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김우재의 플라이룸
  • 전체 기사 67
  • [김우재의 플라이룸](17)그들만의 1차원적 과학
    (17)그들만의 1차원적 과학

    한국의 과학기사는 대부분 외국 언론을 베낀 것이다. 외국에서 반짝 뜬 기사를 적당히 버무려 기사로 내는 관행 덕분에 국내 과학기자 대부분은 기사의 바탕이 된 논문을 아예 읽지 않는다. 과학기자 중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나온 과학논문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어차피 한국에서 과학기사란 신문의 분량을 맞추는 양념 정도다. 한국에서 과학저널리즘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황교익의 맛없는 한국닭 논란음식평론가 황교익씨의 맛없는 한국닭 논란도 그런 맥락 속에 놓여 있다. 얼마 전 한 미디어에서 황교익씨 발언의 근거가 된 논문 데이터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이 2011년 발간한 ‘육계의 사육 일령에 따른 닭고기의 이·화학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이다. 연구의 목적은 분명하다. ‘사육 일령에 따른 닭고기 품질 ...

    1456호2021.12.03 15:13

  • [김우재의 플라이룸](16)대선후보들의 과학기술 감수성
    (16)대선후보들의 과학기술 감수성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한국도 드디어 독자기술로 지구 중력권을 벗어날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만들게 됐다.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 발사체를 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뿐이다. 국가 간 기술 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우주 기술개발에서, 나로호의 의미는 의미심장하다. 한국이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을 보유하게 되면, 국가의 위상이 올라갈 뿐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새로운 국면이 열리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누리호 발사는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인, 특히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에겐 특별한 의미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사 현장을 찾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도 그 때문이다. 대통령은 담화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다음에 “우주 과학기술인 여러분”을 놓아 과학기술인의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았다. 담화 발표 중에 과학기술인을 병풍으...

    1452호2021.11.05 14:49

  • [김우재의 플라이룸](15)노벨상과 이민자의 과학
    (15)노벨상과 이민자의 과학

    올해 노벨상이 발표됐다. 노벨생리의학상은 통증 감지의 비밀을 발견한 미국의 아뎀 파타푸티언과 데이비드 줄리어스에게 돌아갔다.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 7명 중 4명은 미국인이다. 노벨과학상의 수상기준이 까다롭고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 미국이 노벨과학상을 휩쓸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은 20세기 엄청난 연구비를 쏟아부었던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점유하고 있고, 노벨상은 그 열매 중 하나일 뿐이다.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더 있다. 미국 수상자의 상당수가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두 과학자도 이민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줄리어스는 이민자 3세로 러시아의 반유대인 정책을 피해 도미한 동유럽 이민자의 후손이다. 파타푸티언은 이민자라기보다는 난민에 가깝다. 그는 레바논에서 태어나 전쟁의 포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나라를 떠나야 했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의 35%는 이민자 출신이다. 미국정책재단의 공식발표에 ...

    1450호2021.10.22 14:41

  • [김우재의 플라이룸](14)종교에 발목 잡힌 미국 백신 접종률
    (14)종교에 발목 잡힌 미국 백신 접종률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나라는 미국이다. 델타 변이로 인한 돌파감염이 확산되자 미국 정부는 부스터샷(추가접종)까지 고려하며 더 많은 백신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줄지 않는 이유는 변이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다.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70%대에서 멈췄다. 엄청난 물량으로 속도전을 벌였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한국에 역전됐을 정도다. 원인은 분명하다. 미국인 4명 중 1명이 완강하게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실시된 퓨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정치성향이 백신 거부의 한 축이다. 공화당 지지자의 접종률은 60%, 민주당은 86%로 확연히 갈린다. 교육 수준은 또 다른 축이다.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에서도 대학원 이상은 97%, 고졸 이하는 77%의 접종률을 보인다. 아시아계의 접종률이 조금 높다는 점을 제외하면 인종 간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의료보험 가입 여부도 백신 접종률과 ...

    1448호2021.10.08 14:52

  • [김우재의 플라이룸](13)한국의 과학기술 ‘쇄국정책’
    (13)한국의 과학기술 ‘쇄국정책’

    코로나19 팬데믹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사망률 저하와 중증예방에 효과가 있는 백신이 개발됐지만, 델타 변이 등장과 향후 등장할 새로운 변이바이러스로 인해 방역에 새로운 도전과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백신 음모론이나 정치적 신념 등의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일이야 각 국가가 행정체제 안에서 풀어야 할 사안이지만, 변이바이러스의 등장은 국제적 공조와 과학기술정보의 공유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유전체 염기서열정보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다.코로나19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동향을 페이스북을 통해 리포트 중인 과학자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상무는 유전체학자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에 관한 정보를 탁월하게 분석해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는데, 그가 항상 글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한국의 유전체 정보 쇄국정책이다. ...

    1446호2021.09.24 14:58

  • [김우재의 플라이룸](12)메르켈 총리와 한국의 과학자사회
    (12)메르켈 총리와 한국의 과학자사회

    16년간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정치·경제적 기반을 지닌 국가, 독일을 이끌었다. 2005년 51세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된 동독 출신의 정치인은 취임 당시 11%가 넘던 실업률을 5.6%로 낮췄고, 연방정부 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했다. 중도우파 정당의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시리아 난민 100만명을 수용했다. 그는 트럼프가 자유세계의 질서를 위협할 때 실질적인 자유세계의 수호자로 불렸으며 변덕스러운 남성 정치인들이 세계를 위협하는 한가운데서 합리적이고 확고한 리더십으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이끌었다. 그는 사생활과 정치를 완벽하게 분리했고, 그 어떤 비리에도 연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디어에 등장하기 위해 애쓰는 한국 정치인들과는 반대로 정치의 본질에 충실했다. 그의 이름은 앙겔라 메르켈이다.정치적 관점에서 그를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총리가 되기 전 과학자로 훈련받았다. 라이프치히대...

    1443호2021.08.30 11:04

  • [김우재의 플라이룸](11)카탈린 카리코와 한국의 교수사회
    (11)카탈린 카리코와 한국의 교수사회

    “한국에서 가장 차별을 받는 외국인들 범주에 재외동포들이 속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민족’ 같은 용어들은 널리 쓰이고 있었지만, 정작 해외 한민족들이야말로 실은 국내에서 찬밥 신세가 되기 쉬웠던 것이다.”(박노자)다음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유전체 편집도구 CRISPR/Cas9의 노벨상 수상은 오래전부터 예측됐지만, 언제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10월, 노벨화학상 혹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반드시 카탈린 카리코가 될 것이다. 이 예측이 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는 mRNA 백신의 핵심기술을 발견한 과학자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비밀주의로 일관하던 스웨덴 노벨위원회조차 카리코 박사에게 올해 노벨상을 주지 않을 도리는 없다. 그가 받지 못한다면 노벨상은 무의미한 상으로 퇴출될 것이기 때문이다.카리코는 현재 바이온엔테크사의 부대표...

    1441호2021.08.13 14:57

  • [김우재의 플라이룸](10)파우치 박사 대 폴 의원
    (10)파우치 박사 대 폴 의원

    “지금 여기서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그건 의원님입니다.”지난 5월 11일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미 의회의 청문회에 등장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실험에 지원했느냐는 문제를 두고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은 파우치 박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추궁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비영리기구를 통해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지원하기로 했던 건 사실이지만, 현재 이 결정은 중단됐다는 파우치의 발언에 폴 의원은 인신공격으로 대응했다. 공화당은 여전히 코로나19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파우치 박사는 이 입장에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 의원은 파우치 소장과 국립보건원이 지원한 연구비 때문에 전 세계에서 수백만의 희생자가 나왔다는 음모론을 폈고, 파우치 박사는 폴 의원을 향해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그건 폴 의원 당신”이라는 말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했다.80세의...

    1439호2021.08.02 11:27

  • [김우재의 플라이룸]반도체와 대통령
    반도체와 대통령

    20세기 냉전이 미소 군비경쟁이었다면, 21세기 신냉전은 미중 패권경쟁이다. 그중에서도 반도체를 둘러싼 양국의 경쟁은 현재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위치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반도체 회사의 최고경영자들에게 미국으로의 반도체 투자를 종용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도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였다. 당장 세계 반도체 시장은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이는 미국의 국익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게다가 반도체는 민군 겸용의 기술이다. 즉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성공할 경우, 미국에 큰 위협이 된다고 본다.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공급망으로 움직인다. 원료, 제작기계, 생산 등의 공정과정이 미국, 대만, 한국, 중국, 일본, 네덜란드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공급망에서 중국을 디커플링, 즉 고립시키려 한다. 중국이 무역자유화 이후 구축해온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뒤집겠다는 것이다. 완...

    1437호2021.07.19 10:37

  • [김우재의 플라이룸](8)가장 공정해야 할 대학엔 공정이 없다
    (8)가장 공정해야 할 대학엔 공정이 없다

    “학술지 평가기준만 잘 맞추면 등재지로 승격될 수 있기 때문에 학술지의 양적 확대는 가져왔지만, 질적인 확대는 안 된 것이죠. 또 등재지 숫자는 늘어났지만, 연구재단의 예산이나 인력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감시가 허술해질 수밖에 없었고요. 이제는 등재지의 양적인 확대보다 질적인 확대를 꾀하는 방향으로 등재지 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2019년 기준으로 한국 대학의 전임교원 수는 약 8만9345명, 비전임교원은 6만8873명이다. 이중 여성 전임교원은 26.2%, 외국인 전임교원은 5.7%로 파악된다. 매년 감소하는 전임교원의 비율보다 10배씩 비전임교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 전임교원의 비율은 미미하게 매년 증가 중이지만, 외국인 전임교원의 비율은 매년 감소 중이다. 요약하자면 한국 대학에서 정규직은 계속 감소 중이고, 비정규직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대학의 국제화는 퇴보 ...

    1435호2021.07.02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