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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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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말레이시아 부나켄
    (7)말레이시아 부나켄

    성질이 포악한 곰치(뱀장어목 곰칫과)는 드라마틱한 관찰 대상 중 하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 속 산호초나 바위틈을 수중랜턴으로 비추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곰치를 만나곤 한다. 대개 몸길이가 60~100㎝인데 인도양과 태평양 열대 해역에서 발견되는 대왕곰치(Giant moray)는 최대 3m에 이른다.이들은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한다. 한번 물리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턱뿐 아니라 입천장에 솟아 있는 날카로운 이빨이 안으로 휘어진 채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곰치는 몸 대부분을 바위틈에 숨기고 있다. 밖으로 나온 머리 부분은 한뼘 정도에 불과하다.만만하게 생각하고 손을 내밀었다가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용수철처럼 똬리 튼 몸이 ‘쭈욱’ 튀어나와 날카로운 이빨로 쐐기 박듯 손을 물어버리기 때문이다. 몇년 전 말레이시아를 찾았을 때 손가락이 잘린 가이드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곰치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을 보여주기 ...

    1472호2022.04.01 14:19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 필리핀 세부섬 오슬롭
    (6) 필리핀 세부섬 오슬롭

    바다에서 대물을 만나는 건 짜릿한 경험이다. 계획을 세워 대물이 자주 출현하는 곳을 찾아나서지만 만나기 쉬운 인연은 아니다. 만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필리핀 세부섬의 오슬롭을 찾았을 때다. 잠시 바닷속에 정적이 흐른 후 거대한 고래상어가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함께한 여성 프리다이버는 고래상어를 반기며 춤이라도 추듯 환상적으로 어우러졌다. 고래상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어류로 성체의 길이가 18m, 몸무게는 15~20t에 이른다. 넓고 편편한 머리 아래쪽 양턱에는 300줄에 달하는 작은 이빨이 촘촘하게 나 있다. 상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이빨 사이가 3㎜ 안팎에 불과하다. 그래서 먹이 사냥도 수염고래처럼 물을 ‘쭉’ 들이킬 때 함께 휩쓸려 들어오는 크릴이나 작은 물고기를 스펀지처럼 생긴 막으로 걸러 먹는다. 상어와 같은 연골어류인데, 포유류인 고래 이름이 붙은 건 덩치가 고래만큼 크고 먹이 사냥 방식 또한 수염고래를 닮았기 때문이다....

    1469호2022.03.11 11:18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남극 킹조지섬-엄마를 잡아라
    (5)남극 킹조지섬-엄마를 잡아라

    사진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포토그래퍼가 침묵하거나 위선적이라면 진실은 상황에 따라 변질되거나 왜곡될 수도 있다. 2020년 남극을 다녀온 후 필자가 강의하는 대학의 학생들에게 펭귄 사진을 보여주고 제목을 정해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사랑’, ‘화목’, ‘나들이’, ‘평화’ 등의 제목을 제시했다. 진실은 따로 있었다. 앞서 달려가는 펭귄은 어미이고 뒤따르는 두마리 펭귄은 새끼들이다.굶주린 새끼들이 어미가 모습을 드러내자 부리나케 달려들었다. 두어 달 성장한 새끼는 바다에 들어가지 못할 뿐 덩치는 어미만 해지고 에너지가 넘친다. 어미는 일단 도망쳐야 한다. 잡혔다가는 다칠 수 있다. 어미를 따라잡은 녀석은 어미 입에 부리를 밀어 넣어 뱃속에 담아온 크릴을 토해내라고 재촉한다. 뒤처진 녀석에게 돌아오는 배려는 없다. 혹독한 남극에서 이들이 종족을 유지하는 비밀 중 ...

    1465호2022.02.11 17:56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필리핀 세부섬 모알보알
    (4)필리핀 세부섬 모알보알

    산호초는 그 존재를 모르고 항해하던 선원들에게 배의 좌초를 불러오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물고기를 포획하는 어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돼왔다. 산호초의 가장 윗부분에는 활발한 생명 활동을 이어가는 경산호가 자리하고 있다. 그 아래로는 생명 활동을 마친 경산호의 석회질 외골격이 오랜 세월을 두고 겹겹이 쌓여 거대한 구조물을 만든다. 산호초 형성의 기본이 경산호이다 보니 산호초는 경산호의 생명 조건인 연중 영상 20도 이상인 곳에서만 만들어진다. 지구상에서 연중 영상 20도 이상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은 열대 바다뿐이다. 그래서 온대 해역에서는 산호초를 발견할 수 없다.지구 전체 바다에서 산호초가 차지하는 면적은 0.1%도 안 되지만, 해양생물의 4분의 1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또한 물고기의 20~25% 정도가 산호초 부근에서 잡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쓰나미나 태풍에 따른 해일로부터 연안을 지키는 천연 방파제가 돼주기도 한다.

    1463호2022.01.21 15:21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3)필리핀 세부섬 모알보알-뭉쳐야 산다
    (3)필리핀 세부섬 모알보알-뭉쳐야 산다

    바다에는 2000종이 넘는 어류가 무리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중 거의 모든 바다동물의 먹이가 되기에 ‘바다의 쌀’이라 불리는 정어리가 있다.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며 돌아가다 뭉쳤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다시 뭉치는 정어리 떼의 형상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고, 장엄하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필리핀 세부에서 바다거북에 쫓기는 정어리 떼, 그리고 바다거북을 쫓는 다이버를 만났다. 바다거북을 가장 먼저 발견한 녀석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무리 가운데로 파고들자 주위에 있던 정어리 떼도 연쇄적으로 그 안으로 모여들면서 무리 전체가 조밀한 피시 볼(Fish ball)을 형성했다. 작은 어류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을 두고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논문 ‘이기적인 무리의 기하학’을 통해 물고기의 이기적 행동으로 설명했다. 무리 전체에서 바깥에 위치해 위험에 노출된 물고기들은 다소 안전한 안쪽으로 파고들려 하는데 이러한 개체들의 행동이 연쇄적으로 ...

    1461호2022.01.07 15:26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2)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2)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황제펭귄은 진정한 남극의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아델리, 젠투, 췬스트랩 등 다른 펭귄들은 겨울이 시작되는 5월이 오기 전에 상대적으로 따뜻한 북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나지만, 황제펭귄만은 남극을 떠나지 않는다. 영하 50도, 초속 60m가 넘는 혹한에서도 번식과 육아를 거뜬히 해내니 지구상에 이들만큼 강인한 생명체도 드물 듯하다. 여름이 시작되는 11월이면 남극을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외롭고 힘든 겨울을 보낸 황제펭귄은 이들이 반갑기만 하다.무엇이 궁금한지 뒤뚱뒤뚱 걷거나, 배 썰매를 지치며 따라오며 동작까지 흉내낸다. 걸음을 멈추고 ‘획’ 뒤돌아보면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멈추니 이들과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가 제격이다.

    1459호2021.12.24 15:24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1)니모의 푸른 정원
    (1)니모의 푸른 정원

    바닷속은 땅 위의 세상과 닮았다. 바깥에서 보면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2차원이지만, 바닷속으로 들어가 보면 3차원의 공간임을 알 수 있다. 거기에도 산이 있고, 언덕이 있고 절벽도 있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 새가 노래하고 동식물들이 모여 생태계를 이루듯 바닷속은 바닷말과 잘피가 만들어내는 바다숲 그리고 산호초를 중심으로 해양생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배를 타고 필리핀 보홀해역을 지날 때다. 푸름이라고만 할 수 없는 신비로운 옥색 풍경에 이끌려 바닷속으로 들어서자 잘피(해수에 완전히 잠겨 자라는 속씨식물)가 정원을 이루고 있었다.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듯, 잘피밭 가장자리에서 수면을 올려다보는데 흰동가리 한쌍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말미잘과 공생하기에 잘피밭 어딘가에 이들의 보금자리 말미잘이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보금자리를 떠나 소풍 나온 듯 리드미컬한 몸짓이 한가로이 땅 위 정원을 노니는 나비의 움직임을 닮았다.

    1450호2021.10.22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