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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연뮤덕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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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4) 청년 예술가들이 꿈을 지키는 방법
    (64) 청년 예술가들이 꿈을 지키는 방법

    연뮤덕후로 5년째 살고 있다. 작년 한 해 관극 횟수가 한 달 평균 32회였다. 하루도 쉬지 않고 평균 3시간 전후를 공연장에서 관객으로 지낸 셈이다. 매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가끔은 해외 각지의 공연장으로 출근하게 된 계기는 사춘기 절정인 중1 아이 때문이다. 묵언수행하는 아이와 대화하기 위해 버킷리스트에 담은 작품을 함께 보러 다니다 이런 경지(?)에 이르렀다. 아이는 유명 공연도 좋아했지만, 유달리 극예술 동아리와 대학 연기과 발표회, 작은 극단 공연을 선호했다. 덕분에 청(소)년 예술가들의 데뷔 무대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지난 연말 역시 그런 시즌이었다.청년 연극인들의 쇼케이스 공연을 매일 찾아다니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원로배우 신구·박근형이 주축이 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조성한 ‘연극내일기금’ 운용에 예술인 육성 플랫폼 ‘프로젝트 3일’ 창작진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다는 발표였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 작, 오경...

    1662호2026.01.09 14:57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3) 연대가 독선이 될 때, 노동자는 어디로
    (63) 연대가 독선이 될 때, 노동자는 어디로

    주위에 ‘탈팡’이 대세다. 거대한 물류 시스템이라는 철골 구조물 아래에서 소모되는 노동자들의 비명에 대한 자각이다. 2026년으로 넘어가는 서울의 뮤지컬 무대도 비슷한 감각을 공유한다. 뮤지컬 <에비타>, <프라테르니테>, <매드 해터: 미친 모자장수 이야기>(이하 매드 해터)는 화려한 장식 대신 텅 빈 공간에 차가운 철근과 비계, 파이프, 벽체를 내세운다. ‘본질만 남긴 무대’는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낳는다. 이 작품들이 묻는 것은 하나다. 연대가 독선으로 인식되는 순간 노동자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환호가 장식품인 정치197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에비타>는 20세기 중반 실존 인물, 아르헨티나 영부인 에바 페론의 삶을 다루지만 업적을 나열하는 전기극은 아니다. 작품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문은 대중의 환호가 권력으로 치환되는 과정이다. 14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 <에비타>(팀 라이스 작, 앤...

    1660호2025.12.26 15:3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2) 우리가 우리를 죽였을 때
    (62) 우리가 우리를 죽였을 때

    “우리가 우리를 죽였다.” 민간인 대량학살을 국가가 자행한 한국전쟁기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실화 배경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를 보던 중 이 대사에 심장이 툭 떨어졌다. ‘우리’라는 얼굴을 한 폭력이 수십만명의 ‘우리’ 생명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아프게 자각해서다. 17세기 인도 무굴제국 타지마할 완공 후 관련 예술가들과 기술자 2만명의 손목을 절단한 전설을 다룬 팩션 사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을 보면서도 비슷한 감각에 잠을 못 이루었다.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작품 속 캐릭터들의 오열과 욕지거리가 모두 내 것 인양 폐부를 찌른다. 전혀 다른 시공간, 전혀 다른 장르, 전혀 다른 미학을 취하고 있음에도 두 작품은 닿아 있다. 가장 잔인한 폭력은 언제나 ‘우리’의 얼굴을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는 언제, 어떤 얼굴로 자기 국민을 적으로 만드는가. 그리고 인간은 언제 ‘우리’를 포기하고, 그 안의 ‘타자’를 만들어 경계 짓는가.예술...

    1658호2025.12.12 14:43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1) 다 비워야 채워지는 삶
    (61) 다 비워야 채워지는 삶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흔히 토로하는 “다 내려놓았어”는 지극히 사르트르적인 표현이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의 ‘무화(néantisation)’와 ‘초월(transcendance)’ 개념은 스스로 양산하는 고통을 멈추고 새로운 본질을 돌아보는 존재론적인 각성을 의미한다. 연말이어서인지 ‘비워내고 다시 태어날 것’을 제안하는 작품이 다양하다.안무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알렉산더 에크만의 무용극 <해머>는 경쟁과 자본, 기술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현주소를 고난도 무용과 퍼포먼스, 스펙터클한 비주얼 아트로 전시한다.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카트린 할 예술감독)의 다양성과 다국적(20여개국 출신들) 에너지를 바탕으로 에크만이 직조한 에고이즘과 휴머니즘의 경계 넘나들기다. 거울로 뒤덮인 무대 바닥과 곳곳에 비치된 거울 앞에서 30여명의 무용수가 자아도취에 빠진 듯한 퍼포먼스를 각자의 독무에서 군무로 확장한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

    1656호2025.11.28 14:43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0) ‘낭만적인 위선’, 보일수록 사라지는 것
    (60) ‘낭만적인 위선’, 보일수록 사라지는 것

    9000송이 카네이션으로 가득 채워진 낭만적인 무대. 이브닝드레스와 슈트로 단장한 다양한 언어권의 무용수들이 웅장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구두 소리를 울리며 의자를 들고 등장한다. 꽃밭 한가운데 그림처럼 앉아 있던 이들은 다시 의자를 들고 퇴장하더니 남녀 모두 근육이 노출된 짧은 드레스 차림으로 네발짐승처럼 카네이션밭을 뛰어다닌다. 경찰들과 서너 마리 셰퍼드가 등장해 이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더니 한국어로 “여권 보여주세요”라고 단호하게 앞을 가로막는다. 난민이거나 이민자들임을 암시하는 경계와 억압이다.다양한 목소리가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슈(1940~2009)의 철학을 계승한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대표작인 <카네이션> 첫 장면이다. 압도적이고 스펙터클한 아름다움 속에서 억압과 폭력을 드러내고 해체와 혼종을 반복하며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공간과 시간이 상반된 <카네이션>의 무대 미학은...

    1654호2025.11.14 14:5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59) 외침보다 지속, 저항의 몸짓들
    (59) 외침보다 지속, 저항의 몸짓들

    가슴팍을 강하게 치는 저항의 군무. 작품의 절정이자 대단원이다. 전자음악(EDM)의 강렬한 비트가 최고조에 달하며 객석 열기도 고조된다. 4번의 커튼콜로 화답하는 20여명 무용수를 차분히 들여다보니 가슴 쪽 피부가 빨갛다. 박자를 맞추듯 들려오는 찰싹 때리는 소리가 범상치 않더니만,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자’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한 예술가들의 훈장이다. 눈치챈 관객들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감동을 표현한다. 지난 10월 1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프랑스 마르세유 국립발레단의 <룸 위드 어 뷰(Room with a View)>(론 음악, (라)오흐드 안무·연출)의 훈훈한 상호작용성이다. 무너진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는 몸들무너진 건물에서 직장인이거나 학생 차림의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폭력을 표현하는 퍼포먼스 같기도 하다. 폭발하고 무너지는 음향에 심박수와 연동된 전자음악은 친밀한 관계의 폭력부터 구조적 폭력까지 악순환을 체현(...

    1652호2025.10.31 14:51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8) 라이브 연주로 다시 쓴, 비극의 희망연대
    (58) 라이브 연주로 다시 쓴, 비극의 희망연대

    드럼의 첫 타격이 울리자, 객석과 공간이 동시에 전율한다. 몸보다 먼저 심장이 쿵쾅거린다. 기타 피드백(앰프에서 나온 소리가 기타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픽업으로 들어가 순환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음색)의 진동이 객석을 가르고, 배우의 록킹한 포효가 라이브 밴드 사운드와 맞물리며 객석을 덮치듯 달려든다. 록 뮤지컬의 강렬한 서곡(오버추어)과 첫 번째 넘버는 관객의 심신 상태와 작품의 서사 및 음악적 세계관을 빠르게 연결해주는 매개다. 무의식중에 주파수대가 동기화됐다면 작품과 관객의 물아일체는 시간문제. 감정은 더 이상 대사나 표정, 안무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로이 확장된다. 슬픔은 음향으로, 연민은 박동으로, 공감은 진동으로 바뀐다. 뮤지컬 <쉐도우>와 연극 <안트로폴리스 Ⅰ: 프롤로그/디오니소스>(이하 안트로폴리스)는 이 진동을 다시 감정으로 전환하는 감각 중심 작품이다. 비극을 재현하지 않고, 비극의 파동을 체험하게 이끈다는 점에...

    1650호2025.10.17 14:51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7) 신개념 무장애 공연 이끄는 ‘포용과 관찰’
    (57) 신개념 무장애 공연 이끄는 ‘포용과 관찰’

    “진행 과정은 배울 점이 많아 보이지만 불편하지 않고 재밌었어. 솔직한 로맨틱 코미디라 더 공감돼.”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젤리피쉬>(벤 웨더릴 원작, 민새롬 연출, 고권금 안무)를 관람하고 객석을 나서는데 관객들의 소감이 들려 와 귀를 쫑긋 세웠다. 다운증후군 여성 켈리(백지윤 분)가 비장애 남성 닐(김바다·이휘종 분)을 만나 사랑하고 임신과 출산에 이르는 과정의 난관을 적나라하게 담은 이 작품에서 많은 관객이 ‘장애’보다 ‘관계’에 더 집중함을 알 수 있어서다. 실제 다운증후군인 백지윤 배우가 출연해 주목받은 <젤리피쉬>를 지난해 쇼케이스부터 올해 초 본공연, 이날 앙코르 공연까지 모두 관람한 입장에서 만면에 미소가 배어 나왔다. 창작진들과 출연진들이 이를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미학적으로 재해석된 무장애성 ‘배리어프리’, ‘무장애’, ‘접근성 높은’, ‘장애 당사자성’ 등의 수식어로 시작하는 신...

    1648호2025.09.26 15:07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6) 고정관념 전복, 재해석의 기쁨? 상처?
    (56) 고정관념 전복, 재해석의 기쁨? 상처?

    본적 없는, 경험하지 못했던 관객 체험형 혹은 몰입형 작품이 연달아 상연되고 있다. 8월 말~9월 초 한국 공연예술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할 만큼 파격적인 작품이 연속 상연됐다. 효심을 상징하는 고소설 <심청>을 기반으로 한 판소리 <심청>을 해체한 잔혹 창극 <심청>,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을 모티브로 섬에 갇힌 소년들의 약육강식을 추출해 8명 남성 무용수의 컨템포러리 댄스(동시대적 무용)와 전라 퍼포먼스로 폭력의 악순환을 감각하게 한 <김성훈 on Sync Next 25 ‘pink’>(이하 ‘핑크’),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와 앨프레드 히치콕 영화 <레베카>를 모티브로 하면서 서사적으로는 분절하고 해체한 관객체험형 몰입극 <슬립노모어> 등이 대표적이다.해체로 시작하는 동시대적 사유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대표적인 작품은 국립창극단의 <심청>이다....

    1646호2025.09.12 14:41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5) ‘불안’으로 빚어지는, 구체화한 ‘나’
    (55) ‘불안’으로 빚어지는, 구체화한 ‘나’

    당혹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흔히 농담 반 진담 반 내뱉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는 철학적 고민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로 풀어보면 정체성(국적·성별·직업 등 주어진 속성과 소속)과 아이덴티티(불안과 혼돈 속 선택하는 과정적 자아)에 대한 불안이 읽힌다. 초지일관이 왕도라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조변석개가 자연스러운 현대인들에게 ‘아이덴티티’는 미완의 무정형 상태로 수용된다. 바로 인간은 세계 안에 던져져(피투성·Geworfenheit) 끊임없이 변화하는 ‘아직-아닌 것(noch-nicht)’, 즉 변동성과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존재라는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의 ‘현존재(Dasein)’다. 올해 들어 하이데거의 현존재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줄을 잇는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연극 <로제타>(김정한 Yossef K. 작·연출, 장도혁 음악, 김상민 무대, 이승호·강상...

    1644호2025.08.29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