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년 3월 28일 <고려사>(‘세자·명종’)를 읽던 상(중종)이 깊은 한숨을 쉬며… ‘멍’ 하니 있었다.”(<중종실록>)조선조 중종(재위 1506~1544)이 <고려사>를 읽다가 시쳇말로 ‘멍때렸다’는 기사입니다. 문제의 <고려사> 구절은 ‘고려 무신정권의 핵심인 최충수(?~1197)가 태자(희종·재위 1204~1211)의 조강지처(태자비)를 내쫓고 자신의 딸을 태자비로 삼으려 했던 대목’입니다.최충수 때문에 쫓겨난 태자비가 흐느껴 울자 궁궐이 눈물바다를 이뤘다는 겁니다. 중종은 신하의 강압에 조강지처를 내쳐야 했던 희종에게서 동병상련을 느낀 겁니다. <중종실록>의 사관도 중종의 심정을 대변합니다.“상(중종)이 신씨(愼氏)의 폐출을 필시 후회한 것이다. 그러나 강한 신하에게 제압돼 폐출했으니, 이제 어찌할 것인가.”■‘멍때린 중종’8년 뒤인 1529년(중종...
1564호2024.01.30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