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잘 촉수 사이에 산란한 흰동가리가 수정란을 돌보고 있다. 침입자가 있을까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살피다가 입에 머금은 바닷물을 연신 뿜어댄다. 어미가 내뿜는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는 새끼들이 건강하게 태어나는 데 꼭 필요하다. 작은 바닷물고기지만 산란기 때나 수정란을 돌볼 때 침입자가 있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공격성을 드러낸다. 앙증맞은 외모만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손가락이나 귀를 물린 스쿠버다이버들을 더러 만난다.알 속에 모양새를 갖춘 눈동자를 통해 부화 여부를 알 수 있다. 신기한 것은 어미가 다가오면 어미를 바라보듯 눈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이들의 시각이 수정란 밖의 사물까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인지, 물의 파장으로 어미의 움직임을 감지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알을 깨고 나올 시기가 임박했음은 분명하다. 지금도 바닷속 어딘가에선 분주하면서도 간절한 기다림과 새 생명의 탄생이 이어지고 있다.
1499호2022.10.14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