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김우재의 플라이룸
  • 전체 기사 73
  • [김우재의 플라이룸](33)사퇴로 해결 말고 사태 해결을 하라
    (33)사퇴로 해결 말고 사태 해결을 하라

    실험실은 작은 사회다. 어느 사회나 그렇듯, 실험실에서도 끊임없이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실험실의 문제는 여러 층위로 나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실험실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들이다. 실험실은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만 그 본질적인 연구의 기능을 충족한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가장 긴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일은 프로젝트 수행에서 벌어지는 각종 실수와 오류다.하지만 연구를 수행하는 주체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실험실은 작은 사회다. 이 말은 20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조직 안에서도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인간관계의 문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인간의 문제를 프로젝트의 문제와 독립해 생각하면 할수록 결국 인간의 문제에서 누적된 오류가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실험실 관리의 중요한 분야가 되는 셈이다.리더는 책임지는 사람이다학위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한국 교수는 책임...

    1502호2022.11.04 11:16

  • [김우재의 플라이룸](32)디지털 혁신? 공공연구기관 현실을 보세요
    (32)디지털 혁신? 공공연구기관 현실을 보세요

    1년간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정출연)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IT 환경이 정말 열악했다. 일단 와이파이가 없다. 국가정보원이 금지해 연구자들은 와이파이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 USB 사용도 금지돼 있다. 그러니 데이터를 옮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구글, 네이버, 아마존 클라우드 등은 아예 사용이 불가능하고, e메일도 기관 e메일이 아니면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카톡도 텔레그램도 모두 막혔고, 메신저 프로그램 대부분이 작동하지 않는다. 국가연구기관이니 인터넷보안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건 보안 때문에 연구환경이 완전히 망할 수준이다.상황이 이러니 클라우드 데이터로 공유되는 국제유전체 컨소시엄 연구나 브레인 커넥톰(connectome) 연구는 꿈도 꿀 수 없다. 젊은 연구원들은 어떻게라도 연구를 해보려고 스마트폰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해 컴퓨터에 연결하고, 나이든 연구원들은 아예 첨단 연구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심지어 과학기술 관련 데이터센터가 ...

    1498호2022.10.07 14:01

  • [김우재의 플라이룸](31)표절과 학문의 유지
    (31)표절과 학문의 유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 불리는 신평 변호사가 김건희 여사의 논문에 대해 “사회과학 논문에서 표절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우리가 인문사회과학 계열의 논문을 쓸 때는 항상 연구결과로 나온 것을 토대로 해서 읽어보고 거기서 나오는 생각을 담아서 논문을 쓰는 것”이며, 따라서 “좀 철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어떤 인간의 사유가 다른 인간의 기초적인 사유를 전제하지 않고는 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유의 기반을 참조하는 행위와 문장을 통째로 베끼는 행위 사이에는 어떤 교집합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는 모든 학문의 방법론적 기반이지만, 후자는 도둑질이기 때문이다.논문 도둑질과 기득권의 영어 실력 김건희 여사는 총 3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2편은 박사학위과정 시절인 2007년 ‘한국디자인포럼’에 실렸고, 1편은 박사학위 논문이다. 이중 &lsq...

    1493호2022.08.26 15:17

  • [김우재의 플라이룸](30)제임스 웹, 과학을 수호하는 관료
    (30)제임스 웹, 과학을 수호하는 관료

    우주망원경의 이름이 된 제임스 웹은 우주과학자도, 기술자도 아닌 공무원 출신의 나사(NASA) 국장이었다.미국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한국사회가 백척간두에 선 지금도, 한국 매체들은 혼탁한 정치뉴스로 대부분의 지면과 방송시간을 채운다. 그나마 좋은 소식을 다루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과학기술과 관련된 미담들이다. 최근 허준이 교수의 필즈메달 수상 소식이 좋은 사례다. 한국사회에서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오는 소식 대부분은 과학기술 영역에 속해 있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한국에서 과학기술은 정치와 경제에 종속된 하부영역일 뿐이다. 한국 모든 뉴스의 마지막은 스포츠와 연예뉴스가 장식한다. 과학기술 분야의 일상적인 소식이 뉴스에 보도되는 일은 없다. 한 사회가 보여주는 가치의 우선순위는 해당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한국사회는 과거와 현재의 정치·경제적 사건들을, 미래의 과학기술적 비전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제임스 웹과 누리호 7월 11일...

    1489호2022.07.29 14:16

  • [김우재의 플라이룸](29)반도체 백년지대계
    (29)반도체 백년지대계

    한국의 국민총소득 대비 연구개발비는 세계 1위다. 지난 수십년, 한국정부는 연구개발에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었다. 정권이 바뀌고 정치가 무능했어도, 한국사회는 과학기술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신념을 놓지 않았다. 과학기술은 자원 빈국인 한국이 국제정치의 패권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심각해지는 미중 패권경쟁의 중심에서 과학기술은 더 이상 환상을 좇는 낭만이 아니라 수천만 국민의 삶을 보장할 냉엄한 현실이다.교육부의 목적이 첨단분야 인재양성이라고 단언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아마 이런 인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짧은 정치인 경력을 반도체연구소 방문으로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초대 장관 또한 반도체 전문가로 골랐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 반도체공장 방문에 동행하면서 대통령은 과학기술에 국운이 걸린 외교전쟁을 목격했다. 그는 분명 반도체가 한국의 유일한 살 길이라는 인식을 하게 됐을 것이다.BK21과 이공계 기피의 ...

    1487호2022.07.15 14:30

  • [김우재의 플라이룸](28)논문의 자격
    (28)논문의 자격

    윤성로 서울대 교수팀의 논문 표절 사건으로 학계가 어수선하다. 윤성로 교수는 보통의 과학자가 아니다. 올해 12명만 뽑는 기초과학 ‘리더연구자’로 선정돼 향후 국가로부터 매년 8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9년 이내 최대 72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과학자다. 게다가 그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물론이고 역대 정권 모두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쳐온 인공지능 분야의 권위자다. 그의 연구과제는 인공지능 기반 메타버스 연구다. 한마디로 말해 윤 교수는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최고 과학자이자 한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연구 분야 권위자이며, 문재인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학회의 자격이번 사건은 유튜브에 익명의 계정이 올린 7분 16초짜리 영상에서 촉발됐다. 익명의 트위터 계정이 이 유튜브 영상을 학회 계정과 표절된 논문의 저자들에게 알리면서 학회는 즉시 논문을 철회하고 조사에...

    1485호2022.07.01 14:51

  • [김우재의 플라이룸](27)이민청과 노벨상의 꿈
    (27)이민청과 노벨상의 꿈

    김대중 정부의 BK21 계획으로 한국의 이공계 대학원은 안정적인 대학원생 육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BK21로 쏟아져 나온 이공계 박사들을 흡수할 일자리는 부족했고, 한국이 길러낸 이공계 박사 인력의 대부분은 중국, 미국, 싱가포르 등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2020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향후 10년간 과학기술인력이 1만명 이상 부족하고, 고급인재의 해외유출이 OECD 국가들에 비해 심각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으로 넘어온 해외 이공계 인재들이 학위를 획득하고 국내에 남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 유입된 해외 유학생 중 국내에 체류하는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이민청과 외국인 유학생인구절벽은 현재 한국사회가 고민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지방 대학이 소멸 중이고, 대학이 소멸되면서 지방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 ...

    1482호2022.06.10 14:05

  • [김우재의 플라이룸](26)나의 슬픈 논문 이야기
    (26)나의 슬픈 논문 이야기

    누군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논문으로 스펙을 쌓으려 발버둥을 치는데, 너무나 안온하게 세상이 알아주기만을 기다렸다. 앞으로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다.고등학생이 두 달 동안 논문 5편에 전자책 4권을 발표했다고 한다. 논문 주제는 정치, 경제, 과학, 기술을 총망라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그 아버지에 따르면, 논문 대부분은 습작에 불과한 에세이로, 학술지로서 문턱이 낮은 ‘오픈액세스’에 게재된 것뿐이다. 오픈액세스라는 게 발표된 논문이 모두에게 무료로 공개되는 형태를 뜻하는 용어일 뿐, 그 자체가 문턱이 낮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네이처’ 등의 거대학술출판사 역시 많은 오픈액세스 학술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습작에 불과한 고등학교 숙제들이 부실 학술지 혹은 약탈적 학술지에 출판됐다는 점은 진짜 심각한 문제다.가짜 학술지와 바늘도둑몇년 전 국내 연구자들이 ‘와셋’과 &lsquo...

    1478호2022.05.13 14:18

  • [김우재의 플라이룸](25)가능하다, 민주주의를 위한 과학
    (25)가능하다, 민주주의를 위한 과학

    중력파 검출과정을 그린 <중력의 키스>라는 책에서 사회학자 해리 콜린스는 뜬금없이 ‘민주주의 세계에서 과학의 역할’을 말한다. “이 모든 잔소리는 쓸데없지 않다. 과학은 민주주의를 위해 잠재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과학의 발견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한때 과학의 특권을 부정하던 노년의 사회학자는 계속해서 외친다. “사회 안에서 과학의 근본적 역할은 개인을 찬양하는 게 아니라 집단적인 가치의 등대로서 구실을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탐욕으로부터 구해내려면 과학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필요성은 중력파 천문학의 필요성보다 더 크다.”과학이 그 발견들보다 자연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태도로 인해 인류에게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지적은 머튼의 과학적 규범에 관한 연구로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머튼은 과학자사회가 공유하는 도덕적 규범들이 존재함을 밝히고, 이를...

    1476호2022.04.29 15:35

  • [김우재의 플라이룸](24)한국이 외국 과학자의 경력세탁소인가
    (24)한국이 외국 과학자의 경력세탁소인가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미국의 과학자 데이비드 사바티니(David Sabatini) 교수가 최근 MIT 화이트헤드연구소와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모두에서 해임됐다. 1968년생으로 미국 암생물학계를 이끌던 일류 과학자의 갑작스러운 해임은 의생명과학계를 뒤흔들었다. 해임의 이유는 성추행이었다.과학계의 미투운동2021년 8월, 미국의 한 로펌이 그의 성추행 관련 조사내용을 발표했고,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와 화이트헤드연구소 모두 사바티니를 공식적으로 해임했다. MIT대학만 그에게 행정휴가를 명령했다. 사바티니는 예전 연인에 의한 복수라며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제소했고, 사바티니가 고소한 예전 연인은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사바티니의 실험실이 성추행에서 자유롭지 않은 환경임을 폭로했다. 2022년 4월 MIT의 내부 조사결과가 나온 후에야 사바티니는 MIT에 사표를 제출했고, 종신교수직이 취소됐다. MIT 총장은 지난 4월 1일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사...

    1474호2022.04.18 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