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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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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7) 필리핀 세부섬 오슬롭-고래상어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
    (87) 필리핀 세부섬 오슬롭-고래상어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

    현존하는 어류 가운데 가장 큰 종인 고래상어는 최대 길이가 20m에 달하는 대물이다. 워낙 희귀해 스쿠버다이버들에게는 고래상어와의 조우가 로망에 가까운 경험으로 여겨진다. 이런 고래상어를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필리핀 세부섬 동남쪽의 작은 어촌 오슬롭이다.2011년 12월 마을 앞바다를 찾은 고래상어들에게 주민들이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서 고래상어들이 이 해역에 머물게 됐다. 그 결과 오슬롭은 하루 수백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주민들은 크리스마스 무렵 나타난 고래상어를 산타가 안겨준 선물처럼 여기며, 고래상어 관광은 마을의 중요한 수입원(스노클링 30분 기준 1000페소)이 됐다. 하지만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에 대한 환경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택했다. 해양생물 전문가를 초빙해 고래상어를 연구하는 한편,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규제와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1666호2026.02.11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6) 부산 한국해양대 인근 연안-신비로운 ‘바다의 말’ 왕관해마
    (86) 부산 한국해양대 인근 연안-신비로운 ‘바다의 말’ 왕관해마

    병오년(丙午年)인 2026년은 붉은색과 불의 기운을 상징하는 ‘병(丙)’과 말을 뜻하는 ‘오(午)’가 만나는 해로, 흔히 ‘붉은 말의 해’라 불린다. 불의 에너지와 말의 역동성이 결합한 해인 만큼 과감한 변화와 강렬한 움직임의 기운을 품고 있다. 병오년을 상징할 만한 생물이 바다에도 있을까 생각하던 중 2009년 5월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인근 연안에서 발견했던 붉은 체색의 왕관해마가 떠올랐다. 당시 대학 스쿠버 동아리인 ‘Aqua-man’ 팀원으로부터 해마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약 열흘간 해역을 수색한 끝에 왕관해마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생태를 기록으로 남겨 학계에 공식 보고한 것도 그해 봄의 일이었다.해마는 실고기목 실고깃과에 속하는 어류로, 말과 닮은 독특한 머리 모양 때문에 한자 문화권에서는 ‘해마(海馬)’, 영어권에서는 ‘Sea Horse’라 불린다. 전 세계적 멸종위...

    1664호2026.01.28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5) 남극장보고과학기지-황제펭귄 가족의 ‘해맞이?’
    (85) 남극장보고과학기지-황제펭귄 가족의 ‘해맞이?’

    2016년 12월 남극장보고과학기지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일출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황제펭귄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이른 아침 헬기를 타고 서식지로 향했다. 남극의 여름은 백야 기간으로 해가 완전히 지거나 뜨지 않지만, 이른 시간에는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일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서식지에 도착해 수천 마리 펭귄 사이를 지나던 중 유독 눈길을 끄는 한 가족이 있었다. 태양을 등지고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강한 존재감이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로열패밀리’라는 말이 떠올랐다.황제펭귄은 지구상에 서식하는 18종의 펭귄 가운데 가장 큰 종이다. 키는 최대 122㎝, 몸무게는 22.7~45.4㎏에 이른다. 큰 체구와 힘을 지닌 데다 인간의 접근이 드문 남극 내륙 깊숙한 곳에 서식하는 탓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크지 않다. 가까이 다가가도 자리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따라오기까지 한다.그날 만났던 황제펭귄 가...

    1662호2026.01.14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4) 제주 서귀포 해역-독은 없지만 날카로운 가시복의 경고
    (84) 제주 서귀포 해역-독은 없지만 날카로운 가시복의 경고

    복어는 몸놀림이 민첩하지 못해 적을 따돌리기 쉽지 않다. 위협을 느끼면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열심히 파닥거려 보지만, 몸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지느러미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계에 부닥친 복어는 입으로 물을 마셔 위장 아랫부분에 있는 ‘확장낭’이라는 신축성 있는 주머니에 물을 채운 후 식도 근육을 수축해 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 몸을 서너 배까지 부풀린다. 분명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잡아먹으면 복어는 껍질과 내장, 생식소 등에 포함된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 성분으로 포식자에게 치명상을 입힌다.전 세계에 분포하는 120~130종의 복어 모두에 독이 있는 건 아니다. 독이 없는 복어 중 가장 특이하게 생긴 것이 가시복이다. 가시복은 포식자에게 쫓기면 여느 복어처럼 몸을 부풀리는데, 이때 평소 옆으로 누워 있던 가시를 곧추세운다. 포식자가 놀랄 수밖에 없다. 몸이 부풀어 커진 데다 가시까지 돋아 있으니 한입에 삼킬 수도, 물어뜯을 수도 없다.2020년 ...

    1660호2025.12.31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3) 필리핀 보홀-예쁘고 매력적인 파랑돔
    (83) 필리핀 보홀-예쁘고 매력적인 파랑돔

    2024년 필리핀 보홀 바다를 찾았을 때, 산호 가지 사이에 머무는 파랑돔을 만났다. 파랑돔은 햇빛이 수면을 통과해 내려오는 각도에 따라 몸빛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정면에서 빛을 받을 때는 푸른 네온처럼 번쩍이고, 측면에서는 파랑과 노랑이 섞여 부드럽게 퍼져간다. 농어목 자리돔과에 속하는 파랑돔은 몸길이 7~8㎝의 소형 어종이다. 옆으로 납작한 타원형 몸에 잘 발달한 지느러미를 이용해 산호 가지 사이를 민첩하게 드나들며, 주로 플랑크톤과 작은 무척추동물을 포식한다.원래 인도·서태평양의 열대·아열대 산호초 지대에 폭넓게 분포하는데,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상하면서 제주도는 물론 울릉도·독도 연안까지 찾아온다. 여름철 남해와 동해에서 다이버들이 “동남아 같은 바다색”을 느끼는 순간, 해류를 타고 온 파랑돔 무리가 있을 때가 많다.파랑돔의 산란 습성은 자리돔과 비슷하다. 수컷이 산호나 암반 표면을 입과 지느러미로 깨끗이 청소해 산란장을 마련하면, 암컷이 그 위에 ...

    1658호2025.12.17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2) 제주 성산포-부지런한 ‘노랑촉수’
    (82) 제주 성산포-부지런한 ‘노랑촉수’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담정 김려 선생의 <우해이어보>에 염고라는 어류가 등장한다. 김려 선생은 생긴 모습이 쏘가리와 비슷하지만, 입 옆에 긴 수염이 있는데 이 수염이 밑으로 처진 것이 마치 염소수염 같다고 묘사했다. 몇몇 학자는 이 어류를 두고 의견을 달리하지만, 필자는 김려 선생이 이야기한 ‘염고’는 제주도뿐 아니라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촉숫과의 노랑촉수가 분명하다고 믿고 있다.2022년 여름 제주도 성산포 해역을 찾았을 때, 얕은 수심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노랑촉수를 제대로 관찰했다. 쉴 새 없이 촉수를 움직이며 바닥 면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지런한 물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랑촉수는 몸이 긴 원통형으로 등은 붉은색이며 배는 흰색이다. 성체의 크기는 20㎝ 정도인데 턱 아래에 한 쌍의 노란색 긴 촉수가 있다. 노랑촉수는 촉수에 있는 감각세포로 펄 아래 사는 게나 새우류 등의 저서동물을 먹는다.담정 선생이 쏘가리와 비슷하다고 한 것은...

    1656호2025.12.03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81) 경북 독도 기점 바위-‘똥여’ 아래 숨겨진 비경
    (81) 경북 독도 기점 바위-‘똥여’ 아래 숨겨진 비경

    2018년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연구원들과 함께 한반도와 독도 간 최단 거리(216.8㎞)와 울릉도에서 독도 간 최단 거리(87.4㎞) 기준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공동탐사에 나섰다. 당시 탐사의 목적은 공식 명칭이 지정돼 있지 않은 기점에 대한 명칭을 제안하는 한편 향후 해양과학을 통한 독도 지킴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였다.울릉도와 독도 간 최단 거리 기점 바위는 울릉도 쪽에서는 도동 행남등대 오른편 해상 무인도서인 살구바위(북위 37-29-06.012·동경 130-55-16.243), 독도 쪽에서는 동도 북서쪽 무인도서인 똥여(북위 37-14-36.832·동경 131-51-40.991)다. 살구바위란 이름은 인근 마을 이름이 살구나무가 있다 해서 ‘행남’이라 부른 데서 기인한다. 똥여는 바닷새가 똥을 싸놓은 듯 보인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살구바위와 똥여 수중생태계, 특히 똥여 아래...

    1654호2025.11.19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0) 경북 울릉군-빛내림 속 오롯이 드러난 독도
    (80) 경북 울릉군-빛내림 속 오롯이 드러난 독도

    지난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수중 생태계 조사를 위해 울릉도를 거쳐 독도를 찾았다. 울릉도와 독도 수중 및 육상생태계는 필자가 오랫동안 기록해온 대상이자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독도의 날은 1900년 10월 25일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로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00년에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제정했다.독도는 울릉도의 부속도서라는 엄연한 사실에 일본 외교관이었던 가와카미 겐조는 “육안으로는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부속도서냐”고 반박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울릉도 주민들은 섬의 동쪽 끝에 서면 독도가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청명한 날 해오름 무렵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시나브로 사라져버리기에 독도를 보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주민들은 기후조건이 맞을 때 높은 언덕에 올라야 연중 열흘 정도만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도 한다.필자도 울릉도를 찾을 때면 매번 여명 속 바닷가...

    1652호2025.11.05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9) 부산 북형제섬 인근-온순하고 느긋한 박쥐물고기
    (79) 부산 북형제섬 인근-온순하고 느긋한 박쥐물고기

    박쥐물고기(Batfish)는 독특한 외모와 성격으로 인해 다이버들과 해양생물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받는 어종이다. 분류학상 농어목 제비활칫과(Ephippidae)인 박쥐물고기는 일반적인 어류와는 다른 독특한 체형을 하고 있다. 짧은 몸길이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높은 체고가 가장 큰 특징이다. 옆에서 보면 삽(Spade)처럼 납작하고 넓게 퍼진 형태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어권에서는 “Batfish(박쥐물고기)” 또는 “Spadefish(삽물고기)”라고도 불린다.박쥐물고기는 성격이 매우 온순하고 느긋하며, 움직임도 빠르지 않아 다이버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특별히 경계하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수중 사진가들에게는 좋은 피사체가 되며, 교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유어기와 성어기의 외형이 매우 달라 초보 해양생물 관찰자라면 서로 다른 종으로 착각할 수 있다. 유어기에는 지느러미 끝이 뾰족하고 몸 전체가 납작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몸통이 넓어지고 형태가 둥글...

    1650호2025.10.22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78) 필리핀 세부섬-만다린 피시의 ‘은밀한 사생활’
    (78) 필리핀 세부섬-만다린 피시의 ‘은밀한 사생활’

    5~6㎝에 불과한 만다린 피시는 만나기 쉽지 않다. 시간 대부분을 산호 가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석양이 바다를 물들이면 10~20분 동안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넓은 바닷속 어디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지 찾기 힘든 데다,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 또한 짧다 보니 만나기 귀한 존재다.만다린 피시 관찰의 백미는 짝짓기 장면이다. 석양 무렵 짧은 시간 짝짓기에 나서 사람들은 만다린 피시가 석양이 뿜어내는 붉은색을 좋아한다고 믿으며, 붉은색을 만다린 피시의 혼인색이라 부르기도 한다.2005년 필리핀 세부섬을 찾았을 때다. 만다린 피시를 봤다는 현지 다이버의 안내를 받아 산호 가지 사이에서 숨을 죽인 채 기다리니,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수컷이 보였다. 신중하게 렌즈 초점을 맞추는데 암컷 한 마리가 수컷에게 다가와 배를 맞댄다. 동시에 알과 정자를 방출해 수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배를 맞댄 두 마리는 공중부양을 하듯 20㎝ 남짓 떠올랐다. 2~3...

    1648호2025.10.0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