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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플라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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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재의 플라이룸](27)이민청과 노벨상의 꿈
    (27)이민청과 노벨상의 꿈

    김대중 정부의 BK21 계획으로 한국의 이공계 대학원은 안정적인 대학원생 육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BK21로 쏟아져 나온 이공계 박사들을 흡수할 일자리는 부족했고, 한국이 길러낸 이공계 박사 인력의 대부분은 중국, 미국, 싱가포르 등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2020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향후 10년간 과학기술인력이 1만명 이상 부족하고, 고급인재의 해외유출이 OECD 국가들에 비해 심각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으로 넘어온 해외 이공계 인재들이 학위를 획득하고 국내에 남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 유입된 해외 유학생 중 국내에 체류하는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이민청과 외국인 유학생인구절벽은 현재 한국사회가 고민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지방 대학이 소멸 중이고, 대학이 소멸되면서 지방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 ...

    1482호2022.06.10 14:05

  • [김우재의 플라이룸](26)나의 슬픈 논문 이야기
    (26)나의 슬픈 논문 이야기

    누군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논문으로 스펙을 쌓으려 발버둥을 치는데, 너무나 안온하게 세상이 알아주기만을 기다렸다. 앞으로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다.고등학생이 두 달 동안 논문 5편에 전자책 4권을 발표했다고 한다. 논문 주제는 정치, 경제, 과학, 기술을 총망라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그 아버지에 따르면, 논문 대부분은 습작에 불과한 에세이로, 학술지로서 문턱이 낮은 ‘오픈액세스’에 게재된 것뿐이다. 오픈액세스라는 게 발표된 논문이 모두에게 무료로 공개되는 형태를 뜻하는 용어일 뿐, 그 자체가 문턱이 낮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네이처’ 등의 거대학술출판사 역시 많은 오픈액세스 학술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습작에 불과한 고등학교 숙제들이 부실 학술지 혹은 약탈적 학술지에 출판됐다는 점은 진짜 심각한 문제다.가짜 학술지와 바늘도둑몇년 전 국내 연구자들이 ‘와셋’과 &lsquo...

    1478호2022.05.13 14:18

  • [김우재의 플라이룸](25)가능하다, 민주주의를 위한 과학
    (25)가능하다, 민주주의를 위한 과학

    중력파 검출과정을 그린 <중력의 키스>라는 책에서 사회학자 해리 콜린스는 뜬금없이 ‘민주주의 세계에서 과학의 역할’을 말한다. “이 모든 잔소리는 쓸데없지 않다. 과학은 민주주의를 위해 잠재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과학의 발견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한때 과학의 특권을 부정하던 노년의 사회학자는 계속해서 외친다. “사회 안에서 과학의 근본적 역할은 개인을 찬양하는 게 아니라 집단적인 가치의 등대로서 구실을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탐욕으로부터 구해내려면 과학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필요성은 중력파 천문학의 필요성보다 더 크다.”과학이 그 발견들보다 자연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태도로 인해 인류에게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지적은 머튼의 과학적 규범에 관한 연구로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머튼은 과학자사회가 공유하는 도덕적 규범들이 존재함을 밝히고, 이를...

    1476호2022.04.29 15:35

  • [김우재의 플라이룸](24)한국이 외국 과학자의 경력세탁소인가
    (24)한국이 외국 과학자의 경력세탁소인가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미국의 과학자 데이비드 사바티니(David Sabatini) 교수가 최근 MIT 화이트헤드연구소와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모두에서 해임됐다. 1968년생으로 미국 암생물학계를 이끌던 일류 과학자의 갑작스러운 해임은 의생명과학계를 뒤흔들었다. 해임의 이유는 성추행이었다.과학계의 미투운동2021년 8월, 미국의 한 로펌이 그의 성추행 관련 조사내용을 발표했고,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와 화이트헤드연구소 모두 사바티니를 공식적으로 해임했다. MIT대학만 그에게 행정휴가를 명령했다. 사바티니는 예전 연인에 의한 복수라며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제소했고, 사바티니가 고소한 예전 연인은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사바티니의 실험실이 성추행에서 자유롭지 않은 환경임을 폭로했다. 2022년 4월 MIT의 내부 조사결과가 나온 후에야 사바티니는 MIT에 사표를 제출했고, 종신교수직이 취소됐다. MIT 총장은 지난 4월 1일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사...

    1474호2022.04.18 13:32

  • [김우재의 플라이룸](23)꿈 없는 부자와 한국의 과학기술
    (23)꿈 없는 부자와 한국의 과학기술

    철학자 최진석은 철학에는 “딱 보면 아는 능력”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통찰이라 부른다 했다. 그 통찰로 지구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이 뭔지 맞힐 수 있을까.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대표적 동물은 상어다. 그런데 1년에 상어로 인한 사망자는 10명이 안 된다. 포악한 사자는 100명인 반면, 온순해보이는 하마는 500명을 죽인다. 인류가 사랑하는 반려동물인 개로 인한 피해는 약 2만5000명에 이른다. 직관에 기반한 소위 인문학적 통찰과 과학적 근거가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다.말라리아 백신과 유전자 드라이브단일 동물로 인간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건 모기다. 모기는 한해에 약 100만명 내외의 사람을 죽인다. 모기 다음으로 인간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동물은 인간이다. 한해에 약 50만명 내외의 사람이 인간에 의해 살해된다. 최진석 교수의 철학적 통찰은 이 문제에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세계는 코로나19 팬...

    1472호2022.04.01 14:19

  • [김우재의 플라이룸](22)‘과학적 사회’를 바란다
    (22)‘과학적 사회’를 바란다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선됐다. 단일화를 통해 안철수 후보의 과학기술강국 어젠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구현될 가능성도 열렸다. 방향은 알 수 없지만, 과학기술은 윤석열-안철수 연합정부 체제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윤석열 당선인의 과학기술정책 중 가장 큰 특징은 현장전문가의 의견을 중시하겠다는 철학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직속 과학기술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안철수 후보의 과학기술부총리제에 부정적이다. 과학기술부총리제는 현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더 큰 권력을 쥐여주는 방식이고, 과학기술위원회는 청와대가 직접 과기정책의 사령탑이 되겠다는 의미다. 둘은 상당히 다르다.과학기술인들의 오랜 바람에 더 가까이 다가간 방식은 과학기술위원회다. 백악관의 과학기술정책실이 미국 과학기술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기도 하다. 한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질적 ...

    1470호2022.03.18 14:04

  • [김우재의 플라이룸](21)지식인집단과 과학적 사회
    (21)지식인집단과 과학적 사회

    코로나19가 통제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 중이다. 백신의무화 반대시위로 캐나다 수도가 마비됐고, 미국과 유럽은 사실상 방역을 포기했다. 팬데믹의 유일한 희망인 백신은 음모론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며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를 꺼내들고 싶을 것이다.팬데믹과 반지성주의 그리고 지식인팬데믹 이후 반지성주의에 대한 칼럼이 쏟아져 나왔다. 신학자 강남순은 반지성주의를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그는 트럼프와 그 추종자들을 반지성주의의 상징으로 본다. 그는 “비판적 사유하기의 연습, 지속적인 자기학습, 타자와의 인내심 있는 대화”를 통해 “나와 우리 속의 반지성주의라는 바이러스를 적극적으로 물리쳐야” 한다고 우리를 훈계한다. 하지만 유럽의 백신반대론자들이 인문학적 교양의 부족 때문에 시위에 나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들은 ‘자유’라는 인문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백신에 반대한다.현병...

    1468호2022.03.04 14:54

  • [김우재의 플라이룸](20)중국의 현능주의, 배울 게 하나도 없다고?
    (20)중국의 현능주의, 배울 게 하나도 없다고?

    중국은 지난 연말 18개 성의 당서기를 교체했다.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이 이공계 박사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이다. 18명 중 15명이 이공계를 나왔고, 이들 중 13명이 석·박사 학위를 가진 현장 과학기술자 출신이다. 이들의 전공은 방위산업, 우주산업, 의료, 원자력 등으로 중국이 기술전쟁을 위해 투자하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인구 1200만의 쑤저우시에는 1971년생 차오루바오를 당서기로 임명하며 소위 ‘치링허우’라 불리는 1970년대생 정치지도자들의 등장을 알렸다. 아마도 이들이 시진핑 이후 최고지도자 후보가 될 것이다.2000년대 초반 한국이 이공계 위기론으로 시끄러울 때, 많은 과학기술자가 중국을 부러워했다. 중국 정부 지도층 대다수가 이공계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모두 공대 출신이고, 시진핑 주석도 칭화대 화학공학과를 나온 이공계 인재다. 시 주석이 공학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

    1465호2022.02.11 17:56

  • [김우재의 플라이룸](19)과학강국 원한다면 ‘사람’을 보라
    (19)과학강국 원한다면 ‘사람’을 보라

    <삼프로TV>라는 경제 관련 유튜브 채널에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등 여야 대선후보들이 잇따라 출연해 각자 90분 정도 경제 현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상의 조회수는 후보에 따라 1월 13일 현재 적게는 27만, 많게는 671만회를 기록했다. 이 영상을 반드시 시청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대선후보들의 경제철학이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유튜브는 영상매체다. 대부분의 사람은 가볍게 유튜브를 소비한다. 유튜브는 공익적인 내용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후보의 공약을 듣고 싶어하겠지만, 경제를 다룬 <삼프로TV>처럼 모든 분야를 소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과학기술처럼 국가의 존립에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과학기술 분야엔 <삼프로TV>가 없다.대통령은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 6개...

    1462호2022.01.14 15:04

  • [김우재의 플라이룸](18)하디-바인베르크 평형, 그리고 한국의 진화생물학
    (18)하디-바인베르크 평형, 그리고 한국의 진화생물학

    1993년에 영국의 한 대학강사가 쓴 책이 한글로 번역되면서 국내에도 과학교양서 시장이 열렸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저술한 리처드 도킨스는 <눈먼 시계공>이라는 후속작으로 ‘과학 대 종교’ 논쟁을 촉발했고, 이후 진화생물학 관련 도서들이 우후죽순처럼 번역됐다. 진화생물학자가 되고 싶었던 나도 당시 대학 도서관에서 도킨스를 비롯해 에드워드 윌슨, 스티븐 제이 굴드, 조지 윌리엄스, 에른스트 마이어 등의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웠다. 하지만 곧 현실을 마주하고 좌절해야만 했다. 국내에 진화생물학을 전공할 수 있는 대학원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인 최재천 교수가 막 서울대에 실험실을 꾸렸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은 진화생물학에서 뉴턴 고전역학의 운동법칙처럼 여겨지는 방정식이다. 1908년 케임브리지의 유전학 교수였던 레지널드 퍼넷은 친구인 수학자...

    1458호2021.12.17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