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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플라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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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재의 플라이룸](51) 시간의 재구성
    (51) 시간의 재구성

    사고실험을 해보자. 모든 감각, 즉 시각·후각·미각·청각·촉각 모두가 제거된 상황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을까. 심리학의 ‘내부시계모델(internal clock model)’은 그렇다고 말한다. 우리 두뇌에는 내부시계가 존재하고, 그 시계는 외부의 자극과 상관없이 어느 정도 일정하게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엔 눈·코·혀·귀·피부처럼 따로 시간을 측정하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시간은 따로 측정할 만큼 중요한 자극이 아니거나, 너무나 중요해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측정해야 하는 요소라는 뜻이다.시간의 종류시간에 대한 화두는 물리학이 독점해왔다. 고전역학에서 상대성이론을 거쳐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에서 시간은 하나의 변수이자 주인공이었다. 시간여행이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 것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인지되지 않는 시간은 무의미하다. 바로 그곳에서 시간은 심리학과 생물학의 주제가 ...

    1581호2024.05.31 16:00

  • [김우재의 플라이룸](50) 한국의 의사, 중국의 엔지니어
    (50) 한국의 의사, 중국의 엔지니어

    캐나다에서 살던 때의 일이다. 쇼핑몰에서 뛰던 아이가 넘어지면서 바닥에 튀어나와 있던 못에 무릎이 크게 찢어지는 일이 있었다. 오후 6시가 다 돼가던 시간이었고, 급하게 지혈을 하며 근처 병원 응급실로 차를 몰았다. 첫 번째 응급실 간호사는 아이의 무릎 상태를 자세히 보지도 않은 채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두어 시간을 기다리다 지쳐 더 큰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으나 마찬가지였다. 8시간을 기다리고 나서 들어온 젊은 전공의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냐며 급하게 찢어진 상처를 꿰매는 수술을 진행했다. 그 후에야 캐나다에선 웬만큼 심각한 증상이 아니면 응급실이나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전 국민 무상 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캐나다의 현실이다.완벽한 의료체계란 없다한국, 미국, 캐나다, 중국의 의료체계를 직접 경험하며 살았다. 미국은 잘 알려져 있듯이 의료비가 엄청나게 비싸다. 보험 없는 사람이 자칫 응급실이라도 실려 갔다간,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1577호2024.05.03 16:00

  • [김우재의 플라이룸](49)정치적 편 가르기의 장이 된 국제학회
    (49)정치적 편 가르기의 장이 된 국제학회

    지난해에는 의도치 않게 꽤 다양한 학회에 참석했다. 초파리 유전학자들이 모이는 학회는 생산적이었고, 실험실 프로젝트를 알리고 공동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공동연구들은 학회가 아니라 직접 발품을 팔아 이야기를 나누고 노력한 곳에서 나왔다. 즉 학회가 모든 네트워킹의 중심은 아니라는 뜻이다. 언젠가부터 초대받은 학회와 꼭 필요한 학회가 아니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학회의 목적을 학생교육과 공동연구를 위한 전략으로 재조정하기로 했다.학회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동양에서도 공자와 노자가 제자들의 무리를 이끌고 다녔다. 현대적인 의미의 학회는 17세기 유럽의 과학혁명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60년 영국 왕립학회가 세계 최초의 과학 학회였고, 이후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학회가 속속 설립됐다. 학회의 시작은 과학자들의 모임이었던 셈이다. 학회의 역할은 ‘학문적 정보 공유’, ‘연구 결과 발표’, ‘학문적 교...

    1572호2024.03.29 16:00

  • [김우재의 플라이룸](48)선택의 유전학적 기원
    (48)선택의 유전학적 기원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한다. 식사 메뉴부터 전세 대출까지, 선택은 우리 삶의 핵심이다. 단세포 생명체도 선택을 한다.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무척추동물은 더 복잡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간단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으며, 자극에 반응하고 간단한 선택을 내리도록 신경회로가 구성돼 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은 복잡한 환경을 탐색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정교한 뇌 영역을 가지고 있다. 전두엽 피질은 감각 정보, 보상 신호, 과거 경험을 통합해 어떤 일의 계획과 결정, 진행을 주도한다.인간 역시 생물이므로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보상 처리와 동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당연히 이 과정에서 다양한 유전자가 신경전달물질 시스템, 뇌 발달, 개인의 의사결정 스타일 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생명체가 복잡해질수록 정보 처리의 정교함과 의사결정에 고려되는 요소의 수는 극적으로 증가한다. 인간은 의식적인 인식을 통해 자신의 선택과 결과를 이...

    1567호2024.02.26 05:30

  • [김우재의 플라이룸](47)초파리의 내장과 줄기세포
    (47)초파리의 내장과 줄기세포

    인간의 복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이 놀라운 장기는 종종 ‘제2의 뇌’라고 불린다. 소네트를 작곡하거나 방정식을 풀지는 못하지만, 이 복잡한 생물학적 경이로움은 우리의 전반적인 건강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제2의 뇌’라는 타이틀은 장의 벽 내에 거주하는 놀라운 밀도의 신경세포에서 비롯된다.소장신경계라 불리는 이 복잡한 네트워크는 약 5억 개가 넘는 뉴런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두뇌 뉴런 수의 0.5%에 이르고, 뇌의 일부인 척수 및 기타 말초신경계의 다섯 배에 이르는 규모다. 소장신경계는 미주신경을 통해 두개골에 있는 ‘대뇌’와 양방향으로 의사소통해 소화, 영양소 흡수, 장 운동성을 제어한다. 본질적으로 우리의 장은 음식을 처리하고 내부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임무에 집중된 자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우아한 이진체계: 초파리 유전학의 구원자들1901년, 20세기의 벽두에 미국 뉴욕시의 컬럼비아대학에서 토머스 헌트 모건이 고전유전학이라 불렸던 초파...

    1562호2024.01.18 06:00

  • [김우재의 플라이룸](46)비틀스와 다윈
    (46)비틀스와 다윈

    자주 순방길에 오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영국을 방문해 의회에서 한 연설이 화제다. “영국엔 비틀스와 베컴이, 한국엔 BTS와 손흥민이 있다”는 그의 한 마디로 의회는 웃음바다가 됐다. 발언의 전문은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 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을 가진 나라라면, 한국은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그리고 손흥민을 가진 나라”이니, 양국이 가진 문화의 매력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고 인적 교류를 하자는 내용이었다.다음날 열린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 미래포럼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과학자들의 도전과 헌신이 인류 문명의 근간이 됐으며, 과학은 늘 인류 공동의 번영과 협력을 지향한다”고 강조한 후, 특히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면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아이작 뉴턴의 말을 인용해 양국의 최고 과학자들이 양국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거인의 어깨가 돼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과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이다.영국...

    1557호2023.12.11 07:05

  • [김우재의 플라이룸](45)과학 없이 살기
    (45)과학 없이 살기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객관적인 틀에서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우리는 14.26기가파섹, 즉 465광년의 관측 가능한 우주의 한 은하계 속에 존재하는 태양계의 행성, 지구에 살고 있다. 지구는 지금으로부터 약 45억 년 전에 태양계의 일원으로 탄생했다. 최초의 지구는 핵, 맨틀, 지각으로 나뉘는 과정에서 최초의 해양과 대기를 형성했다.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이 출현한 것은 약 30억 년 전쯤으로 추측되는데, 그 최초 생명의 형태는 RNA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 유전과 생명활동 모두를 수행할 수 있는 분자는 RNA가 유일하기 때문이다.빅뱅에서 인간까지, 인간이 그나마 우리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불과 몇백 년 전 인류의 역사에 등장한 근대과학 덕분이다. 우주의 역사는 물리학과 천문학이, 물질의 역사는 화학이, 지구의 역사는 지질학이, 생명의 역사는 생물학이 각각 인간의 위치를 알려주는 교사의 역할을 해왔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비밀이 ...

    1553호2023.11.14 07:00

  • [김우재의 플라이룸](44)RNA의 꿈
    (44)RNA의 꿈

    DNA와 RNA는 모두 핵산으로 분류되는 생체 분자다. 세상에 먼저 생겨난 핵산은 RNA였다. 대부분의 진화이론가는 지구에 최초로 생겨난 생명체는 RNA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 ‘RNA 세계 가설’에 따르면, 지구 초기에는 RNA가 단백질과 함께 생명체의 기본 구성 요소였으며, RNA는 단백질을 합성해 스스로 복제하고 진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RNA의 기능이 점차 DNA와 단백질로 분화돼 오늘날과 같은 DNA-RNA-단백질 세계가 탄생하게 됐다. RNA가 단백질 합성, 유전정보 저장 및 전달, 자기 복제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예측의 근거다.다윈은 유전적 대물림의 방식과 유전물질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종의 기원>을 집필했다. 완벽주의자이자 소심했던 다윈이 자신의 이론에 유전의 원리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은 그가 ‘게뮬’이라는 황당한 유전자 이론을 ...

    1548호2023.10.06 11:06

  • [김우재의 플라이룸](43)여왕의 DNA
    (43)여왕의 DNA

    얼마 전 ‘왕의 DNA’라는 단어가 화제가 됐다. 교육부 공무원이 아이 담임선생님에게 쓴 편지에 등장한 이 단어로 인해 학부모의 교권침해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DNA’라는 단어는 한국사회에서 물리학의 ‘중력’이나 ‘관성’처럼 일상어가 된 생물학 용어다. 정치인들도 심심찮게 DNA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며칠 전 윤희숙 전 의원은 칼럼 제목을 ‘민주당의 대중 굴종 DNA’라고 지었고, 김진애 전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태도를 두고 “(윤 대통령과) 같은 DNA”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치인들에게 DNA라는 단어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나 성향을 의미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한국사회에서 DNA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어감으로 사용된다.왕의 DNADNA라는 단어야 문제 될 이유가 없다. 더 큰 문제는...

    1544호2023.09.01 10:56

  • [김우재의 플라이룸](42)꿀벌과 응애의 공진화
    (42)꿀벌과 응애의 공진화

    현재 인류의 사망원인 1위는 심장질환이다. 2위가 암, 3위는 고혈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근대과학과 현대의학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기 전까지 인류의 사망원인 1위는 전염병이었다. 얼마 전까지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의 늪에 빠져 있었으니 천연두, 페스트, 스페인독감 등 전염병이 인류의 역사를 바꾼 사실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이기도 하다.가축화된 다른 종들처럼 꿀벌 역시 전염병에 취약하다. 꿀벌을 위협하는 기생충은 다양하다. 이중 가장 흔한 기생충이 ‘꿀벌응애(Varroa destructor)’다. 꿀벌응애는 집먼지진드기와 가까운 곤충의 일종이다. 꿀벌응애는 꿀벌과 생활사를 공유하며, 애벌레와 일벌의 혈액을 빨아먹고, 꿀벌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바이러스를 전염시켜 꿀벌을 죽인다. 꿀벌응애는 서양종 꿀벌(Apis mellifera)의 봉군(집단)붕괴 현상과도 깊은 연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1540호2023.08.04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