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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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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5)남미와 남극 사이 드레이크해협-바람이 일으키는 풍랑, 파도
    (55)남미와 남극 사이 드레이크해협-바람이 일으키는 풍랑, 파도

    2020년 남극에 갔을 때 거칠기로 유명한 남빙양의 드레이크해협에서 붉게 칠한 배 한 척을 만났다. 사납게 날뛰기 시작하던 파도는 하얗게 부서지며 큰 소리와 함께 배로 뛰어들었다. 거친 바다와 싸우는 뱃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 인생이 거친 바다를 지나는 항해와 같은 것이 아닐까.파도는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진다. 수심이 낮은 해안으로 파도가 오면 아래쪽은 바닥과의 마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는데 위쪽은 이보다 더 빠르다. 파도의 봉우리는 앞으로 넘어지고 넘어진 봉우리들이 겹친다. 파도를 보면 물결이 해안 쪽으로 전진하는 것 같지만 사실 바닷물은 그 자리에서 원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줄의 양쪽 끝을 잡고 흔들면 줄은 그 자리에 있고 진동만 전달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파도에도 나이가 있다. 날카로운 형체에 거친 모양이 뚜렷하면 그것은 젊은 파도다. 가까운 곳에 있는 폭풍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해안을 향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진입하고, 진행 방향 전체에 걸쳐 마루가 높은...

    1598호2024.10.09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4) 제주도 서귀포 해역-‘붙박이’ 일생, 자리돔
    (54) 제주도 서귀포 해역-‘붙박이’ 일생, 자리돔

    지난봄 제주도 서귀포 해역에서 모자반 해중림에 자리를 잡은 자리돔을 만났다. 자리돔은 아열대성 어류인데 제주도에서는 자리, 제리, 자돔이라 하고 경남 통영에서는 생이리라 부른다. 몸은 달걀 모양으로 비늘이 큰 편이다. 등 쪽은 회갈색, 배 쪽은 푸른빛이 나는 은색을 띤다. 물속에 있을 때는 등지느러미 가장 뒤쪽 아랫부분에 눈 크기의 흰색 반점이 보이지만 잡혀서 물 밖으로 나오면 곧 없어진다.이들은 수심 2∼15m 지점에 형성돼 있는 산호 주변이나 암초지대에 큰 무리를 이루어 넓게 자리 잡고 산다. 바닷속에서 보면 수심에 따라 개체의 크기가 달라진다. 비교적 얕은 수심에 작은 자리돔이, 수심이 깊어질수록 큰 개체가 모여 있다.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자리돔은 멀리 이동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일생을 보낸다. 자리돔이란 이름도 평생을 한 자리에 머물며 산다 해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제주도 연안에서만 볼 수 있어 제주도 특산으로 여겨졌는데 최근에는 남해안뿐 ...

    1596호2024.09.18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3) 경북 울릉군 독도의 돌돔- 바다 사막화 막는 ‘독도의 수호자’
    (53) 경북 울릉군 독도의 돌돔- 바다 사막화 막는 ‘독도의 수호자’

    2018년 8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관계자들과 함께 독도를 방문했다. 독도 최단거리 기점을 조사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독도의 동도와 서도 사이에서 돌돔 무리를 만났다.한국에는 ‘돔’ 자 항렬의 물고기가 많다. 돔은 가시 지느러미를 의미하니 돔 자가 들어간 어류는 가시 지느러미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중 참돔과 감성돔, 돌돔 등은 스쿠버다이버뿐 아니라 낚시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돌돔은 어릴 때는 주로 떠다니는 해조류인 ‘뜬말’ 아래에 붙어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암초 그늘로 숨어들어 저서 생활을 한다. 양턱의 이빨이 단단한 데다 새의 부리처럼 생겨 딱딱한 소라나 성게 등을 깨어 먹을 수 있다.특히 성게를 즐겨 먹기에 암초 틈 근처에 성게 껍질이 늘어져 있으면 근처에 돌돔이 살고 있으리라 추정해볼 수도 있다. 그래서 돌돔을 전문적으로 낚는 낚시꾼들은 말똥성게를 미끼로 사용한다.돌돔은 어릴 때는 몸 전체에 뚜...

    1593호2024.08.28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2) 남태평양 팔라우-붉은 투사처럼···적투어의 ‘행군대열’
    (52) 남태평양 팔라우-붉은 투사처럼···적투어의 ‘행군대열’

    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 해역에서 무리 지어 다가오는 적투어(赤鬪魚)를 만났다. 느리지만 호흡을 맞춘 듯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이동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적투어는 금눈돔목 얼게돔과에 속한다. 적투어란 이름은 생김새와 행동에서 유래했다. 몸 빛깔은 은빛을 띤 분홍색이고, 비늘의 가장자리와 모든 지느러미가 붉은색이다.무리 지어 이동하는 모양새가 행군대열을 닮아 영어권에서 솔저피시(soldierfish)라 부르는데 이를 번역해 ‘싸우는 물고기, 즉 투어’가 됐다. 툭 튀어나온 아래턱으로 인한 무뚝뚝한 인상과 성이 난 듯 부릅뜬 큰 눈, 날카로운 등지느러미에 갑옷처럼 뾰족한 비늘도 전투를 앞둔 군인을 연상시킨다.적투어가 주로 활동하는 곳은 산호초다. 낮에는 산호초 틈이나 동굴 속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먹이활동에 나선다. 대부분의 어류가 먹이를 쪼아 먹는 것과 달리 적투어는 먹이에 돌진해 큰 입으로 삼켜버린다. 몸빛이 화려하고 수조에 적응을...

    1590호2024.08.07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1) 전남 여수 해안-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는 서대
    (51) 전남 여수 해안-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는 서대

    전남 여수 바다에서 바닥에 숨어 있는 노랑각시서대를 포착했다. 이 서대는 황갈색 바탕에 흑갈색 가로띠가 예뻐서인지 ‘각시’라는 수식이 붙었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다른 서대에 비해 비리고 맛이 떨어져 인기 있는 품종은 아니다.서대는 가자미목 서대아목에 속하는 박대, 참서대, 개서대, 용서대, 흑대기, 노랑각시서대 등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모두 비슷하게 생긴 데다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에 개인적으로는 통칭인 서대가 정감이 가고 편하다.서대는 우리말로 ‘셔대’라고도 불렸다. 조선시대 동물백과전서인 <전어지>에는 혀를 닮았다 해서 ‘설어(舌魚)’,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장접(長鰈)’이라 했다. 정약전은 서대를 “몸은 좁고 길며 짙은 맛이 있다. 모양은 마치 가죽신 바닥과 비슷하다. 속명은 ‘혜대어’”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서대란 이름은 ‘설어(舌魚)’ 또는 ‘...

    1588호2024.07.24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0) 인도네시아 렘베해협-바다의 카멜레온, 넙치
    (50) 인도네시아 렘베해협-바다의 카멜레온, 넙치

    넓을 광(廣)에 물고기 어(魚)를 쓰는 광어의 표준말은 넙치다. 넓적하게 생겨서 그렇다. 넙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횟감이다. 고기 맛이 좋은 데다 대량 양식에 성공한 덕이다.저서성 어류인 넙치는 바닥 면에 배를 붙인 채 생의 대부분을 살아간다. 이때 몸빛과 질감을 주변 환경에 맞출 수 있어 오징어, 문어와 함께 ‘바다의 카멜레온’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모래 바닥에는 모래의 색깔에, 자갈 바닥에는 자갈의 색깔에 맞춰 배경에 숨어든다. 자연 상태에서는 1m까지 자라는데, 보통 암컷이 수컷보다 10㎝ 정도 크다. 넙치 몸의 가장자리에는 다소 단단한 지느러미가 있다. 등 쪽에는 77~81개, 배 쪽에는 59~61개의 뼈가 지느러미로 나와 있다. 넙치는 같은 저서성 어류인 가자미와 마찬가지로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다. 태어날 때는 다른 물고기처럼 머리 양측에 눈이 있고, 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치는데 3주쯤 지나 몸길이가 10&#...

    1584호2024.06.26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9) 소리 내고 듣기까지…부레의 역할
    (49) 소리 내고 듣기까지…부레의 역할

    물속을 다니다 보면 물고기들이 가만 머물러 있거나 별다른 노력 없이 아래위를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고기들의 노련하면서도 우아한 움직임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바로 몸속의 공기주머니인 부레에 있다. 어류는 부레 속 기체량을 조절하면서 상승하거나 하강하며 중성 부력을 유지한다. 부레 속에 저장된 기체는 공기와 같이 산소와 질소, 약간의 이산화탄소 등의 혼합물인데, 혼합비는 공기와 다르다. 또 종류나 서식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통 민물 어류는 산소량이 적고, 바다 어류는 깊은 곳에 사는 것일수록 산소량이 많다.부레는 경골어류가 가지는 특징이다. 상어, 가오리 등 연골어류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원시 허파를 가진 어류가 있었는데, 이 허파가 부레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허파를 가진 어류는 6종으로 호주, 아프리카, 남미의 아마존 등에 살고 있으며, 모두 민물 어류다. 이들은 늪지나 고여 있는 물속이라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을 ...

    1582호2024.06.07 1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8) 남극 킹조지섬-남극 생태계의 중심축 크릴
    (48) 남극 킹조지섬-남극 생태계의 중심축 크릴

    남극 크릴(Krill)은 난바다곤쟁이목(Euphausiacea)에 속하는 갑각류로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이들은 남극 해양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남극 바다는 편서풍에 의해 형성된 남극 순환 해류의 영향으로 다른 바다와 단절돼 있다. 무엇인가 식물플랑크톤과 포식자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동물플랑크톤인 크릴이다.하루 40㎏씩이나 체중이 불어나는 대왕고래 새끼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하루에 약 3t의 크릴을 먹어 치운다. 이 고래는 1년 중 6개월을 남극에서 지내므로, 이 기간에 고래 한 마리가 먹어 치우는 크릴의 양은 500t 이상이다. 고래뿐 아니다. 남극에 서식하는 동물 중 크릴을 먹지 않는 것은 없다. 남극권에서 발견되는 123종의 어류에서부터 다섯 종의 남극바다 해표, 남극 털가죽 물개 등의 기각류와 펭귄, 가마우지, 갈매기, 남방자이언트페트렐 등 조류에 이르기까지 남극에 사는 모든 동물이 크...

    1579호2024.05.22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7) 필리핀 세부섬 모알보알-바다는 푸르다? 오묘하고 다양하다
    (47) 필리핀 세부섬 모알보알-바다는 푸르다? 오묘하고 다양하다

    맑은 바닷속에서 올려다보는 수면은 환상적인 푸른빛을 머금고 있다. 물을 통과하는 가시광선의 흡수와 산란 때문이다. 가시광선은 장파장부터 단파장에 이르는 순서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계열의 스펙트럼으로 나뉜다. 이중 장파장의 빨강, 주황 계열은 바다의 표면에서부터 색의 흡수가 이루어져 어느 정도 수심에 이르면 색이 사라진다. 그러나 단파장인 파랑 계열은 흡수 대신 물 입자나 바닷물 속의 작은 입자들에 의해 산란해 바다가 푸르게 보인다.그런데 바닷물의 색은 물속에 있는 생물이나 부유 입자 등의 영향을 받는다. 수온이 높아지면 산소가 적게 녹아들어 물을 혼탁하게 하는 부유물인 플랑크톤의 성장을 제한하기에 바닷물은 맑고 푸르다 못해 검푸르게까지 보이게 한다. 필리핀에서 출발하는 난류가 검푸르다 해서 검은색을 뜻하는 일본말 구로(Kuro)가 붙어 구로시오 난류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이에 비해 고위도의 차가운 바다에는 상대적으로 산소가 많이 녹아 있어 식물...

    1576호2024.05.01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6) 남태평양 팔라우-수중 암살자? 노랑가오리
    (46) 남태평양 팔라우-수중 암살자? 노랑가오리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가오리가 크게 다섯 종 발견된다. 노랑가오리, 상어가오리, 흰가오리, 목탁가오리, 시끈가오리(전기가오리) 등이다. 목탁가오리와 시끈가오리는 주둥이가 약간 둥글다. 노랑가오리, 상어가오리, 흰가오리는 주둥이에 모가 나 있어 홍어로 오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가오리류는 꼬리 부분에 독 가시가 있는데 홍어는 독이 없다.독을 가진 가오리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노랑가오리다. 몸이 노란빛 또는 붉은색이라 영어명이 ‘Red stingray’이다. 대형종인 노랑가오리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위협을 느끼면 퇴화한 등지느러미가 변한 꼬리 가시를 들어 올려 상대를 찌른다. 가시는 독이 있는 데다 매우 날카로워 사람의 살갗을 쉽사리 파고든다. 가시에 찔리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과 함께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이익의 <성호사설>에는 “가오리 꼬리 끝에 독기가 심한 가시가 있어 사람을 쏘며, 그 꼬...

    1574호2024.04.1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