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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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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2) 제주 성산포-부지런한 ‘노랑촉수’
    (82) 제주 성산포-부지런한 ‘노랑촉수’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담정 김려 선생의 <우해이어보>에 염고라는 어류가 등장한다. 김려 선생은 생긴 모습이 쏘가리와 비슷하지만, 입 옆에 긴 수염이 있는데 이 수염이 밑으로 처진 것이 마치 염소수염 같다고 묘사했다. 몇몇 학자는 이 어류를 두고 의견을 달리하지만, 필자는 김려 선생이 이야기한 ‘염고’는 제주도뿐 아니라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촉숫과의 노랑촉수가 분명하다고 믿고 있다.2022년 여름 제주도 성산포 해역을 찾았을 때, 얕은 수심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노랑촉수를 제대로 관찰했다. 쉴 새 없이 촉수를 움직이며 바닥 면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지런한 물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랑촉수는 몸이 긴 원통형으로 등은 붉은색이며 배는 흰색이다. 성체의 크기는 20㎝ 정도인데 턱 아래에 한 쌍의 노란색 긴 촉수가 있다. 노랑촉수는 촉수에 있는 감각세포로 펄 아래 사는 게나 새우류 등의 저서동물을 먹는다.담정 선생이 쏘가리와 비슷하다고 한 것은...

    1656호2025.12.03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81) 경북 독도 기점 바위-‘똥여’ 아래 숨겨진 비경
    (81) 경북 독도 기점 바위-‘똥여’ 아래 숨겨진 비경

    2018년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연구원들과 함께 한반도와 독도 간 최단 거리(216.8㎞)와 울릉도에서 독도 간 최단 거리(87.4㎞) 기준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공동탐사에 나섰다. 당시 탐사의 목적은 공식 명칭이 지정돼 있지 않은 기점에 대한 명칭을 제안하는 한편 향후 해양과학을 통한 독도 지킴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였다.울릉도와 독도 간 최단 거리 기점 바위는 울릉도 쪽에서는 도동 행남등대 오른편 해상 무인도서인 살구바위(북위 37-29-06.012·동경 130-55-16.243), 독도 쪽에서는 동도 북서쪽 무인도서인 똥여(북위 37-14-36.832·동경 131-51-40.991)다. 살구바위란 이름은 인근 마을 이름이 살구나무가 있다 해서 ‘행남’이라 부른 데서 기인한다. 똥여는 바닷새가 똥을 싸놓은 듯 보인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살구바위와 똥여 수중생태계, 특히 똥여 아래...

    1654호2025.11.19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0) 경북 울릉군-빛내림 속 오롯이 드러난 독도
    (80) 경북 울릉군-빛내림 속 오롯이 드러난 독도

    지난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수중 생태계 조사를 위해 울릉도를 거쳐 독도를 찾았다. 울릉도와 독도 수중 및 육상생태계는 필자가 오랫동안 기록해온 대상이자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독도의 날은 1900년 10월 25일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로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00년에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제정했다.독도는 울릉도의 부속도서라는 엄연한 사실에 일본 외교관이었던 가와카미 겐조는 “육안으로는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부속도서냐”고 반박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울릉도 주민들은 섬의 동쪽 끝에 서면 독도가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청명한 날 해오름 무렵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시나브로 사라져버리기에 독도를 보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주민들은 기후조건이 맞을 때 높은 언덕에 올라야 연중 열흘 정도만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도 한다.필자도 울릉도를 찾을 때면 매번 여명 속 바닷가...

    1652호2025.11.05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9) 부산 북형제섬 인근-온순하고 느긋한 박쥐물고기
    (79) 부산 북형제섬 인근-온순하고 느긋한 박쥐물고기

    박쥐물고기(Batfish)는 독특한 외모와 성격으로 인해 다이버들과 해양생물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받는 어종이다. 분류학상 농어목 제비활칫과(Ephippidae)인 박쥐물고기는 일반적인 어류와는 다른 독특한 체형을 하고 있다. 짧은 몸길이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높은 체고가 가장 큰 특징이다. 옆에서 보면 삽(Spade)처럼 납작하고 넓게 퍼진 형태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어권에서는 “Batfish(박쥐물고기)” 또는 “Spadefish(삽물고기)”라고도 불린다.박쥐물고기는 성격이 매우 온순하고 느긋하며, 움직임도 빠르지 않아 다이버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특별히 경계하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수중 사진가들에게는 좋은 피사체가 되며, 교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유어기와 성어기의 외형이 매우 달라 초보 해양생물 관찰자라면 서로 다른 종으로 착각할 수 있다. 유어기에는 지느러미 끝이 뾰족하고 몸 전체가 납작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몸통이 넓어지고 형태가 둥글...

    1650호2025.10.22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78) 필리핀 세부섬-만다린 피시의 ‘은밀한 사생활’
    (78) 필리핀 세부섬-만다린 피시의 ‘은밀한 사생활’

    5~6㎝에 불과한 만다린 피시는 만나기 쉽지 않다. 시간 대부분을 산호 가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석양이 바다를 물들이면 10~20분 동안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넓은 바닷속 어디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지 찾기 힘든 데다,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 또한 짧다 보니 만나기 귀한 존재다.만다린 피시 관찰의 백미는 짝짓기 장면이다. 석양 무렵 짧은 시간 짝짓기에 나서 사람들은 만다린 피시가 석양이 뿜어내는 붉은색을 좋아한다고 믿으며, 붉은색을 만다린 피시의 혼인색이라 부르기도 한다.2005년 필리핀 세부섬을 찾았을 때다. 만다린 피시를 봤다는 현지 다이버의 안내를 받아 산호 가지 사이에서 숨을 죽인 채 기다리니,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수컷이 보였다. 신중하게 렌즈 초점을 맞추는데 암컷 한 마리가 수컷에게 다가와 배를 맞댄다. 동시에 알과 정자를 방출해 수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배를 맞댄 두 마리는 공중부양을 하듯 20㎝ 남짓 떠올랐다. 2~3...

    1648호2025.10.01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7) 남태평양 팔라우-블루코너 상어의 먹이 사냥
    (77) 남태평양 팔라우-블루코너 상어의 먹이 사냥

    적도 인근 팔라우 해역은 300여개의 아름다운 섬과 푸른 바다로 펼쳐진,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2018년 팔라우의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인 ‘블루코너’를 찾았다.수심 20m 지점, 수중 언덕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몸에 부착한 등산용 카라비너에 연결된 갈고리를 암초 틈에 고정하고, 까마득한 해저에서 치솟아 오르는 거센 상승 조류를 버티고 있으니, 심해로부터 유유히 올라오는 상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평화롭게 헤엄치던 수만 마리의 물고기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퍼져나갔다. 물고기 떼 사이로 잠입해 들어간 상어는 먹잇감을 고르는 듯, 한참을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턱을 아래로 당기며 몸을 잔뜩 수축시켰다. 상어가 턱을 당긴다는 것은 앞으로 튕겨 나가기 직전의 예비 동작이다. 이를 눈치 챈 물고기 떼가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동시에 지느러미를 퍼덕이며 내는 ‘윙~’ 하는 진동음은 ...

    1646호2025.09.17 06:08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6)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섬-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
    (76)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섬-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

    지난 8월 9일부터 11일까지 북위 78도에 위치한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스피츠베르겐섬 롱위에아르뷔엔을 다녀왔다. 롱위에아르뷔엔은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 중 가장 북쪽에 있으며, 역대 최저기온은 영하 46도에 달한다. 여름에는 하루평균 기온이 4~5도로, 폭염에 시달리는 한국보다 쾌적한 편이다.필자는 지금까지 롱위에아르뷔엔을 중심으로 한 북극권을 네 차례 방문했다. 다양한 동식물과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했지만, 그중 가장 깊은 인사이트를 준 동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였다.이들은 매년 4~8월 북극권에서 번식한 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기 전 여름이 시작되는 지구 반대편 남극으로 이동한다. 이듬해 4월 남극에 겨울이 오기 전 다시 북극으로 돌아온다.살기에 적합한 기온을 찾아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이들의 연간 이동 거리는 7만900㎞에 달한다. 신천옹, 흑꼬리도요, 검은슴새 등도 먼 거리를 여행하지만 북극제비...

    1644호2025.09.03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5) 남태평양 팔라우-상어에 붙어 호가호위, 빨판상어
    (75) 남태평양 팔라우-상어에 붙어 호가호위, 빨판상어

    호랑이에게 잡힌 여우가 임기응변을 발휘한다. “나는 천제의 명을 받은 귀한 몸이다. 네가 나를 해치게 되면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니 큰 벌을 받을 짓이다. 천제의 명을 다른 동물들은 다 알고 있는데 너는 어찌 모른단 말이냐. 만약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 뒤를 따라와 봐라.”호랑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우를 앞세우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만나는 짐승마다 꼬리를 내리고 달아나기 바쁜 게 아닌가.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를 따라가던 자신 때문이지만, 호랑이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는 중국 고사에 등장하는 호가호위(狐假虎威)에 관한 이야기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권위를 빌려 위세를 부리는 행위를 말한다.바닷속에는 상어나 바다거북 등 대형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다. 2020년 남태평양 팔라우 해역에서 만난 빨판상어도 그중 하나다. 상어의 배와 꼬리지느러미 앞쪽에 붙은 채 상어에게 몸...

    1642호2025.08.20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4) 제주 서귀포-수줍은 천사, 청줄돔
    (74) 제주 서귀포-수줍은 천사, 청줄돔

    2023년 여름, 제주 서귀포시 문섬 해역. 해조류가 군락을 이룬 바다숲 사이로 파란 형광 줄무늬를 몸에 두른 청줄돔이 고개를 내밀더니, 인사를 건네듯 눈을 맞추었다.청줄돔은 흔히 ‘에인절피시(Angel Fish)’라고 불린다. 7~10줄의 반짝이는 파란 줄무늬와 노란 몸빛이 어우러져 천사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서다. 필리핀 등 열대 해역이 고향인 청줄돔이 제주 바다를 비롯한 연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우리 연안이 아열대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해역이 필리핀에서 출발하는 구로시오 난류의 영향권에 속하므로 청줄돔의 출현이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난류에 떠밀려온 이들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방문자이자 반가운 손님일 뿐이다. 이중 소수가 우리 바다에 적응해가는데 아열대화를 논할 정도로 충분한 개체 수는 아니다. 청줄돔은 다소 수줍음이 많지만,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아 수조 안에서는 쉽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보통 수...

    1640호2025.08.06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3) 필리핀 세부섬-정어리 떼 군무에 벅찬 감동
    (73) 필리핀 세부섬-정어리 떼 군무에 벅찬 감동

    30여년간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하면서 벅찬 감동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고래, 고래상어, 쥐가오리, 남극 물범·물개 등 큰 바다 동물을 만났을 때도 그러하지만 멸치, 정어리, 전갱이, 고등어 등 작은 물고기가 무리를 이룬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 감동한다. 이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방향을 바꾸고,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서 흐름을 만든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율동적인 움직임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바닷속으로 스며든 햇살에 은빛으로 반사되는 비늘의 일렁임은 감동의 물결을 불러온다.작은 물고기들의 유영 중 으뜸은 2015년 필리핀 세부섬에서 만났던 정어리의 군무였다. 3일 동안 정어리만 지켜봤을 정도로 정어리 군무에 흠뻑 빠져들어 사진 수천 컷을 기록으로 남겼다. 작은 생명의 조화 속에 나 자신이 너무 둔감한 존재처럼 느껴졌다.사람들은 짧은 경험과 현학적인 지식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에 이유를 붙이지만, 이토록 정교하게 얽힌 생명의 질서 ...

    1638호2025.07.23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