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는 어느새 잘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됐다. 그들에게 했던 표현을 그대로 쓰자면 그들은 한 달 몫의 우정을 한 번에 월급처럼 주는 데 출중한 능력이 있다. 우리가 삶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목격자가 되는 일은 점점 드물어졌다. 이를테면 밤을 꼬박 새워 핏발 서린 눈으로 원고를 마감하고 다음 일정으로 급히 뛰어가다가 지하철 문과 역 사이 작은 틈새에 안경을 떨어뜨려 분실했을 때(나는 안경이 없으면 뵈는 게 없다), 퇴근하는 직장인들 사이에 껴서 마스크 사이로 홍삼진액을 빨아 먹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곳에 40분이나 늦었음은 물론 완벽히 틀린 장소에 잘못 찾아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강남의 벌판 같은 대로에서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행사장에 도착해 사죄한 뒤 3시간 동안 갖은 애를 쓰며 행사를 마치고 자정이 가까운 시각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잘못 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아무도 없는 건너편 승강장에서 마지막 차를 기다리던 중 그러고 보니 온종일 한끼도 먹지 못했음을 ...
1496호2022.09.23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