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해 보이는 최첨단 현대 생물학의 성공은 이제는 잊힌 낡은 실험실의 퀴퀴한 냄새와 그 안에서 솟아난 엄밀한 논리의 승리 덕분이다. 모건이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좁고 지저분한 플라이룸에서 초파리와 씨름하며 유전의 염색체 지도를 그려냈을 때, 그를 지탱한 것은 거대한 연구비나 화려한 기기가 아니라 관찰된 현상 이면의 인과관계를 끝까지 파고드는 유전학적 집요함이었다. 그러나 21세기의 과학은 이 ‘플라이룸’의 정신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거대 자본이 투여된 ‘빅 사이언스’의 시대는 데이터의 양으로 질적 엄밀함을 대체하려 하며, 인용지수라는 숫자의 놀음 속에 ‘유행하는 과학’이 학술지의 지면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최근 신경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뉴런’에 발표된 비판적 논평은 지난 10여 년간 생물학계를 휩쓸었던 ‘장내 미생물-자폐증 연결고리’라는 거대한 유행이 얼마나 허술한 인과관계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를 서늘하게 폭로한다.장내 미생물 연구의 정치경제학: 자...
1660호2025.12.26 15:28