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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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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2) 경북 영덕군-학의 부리를  닮은 ‘학꽁치’
    (92) 경북 영덕군-학의 부리를 닮은 ‘학꽁치’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학을 고결하고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단정하고 품위 있는 모습에 종종 ‘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바다에도 그런 이름을 가진 물고기가 있다. 바로 학꽁치(학공치)다.학꽁치는 몸길이 약 40㎝ 정도인데 등은 연한 갈색, 배는 은백색이다. 가슴지느러미부터 꼬리지느러미까지 이어지는 푸른빛 테두리의 은백색 띠가 특징이다. 특히 길게 뻗은 아래턱이 눈길을 끈다. 위턱보다 훨씬 길게 돌출된 이 형태는 학의 부리를 떠올리게 한다.외형뿐 아니라 식용 가치도 높다. 얇은 비늘을 벗겨 회로 먹는데, 지방이 적어 맛이 달고 담백하다. 말려서 만든 어포는 ‘사요리’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학꽁치의 일본식 명칭에서 비롯된 것이다.학꽁치는 ‘강공어’로도 불린다. ‘강공어’는 중국 주나라 강태공이 학꽁치의 아래턱에 있는 곧고 길쭉한 뼈로 낚시를 한데서 유래한다. 강태공이 곧은 낚싯바늘을 사용한 것을 두고 고기를 잡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줄 세상을 ...

    1676호2026.04.29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1) 제주 서귀포 해역-몸에 보름달을 새겨둔 ‘달고기’
    (91) 제주 서귀포 해역-몸에 보름달을 새겨둔 ‘달고기’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달고기가 올라 화제가 됐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달고기를 촬영하기 위해 4월 초, 제주도 서귀포 해역을 찾았다. 달고기는 바다 밑바닥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그물의 아랫부분이 해저에 닿도록 해서 어선으로 그물을 끌어 올리면 다른 고기들과 함께 잡혀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에 부수적으로 잡히는 어종이긴 하지만, 살이 희고 맛이 담백해 인기가 높다. 과거 넙치 양식이 정착되기 이전에는 넙치회로 둔갑해 팔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달고기 자체가 귀하게 거래된다.달고기는 이름만큼이나 생김새도 독특하다. 몸 한가운데에는 둥근 검은 반점이 있고, 그 둘레를 흰색 테가 감싸고 있어 마치 보름달을 연상시킨다. 또한 실처럼 길게 뻗은 등지느러미의 가시는 평소에는 가지런히 누워 있지만, 위협을 느끼거나 방향을 바꿀 때면 꼿꼿이 서며 우아하고 위엄 있는 자태를 드러낸다. 달고기의 학명 ‘Zeus faber...

    1674호2026.04.15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0) 부산 기장군-봄 바다를 깨우는 은빛 멸치의 향연
    (90) 부산 기장군-봄 바다를 깨우는 은빛 멸치의 향연

    2022년 3월 중순. 봄 마중을 위해 부산 기장군 연화리를 찾았을 때 멸치 떼와 멋진 만남이 이루어졌다.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멸치는 비교적 수온이 높은 수면 아래에서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수면을 뚫고 들어오는 봄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비늘은 황홀할 지경이었다. 뿐만 아니라 포말을 가르며 유영하는 날렵한 모습에서는 강인한 생명의 리듬이 느껴졌다.멸치는 청어목 멸칫과에 속하는 작은 물고기다. 최대 15㎝까지 자라며, 수명은 1년 반 정도다. 몸의 단면은 타원형에 가깝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작다. 양쪽 턱에는 미세한 이빨이 나 있다. 등 쪽은 짙은 청색을 띠고, 몸통 중앙에서 배 쪽으로 갈수록 은빛으로 변해 바닷속에서 특유의 빛을 발한다.동물플랑크톤을 주로 먹는 멸치는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낮은 위치에 있지만, 바다 어류 가운데 개체수가 가장 많다. 수많은 포식자의 먹이가 돼야 할 운명이다 보니 빠르게 성장하고 많은 알을 낳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한마리가 보통...

    1672호2026.04.01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9) 인도네시아 부나켄-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은빛 날개’의 비상
    (89) 인도네시아 부나켄-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은빛 날개’의 비상

    2017년 여름 인도네시아 부나켄 해양국립공원에서 항해하던 중에 날치 떼를 만났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위를 수놓은 은빛 날개의 비상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크기가 30㎝ 정도인 날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순간 속도는 시속 50~60㎞, 한 번 날아오르면 400m까지도 이동한다. 이들이 날아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되곤 하지만, 수면 근처에 머물다가 천적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그런데 날치는 외부의 자극 때문에 날아오르기도 한다. 밤바다를 항해할 때면 불빛에 자극을 받은 날치들이 수면을 박차고 튀어 오르는 모습이 왕왕 관찰된다. 날치의 이러한 습성을 이용해 어부들은 밤에 그물을 쳐놓고 횃불을 밝혀서 날치를 잡아들이기도 한다. 그런데 날치가 난다 해서 새처럼 날개를 퍼덕이는 것은 아니다.빠르게 헤엄치다 상체를 수면 위로 들고 꼬리지느러미로 수면을 강하게 쳐 몸을 공중으로 띄운 뒤, 가슴지느러미를 활짝 ...

    1670호2026.03.18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8) 필리핀 아포섬-코가 길어 유능한 사냥꾼, 롱노즈 호크피시
    (88) 필리핀 아포섬-코가 길어 유능한 사냥꾼, 롱노즈 호크피시

    산호초는 다양한 해양 생물이 공존하는 터전이자, 바다 생태계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햇빛이 스며드는 얕은 바다에서 다채로운 산호와 물고기가 어우러진 풍경을 마주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다. 이곳의 생명체는 색과 형태,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해왔다. 2010년 봄, 필리핀 두마게티시티 아포섬 해양보호구역에서 만난 ‘롱노즈 호크피시(Longnose Hawkfish)’ 역시 그러한 진화의 결과를 잘 보여주는 어종이다.롱노즈 호크피시는 이름 그대로 ‘긴 코’를 지닌 매 같은 물고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몸의 형태는 촘촘히 자라난 산호 가지 사이를 오가며 작은 물고기와 새우를 사냥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매가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숨긴 채 먹잇감을 노리듯, 산호 가지와 어우러진 ‘롱노즈 호크피시’는 재빠르게 돌진해 작은 물고기나 새우를 낚아챈다.이들의 매력은 주둥이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몸 전체에 새겨진 선명한 적색 격자무늬 또한 강렬하다. 흰...

    1668호2026.03.04 06:17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7) 필리핀 세부섬 오슬롭-고래상어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
    (87) 필리핀 세부섬 오슬롭-고래상어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

    현존하는 어류 가운데 가장 큰 종인 고래상어는 최대 길이가 20m에 달하는 대물이다. 워낙 희귀해 스쿠버다이버들에게는 고래상어와의 조우가 로망에 가까운 경험으로 여겨진다. 이런 고래상어를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필리핀 세부섬 동남쪽의 작은 어촌 오슬롭이다.2011년 12월 마을 앞바다를 찾은 고래상어들에게 주민들이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서 고래상어들이 이 해역에 머물게 됐다. 그 결과 오슬롭은 하루 수백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주민들은 크리스마스 무렵 나타난 고래상어를 산타가 안겨준 선물처럼 여기며, 고래상어 관광은 마을의 중요한 수입원(스노클링 30분 기준 1000페소)이 됐다. 하지만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에 대한 환경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택했다. 해양생물 전문가를 초빙해 고래상어를 연구하는 한편,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규제와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1666호2026.02.11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6) 부산 한국해양대 인근 연안-신비로운 ‘바다의 말’ 왕관해마
    (86) 부산 한국해양대 인근 연안-신비로운 ‘바다의 말’ 왕관해마

    병오년(丙午年)인 2026년은 붉은색과 불의 기운을 상징하는 ‘병(丙)’과 말을 뜻하는 ‘오(午)’가 만나는 해로, 흔히 ‘붉은 말의 해’라 불린다. 불의 에너지와 말의 역동성이 결합한 해인 만큼 과감한 변화와 강렬한 움직임의 기운을 품고 있다. 병오년을 상징할 만한 생물이 바다에도 있을까 생각하던 중 2009년 5월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인근 연안에서 발견했던 붉은 체색의 왕관해마가 떠올랐다. 당시 대학 스쿠버 동아리인 ‘Aqua-man’ 팀원으로부터 해마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약 열흘간 해역을 수색한 끝에 왕관해마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생태를 기록으로 남겨 학계에 공식 보고한 것도 그해 봄의 일이었다.해마는 실고기목 실고깃과에 속하는 어류로, 말과 닮은 독특한 머리 모양 때문에 한자 문화권에서는 ‘해마(海馬)’, 영어권에서는 ‘Sea Horse’라 불린다. 전 세계적 멸종위...

    1664호2026.01.28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5) 남극장보고과학기지-황제펭귄 가족의 ‘해맞이?’
    (85) 남극장보고과학기지-황제펭귄 가족의 ‘해맞이?’

    2016년 12월 남극장보고과학기지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일출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황제펭귄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이른 아침 헬기를 타고 서식지로 향했다. 남극의 여름은 백야 기간으로 해가 완전히 지거나 뜨지 않지만, 이른 시간에는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일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서식지에 도착해 수천 마리 펭귄 사이를 지나던 중 유독 눈길을 끄는 한 가족이 있었다. 태양을 등지고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강한 존재감이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로열패밀리’라는 말이 떠올랐다.황제펭귄은 지구상에 서식하는 18종의 펭귄 가운데 가장 큰 종이다. 키는 최대 122㎝, 몸무게는 22.7~45.4㎏에 이른다. 큰 체구와 힘을 지닌 데다 인간의 접근이 드문 남극 내륙 깊숙한 곳에 서식하는 탓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크지 않다. 가까이 다가가도 자리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따라오기까지 한다.그날 만났던 황제펭귄 가...

    1662호2026.01.14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4) 제주 서귀포 해역-독은 없지만 날카로운 가시복의 경고
    (84) 제주 서귀포 해역-독은 없지만 날카로운 가시복의 경고

    복어는 몸놀림이 민첩하지 못해 적을 따돌리기 쉽지 않다. 위협을 느끼면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열심히 파닥거려 보지만, 몸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지느러미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계에 부닥친 복어는 입으로 물을 마셔 위장 아랫부분에 있는 ‘확장낭’이라는 신축성 있는 주머니에 물을 채운 후 식도 근육을 수축해 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 몸을 서너 배까지 부풀린다. 분명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잡아먹으면 복어는 껍질과 내장, 생식소 등에 포함된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 성분으로 포식자에게 치명상을 입힌다.전 세계에 분포하는 120~130종의 복어 모두에 독이 있는 건 아니다. 독이 없는 복어 중 가장 특이하게 생긴 것이 가시복이다. 가시복은 포식자에게 쫓기면 여느 복어처럼 몸을 부풀리는데, 이때 평소 옆으로 누워 있던 가시를 곧추세운다. 포식자가 놀랄 수밖에 없다. 몸이 부풀어 커진 데다 가시까지 돋아 있으니 한입에 삼킬 수도, 물어뜯을 수도 없다.2020년 ...

    1660호2025.12.31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3) 필리핀 보홀-예쁘고 매력적인 파랑돔
    (83) 필리핀 보홀-예쁘고 매력적인 파랑돔

    2024년 필리핀 보홀 바다를 찾았을 때, 산호 가지 사이에 머무는 파랑돔을 만났다. 파랑돔은 햇빛이 수면을 통과해 내려오는 각도에 따라 몸빛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정면에서 빛을 받을 때는 푸른 네온처럼 번쩍이고, 측면에서는 파랑과 노랑이 섞여 부드럽게 퍼져간다. 농어목 자리돔과에 속하는 파랑돔은 몸길이 7~8㎝의 소형 어종이다. 옆으로 납작한 타원형 몸에 잘 발달한 지느러미를 이용해 산호 가지 사이를 민첩하게 드나들며, 주로 플랑크톤과 작은 무척추동물을 포식한다.원래 인도·서태평양의 열대·아열대 산호초 지대에 폭넓게 분포하는데,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상하면서 제주도는 물론 울릉도·독도 연안까지 찾아온다. 여름철 남해와 동해에서 다이버들이 “동남아 같은 바다색”을 느끼는 순간, 해류를 타고 온 파랑돔 무리가 있을 때가 많다.파랑돔의 산란 습성은 자리돔과 비슷하다. 수컷이 산호나 암반 표면을 입과 지느러미로 깨끗이 청소해 산란장을 마련하면, 암컷이 그 위에 ...

    1658호2025.12.1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