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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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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17)필리핀 세부- 수정란 돌보는 흰동가리
    (17)필리핀 세부- 수정란 돌보는 흰동가리

    말미잘 촉수 사이에 산란한 흰동가리가 수정란을 돌보고 있다. 침입자가 있을까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살피다가 입에 머금은 바닷물을 연신 뿜어댄다. 어미가 내뿜는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는 새끼들이 건강하게 태어나는 데 꼭 필요하다. 작은 바닷물고기지만 산란기 때나 수정란을 돌볼 때 침입자가 있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공격성을 드러낸다. 앙증맞은 외모만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손가락이나 귀를 물린 스쿠버다이버들을 더러 만난다.알 속에 모양새를 갖춘 눈동자를 통해 부화 여부를 알 수 있다. 신기한 것은 어미가 다가오면 어미를 바라보듯 눈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이들의 시각이 수정란 밖의 사물까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인지, 물의 파장으로 어미의 움직임을 감지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알을 깨고 나올 시기가 임박했음은 분명하다. 지금도 바닷속 어딘가에선 분주하면서도 간절한 기다림과 새 생명의 탄생이 이어지고 있다.

    1499호2022.10.14 14:51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16)태국 시밀란-블루라인스내퍼의 규칙
    (16)태국 시밀란-블루라인스내퍼의 규칙

    태국 시밀란 바닷속에서 농어목 퉁돔과에 속하는 블루라인스내퍼(Common bluestripe snapper) 무리를 만났다. 이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시각적 행복과 함께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수백마리가 코발트색 바다를 배경으로 ‘통통’ 튀듯 헤엄치는 모습이 상당히 현란하다. 이런 현란한 움직임에는 일정한 규칙이 숨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무리 전체가 잠시 물러났다 다시 모여드는데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봉을 따르듯 상당히 리드미컬하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멀리서 보면 지느러미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띤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몸에 4개의 푸른색 세로줄이 나 있다.활발한 어린 블루라인스내퍼는 주로 인도양과 태평양 열대 해역의 얕은 수심 산호초지대에서 발견된다. 나이 들어 덩치가 커지면 깊은 수심의 암초지대로 서식지를 옮긴다. 이때부터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아쿠아리움 수조 등에서 블루라인스내퍼를 만나는데, 한참을 ...

    1497호2022.09.30 11:06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15)깜짝 놀랐지?
    (15)깜짝 놀랐지?

    바위틈 보금자리를 떠난 문어가 사람을 만나 화들짝 놀랐다. 외투강 속에 채웠던 물을 출수공으로 뿜어내는 제트 추진 방식으로 도망가다 다급한 마음에 먹물을 뿜어내고 있다. 문어가 먹물을 뿜어내는 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연막효과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포식자를 순간적으로 놀라게 하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 먹물을 뿜어내고도 위기를 탈출하지 못하면 공격적으로 돌변해 수백개의 흡판을 붙이면서 8개의 발로 친친 감아 잡아당긴다. 이때 문어 이빨에 걸려들면 큰 상처를 입는다. 문어 이빨은 딱딱한 소라 패각을 부숴버릴 정도로 강하고 날카롭다.

    1493호2022.08.26 15:07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14)말미잘의 화려한 경고
    (14)말미잘의 화려한 경고

    말미잘이 촉수를 강장 속에 말아들인 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촉수 끝부분이 밝고 화려한 색을 띠는 것은 독이 있음을 외부에 알리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이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다발적으로 쏘아대는 자세포에 당하고 만다. 자세포는 독성이 있는데다 빠르게 작용해 사람에게도 큰 상처를 입힌다.말미잘은 촉수와 자포를 이용해 사냥한다. 만만한 크기의 물고기나 바다동물이 다가오면 자포를 쏘아 순간적으로 기절시킨 다음 촉수를 이용해 강장 속으로 끌어들인다.

    1491호2022.08.12 13:32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13)필리핀 세부
    (13)필리핀 세부

    필리핀 세부섬 해역 산호초 지대를 지나는데 폴립(히드라·산호류 같은 원통형 해양고착생물) 사이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호흡을 멈추고 지켜보니 폴립 색깔과 질감 그리고 형태까지 그대로 흉내 낸 고스트파이프피시가 눈에 들어왔다. 실고기목에 속하는 고스트파이프피시는 바닷말이나 산호 폴립 사이에 완벽하게 숨어든다. 한번 자리 잡고 나면 유령처럼 그 존재를 찾기가 힘들다 해서 고스트(Ghost)란 이름이 붙여졌다.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낼 만한 변변한 무기조차 없는 이들의 유일한 재주가 주변 배경 속으로 숨어드는 일인데, 이를 고스트라 본 것은 지극히 관찰자적 시점이다. 모든 동물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하거나 천적에 대한 방어 수단을 본능과 학습을 통해 발달시키며 진화해왔다. 현존하는 생명체는 오랜 세월을 두고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하고 만다.

    1489호2022.07.29 14:16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12) 인도네시아 부나켄 해역
    (12) 인도네시아 부나켄 해역

    작은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 부나켄섬을 지날 때였다. 바닥에 길게 이어진 검은 물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배를 멈추고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긴 가시 성게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야행성인 성게는 낮에는 산호초나 바위틈에 몸을 숨긴 채 밤을 기다리는데, 무슨 일일까? 어쩌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무리 전체가 이동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전 세계 800종에 이르는 성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들은 날카로운 가시로 몸을 보호하지만 배 쪽에는 가시가 없다. 이를 눈치챈 포식자가 머리로 들이받아 뒤집어 놓고 배를 공격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들은 바위나 산호 틈에 자리 잡지만, 외부에 노출됐을 때는 넘어지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에 의지한다.

    1486호2022.07.08 14:23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11)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부나켄 해역
    (11)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부나켄 해역

    관찰하기 귀한 암컷 리본장어를 만난 것은 인도네시아 국립해양공원 부나켄 해역에서였다. 리본장어는 중성으로 태어나 수컷으로 성장기를 보낸 후 그중 선택받은 개체만이 암컷으로 성을 전환한다. 자신의 성이 바뀔 때마다 검은색, 청색, 황색으로 몸의 색을 바꾸며 당당하게 커밍아웃한다. 암컷으로 지내는 시기가 짧은데다 산란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바닥에 굴을 파고 머물기에 귀하게 관찰된다. 부나켄 해역의 푸른 물색을 배경으로 모습을 드러낸 암컷 리본장어가 자신의 이름이 왜 리본이라 붙여졌는지 증명이라도 하듯 화려한 몸짓을 선보였다.

    1482호2022.06.10 14:05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10)부산 기장군 연안
    (10)부산 기장군 연안

    “어라이~ 데야…. 어라이~ 데야….”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시기, 부산 기장군 대변항은 어부들의 멸치 후리는 소리에 활력이 넘친다. 멸치잡이 배가 만선 깃발을 휘날리며 항구에 들어서면 바구니를 든 아낙들이 모여들고 어선 옆에 나란히 선 예닐곱명의 어부는 그물 끝을 잡아채며 멸치를 털어낸다. 그물코에 촘촘히 박힌 멸치는 어부들의 장단에 맞춰 춤추듯 튀어올라 펼쳐둔 그물에 수북하게 쌓인다. 이를 담아 나르는 것은 바구니를 든 아낙들의 몫이다.멸치는 청어목 멸칫과에 속하는 작은 물고기로 생태계 먹이망에서 가장 낮은 위치지만 바다에 서식하는 물고기 중 개체수가 가장 많다. 전 세계적으로 8종이 알려졌으며, 대부분은 연안에 서식한다. 계절상 봄 멸치가 정감있게 들리는 것은 겨울에는 비교적 따뜻한 외해에 머물다가 봄이 되면 연안으로 몰려오는데, 체내에 지방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수면을 뚫고 들어오는 햇...

    1479호2022.05.20 15:42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제주도 서귀포해역
    (9)제주도 서귀포해역

    봄이 절정이다. 제주도 봄 바다는 겨울을 이겨낸 모자반과 함께한다. 대형 갈조류인 모자반은 길이가 2~3m씩 쑥쑥 자라 바다를 풍요롭게 한다. 이들은 땅 위의 식물과 마찬가지로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와 영양물질을 만들어낸다. 산소와 영양물질은 해양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공업화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여준다.바닷말은 해양생물에 서식처를 제공한다. 숲이 우거진 곳에 여러 동물이 모여살 듯 바닷말이 만들어내는 바다숲은 해양생물의 보금자리가 된다. 이곳으로 플랑크톤이 모여들고 작은 해양동물과 큰 해양동물을 불러들여 거대한 생명 공동체를 형성한다. 또한 바닷말 엽상체를 먹잇감으로 삼는 초식성 어류와 전복, 고둥, 군소 등 연체동물에도 바다숲은 직접적인 식량 공급원이다.

    1476호2022.04.29 15:35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경남 통영시 사량도 해역
    (8)경남 통영시 사량도 해역

    다급해진 문어가 성게 사이로 숨어들었다. 휘둥그레 커진 동공과 뻗치고 있는 8개의 다리는 문어의 다급함을 보여준다. 야행성인 문어는 낮에 바위틈이나 동굴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 이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대낮부터 돌아다니다가 쫓기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문어는 몸을 바닥에 붙인 채 미끄러지듯 자리를 옮겨다닌다. 혹 빠르게 이동해야 할 때는 발로 바닥을 박차 몸을 띄운 다음 출수공으로 물을 뿜어내는 제트 추진 방식으로 이동한다. 이런 시도에도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면 지형지물을 이용하는데, 사진 속 문어는 날카로운 성게 가시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문어는 심리상태에 따라 몸의 색을 변화시킨다. 회백색을 띠는 건 지금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1474호2022.04.18 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