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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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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9) 부산 송도해수욕장-달궈진 바다…보름달물해파리의 ‘습격’
    (99) 부산 송도해수욕장-달궈진 바다…보름달물해파리의 ‘습격’

    보름달물해파리는 우리나라 연근해를 비롯해 전 세계 바다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해파리 가운데 하나다. 투명하거나 유백색을 띠는 몸 중앙에는 4개의 클로버 또는 말발굽 모양 생식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성체의 갓 지름은 최대 30㎝ 정도. 아주 큰 해파리는 아니지만, 대량으로 출현할 때는 바다의 풍경을 바꿔놓을 만큼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2020년 여름 부산 송도해수욕장에서 보름달물해파리가 대규모 출현해 피서객들 안전을 위협한다는 소식에 수중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독성은 약한 편이어서 사람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쏘이면 통증과 함께 근육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오랫동안 물해파리로 불리다가 물에 떠 있는 모양새가 보름달을 닮았다 해서 보름달물해파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보름달물해파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다 생태계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대규모로 번식해 연안 어장에 몰려들면 어망을 가득 채우거나 물고기의 먹이 활...

    1690호2026.08.05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98) 경남 통영 사량도-조류 강한 날 ‘멍게의 생태’
    (98) 경남 통영 사량도-조류 강한 날 ‘멍게의 생태’

    조류가 강한 날 바닷속에 들어가는 일은 다이버에게 적잖은 부담이지만, 때로는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바닷속 풍경과 마주하는 뜻밖의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2024년 7월, 경남 통영시 사량도 앞바다. 암반 곳곳에 자리 잡은 멍게들이 출수공을 통해 가느다란 실처럼 생긴 분비물을 길게 뿜어내며 조류를 타고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멍게는 평생 한곳에 몸을 붙이고 살아가는 대표적인 여과 섭식 동물이다. 겉모습은 단순하지만, 몸속에서는 끊임없이 바닷물을 순환시키며 먹이를 걸러내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멍게의 몸에는 2개의 구멍이 있다. 입수공은 바닷물을 몸속으로 받아들이는 통로로, 물과 함께 식물플랑크톤과 미세 유기물 등의 먹이, 산소가 들어온다. 출수공은 여과와 호흡을 마친 바닷물을 다시 내보내는 통로로 이산화탄소와 배설물, 여과 과정에서 남은 점액과 미세한 이물질도 함께 배출한다. 입수공과 출수공의 구분은 쉽다. 멍게가 2개의 구멍을 닫을 때 ‘+’ 모양이 입수공이...

    1688호2026.07.22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97) 부산시 남구 용암포-바다의 청소부 별불가사리
    (97) 부산시 남구 용암포-바다의 청소부 별불가사리

    ‘바다의 해적’, ‘천적이 없는 포식자.’사람들은 불가사리에 무시무시한 수식어를 붙였다. 그리고는 불가사리를 백해무익하고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나쁜 종족으로 몰아갔다. 그런데 모든 불가사리가 백해무익하기만 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사람들은 잘못 알려진 정보로 불가사리에 대해 나쁜 선입관을 가지게 됐다.우리나라 해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은 토착종 별불가사리, 캄차카와 홋카이도 등 추운 지역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 바다의 지렁이라 불리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 등 4종이다. 이중 바다생물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먹어 어민들의 시름을 깊게 만드는 종은 아무르불가사리 한 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종 역시 바다생물을 포식하기는 하지만 바다 오염을 막아주는 순기능도 있다.이중 별불가사리의 경우 조개류를 포식하지만 팔이 짧고 움직임이 둔해 먹이 사냥에 제한적이다. 이러한 핸디캡으로 이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조개류를 따라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충분히 감싸...

    1686호2026.07.08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96) 제주 서귀포-바다에 빠진 밥주걱, 주걱치
    (96) 제주 서귀포-바다에 빠진 밥주걱, 주걱치

    제주 바다의 암초 지대를 탐사하다 보면 밥주걱을 닮은 독특한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이름도, 모습도 재미있는 주걱치다. 주걱치는 제주 연안의 얕은 암초 지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어류다. 몸은 옆으로 납작한 타원형이며 꼬리자루 부분에서 급격히 가늘어져 마치 밥주걱을 연상시킨다. 성체는 보통 18㎝ 안팎까지 자란다.낮에는 암초 틈이나 바위 그늘에 무리를 지어 머물다가 밤이 되면 먹이 활동에 나선다. 주로 작은 갑각류와 저서성 무척추동물을 먹는다. 은회색 몸빛은 암초와 해조류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좋은 위장 효과를 만든다.2025년 가을 제주 서귀포시 문섬에서 주걱치 무리를 만났다. 해조류가 무성한 암초 틈 사이로 수십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납작한 몸을 좌우로 흔들며 느릿느릿 유영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주걱치는 화려한 색을 지닌 물고기는 아니지만 독특한 체형과 습성 덕분에 다이버들의 관심을 끈다. 제주 바다의 얕은 수심, 일정한 곳에 머...

    1684호2026.06.24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5) 인도네시아 마나도해협-작지만 당당한 갯민숭달팽이
    (95) 인도네시아 마나도해협-작지만 당당한 갯민숭달팽이

    대개의 연체동물이 포식자로부터 연약하고 부드러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딱딱한 껍데기(패각)를 가지고 있는 반면, 복족류에 속하는 갯민숭달팽이는 패각이 없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연약하고 부드러운 갯민숭달팽이의 몸은 외부로 노출돼 있어 작은 물고기가 한입에 삼켜버릴 만하다. 게다가 움직임마저 느리다 보니 표적이 되면 도망갈 방법이 없다.갯민숭달팽이들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바로 자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2012년 인도네시아 마나도해협에서 히드라 촉수를 갉아먹고 있는 갯민숭달팽이를 만났다. 이들은 자포를 통째로 먹은 후 다른 생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면 이를 발사해 몸을 보호한다. 자포는 촉수 속에 들어 있는 작살처럼 생긴 무기다. 이 작살 구조는 용수철처럼 감겨 있다가 자극을 받으면 튕겨나가듯 발사된다. 또 다른 종은 자포를 발사할 수는 없지만, 자포의 독성을 몸에 흡수할 수 있다.포식자 입장에서 볼 때 갯민숭달팽이는 좋지 못한 경험을 안겨줬을 것...

    1682호2026.06.10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4) 제주 서귀포 해역-어렝놀래기 암수의 다정한 동행
    (94) 제주 서귀포 해역-어렝놀래기 암수의 다정한 동행

    2020년 여름, 제주 서귀포 해역을 찾았을 때였다. 푸른 물결 아래로 흔하게 지나치던 용치놀래기 무리 사이 어렝놀래기 한쌍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컷은 짙은 흑자색 몸 위로 황갈색 반점이 은은하게 번졌고, 암컷은 황갈색과 적갈색에 작은 검은 점을 흩뿌린 듯 품고 있었다. 서로 다른 색을 지녔지만 묘하게 닮은 분위기였다.처음에는 서로의 시선이 부끄러운 듯 일정한 거리를 두고 머뭇거렸다. 그러나 잠시 뒤, 조심스레 몸을 기울이며 같은 방향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마치 바닷속에서 짧은 눈인사를 나눈 뒤 오래된 약속이라도 확인한 듯했다. 잔잔한 조류 사이를 나란히 가르며 움직이는 모습은 서로를 의지하는 동행처럼 느껴졌다. 제주 바다의 푸른빛 속에서 두 마리가 만들어낸 작은 장면은, 바다에도 다정함이라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어렝놀래기는 난류의 영향을 받는 남해와 제주 해역에 주로 서식하는 놀래깃과 어류다. 생활 공간은 용치놀래기와 비슷하며, 암반과 모래가...

    1680호2026.05.27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3) 필리핀 세부섬-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쏠종개
    (93) 필리핀 세부섬-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쏠종개

    지난 4월 초, 필리핀 세부섬 남단에 있는 어촌 모알보알(Moalboal)을 찾았다. 20년 넘게 매년 한두 차례씩 방문해서인지 익숙한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벌거벗은 채 뛰어다니던 식료품 가게 아이가 어느새 청년이 돼 있을 만큼 이곳의 시간 흐름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모알보알의 큰 매력은 야간 다이빙에서 만나는 다양한 해양 생물이다. 칠흑 같은 밤바다 속으로 들어가 산호초 지대를 살피면 수십에서 수백마리씩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어린 쏠종개(메기목)를 쉽게 만날 수 있다.몸은 길고 머리는 납작하며, 주둥이 주변에 4쌍의 수염이 있다. 이런 외형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바다메기’, 영어권에서는 ‘캣피시(catfish)’로 불린다.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에 각 하나씩 독 가시가 있다. 독성이 적은 어릴 때는 무리를 이뤄 다니지만, 성장하면서 스스로 방어 능력이 생기면 독립생활을 한다. 최대 30㎝까지 자라는 쏠종개 성체의 독은 매우 강해 실제로 쏘였을...

    1678호2026.05.13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2) 경북 영덕군-학의 부리를  닮은 ‘학꽁치’
    (92) 경북 영덕군-학의 부리를 닮은 ‘학꽁치’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학을 고결하고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단정하고 품위 있는 모습에 종종 ‘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바다에도 그런 이름을 가진 물고기가 있다. 바로 학꽁치(학공치)다.학꽁치는 몸길이 약 40㎝ 정도인데 등은 연한 갈색, 배는 은백색이다. 가슴지느러미부터 꼬리지느러미까지 이어지는 푸른빛 테두리의 은백색 띠가 특징이다. 특히 길게 뻗은 아래턱이 눈길을 끈다. 위턱보다 훨씬 길게 돌출된 이 형태는 학의 부리를 떠올리게 한다.외형뿐 아니라 식용 가치도 높다. 얇은 비늘을 벗겨 회로 먹는데, 지방이 적어 맛이 달고 담백하다. 말려서 만든 어포는 ‘사요리’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학꽁치의 일본식 명칭에서 비롯된 것이다.학꽁치는 ‘강공어’로도 불린다. ‘강공어’는 중국 주나라 강태공이 학꽁치의 아래턱에 있는 곧고 길쭉한 뼈로 낚시를 한데서 유래한다. 강태공이 곧은 낚싯바늘을 사용한 것을 두고 고기를 잡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줄 세상을 ...

    1676호2026.04.29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1) 제주 서귀포 해역-몸에 보름달을 새겨둔 ‘달고기’
    (91) 제주 서귀포 해역-몸에 보름달을 새겨둔 ‘달고기’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달고기가 올라 화제가 됐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달고기를 촬영하기 위해 4월 초, 제주도 서귀포 해역을 찾았다. 달고기는 바다 밑바닥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그물의 아랫부분이 해저에 닿도록 해서 어선으로 그물을 끌어 올리면 다른 고기들과 함께 잡혀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에 부수적으로 잡히는 어종이긴 하지만, 살이 희고 맛이 담백해 인기가 높다. 과거 넙치 양식이 정착되기 이전에는 넙치회로 둔갑해 팔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달고기 자체가 귀하게 거래된다.달고기는 이름만큼이나 생김새도 독특하다. 몸 한가운데에는 둥근 검은 반점이 있고, 그 둘레를 흰색 테가 감싸고 있어 마치 보름달을 연상시킨다. 또한 실처럼 길게 뻗은 등지느러미의 가시는 평소에는 가지런히 누워 있지만, 위협을 느끼거나 방향을 바꿀 때면 꼿꼿이 서며 우아하고 위엄 있는 자태를 드러낸다. 달고기의 학명 ‘Zeus faber...

    1674호2026.04.15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0) 부산 기장군-봄 바다를 깨우는 은빛 멸치의 향연
    (90) 부산 기장군-봄 바다를 깨우는 은빛 멸치의 향연

    2022년 3월 중순. 봄 마중을 위해 부산 기장군 연화리를 찾았을 때 멸치 떼와 멋진 만남이 이루어졌다.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멸치는 비교적 수온이 높은 수면 아래에서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수면을 뚫고 들어오는 봄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비늘은 황홀할 지경이었다. 뿐만 아니라 포말을 가르며 유영하는 날렵한 모습에서는 강인한 생명의 리듬이 느껴졌다.멸치는 청어목 멸칫과에 속하는 작은 물고기다. 최대 15㎝까지 자라며, 수명은 1년 반 정도다. 몸의 단면은 타원형에 가깝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작다. 양쪽 턱에는 미세한 이빨이 나 있다. 등 쪽은 짙은 청색을 띠고, 몸통 중앙에서 배 쪽으로 갈수록 은빛으로 변해 바닷속에서 특유의 빛을 발한다.동물플랑크톤을 주로 먹는 멸치는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낮은 위치에 있지만, 바다 어류 가운데 개체수가 가장 많다. 수많은 포식자의 먹이가 돼야 할 운명이다 보니 빠르게 성장하고 많은 알을 낳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한마리가 보통...

    1672호2026.04.0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