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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시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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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수의 시톡](7)경남 사천 문학잡지 ‘마루문학’
    (7)경남 사천 문학잡지 ‘마루문학’

    오늘은 삼천포로 빠져볼까 합니다. 왜 하필 삼천포냐고요. 사실은 삼천포, 아니 경남 사천에서 ‘마루문학’이라는 잡지 한권이 왔습니다. 봉투가 거의 뜯어졌는데도 무사히 배달된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내용물이 삼천포로 빠질 뻔했는데도 제대로 찾아왔지요. 삼천포는 1995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당시 사천군과 통합돼 사천시가 됐지요. 삼천포로 빠진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지명을 바꾸는 데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마루문학’의 마루는 머리와 그 뿌리를 같이하는 우리말이라 합니다. ‘높다, 시작하다, 처음이다, 거룩하다’는 뜻과 삼천포의 옛이름인 말문리(末文里), 즉 ‘마르골’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거대 문학단체에서 발간하는 문학잡지 운영도 어려운데, 남해안 바닷가에서 만드는 잡지는 어떨까요. 사천에서 온 잡지는 어떤 색깔을 보여줄까요.지역 문학 통해 전...

    1467호2022.02.25 15:00

  • [김정수의 시톡](6)김명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6)김명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한번 오라 하는데도 가지 못한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은 환한 낮이 아닌 어둑어둑 땅거미가 질 무렵 홀로 터덜터덜 찾아가야 합니다. 시인은 미리 통기라도 받은 듯, 처마 끝에 불을 밝힌 채 마루에 앉아 있겠지요. 낯선 이가 나타나도 짖을 줄 모르는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시인의 어머니는 급히 술상을 봐 불청객을 맞이하겠지요. 그런 곳은 겉으로 드러내지 말고 마음 깊이 간직해야 마땅하지만, 새해 들어 시집을 한권 받고 보니 문득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시인은 무엇으로 먹고사는가경북 울진에 사는 김명기 시인(1969~ )이 세 번째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를 냈습니다. 시인은 시를 쓰고, 시집을 묶는 동안 “중장비 기사에서 유기동물 구조사로 밥벌이가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시만 써서 먹고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지요. 그동안 시인은 여러 직업을 전전했는...

    1462호2022.01.14 15:04

  • [김정수의 시톡](5)시집 시리즈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
    (5)시집 시리즈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

    책의 인식표는 ISBN입니다. 국제표준도서번호가 책 뒤표지와 판권에 새겨져 있지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각종 도서에 부여하는 고유한 식별기호로 국명, 출판사, 도서코드 등 13개의 숫자로 표시됩니다. 하지만 이런 서지 정보는 책을 고르는 데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면 독자들은 어떤 정보로 책, 특히 시집을 고를까요.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합니다. 첫 번째는 이름입니다. 시인의 이름을 보고 구입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출판사입니다. 시집을 낸 출판사가 믿을 만한가입니다. 꾸준히 좋은 시집을 내는 출판사의 시집을 고르면 실패할 확률이 낮아집니다.오래 시집 시리즈를 내고 있는 출판사들이 땅에는 좋은 시집을 발간하는 출판사가 참 많습니다. 창비,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문학동네, 현대문학사, 현대시학사, 실천문학사, 천년의시작, 여우난골, 걷는사람, 파란, 북인, 문학의전당, 시산맥, 포지션…. 구체적으로 들어가볼까요. 먼저 ‘창비시선&...

    1457호2021.12.10 14:34

  • [김정수의 시톡](4)이 가을에 창간한 문학잡지 ‘청색종이’와 ‘한국시인’
    (4)이 가을에 창간한 문학잡지 ‘청색종이’와 ‘한국시인’

    한자 잡(雜)은 참 복잡한 글자입니다. ‘섞이다, 만나다, 모으다, 함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한그루의 나무에 여러마리의 새가 뒤섞여 앉아 있는 모습을 본뜬 글자라 합니다. 잡종, 잡식, 잡학, 잡념, 잡담, 잡음, 잡초 등 잡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순수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잡스럽고 천한 것 취급을 당했습니다. 민초(民草)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문학에선 시나 소설 이외에는 잡문 취급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순수한 그것’을 잡지(雜誌)에 담았으니 참 아이러니하지요. 순수문학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둘레에 방어막을 치고는 잡의 개입을 경계했습니다. 순수에서도 수준을 나눠 끼리끼리 어울렸지요. 조선시대로 보면, 스스로 양반 행세를 하며 차별한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킨 것은 잡이 아닐까요. 순수혈통을 고집하다 도태되고, 쇄국으로 나라가 망한 것은 역사가 증명하지요. 이번 가을에 창간한 문...

    1452호2021.11.05 14:49

  • [김정수의 시톡](3)채상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3)채상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필>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어둠이 물러가면 아침이 오고 해가 지면 밤이 찾아오는 것, 비(눈)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 먹고 싸는 것 등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겠지요. 채상우 시인(1973~ )의 세 번째 시집 <필>(파란)은 제목 그대로 필(必)을 말합니다. 반드시 필(必)은 ‘꼭’, ‘기필코’와 같이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하필(何必)과 같이 하는 일이 못마땅해 돌이켜 묻거나 꼭 그래야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캐물을 때 쓰입니다.무심결에 시집 <필>을 펼치면 느닷없이 칼이 날아와 심장에 꽂히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시인의 말’에 의하면 필(必)이라는 한자는 “평생 심장에 꽂힌 칼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심방과 심방 사이를 예리한 칼에 찔리면 의식과 통증 사이에 차이가 존...

    1448호2021.10.08 14:52

  • [김정수의 시톡](2)김용만 시인의 첫 시집
    (2)김용만 시인의 첫 시집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삶은 ‘첫’입니다. ‘첫’은 설렘과 호기심, 흥분의 감정이 들어 있습니다. ‘첫’이 지나면 그 자리에 권태와 무료, 무관심이 차지합니다. 어제처럼 반복되는 지루한 삶이지요. 하지만 매순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진폭이 크지 않아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날들은 늘 ‘첫’입니다. 첫사랑, 첫걸음, 첫 출근, 첫눈 그리고 첫 시집. 1987년 ‘실천문학’ 등단 이후 34년 만에 첫 시집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삶창)를 낸 김용만 시인(1956~ )의 이름 앞에는 ‘노동자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문학의 ‘첫’을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시작하고, 일과시 동인으로 오래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온통 녹색인 시집을 펼치면 “임실에서 태어나 완주에서 산다” 딱 한줄의 약...

    1443호2021.08.30 11:04

  • [김정수의 시톡](1)김길녀 시인의 유고시집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1)김길녀 시인의 유고시집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죽음은 무채색입니다. 여러 색깔을 덧칠해 무슨 색인지 구별할 수가 없지요. 당연히 그 안을 들여다볼 수도, 안에 머물 수도 없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을 때 ‘급작’이라는 상황이 더해지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황망해집니다. 울음은 ‘마음의 진공’ 다음에 찾아오는 내적 반응일 것입니다. 김길녀 시인(1964~2021)이 삶에서 죽음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겪은 일이지요. 지상에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황망, 흐느낌과 달리 산책을 끝낸 시인은 의외로 덤덤했나 봅니다. 두 번의 암 투병을 한 시인은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애지)이라는 시집을 남겼습니다. 시인은 시집이 나오기 8일 전 우리 곁을 떠났고, 네 번째 시집에는 ‘유고’라는 수식어가 붙고 말았습니다.시인의 죽음은 장례라는 의식을 치르고 난 다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내가 아픈 것을, 내 죽음을 주변에 알리지...

    1438호2021.07.23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