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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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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12)‘블러드랜드’에 평화를 허하라
    (12)‘블러드랜드’에 평화를 허하라

    「AK-47」에서 <로드 오브 워>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무기는 무엇일까? 기네스북에는 AK-47이라는 이름이 올라와 있다. ‘칼라시니코프 오토매틱 라이플’의 줄임말이다. 공식적인 생산량만 1억정이 넘고, 불법복제까지 합산하면 2억정은 기본이라는 이 돌격소총은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무기로 알려져 있다. 국제정세와 군사문제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모를 리 없는 이 총의 설계자는 바로 러시아의 미하일 칼라시니코프(1919~2013)로, 그의 장례식에 푸틴이 참석할 정도로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던 인물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전차병으로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후송되던 중 독일군의 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는데, 당시 독일군의 우수한 기관단총에 충격을 받아 애국심의 발로로 전선의 병사들에게 더 뛰어난 총을 쥐여주겠다는 일념으로 AK소총을 개발하는 데 이른다.그는 평생 자신이 만든 총의 성능과 평판을 자랑스...

    1496호2022.09.23 14:25

  • [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11)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의 풍경
    (11)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의 풍경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을 넘겼다. 전쟁에 대한 여러 논란과 함께 국지전을 넘어 21세기 신냉전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하려던 세계경제는 하락하고, 3세계 빈곤국들은 식량과 에너지 기아 위협에 직면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이 전쟁은 ‘고작’ 6개월이 아니다. 2014년 유로마이단으로 국민을 살상하던 정권이 붕괴하고 시민혁명이 성공했지만, 새로운 내전에 돌입하는 국면으로 돌변했다. 소련 체제하에서 우크라이나는 민족주의가 강하고 농업 중심으로 유럽 친화적인 서부와 러시아계가 다수인데다 중공업단지가 러시아와 밀접한 경제권으로 묶여 있던 동부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독립 후 이어진 부패로 중앙정부는 특히 동부에서 신뢰받지 못하고 있었다.유로마이단으로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자 러시아는 서유럽과 완충지대를 잃어버릴 것이란 위기의식에 빠졌다. 그 결과 동부를 분리해 합병 혹은 친러시아 세력의 분리독...

    1493호2022.08.26 15:08

  • [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10)우크라이나 혁명의 광장에 서서
    (10)우크라이나 혁명의 광장에 서서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93일간 계속된 대규모 시위(유로마이단)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는 거대한 시발점을 이루는 역사적 사건이다. 21세기 국제정세를 뒤흔든 시위의 이름은 아주 간단하게 명명됐다. ‘마이단’은 광장을 뜻하는 우크라이나 말이다.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키예프) 중심 광장은 과거에는 ‘10월 혁명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우리에겐 2016년 연말의 광화문 광장 격이다. 여기에 ‘유럽’을 뜻하는 ‘유로’가 붙는데, 해당 사건의 성격을 좌우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윈터 온 파이어>, ‘광장’의 상황일지 해당 사건을 다룬 작업이 더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가장 접근 수월한 작품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윈터 온 파이어>다. 영화는 시작되자마자 시위 90여일째, 유혈로 치닫는 급...

    1491호2022.08.12 13:32

  • [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9)21세기 러시아 ‘제국’의 역습, 그 서막
    (9)21세기 러시아 ‘제국’의 역습, 그 서막

    두 영화는 각각 서방과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한다. 물론 진실은 2개일 수 없다. <5 데이즈 오브 워>를 보면 러시아, <어거스트 에이트>를 보면 조지아가 침략자다. 영화를 통한 ‘역사전쟁’인 셈이다.2008년 발발한 조지아와 러시아 간 남오세티야 전쟁은 21세기 신(新)냉전의 서막을 연 사건으로 평가된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한 미국 주도 하의 나토(NATO)가 구(舊)동구권으로 진출하는 상황을 막지 못한 러시아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소련의 억압에 시달렸던 신생국가들은 독립유지를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손길을 내밀었다. 러시아는 이를 자국 세력권 침범으로 받아들였다.체첸 전쟁 이후 푸틴이 집권하며 21세기 초반의 경기호황으로 겨우 추스르기 시작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 양면전쟁에 허덕이는 상황을 확인하고 주변 세력권을 정비한다. 조지아는 독립...

    1489호2022.07.29 14:16

  • [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8)상처 입은 러시아의 분노, 푸틴 집권의 길 열다
    (8)상처 입은 러시아의 분노, 푸틴 집권의 길 열다

    <브라트> 2부작의 주인공 다닐라 역을 맡은 세르게이 보드로프 주니어의 영화 경력은 혼란했던 러시아의 1990년대를 관통한다. 그의 데뷔작은 1차 체첸 전쟁을 소재로 한 1996년 <코카서스의 죄수>였다. 1997년 <브라트>와 2000년 <브라트 2>에선 체첸 전쟁 참전용사 경력의 킬러로 출연했다. 2002년 <전쟁>에선 2차 체첸 전쟁에 장교로 참전한다. 당대 러시아를 관통했던 경제위기와 모라토리엄 그리고 체첸 전쟁을 영화 속에서 전부 체험한 셈이다.체첸 전쟁은 소련 연방 해체 후 러시아가 겪은 재앙의 최종판이다. 고르바초프가 꿈꿨던 ‘독립국가연합(CIS)’의 꿈이 무너진 자리엔 15개 독립국가가 급작스레 들어섰다. 소련 시절 경제는 국가소유였고, 서로 긴밀하게 결합된 순환구조였다. 갑자기 그 연결고리가 끊어지자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혼란은 극심했다. 국유재산은 왕년의 공산당 간부와 신...

    1487호2022.07.15 14:30

  • [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7)소련 해체 후…러시아의 끝없는 추락
    (7)소련 해체 후…러시아의 끝없는 추락

    흔히 북반구와 서방에 편중된 부유한 국가들을 ‘1세계’, 남반구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 밀집된 가난한 국가들을 ‘3세계’라 칭한다. 그렇다면 ‘2세계’는 어디인가. 바로 소련이 맹주로 있던 동구 현실사회주의 블록이다. 세계의 3축을 이루던 거대진영 중 1축이 증발해버렸다. 그 뒤에 남은 건 무엇일까.몰락 이후, 술주정뱅이 옐친의 시대 소련이 해체될 때 다소간의 혼란은 예상했지만, 러시아 국민은 초강대국의 저력으로 곧 사태를 수습하고 더 잘살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현실은 정반대로 치달았다. 해체 이전 라이벌 미국의 절반 수준 경제 규모를 가졌지만, 대부분의 부를 국가가 소유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개혁만 이뤄졌더라면 러시아인의 꿈은 실현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대한 국부는 혼란기에 잇속을 차린 과거 공산당 관료와 신흥재벌들에게 넘어갔다. 그들은 ‘올리가르히’라는 기득권 ...

    1485호2022.07.01 14:51

  • [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6)독소전쟁의 기억이 현재를 지배한다
    (6)독소전쟁의 기억이 현재를 지배한다

    “거의 60년 동안 전 세계에 참사가 더 쌓인 뒤에도 여전히 소련인이 겪었던 고통을 그저 듣기만 해도 상상력이 마비돼 보잘것없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권위자로 꼽히는 리처드 오버리 교수의 대표작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의 한 구절이다. 우리에게 제2차 세계대전은 직접 피해를 겪었던 태평양전쟁, 그리고 대중문화로 쉽게 접하는 영·미와 독일 나치 간 서부전선이 전부다. 독소전쟁 무대인 동부전선은 전쟁사에 관심 많은 이들이 아니라면 생소하다. 독소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 찰나’라는 데 역사가들은 이견이 없다. 1941년 나치독일이 시작한 전쟁은 4년 후 소련군의 베를린 함락으로 종결된다. 독일군 피해의 8할이 동부전선에서 발생했다. 소련의 피해는 독일을 초월했다. 무려 2000만~2900만명의 희생자를 냈다(당시 조선 인구가 2500만이다).독소전쟁은 그 어떤 전쟁과도 비교를 불허하는 규...

    1481호2022.06.03 11:23

  • [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5)에서 까지
    (5)<고요한 돈강>에서 <미스터 존스>까지

    2019년 미국 케이블 방송 HBO에서 공개한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은 제목에서 짐작되듯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재현한다. 사고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소련 정부는 총력으로 인근 주민을 소개(疎開·분산)하지만, 특히 고령자들의 저항이 극심했다고 전해진다. 드라마의 한장면이 상징적이다. 인근 농가에서 혼자 소의 젖을 짜던 할머니와 군인들의 대화다. “총 들고 찾아온 병사가 처음이 아니야. 내가 열두 살 때 혁명이 일어났지. 차르의 병사들, 이어서 볼셰비키들…. 다음에 스탈린이 왔고 기근이 터졌지. ‘홀로도모르’… 다음으로 세계대전. 독일 애들, 러시아 애들, 더 많은 병사, 더 많은 기근, 더 많은 시체. 형제들은 돌아오지 못했어. 하지만 나는 남았고 아직 여기 있다오. 그 모든 것을 겪고서….” 군인은 말없이 소를 총으로 쏴버린다. 망연자실한 할머니는 묵묵히 ...

    1479호2022.05.20 15:41

  • [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4)세르히 로즈니차 감독의 영화들
    (4)세르히 로즈니차 감독의 영화들

    세르히 로즈니차라는 감독이 있다. 1964년 벨라루스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에서 자란 뒤,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한 1991년부터 영화를 만들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가리지 않고 실험을 벌이는 다작 감독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동유럽 변화상과 그 배경에 깔린 근현대사를 집요하게 보여주는 면모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적지 않은 작품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국내 영화제에선 자주 소개됐지만 아쉽게도 단 1편만 개봉 기회를 얻었다. 즉 나머지 40여편은 영화제가 열리는 단 며칠 동안만 볼 수 있는 셈이다.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그의 작품세계는 큰 화젯거리가 됐다. 특히 소련 해체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극적으로 바꿔버린 유로마이단(2014) 시위를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 <마이단>(2014)과 이후 러시아의 배후개입으로 발생한 돈바스 전쟁의 참상을 상징화해 표현한 극영화 <돈바스>(2018)가 다시 주...

    1477호2022.05.06 14:51

  • [영화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3)
    (3) <대장 부리바>

    ‘카자크’란 민족을 아는가. 현재 우크라이나의 민족 정체성을 언급할 때 핵심이 되는 존재다. 하지만 이들은 혈연적 민족 집단과는 거리가 멀다. ‘자유민’이라는 어원에서 유래된 이 집단은 몽골의 키이우 루스(대공국) 정복 전후 주인 없는 땅이 된 광대한 스텝 평원지대에 흘러들어온 슬라브인들이 군사집단화된 경우다. 이들은 몽골의 후예 타타르, 그리고 그들을 후원하는 오스만 터키에 맞서 기나긴 항쟁을 거듭했다.당시 동유럽의 강대국이던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은 이들을 이용해 유럽을 위협하던 터키에 맞서고 있었다. 당시 러시아(루스 차르국)는 아직 폴란드의 위세에 비할 바 없던 시절이다. 폴란드-카자크 동맹에 균열이 가면서 17세기 이후 유럽 판도를 뒤바꾼 대사건이자 폴란드 역사에 ‘대홍수’라 불리는 재앙이 찾아온다. 그 시작이 바로 1648년 카자크 대봉기다. 우리에겐 율 브리너의 열연으로 기억에 남은 &...

    1475호2022.04.22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