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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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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5) 남태평양 팔라우-상어에 붙어 호가호위, 빨판상어
    (75) 남태평양 팔라우-상어에 붙어 호가호위, 빨판상어

    호랑이에게 잡힌 여우가 임기응변을 발휘한다. “나는 천제의 명을 받은 귀한 몸이다. 네가 나를 해치게 되면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니 큰 벌을 받을 짓이다. 천제의 명을 다른 동물들은 다 알고 있는데 너는 어찌 모른단 말이냐. 만약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 뒤를 따라와 봐라.”호랑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우를 앞세우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만나는 짐승마다 꼬리를 내리고 달아나기 바쁜 게 아닌가.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를 따라가던 자신 때문이지만, 호랑이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는 중국 고사에 등장하는 호가호위(狐假虎威)에 관한 이야기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권위를 빌려 위세를 부리는 행위를 말한다.바닷속에는 상어나 바다거북 등 대형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다. 2020년 남태평양 팔라우 해역에서 만난 빨판상어도 그중 하나다. 상어의 배와 꼬리지느러미 앞쪽에 붙은 채 상어에게 몸...

    1642호2025.08.20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4) 제주 서귀포-수줍은 천사, 청줄돔
    (74) 제주 서귀포-수줍은 천사, 청줄돔

    2023년 여름, 제주 서귀포시 문섬 해역. 해조류가 군락을 이룬 바다숲 사이로 파란 형광 줄무늬를 몸에 두른 청줄돔이 고개를 내밀더니, 인사를 건네듯 눈을 맞추었다.청줄돔은 흔히 ‘에인절피시(Angel Fish)’라고 불린다. 7~10줄의 반짝이는 파란 줄무늬와 노란 몸빛이 어우러져 천사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서다. 필리핀 등 열대 해역이 고향인 청줄돔이 제주 바다를 비롯한 연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우리 연안이 아열대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해역이 필리핀에서 출발하는 구로시오 난류의 영향권에 속하므로 청줄돔의 출현이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난류에 떠밀려온 이들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방문자이자 반가운 손님일 뿐이다. 이중 소수가 우리 바다에 적응해가는데 아열대화를 논할 정도로 충분한 개체 수는 아니다. 청줄돔은 다소 수줍음이 많지만,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아 수조 안에서는 쉽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보통 수...

    1640호2025.08.06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3) 필리핀 세부섬-정어리 떼 군무에 벅찬 감동
    (73) 필리핀 세부섬-정어리 떼 군무에 벅찬 감동

    30여년간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하면서 벅찬 감동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고래, 고래상어, 쥐가오리, 남극 물범·물개 등 큰 바다 동물을 만났을 때도 그러하지만 멸치, 정어리, 전갱이, 고등어 등 작은 물고기가 무리를 이룬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 감동한다. 이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방향을 바꾸고,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서 흐름을 만든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율동적인 움직임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바닷속으로 스며든 햇살에 은빛으로 반사되는 비늘의 일렁임은 감동의 물결을 불러온다.작은 물고기들의 유영 중 으뜸은 2015년 필리핀 세부섬에서 만났던 정어리의 군무였다. 3일 동안 정어리만 지켜봤을 정도로 정어리 군무에 흠뻑 빠져들어 사진 수천 컷을 기록으로 남겼다. 작은 생명의 조화 속에 나 자신이 너무 둔감한 존재처럼 느껴졌다.사람들은 짧은 경험과 현학적인 지식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에 이유를 붙이지만, 이토록 정교하게 얽힌 생명의 질서 ...

    1638호2025.07.23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2) 인도네시아 부나켄-나비처럼 우아한, 나비고기
    (72) 인도네시아 부나켄-나비처럼 우아한, 나비고기

    나비고기(농어목 나비고깃과)는 전 세계적으로 120여종이 분포한다. 작고 납작한 체형에 주둥이가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몸길이는 20㎝ 정도다. 몸빛은 대부분 노란색, 일부 종은 머리 부분에 눈을 가로지르는 검은색 세로띠가 있다. 색이 화려한 것은 서식지인 형형색색 산호초의 화사함에 맞추기 위함이다. 나비고기의 움직임이 산호색에 묻혀들면 포식자가 찾기 힘들지 않을까.나비고기는 가슴지느러미뿐 아니라 다른 지느러미도 큰 편이다. 특히 배지느러미는 가시 모양으로 길게 드리워져 있다. 나비고기란 이름은 지느러미 중 유난히 큰 가슴지느러미를 펼치면 나비 날개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들은 나비를 연상하게 하는 예쁜 이미지를 가진 데다 수족관에도 잘 적응해 관상용 물고기로 인기가 있다.나비고기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거친 파도와 조류에 맞서며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 2012년 인도네시아 해양보호구역 부나켄 해역을 찾았을 때, 수중절벽지대에 보금자리...

    1636호2025.07.09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1) 제주 서귀포-제주 연안의 숨은 보석 ‘호박돔’
    (71) 제주 서귀포-제주 연안의 숨은 보석 ‘호박돔’

    제주도와 남해 연안에서 서식하는 ‘호박돔’은 이름에 ‘돔(도미)’이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놀래깃과에 속하는 어류다. 호박돔은 혹돔과 체형이 유사하지만, 혹돔처럼 머리에 혹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몸길이는 보통 40㎝ 이상, 최대 60㎝까지 자라며, 황적색의 몸체에 보라색과 노란색 띠무늬를 가진 화려한 외관이 특징이다. ‘호박돔’이라는 이름은 이러한 몸 색깔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황적색을 띠는 몸빛이 잘 익은 호박을 닮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컷일수록 색채가 더 뚜렷하다. 2020년 봄 제주도 서귀포 문섬을 찾았을 때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무리 지어 다니는 용치놀래기 사이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호박돔 한 마리를 만났다.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폭식성 어류인 용치놀래기와 함께 다닌다는 것은 호박돔 역시 만만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자세히 살펴보니 입술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이빨이 상당히 날카로워 보였다. 실제 이들은 크고 날카로...

    1634호2025.06.25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0) 제주 성산포-주어진 여건 잘 이용하는 베도라치
    (70) 제주 성산포-주어진 여건 잘 이용하는 베도라치

    베도라치는 400여종의 청베도라칫과뿐 아니라 황줄베도라칫과, 장갱잇과, 먹도라칫과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중 황줄베도라칫과에 속하는 베도라치가 대표 격이다. 비슷하게 생긴 망둥이가 바닥에 구멍을 파고 살아가는 데 비해 베도라치는 보금자리를 만들 때 주어진 여건을 적절히 이용한다. 2020년 제주도 성산포를 찾았을 때 바다에 버려진 빈 병을 보금자리 삼고 있는 베도라치를 만났다.이들은 몸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바위틈이나 소라껍데기 등 자연 구조물이든 빈 병 같은 인공 구조물이든 가리지 않는다.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면 구멍 속으로 몸을 숨기지만 잠시 후 머리를 쑥 내밀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핀다. 베도라치는 우리나라 연안의 암반 지대에서 열대 산호초 지역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포한다. 손가락 크기만 한 것부터 뱀장어처럼 길쭉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양도 다양하다. 대체로 작은 베도라치류는 어느 것이나 등지느러미가 길며, 하나의 가시와 2~...

    1632호2025.06.11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9) 경북 울릉도 해역···푸른 바다 아래 하얀 재앙, 갯녹음 확산
    (69) 경북 울릉도 해역···푸른 바다 아래 하얀 재앙, 갯녹음 확산

    청정해역이라 생각하는 울릉도 해역이 갯녹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4년 8월 방문한 울릉도 해역 수중에는 바위 곳곳이 흰색 석회질로 덮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만지자, 단단하게 붙어 굳은 하얀 층이 거칠게 느껴졌다.갯녹음은 바닷물 속에 과포화 상태로 녹아 있던 탄산칼슘이 석출되면서 해저의 바닥이나 암석, 해양 생물 등에 하얗게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 탄산칼슘이 해저에 석출되기 시작하면 pH9.5 정도의 강알칼리성 환경이 된다. 이렇게 바뀐 수질은 본래 중성에 가까운 환경에서 살아가던 다양한 해조류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 그 결과, 무절석회조류 같은 쓸모없는 홍조류만 번성하고,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던 1차 생산자인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바다 생태계는 급속도로 황폐해진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바다의 사막화’라고 불리는 갯녹음이다.갯녹음의 주요 원인은 인간 활동으로 바다로 유입되는 탄산칼슘의 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탄산칼슘은 자연 상...

    1630호2025.05.28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8) 부산 영도구 동삼동 연안-종도 많고 ‘말’도 많은 망둥이
    (68) 부산 영도구 동삼동 연안-종도 많고 ‘말’도 많은 망둥이

    농어목 망둑엇과로 분류되는 망둑어류는 적응력이 강하다. 염분이나 수온 변화에 대한 내성이 클 뿐 아니라 식욕이 왕성해 어디서든 쉽게 먹이를 찾아낸다. 이에 걸맞게 망둑어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류 중 종의 수가 가장 많다. 조사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600여종, 우리나라에는 문절망둑, 풀망둑, 말뚝망둥어, 짱뚱어, 밀어 등 42종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820년 서유구가 저술한 <난호어목지>에는 “눈이 툭 튀어나와 마치 사람이 멀리 바라보려 애쓰는 모양과 같아서 망동어라고 한다”고 기록돼 있다.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데다 생김새도 귀티가 나지 않아서인지 고급어종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제 분수를 모르고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을 비유할 때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라 하고, 쉽게 잡을 수 있어서인지 “바보도 낚는 망둥어”라는 말이 생겨났다.망둥이에 대한 평가는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더 큰 손해를 ...

    1628호2025.05.14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7) 경남 창원 용원항-봄소식 안고 돌아온 숭어
    (67) 경남 창원 용원항-봄소식 안고 돌아온 숭어

    벚꽃 필 무렵 부산 가덕도로 향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 용원항에서 낚싯배를 타는데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숭어의 몸짓에 봄의 활력이 더해갔다. 뱃전에 선 낚시꾼들이 숭어 떼를 향해 갈고리 모양의 홀치기 낚싯바늘을 던졌다. 숭어가 얼마나 많은지 낚시 추에 맞은 숭어들이 기절한 채 물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숭어 입장에선 날벼락인 셈이었다. 낚시꾼들을 뒤로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숭어 한 마리가 멋진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다가왔다.숭어는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는 대표적인 기수어다. 10월에서 다음 해 2월쯤 먼바다로 나가 산란을 하고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은 봄이 되면 무리를 이뤄 연안 기수역으로 몰려와 부유생물을 먹는다. 여름에는 성장이 빨라 초가을이 되면 몸길이가 20㎝가 넘어선다. 이렇게 성장한 숭어는 늦가을에 민물을 떠나 바다로 가는 생의 사이클을 이룬다.광범위한 해역에서 살아가는 숭어와 구별하기 위해 주로 서해안에 서식하는 것에 가숭어라는 이름을 붙...

    1626호2025.04.30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6) 태국 시밀란 해역-깊은 잠에 빠진 앵무고기
    (66) 태국 시밀란 해역-깊은 잠에 빠진 앵무고기

    앵무고기(Parrotfish)는 전 세계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걸쳐 80여 종이 살고 있다. 50~70㎝ 정도인 앵무고기는 바위와 산호초 등 얕은 바다에 살아 현지인들은 간단한 줄낚시로 잡아 구이나 찜으로 식용한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어촌마을을 다니다 보면 어민들이 대나무 채반에 담아 팔고 있는 앵무고기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앵무고기라는 이름은 머리와 돌출된 이빨 구조가 앵무새의 부리를 닮아서이다. 여기에 더해 몸의 색까지 앵무새처럼 화려하다. 돌출된 이빨 구조는 입술로 모두 덮을 수 없을 정도로 툭 튀어나온 ‘통니’ 때문이다. 앵무고기는 날카롭고 폭이 넓은 판 모양으로 돼 있는 통니로 산호를 긁어먹은 후 입속에서 잘게 부수어 위장으로 넘긴다. 산호 분쇄물 속에 들어 있는 주산텔라 등의 산호 공생조류는 소화되고 석회질 분말은 그대로 배설된다. 대개의 앵무고기는 이빨에 녹색 물질이 잔뜩 끼어 있다. 산호를 긁을 때 옮겨붙은 공생조류 때문...

    1624호2025.04.1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