명(Naming)의 간극에 대해 사유하게 이끈다.여기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세계가 한 존재를 특정한 자리로 불러내는 방식이며, 동시에 한 존재가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호명’도 그 결이 층층이 나뉜다. ‘진심 어린 호명(Calling)’이 있는가 하면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가 정의한 것처럼 주체를 시스템의 틀 안에 가두는 ‘권력 행위로서의 호명(Interpellation)’도 존재한다. 이 세 작품...

    1670호2026.03.13 14:54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7) 죽어야 사는 바다, ‘항해’의 역설
    (67) 죽어야 사는 바다, ‘항해’의 역설

    아이들을 건사하는 학부모나 학생들과 대면하는 선생에게 3월은 ‘태풍의 눈’ 같다. 새로운 시작을 향한 호기심과 동시에 밀어닥칠 예측 불허의 나날을 상상하며 숨을 크게 들이쉬는, 각오의 시기이기도 하다. 삶의 폭풍우를 헤쳐나가는 여러 형태의 항해가 최근 화제작에 많은 것도 유의미하게 와닿는다. 상상력과 아트 테크놀로지, 연극성이 집약된 항해의 무대화는 바다와 배를 시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대 위 항해는 주인공의 운명적 전환에서 찾아온다. 떠나지 않으면 죽고, 떠나도 죽은 것과 진배없을 극단의 상황이다. 배에 오르는 순간 작품의 캐릭터들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기대보다 이전의 세계에서 이탈한 고통과 마주한다. 항해는 이동이 아니라 단절의 감각으로 먼저 시작되기 때문이다.<삼국사기> ‘도미 부인’ 설화 모티브한국적인 기개와 비워냄의 정서를 시각화한 <몽유도원>(최인호 원작, 윤호진 연출, 안재승 작, 오상준 작·편곡, 양재선 작사, 서병구 안무, ...

    1668호2026.02.27 13:09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6) 각혈과 총성 그리고 내 이름 찾기
    (66) 각혈과 총성 그리고 내 이름 찾기

    100년 전이 유행이다. 한쪽에서는 종이에 베인 상처를 토로하며 각혈하는 일제강점기 예술가들이, 다른 한쪽에서는 실업과 굶주림으로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대공황기 서민들이 무대 위를 가득 메운다. 내부로 향한 폭력과 외부로 발사된 폭력을 다루는 이 작품들은 ‘코스피 5000’시대의 명암을 미학적으로 되짚게 한다. 일제강점기 조선 예술가들의 고뇌와 낭만이 교차하던 ‘문예 시대’부터 실업과 자살, 폭력이 일상이던 미국 ‘대공황 시대’까지. 같은 시간대 다른 공간의 폭력적 상황은 무대의 언어로 묻는다. 당신은 지금 시스템이 만들어낸 숫자의 풍요를 만끽하고 있는가?문예 시대 각혈은 억압의 분출심연을 알아주는 팬을 만나면 사랑에 빠지는 게 당연하다. 뮤지컬 <팬레터>(한재은 작·작사, 박현숙 작곡, 김태형 연출, 신선호 안무, 라이브㈜ 제작)는 일제강점기에도 순수예술을 해보자고 결성된 7인회의 천재 작가 해진(에녹·김종구·김경수·이규형 분)의 오랜 팬 세훈(문성일·...

    1666호2026.02.06 14:32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5) 지워지는 상실, 되살리는 무대
    (65) 지워지는 상실, 되살리는 무대

    고통스러운 기억을 없앨 수만 있다면 삶이 나아질까?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의식의 전이 등 심리치료 시스템이 전면에 등장하는 고통 완화 작품이 다양하다. 근미래 과학기술이 병풍처럼 펼쳐지면서 감정의 근원인 ‘상실’을 파헤치는 방식이다. 한국사회는 지난 수십년간 ‘설명할 수 없는 죽음’과 ‘충분히 애도하지 않은 이별’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왔다. 국가는 사건을 종결했지만, 감정은 해결되지 않은 채 사회의 무의식 속에 퇴적됐다. 유가족과 관계자들에게, 사회 전반의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증식하는 상실의 고통은 어디로 향하는가. 고통의 더께를 인식하고 직시하는 연극 <튜링머신>·<풀>(POOL)·<시뮬라시옹>, 뮤지컬 <캐빈> 등은 상실의 본질을 해체한다. 우리가 상실을 어떻게 다뤄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놓쳐왔는지를 되짚는다.AI의 근간이 된 상실연극 <튜링머신>(브누아 솔레스 작, 박다솔 번역, 신유...

    1664호2026.01.23 15: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4) 청년 예술가들이 꿈을 지키는 방법
    (64) 청년 예술가들이 꿈을 지키는 방법

    연뮤덕후로 5년째 살고 있다. 작년 한 해 관극 횟수가 한 달 평균 32회였다. 하루도 쉬지 않고 평균 3시간 전후를 공연장에서 관객으로 지낸 셈이다. 매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가끔은 해외 각지의 공연장으로 출근하게 된 계기는 사춘기 절정인 중1 아이 때문이다. 묵언수행하는 아이와 대화하기 위해 버킷리스트에 담은 작품을 함께 보러 다니다 이런 경지(?)에 이르렀다. 아이는 유명 공연도 좋아했지만, 유달리 극예술 동아리와 대학 연기과 발표회, 작은 극단 공연을 선호했다. 덕분에 청(소)년 예술가들의 데뷔 무대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지난 연말 역시 그런 시즌이었다.청년 연극인들의 쇼케이스 공연을 매일 찾아다니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원로배우 신구·박근형이 주축이 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조성한 ‘연극내일기금’ 운용에 예술인 육성 플랫폼 ‘프로젝트 3일’ 창작진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다는 발표였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 작, 오경...

    1662호2026.01.09 14:57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3) 연대가 독선이 될 때, 노동자는 어디로
    (63) 연대가 독선이 될 때, 노동자는 어디로

    주위에 ‘탈팡’이 대세다. 거대한 물류 시스템이라는 철골 구조물 아래에서 소모되는 노동자들의 비명에 대한 자각이다. 2026년으로 넘어가는 서울의 뮤지컬 무대도 비슷한 감각을 공유한다. 뮤지컬 <에비타>, <프라테르니테>, <매드 해터: 미친 모자장수 이야기>(이하 매드 해터)는 화려한 장식 대신 텅 빈 공간에 차가운 철근과 비계, 파이프, 벽체를 내세운다. ‘본질만 남긴 무대’는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낳는다. 이 작품들이 묻는 것은 하나다. 연대가 독선으로 인식되는 순간 노동자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환호가 장식품인 정치197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에비타>는 20세기 중반 실존 인물, 아르헨티나 영부인 에바 페론의 삶을 다루지만 업적을 나열하는 전기극은 아니다. 작품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문은 대중의 환호가 권력으로 치환되는 과정이다. 14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 <에비타>(팀 라이스 작, 앤...

    1660호2025.12.26 15:3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2) 우리가 우리를 죽였을 때
    (62) 우리가 우리를 죽였을 때

    “우리가 우리를 죽였다.” 민간인 대량학살을 국가가 자행한 한국전쟁기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실화 배경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를 보던 중 이 대사에 심장이 툭 떨어졌다. ‘우리’라는 얼굴을 한 폭력이 수십만명의 ‘우리’ 생명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아프게 자각해서다. 17세기 인도 무굴제국 타지마할 완공 후 관련 예술가들과 기술자 2만명의 손목을 절단한 전설을 다룬 팩션 사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을 보면서도 비슷한 감각에 잠을 못 이루었다.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작품 속 캐릭터들의 오열과 욕지거리가 모두 내 것 인양 폐부를 찌른다. 전혀 다른 시공간, 전혀 다른 장르, 전혀 다른 미학을 취하고 있음에도 두 작품은 닿아 있다. 가장 잔인한 폭력은 언제나 ‘우리’의 얼굴을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는 언제, 어떤 얼굴로 자기 국민을 적으로 만드는가. 그리고 인간은 언제 ‘우리’를 포기하고, 그 안의 ‘타자’를 만들어 경계 짓는가.예술...

    1658호2025.12.12 14:43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1) 다 비워야 채워지는 삶
    (61) 다 비워야 채워지는 삶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흔히 토로하는 “다 내려놓았어”는 지극히 사르트르적인 표현이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의 ‘무화(néantisation)’와 ‘초월(transcendance)’ 개념은 스스로 양산하는 고통을 멈추고 새로운 본질을 돌아보는 존재론적인 각성을 의미한다. 연말이어서인지 ‘비워내고 다시 태어날 것’을 제안하는 작품이 다양하다.안무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알렉산더 에크만의 무용극 <해머>는 경쟁과 자본, 기술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현주소를 고난도 무용과 퍼포먼스, 스펙터클한 비주얼 아트로 전시한다.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카트린 할 예술감독)의 다양성과 다국적(20여개국 출신들) 에너지를 바탕으로 에크만이 직조한 에고이즘과 휴머니즘의 경계 넘나들기다. 거울로 뒤덮인 무대 바닥과 곳곳에 비치된 거울 앞에서 30여명의 무용수가 자아도취에 빠진 듯한 퍼포먼스를 각자의 독무에서 군무로 확장한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

    1656호2025.11.28 14:43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0) ‘낭만적인 위선’, 보일수록 사라지는 것
    (60) ‘낭만적인 위선’, 보일수록 사라지는 것

    9000송이 카네이션으로 가득 채워진 낭만적인 무대. 이브닝드레스와 슈트로 단장한 다양한 언어권의 무용수들이 웅장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구두 소리를 울리며 의자를 들고 등장한다. 꽃밭 한가운데 그림처럼 앉아 있던 이들은 다시 의자를 들고 퇴장하더니 남녀 모두 근육이 노출된 짧은 드레스 차림으로 네발짐승처럼 카네이션밭을 뛰어다닌다. 경찰들과 서너 마리 셰퍼드가 등장해 이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더니 한국어로 “여권 보여주세요”라고 단호하게 앞을 가로막는다. 난민이거나 이민자들임을 암시하는 경계와 억압이다.다양한 목소리가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슈(1940~2009)의 철학을 계승한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대표작인 <카네이션> 첫 장면이다. 압도적이고 스펙터클한 아름다움 속에서 억압과 폭력을 드러내고 해체와 혼종을 반복하며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공간과 시간이 상반된 <카네이션>의 무대 미학은...

    1654호2025.11.14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