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생활 다도인(生活茶道人)
호로록, 하루가 시작되는 소리다. 세간에는 해가 뜨는 것을 하루의 시작이라 하던데 나와는 영 상관없는 일이다. 방금 우린 차의 첫 잔을 들이키는 작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비로소 잠에서 깨어난다. 눈이 번쩍 떠지고 몸에 온기가 솟아난다. 그제야 커다란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그것에 무늬를 만드는 식물의 이파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투명한 유리 주전자에 담긴 물이 하얀 김을 모락모락 내며 끓는다. 소리 없이 일렁이다가 이따금 커다란 공기 방울이 퐁 퐁 소리를 내며 피어오른다. 물도 꼭 사람 같아서 오랫동안 살살 달래듯 끓이면 그렇게 온화하고 유순할 수가 없다. 그러다 가끔 눈물 한방울만 한 완벽한 모양의 물의 구(球)가 나타나 물 표면 위를 굴러다니는 걸 목격하기도 한다. 물 위를 미끄러지는 요정을 본 것처럼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물을 차호에 부으면 샤라락 소리가 난다. 대지의 한 부분을 뚝 떼어 만든 것 같은 고동색의 차호가 물기를 머금고 미끈하게 빛...
1471호2022.03.28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