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거리인데 낯설다. 헤드셋 속 목소리 지시에 따르며 국립현충원 묘비 탐험으로 시작해 혼자라면 절대 못 할 발레 자세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헤드셋을 착용한 퍼포머 30명이 지하철 개찰구 앞에 모여앉아 나오는 승객들을 향해 좋은 공연이었다며 손뼉을 친다. 지나던 시민이 “몰카냐”고 묻는다. 헤드셋을 통해 철학적 질문들, 도시 공간과 어우러지는 이야기와 퍼포먼스, 마음속의 다짐, 아름다운 음악 등이 끊이지 않고 입력된다.헤드셋 바깥세상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단체 퍼포먼스를 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걷고 달려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 25층에 도착했다. 탁 트인 서울 전경과 마주하며 생생한 삶의 에너지를 인식하고 120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데 심연까지 숨이 차오르다가 잔잔해진다. 120분간 착용해온 헤드셋을 벗으니 다시 일상으로 타임 워프한 느낌이다. 죽음과 안식에서 시작해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다. 독일 창작집단 리미니 프로토콜이 65개 도시에서 수행해온 체험...
1677호2026.05.01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